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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업샨(NUCK) ‘Not Really Now Not ANYMORE

★★★☆
사운드와 텍스트 모두에 집중하기를 권한다.

평가: 3.5/5

마스터 플랜에서 데뷔한 넋업샨은 인피닛 플로우, 소울다이브를 거치며 한국 힙합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비트 위 시인과도 같은 존재감으로 이미 신에 자리매김한 래퍼가 마이크를 잡은 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서야 첫 번째 솔로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 걸출한 베테랑이 처음 홀로 이름을 내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어머니와 사별 후 실험적이고 새로운 소리를 장송곡 삼아 재차 모친상을 치르기 위함이다.

연출을 맡은 프로듀서 진부터 독특하고 다양한 소리의 군상을 암시한다. 재즈와 연이 깊은 프로듀서 엡마(Aepmah)의 전위적인 사운드 ‘우아한 시체’와 ‘배태’가 다소 위압감 넘치는 개회를 알리면 블루스와 힙합을 넘나드는 김박첼라가 다시금 유연하고 평이한 곡으로 이후 순서를 진행한다. 뒤바뀌는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상주(喪主) 넋업샨은 완숙한 랩이 깃든 ‘탕’, 시구를 읊는듯한 ‘봄’과 ‘주문’을 암송하며 묵묵히 손님을 맞이한다. 음악성이나 문학성, 어느 모로 봐도 평범하지는 않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후 겪는 내면의 요동 때문일까, 난해한 변주가 작 전반에 넘실거리지만 일부 휴식 구간은 무난한 청취로 문상객들을 유도한다. 간병 생활 중 에피소드를 유쾌한 음률로 표현한 ‘아버지의 휴일’은 흐름을 펑키하게 뒤바꾸고, 평이한 후렴구를 앞세운 ‘Desert glow’나 하드 록과 결합한 ‘T.S.B’에서도 마찬가지로 숨을 돌린다. 주제나 노랫말을 떼놓고 음악적으로만 봤을 때 가장 친절하고 대중 친화적인 노래가 가장 실험적인 음반에 담겼다.

잇따른 절차를 거친 후 다다른 ‘순간의 영원’은 전체적인 작품의 정서를 집약한다. 도입부에 인용한 알베르 카뮈의 소설 < 이방인 >처럼 그는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무덤덤하게 죽음을 바라보다가도 익숙한 일상을 깨뜨린 순간에 피어오르는 내면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 담담한 래핑과 처연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극명한 대비로 어머니의 투병 과정과 임종을 그릴 때, 트랙에는 엄숙함만이 감돈다.

오랜 시간 자기 심연으로 파고든 넋업샨은 진중한 언어와 정교하게 갈고닦은 소리를 배합해 수작을 완성했다. 사상과 원칙을 텍스트로 수놓던 래퍼는 XXX나 이현준 등 익스페리멘탈(Experimental) 힙합의 후배들이 이어받은 배턴을 다시금 이어받아 건재함을 증명했고 가장 사적인 경험까지 작품에 녹일 수 있는 아티스트로 진화한다. 혹여 이 예술적인 장례식에 조문을 희망한다면, 자리를 고쳐 앉아 사운드와 텍스트 모두에 집중하기를 권한다.

– 수록곡 –

  1. 우아한 시체
  2. 배태
  3. 토악질
  4. 아버지의 휴일
  5. 순간의 영원
  6. Desert glow
  7. 주문
  8. T.S.B
  9. 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