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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 라디오(Rock’N’Roll Radio) ‘You’ve Never Had It So Good'(2019)

★★★★ 잔향을 걷어내고 자신들의 색으로 돌아온 진정한 의미의 출세작.

평가: 4/5

로큰롤 라디오의 음반이다. 2012년 데뷔와 동시에 쏟아진 찬사가 그저, 말끔한 댄서블 비트에 완결성 있는 구성으로 외연을 잡은 그들의 이미지에 떨어진 것이었다면 이번 신보는 다르다. 누군가의 녹을 먹지 않은, 밴드 로큰롤 라디오만의 개성, 정체성, 관념, 그리고 가치를 제대로 증명한다. 박수갈채가 화려함에서 본질로 이어져야만 하는 이유다.

정규 1집 < Shut Up And Dance >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림자가 남았다. ‘닥치고 춤춰라’는 제목은 ‘소녀들을 춤추게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활동한 영국 그룹 프란츠 퍼디난드와 맞닿아 있었고, 반복해 등장하던 그물처럼 직조된 기타 리프는 이 곡과 저 곡의 경계를 흐렸다. 결국 ‘Shut up and dance’, ‘Ocean’, ‘Red moon’과 같은 트랙이 있었을지언정 전체 음반이 생생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춤’의 요소를 가져오되 그것을 ‘주’로 놓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과 비슷한 기조의 ‘Take me home’이나 인스트루멘탈 ‘Danse macabre’에서 느껴지듯 신시사이저와 전자음을 듬뿍 사용해 단순함보단 실험성을 잡아 댄스플로우에 조명을 비춘다. 사운드 조합에도 힘썼다. 앞서 말한 ‘Take me home’은 왼쪽에는 기타 리프를 오른쪽에는 커팅한 기타 솔로를 쌓아 2대의 기타로 쫀쫀함을 만들고 후반부 전자음, 기타, 드럼으로 길을 여는 근사한 곡이다. 연이은 ‘Keep your mouth shut’을 보자. 펑키한 리듬감에 왜곡한 보컬을 넣어 소리를 꺾더니 마침내 다프트 펑크가 안드로이드로 분해 보냈던 메시지를 다시 끌어온다.

변화는 첫 곡부터 감지된다. 1분여가 넘는 시간 동안 보컬이 등장하지 않고 소음 속 어두운 감정을 흩뿌리는 ‘Here comes the sun’과 서정적인 기타 솔로로 감성을 녹이는 ‘말하지 않아도’는 ‘보잘것없는 날 위한/ 의미도 없는 변명과’로 전해지는 음악가의 고충과 사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이외에도 블루지한 기타가 돋보이는 ‘Soul’, 과감하게 보컬을 줄이고 폭격처럼 내리치는 광폭한 마이너 음계로 또 다른 춤판을 일구는 ‘The mist’, 5분이 넘는 사이키델릭 대곡 ‘비가 오지 않는 밤에’, ‘Sisyphe’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신시사이저로 한층 진해진 음악 세계관을 그려낸다.

깔끔함을 필두로 달려나가던 신생 밴드가 변주와 확장으로 돌아왔다. 블루지한 기타, 멜랑꼴리한 감성, 부유하는 소음, 이질적으로 교차하는 전자음, 신시사이저가 제멋대로 기세를 펼치지만 모두 하나의 질서를 따른다. 그 꼭대기에는 로큰롤 라디오가 있다. 마음껏 오가되 길을 잃지 않고 소리를 끊어트리되 이유가 없진 않다. 의미심장한 제목의 끝곡 ‘Nothing lasts forever’가 이야기하듯 < You’ve Never Had It So Good >에는 이토록 좋았던 적은 없던 그들의 심정과 그 반대에 움튼 불안감을 동시에 품는다. 잔향을 걷어내고 자신들의 색으로 돌아온 진정한 의미의 출세작.

-수록곡-
1. Here comes the sun
2. 이대로
3. 말하지 않아도 
4. 비가 오지 않는 밤에 
5. Take me home 
6. Keep your mouth shut 

7. Danse macabre
8. The mist
9. Soul 
10. Dahlia
11. Sisyphe
12. Nothing lasts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