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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체크(Glen Check) ‘Cactus, cactus’ (2023)

★★★
스스로 응용에 대한 숙제를 남긴다.

평가: 3/5

글렌체크의 커리어는 덧칠의 역사였다. < Haute Couture >의 감각적인 신스팝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등장한 이들은 줄곧 다른 장르의 색상을 조금씩 그 위에 덧대어 왔다. 사운드와 작법에서의 새로운 방향성을 기존의 소리와 병치한 2집 < Youth! >를 거쳐, 3집 < Bleach >에서는 둘을 촘촘한 체크무늬로 배열하여 유연하게 섞어내기까지 했다.

10여 년에 걸친 엮어냄이 성공적으로 이행되었기에 이번 ‘Cactus, cactus’의 펑키한 네오 사이키델리아 역시 설득력이 있다. 테임 임팔라의 ‘The less I know the better’를 노골적으로 오마주하지만 특유의 직관적인 작법을 잃지 않기에, 저스티스(Justice)의 방법론 아래 에이씨디씨, 자넷 잭슨 등의 소리를 다소 급하게 끌어온 EP < Cliché >의 경우보다 분명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테임 임팔라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 싱글이 오마주 이상의 신선한 무언가를 보여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빌려온 소리를 팔레트에 짜놓는 단계에 그치며 스스로 응용에 대한 숙제를 남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