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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 라디오 인터뷰

정규 1집에서 보여주던 댄서블함을 작은 요소로만 간직한 채, 고독 우울함 공허를 사이키델릭하게 풀어낸 소포모어에는 밴드의 고군분투 6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언제나 잘 만든 음악에 관계자와 평단은 주목한다. 밴드 ‘로큰롤 라디오’가 6년 만에 들고 온 2집 앨범 < You’ve Never Had It So Good >은 2019년이 겨우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올해의 음반’이란 찬사를 받는다. 음악적 완성도와 별개로 추세라 할 수 없는 록인데다 소속사 없는 자생(自生) 인디 밴드란 한계, 음반 단위로 청취하지 않으려는 경향에도 불구하고 꽉 찬 록 앨범을 주조해냈다는 점이 호평을 부르는 것 같다.

‘모든 트랙에 다 자신이 있다’, ‘막막할 땐 막막할 때만의 매력이 있다’고 말하는 로큰롤 라디오를 홍대 빅퍼즐 이즘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규 1집에서 보여주던 댄서블함을 작은 요소로만 간직한 채, 고독 우울함 공허를 사이키델릭하게 풀어낸 소포모어에는 밴드의 고군분투 6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앨범은 우리의 이야기이자 대중의 이야기다. 함께 공감하고 함께 위로받고 싶다”는 네 멤버들은 “열심히 작업했으니 재미있게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넷의 서로 다른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동지애가 인터뷰 자리에서도 케미를 퍼뜨리고 있었다.

▶좌측부터 이민우(베이스), 김내현(보컬), 최민규(드럼), 김진규(기타)

6년 만에 정규 2집을 냈다. 공백기 동안 무엇을 했나.
김진규 : 앨범 간 시차는 있지만 그렇다고 활동을 쉰 적은 없다. < 무의미의 축제 >란 EP도 내고 싱글, 컴플레이션 앨범도 냈다. 나름 분주했다. 미국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WSX) 축제에도 다녀왔고.

그래도 6년의 시간차는 크다.
김진규 : 2집을 내려고 계획한 것이 3, 4년 전이었다. 그때 소속사에서 나오고 밴드 내적으로 안 좋은 일도 많았다. 여러 가지 감정들을 작업만하다가 이제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공개한 EP < 무의미의 축제 >에서 ‘어제와 다르게’, ‘America’를 들어보면 이를 갈고 있는 우리를 만날 수 있다. (웃음) ‘그만큼 하고 싶은 걸 다해보자’ 하는 결의가 있었고 그게 이번 2집에는 더 강하게 들어있다.

이민우 : 1집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래서 사이키델릭한 요소도 넣고 우주에 있는 듯한 사운드도 많이 넣었다.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

활기찼던 1집에 비하면 이번 음반은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염세적이다. 왜 비참정서인가?
김내현 : 밴드 내부 정서가 그랬다. 데뷔 초 어설픈 주목을 받고 이후 6년은 (손으로 라인을 그리며) 지속적으로 하강한 느낌이다. 특히 앞의 3년은 히트 곡을 빨리 내야 하는데 하며 멤버들 모두 굉장히 조급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우리를 보게 되더라. 무엇보다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우리를 표현한 결과물에 더 집중했다. 우리가 만족 못하는데 시간이 지났다고 마구 앨범을 낼 수 있겠는가. 그게 로큰롤 라디오란 밴드의 정체성이고, 그 발로가 이번 음반이다.

김진규 : 예전에는 삶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지 않으려했다. 의도적으로 햇빛만 본거다. 이제는 안 좋은 환경도 인정하고 수용한다. 가장 솔직한 지금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사운드케이프는 더 정교해졌다
김내현 : 예전에는 꽉꽉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비워도 되는데 굳이 힘을 많이 줘서 사운드를 겹층으로 쌓았다. 앞서 말한 작년 EP부터는 힘을 빼고 비우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1집이 기타 더빙도 많고 빽빽했다면 이번에는 힘을 좀 풀었다.

김진규 : 대표곡 ‘Shut up and dance’의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사운드를 쌓는 것보다는 일단 호흡을 중심에 놓고 잘 들리는 멜로디컬한 곡들을 만들어보자 했다. 선율이 살려면 가사가 잘 들려야하고 가사가 살려면 편곡이 단순화 되어야 한다. ‘Soul’같은 곡을 들어보면 이번 음반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거다.

