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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CL) ‘Spicy’ (2021)

★★☆
‘선공개’의 역할에 충실한 곡.

평가: 2.5/5

최근 몇 년 사이 유행을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매김한 ‘걸 크러쉬’ 콘셉트를 이행하는 아티스트는 참으로 많지만, 그 중 여전히 굴지로 언급되는 이름이 씨엘이다. 그룹 투애니원 시절부터 작렬하는 카리스마로 공고히 다져온 독자성은 그에게 해당 캐릭터의 ‘원조’라는 칭호를 부여하게 했다. 새 앨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신곡 역시 그러한 강한 이미지를 재편해 정면 돌파에 나선다. ‘Hello bitches’의 격렬함을 잇는 뮤직비디오 속 씨엘의 춤사위는 어느 때보다 화려한 색감으로 투영된다.

일률적인 신시사이저 리듬에 느슨하게 푼 후렴구로 랩에 집중한다. 청각적 쾌감을 자아내는 요소가 많지 않은 밑그림에 래퍼의 퍼포먼스가 얼마나 멋지게 펼쳐지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있는데, 단단한 발성과 이국적인 톤이 흥미를 상당수 유발하면서도 좀체 변칙 없는 랩 플로우는 신선함과 거리를 둔다. 유사한 정체성을 각인한 뮤지션이 많은 지금 씨엘에게 ‘태도는 차갑게 마음은 핫 온천’보다 더 화끈하고 과감한 메시지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말 그대로 ‘선공개’의 역할에 충실한 곡. 눈길은 다가올 정규작 < Alpha >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