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해체가 다가오고 있음을 ‘너도 나도 다 알면서도’ 어느 누구 하나 입을 ‘쉽게 뗄 수 없는’ 막막했던 상황. 포기하지 않고 4년이란 시간을 달려왔지만 각자의 현생을 위해 ‘이 침묵은 깨져야만’ 했다. 2020년 8월에 발표한 ‘운전만해’는 단순히 연인 간의 권태기를 그린 노래가 아니라 가요계와 이별을 앞둔 브레이브걸스의 용감하고도 처량한 고백이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그룹이 사라지는 듯했으나 기적과도 같은 ‘롤린’의 역주행으로 그룹은 생명력을 되찾았고 정확히 1년 만에 ‘술버릇’으로 그날의 쓰라린 기억을 되돌아본다.
올여름 < Summer Queen >을 자처해 살랑였던 ‘치맛바람’이 청량한 트로피컬 하우스로 ‘롤린’의 잔향을 남겼듯 신곡 역시 시티 팝 스타일에 록을 배합해 또 다른 명곡인 ‘운전만해’의 명맥을 이어간다. 둔탁한 드럼과 기타 리프에 얹어지는 재료는 아련한 코러스와 신시사이저. 유사한 텍스처 활용으로 충분히 후속작이란 느낌을 주면서도 분위기를 주도하는 기악에 변형을 주어 장르적 입지를 넓힌다. 하지만 공간감을 넓히고 비트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이들의 강점인 단단한 중저음이 묻힌다. 매력적인 가창을 보조해야 할 요소들이 주인공인 곡은 작곡가 용감한 형제의 그 시절 감성만 도드라지게 하고 젊은 프로듀서진 투챔프의 부재를 체감하게 한다.
괄호 속 노골적인 언급에 비해 서사 간의 연결도 매끄럽지 못하다. 운이 따른 부분도 있으나 그들의 연대기가 케이팝의 새 역사를 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감정 이입을 자아내는 이야기 뒤엔 술의 힘을 빌린 투정만 즐비해 몰입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간절함이 담겨 있지 않은 ‘술버릇’의 노랫말은 들을 때마다 차오르는 ‘운전만해’의 울컥임을 억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