가장 신경 쓴 곡이 있다면.
김내현 : ‘Here comes the sun’이다. 리듬이 있는 곡인데 저음으로 표현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사실 1집 때는 보컬이 고음도 좀 올리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근데 그게 잘 안 따라주니까 스트레스가 많았고 결과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에 반해 지금은 내가 의도하고 내려는 목소리에 훨씬 가까워졌다. 밴드 색깔도 잘 표현한 것 같고.

김진규 : 하나만 꼽는 건… 어렵다! (웃음) 더블 타이틀이기도 하지만 모든 트랙이 다 자신 있ㄷ다. 그래도 하나만 꼽자면 ‘Sisyphe’.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스 신화에서 따온 제목인데 삶의 공허함과 무의미를 표현한 대곡이다. 주제가 음악적으로 잘 구현됐다.

▶좌측부터 이민우(베이스), 김내현(보컬)

드럼과 베이스도 궁금하다.
최민규 : 나도 ‘Sisyphe’다. 2집은 내가 튀기보다는 멤버들 연주가 뛰놀 수 있게 바탕을 잡아주려고 했다. 그 흔적이 이 트랙에 녹아있다.

이민우 : 데뷔 때부터 늘 리드미컬한 것들을 이끌어 가야했다. 그래서 드럼 치는 민규와 상의도 많이 했지만 비슷한 라인들이 어쩔 수 없이 생겼다. 이번에는 안 치던 라인들을 의도적으로 더 넣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Take me home’이다.

작업을 끝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인가?
김내현 : 음반이 발매된 날 자려고 누웠는데 세삼 너무 편했다. 2집 작업을 시작한 게 2016년 즈음이었고 가사 쓰는 데만 2년 정도가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매일 밤 아, 빨리 작업해야 하는데 하는 초조함이 있었다. 두렵기도 했고. 길고 긴 안달복달이 끝나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이 느껴졌다. 정말 행복했다. (웃음)

그만큼 작품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 같다.
김진규 : 1집이 댄서블한 록 주축이었다면 2집은 더 큰 세계관과 포괄적인 사운드를 내는 록 밴드로 성장했다. 이대로 느껴주시면 더할 나위 없다.

1집의 댄서블함은 2000년대 초 개러지록 사운드와 비슷한 지점이 많았다.
김진규 : 레퍼런스를 두기 보다는 듣고 자란 것들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다. 보컬 내현이 같은 경우에는 1980년대 토킹 헤즈, 듀란듀란, 디페시 모드 같은 포스트 펑크 그룹을 좋아했고 다른 멤버들은 프란츠 퍼디난드, 스트록스를 비롯한 개러지 록 음악을 즐겨 들어왔다. 각자 취향이 어느 정도 음악에 반영된 것이고 굳이 그런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경계하지는 않았다.

밴드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김진규 : 멤버별 캐릭터가 음악에 충분히 녹아있다는 점이다. 우리를 만나지 않아도 음악에 우리의 모든 것이 녹아있고, 녹여내고 있으니 솔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김진규(기타)

각자 캐릭터에 대해 부연해준다면.
김진규 : 민우는 잘 받아준다. 성격도 유순하고 무엇보다 대중적인 감수성이 있는 친구다. 반면 내현이는 한자로 올 ‘래’, 검을 ‘현’을 쓴다. 이름처럼 속 안에 어둡고 복잡함이 있다. 기질적으로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밀어낸다. 민규는 딱 드럼 치는 사람이다. 뭐든 정확하고 칼 같다. 나는…

이민우 : 진규는 여리고 섬세하면서도 뒤에 숨지만은 않는다. 근데 또 부끄럼도 많다. 감성적인 카리스마가 있달까? (웃음)

그룹만의 유쾌함이 있다.
최민규 : 즐겁고 행복하다. 한국에서 록으로, 밴드로 살아가는 데 힘든 지점이 물론 있다. 좋기만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막막할 땐 막막할 때만의 매력이 있다.

김내현 : 예전에는 늘 에너지 넘쳤다. 그러다 한 3년 전부터는 잡생각이 들더라. 워낙 내부적으로 일들이 많았고 모든 것이 관성적으로 굴러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삐걱거리다가 다시 보니까 그냥 이게 우리더라. 이 자리에 우리가 늘 서 있었으니 여기서 잘 만들어나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납득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면 다시 또 성장 동력을 얻고.

