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 소금(Dress & Sogumm) ‘내 입맛(Feat. 지코)’ (2020)

평가: 4/5
  • 이 영혼의 듀오를 얕봤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소금 특유의 뭉개지는 발음과 늘어지는 발성을 알앤비와 힙합, 로파이와 조합했던 < Not my fault > 에서 이미 둘이 보여줄 수 있는걸 다 보여준 줄 알았다. ‘내 입맛’은 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벤 폴즈(Ben Folds)가 떠오르는 피아노 팝으로 운을 떼고, 뒤이어 단단한 펑크록 비트위에 끈적한 알앤비 멜로디를 들이붓는다. 곡의 초입부터 시작해서 30초마다 예상이 뒤집혀 정신을 차릴 겨를이 없다.

    드레스와 소금이 차용한, 보컬디스토션과 8비트 드럼, 강렬한 기타리프로 펑크록을 되살려오는 전략은 올해 초 무라 마사 (Mura Masa)가 < R.Y.C >에서 선보인 방법이다. 그 질주감의 완급을 블루스 기타의 몇마디로 조절하는 모습에서 여유와 내공이 돋보인다.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는 장르의 혼합을 마무리하는건 트랩 비트 위 지코의 랩과 노래다. 익숙함으로 곡의 중심을 잡으며 개성을 매력으로 다듬어준다.

    2010년대 중반의 케이팝에서 공식처럼 사용되던 장르 혼합과는 궤가 다르게, 입체적인 자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장르의 벽을 허문다. 이런 자신의 ‘까다로운 입맛엔 사랑이 필요’하다는, 주체성과 인간미를 한번에 잡은 가사는 화룡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