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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사와야마(Rina Sawayama) ‘Hold The Girl’ (2022)

★★☆
배출보다 흡수가 빠르다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평가: 2.5/5

밀레니엄 시대 알앤비 팝을 재해석한 EP < Rina >, 콘(Korn)의 메탈과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배합한 데뷔 앨범 < Sawayama >로 리나 사와야마는 차세대 인디 팝스타의 자리를 꿰찼다. 브릿 어워즈의 라이징 스타 부문 후보 지정과 성공적이었던 코첼라 공연을 거쳐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을 노리는 그에게는 야욕이 가득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과유불급의 가치는 2020년대에도 유효했다.

‘Xs’로 끝없이 ‘더 원하는’ 물질주의를 풍자했던 아티스트는 2년 만에 되려 욕심에 잡아 먹혔다. 첫 싱글 ‘This hell’이 문제를 집약한다. < Born This Way > 시기의 레이디 가가의 신성모독 콘셉트를 계승하는 곡은 샤니아 트웨인과 패리스 힐튼의 캐치프레이즈도 모자라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를 덧붙인다. 파파라치에 공격받은 여성 유명인을 열거하는 대목까지 욱여 넣으니 숨돌릴 틈도 없이 바쁘다. 그 결과 소수자 공동체의 화끈한 파티장으로 마련한 지옥은 다소 작위적인 발성과 사포질된 기타 톤만큼 밋밋한 후렴을 남겨두고 미적지근하게 끝난다.

단편적인 시각에서는 재미있을 코드 변화 등이 시종일관 반복되니 앨범 단위에서는 완급조절의 실패가 된다. 비장하게 시작해 8비트 게임 사운드와 스트링 세션을 혼합하고, 결말부에서는 키를 올려 몸집을 키우는 ‘Hold the girl’은 다이나믹한 전개가 주는 흥미는 있으나 개연성은 부족하다. 오히려 이목을 끄는 것은 직선적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Catch me in the air’, ‘Hurricanes’, ‘Phantom’과 같은 곡이다. 2000년대 여성 팝록 뮤지션을 재현하려는 간단하고 확실한 지향점이 힘이 가득 들어간 목소리에도 여유를 제공한다.

기타가 지배적인 앞뒤와 달리 일렉트로닉 팝의 색채가 짙은 앨범의 허리 부분도 별다른 감흥을 남기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Your age’의 으스스한 효과와 ‘Frankenstein’ 후반부의 난폭한 드럼이 이목을 끌지만 장식적인 역할에 그쳐 판세를 뒤엎지는 못한다. 이는 정치적 올바름과 다양성이 트렌드가 된 요즘 시대 여러 문화 매체의 문제점과 연결되기도 한다. 담아내고 싶은 이야기와 부수적인 요소가 많다 보니 오히려 중심이 될 멜로디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과거에 대한 선망으로 가득 찼던 소위 ‘오타쿠’적 기질은 리나 사와야마를 대 복고 시대의 신성으로 드높였지만,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야심이 금세 발목을 옥죄는 늪이 되었다. ‘레이디 가가 키드’답게 수용의 과잉이 존경하는 선배의 몰락 원인이었음을 명심하면서 음악을 뒤덮은 여러 수식어를 하나씩 걷어내야 한다. 배출보다 흡수가 빠르다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수록곡-
1. Minor feelings
2. Hold the girl
3. This hell
4. Catch me in the air
5. Forgiveness
6. Holy (Til you let me go)
7. Your age
8. Imagining
9. Frankenstein
10. Hurricanes
11. Send my love to John
12. Phantom
13. To be 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