대중적으로 록이 관심에서 멀어지기는 했지만 록 음악만이 가진 매력이 있다.
김내현 : 맞다. 그런데 사실 그 매력보다 밴드가 가진 비효율성이 크니까 신생 그룹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행사에 섭외 된다 쳐도 마냥 기쁠 수만은 없는 게 악기를 설치하고 톤을 일일이 다 잡아한다. 리허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김진규 : 이제 음악이 그 자체로 소비 된다기보다 흘러가는 역할에 치중된다. 말 그대로 백 그라운드 뮤직(BGM)의 성향이 강하니까 음악의 가치가 낮아지고 시류에 맞지 않는 음악은 더 빨리 도태된다. 상업적으로도 음반보다 싱글이 더 잘 팔리는 시대 아닌가. 그래도 뮤지션이라면 그룹의 가치관과 색을 잘 보여주고 들려줘야 한다. 반응이 좋지 않을 걸 예상했음에도 12트랙 정규 음반으로 찾아온 건 우리만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민규(드럼)

음악을 조명하는 방식에 안타까움 있다면.
최민규 : 포크, 이디엠, 록, 팝 등 다양한 음악이 있는데 장르 편향적으로 다뤄진다. 물론 좋은 음악들을 전달해주는 방송도 있지만 양적으로 적으니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도 그만큼 줄어든다.

실시간 차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진규 : 사실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차트 인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활동을 시작한지 거짓말 조금 보태서 10년 가까이 됐는데 이제 와서 슈퍼스타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더 오래도록 음악 활동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마케팅도 무시 못 할 중요한 요소다.

특히나 한국은 록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김내현 : 밴드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바로 그거다. 우리나라에는 밴드하면 장발에 가죽바지 같은 스테레오 타입을 떠올린다. 록의 원초적인 고정관념이 있는 거다. 시대가 바뀌면서 록과 밴드에 대한 이미지, 정체성, 구현 방식 자체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막이 있다.

김진규 : 재밌는 게 외국 밴드들을 정형화 하지는 않는다. 외국 록밴드하면 콜드플레이나 마룬 파이브처럼 청바지를 입고 노래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상하지 않는가. 2014년도에 사우스 바이 사우스를 갈 때 힘을 잔뜩 주고 갔다. 기죽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했는데 의외로 못하는 팀이 많았다. 홍대 음악씬에 비춰보면 우리가 규모는 작아도 실력은 훨씬 좋구나 깨달았다. 더 많은 밴드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2집이 어떻게 남기를 바라는가.
이민우 : 12트랙에 모든 삶의 정서와 상황이 다 녹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음악을 듣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들 안의 고민과 힘겨움, 나름의 분투가 담겼지만 이는 곧 대중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함께 공감하고 함께 이해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음반이 되길 바란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끝으로 어김없이 돌아온 이즘 공식 질문이다. 나를 음악가의 길로 이끈 뮤지션이나 음반이 있다면?
이민우 : 기존에 하던 밴드가 깨지고 계속 음악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인생의 전환기 아닌 전환기라고나 할까? 마음이 복잡할 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꼽아보자 했더니 클럽에서 프란츠 퍼디난드의 ‘Take me out‘을 연주했을 때더라. 이때의 마음과 기억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김내현 : 중학교 1학년 때 매트릭스를 보러 갔다. 엔딩 크레딧을 따라 흐르는 노래가 너무 멋있었다. 그대로 레코드샵에 가서 영화 OST 음반을 샀고 ‘아 음악 해야겠다’, ‘아 기타 쳐야겠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곡이 RATM의 ‘Wake up’이었다. 메탈 키드로 록을 시작했고 군 제대하고는 데이비드 보위, 조이 디비전에 빠져 음악 취향이 한 번 싹 바뀌었다. 보컬이 강한 건 전자 때문이고 그룹의 댄서블함을 역시 본능적으로 체화한 건 후자 때문이 아닐까? (웃음)

최민규 : 드러머로서 멋 부리지 않고 탁탁 꽂히는 8비트의 매력을 알려준 건 폴리스였다. 정확하게는 드럼 치는 스튜어트 코플랜드. 이전에는 화려한 기교가 중점이었다면 그들의 음악을 접한 뒤에는 기본이 가장 중요함을 정통으로 느꼈다. 프랑스 록 밴드 피닉스의 내한 공연에도 영향 받았다. 그 그룹이 가진 감성을 활동할 때 접목 시킨 부분도 많고.

김진규 : 영향을 준 뮤지션보다는 같은 방향을 가고 싶은 밴드는 있다. 퀸이다. 다양한 음악을 했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이 확실했던 탓에 어떤 노래를 들어도 퀸 음악은 ‘퀸’스러웠다. 우리도 그렇게 남고 싶다. 뭘 들어도 우리다운, 로큰롤 라디오만의 정체성. 이제껏 달려왔듯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나아가겠다.

인터뷰 : 임진모, 임동엽, 박수진
사진 : 임동엽
정리 : 박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