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ZM 독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10곡’ – 8주차

[IZM 필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음악 10곡’] 독자 투고에 많은 분들께서 삶을 대표하는 10곡을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소중한 경험을 IZM에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보내주신 많은 사연 중 선정된 두 독자분의 사연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 IZM 독자 투고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webzineizm@gmail.com 으로 보내주신 사연을 검토하여, 매주 두 분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유수민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장혜리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이 곡을 처음 들은 건 초등학생 때였다. 학원을 마치고 엄마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이 노래에 단번에 빠져들었다. 노래가 끝나고 DJ가 소개시켜주는 낯선 제목과 낯선 이름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외우고 또 외웠다. 집에 돌아와 마음속에 꼭 쥐고 있던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을 일기장에 적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요즘도 사랑하는 음악을 찾으면 그 때의 마음을 떠올린다. 잊지 않고 꼭꼭 간직하고 싶던 그 마음. 내 인생에 클래식이 있다면 바로 이 곡.

자우림 ‘EV1’
내 인생의 명반을 뽑으라면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뽑을 자우림 8집 <음모론>. 매 앨범, 수록곡 마다 수없이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자우림이지만 내게 있어 자우림의 음악을 관통하는 큰 정서는 세상의 모순을 이해할 수 없는 어른아이, 혹은 그를 위로하는 이의 정서다. 8집 <음모론>의 듀얼 타이틀 곡 중 하나인 EV1은 실존했던 GM모터스의 EV1 자동차의 이야기를 풀어낸 곡. “세상은 원래 그런 곳”이라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이라고 말해달라는 그 목소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자꾸 생겨나던 중학교 2학년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지금 나의 음악 세계를 키운건 자우림의 영향이 8할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레이디 가가(Lady Gaga) ‘Born this way’
2010년대 초반의 레이디 가가는 팝 가수보다는 행위예술에 하는 사람에 가까워보였다. 가가의 파격적인 의상과 컨셉이 그녀의 음악보다 더 주목받던 때였다. 나 역시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생고기 드레스나 당시로서는 난해의 끝을 달렸던 란제리 룩 등을 통해서였었다. 그래서였을까 가가의 음악은 무언가 다가가기 어려운, 쎈 음악으로 생각되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가가의 노래를 듣기 시작한 것 역시 중학교 2학년 무렵.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이든, 과거의 인생이 어땠든, 자신을 사랑하라는 자신감 넘치는 이 아티스트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이디 가가를 기점으로 팝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내 음악의 스펙트럼은 그만큼 자라났다.

뮤지컬 ‘헤더스(Heathers)’ 캐스트 ‘Beautiful’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짝사랑을 꼽으라면 뮤지컬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로 입덕한 이후로는 2000년대 이후 모든 뮤지컬 영화를 섬렵했고, 스무살 첫 알바 월급을 받던 날 거금 10만원을 그대로 뮤지컬 관극에 지른 나였다. 가장 덕질을 왕성하게 하던 고등학생 시절 내게 찾아온 뮤지컬 Heathers. 동명의 1989년작 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로, 내용이 내용인지라 (살인과 테러 등…)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마쳤지만 수많은 컬트 팬들을 낳은 작품이다. 첫번째 넘버 Beautiful은 장장 8분!이나 되는 넘버인데, 노래 한 곡동안 주인공 베로니카가 학교 퀸카들인 세명의 “헤더”들을 만나 그들의 선택을 받고, 그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새로운 사람이 되는 데까지의 내용이 전부 들어가있다. 노래 한곡을 듣는 동안 나는 독서실 책상이 아닌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 있을 수 있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들은 상상력으로 채워넣으면 됐었다. 이 지긋지긋한 학교만 끝나면 더 열심히 덕질을 하리라- 하는 도피를 위해 찾아 듣던 곡이다. ‘헤더’ 캐릭터들의 티키타카가 재밌는 곡이다. (“닥쳐, 헤더!” “미안, 헤더!”)

트웬티 원 파일럿츠(Twenty One Pilots) ‘Ride’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경쾌한 도입부로 시작하는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 불가능이다. 락이었다가, 레게였다가, 힙합이었다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내달리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I’ve been thinking too much)” 라는 가사를 읊조리듯 반복하는 브릿지까지. 제 모습을 채 갖추지 못한 미성숙한 분노가 음악으로 표현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숨만 쉬어도 짜증났던 고삼 수험생활에 탈출구가 되어준 곡. 이 곡을 들을때는 꼭 볼륨을 맥스로 해야만 한다. 그냥 그래야 한다.

이랑 ‘가족을 찾아서’
가족을 찾아서를 떠올리면 행진곡을 연상시키는 드럼 연주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드럼 박자로 시작해 서서히 밴드 사운드와 첼로 사운드, 아티스트 본인과 어머니의 대화까지 전부 더해지면 곡의 후반부의 이 곡은, 우리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다.
특별히 답답했던 스물 한살의 어느 밤에는 이 노래를 행진곡으로 틀고 그저 걸었다. 어제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 살겠다, 어제보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어 살겠다 스스로에게 끝없이 다짐하며.

장기하와 얼굴들 ‘괜찮아요’
개인적으로 이 곡은 마지막 20초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장기하와 얼굴들 특유의 담담하고 솔직한 가사와 심플한 사운드로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다가 마지막 20초동안 락 사운드로 마구 내달린다. 당신도 결국엔 날 떠날꺼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다면서. 그라데이션 분노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곡이다. 아니 나는 진짜로 괜찮다니까 왜 자꾸 물어?

묘하게도 연애의 다양한 시기에서 늘 조금씩 다르게 다가오는 곡이다. 때론 어차피 이 연애도 언젠간 끝나겠지 뭐- 하는 씁쓸한 깨달음으로, 때론 당신과 내가 다른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까, 지금 오롯이 행복하면 좋겠다 하는 다짐으로. 심리검사에 쓰이는 로르샤흐 그림 같은 곡이라고나 할까.

김사월 ‘세상에게’
여행을 좋아한다. 일상의 의무들은 잠시 잊고 그저 주변을 살피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할 일인 나날들을 사랑한다. 그렇지만 여행 후에 오는 공허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방에 가방을 내려놓았을 때 밀려드는 외로움과 미뤄뒀던 할 일들은 두렵다.

성공하는 것도 좋아한다. 합격, 수상, 그런 것들. 열심히 살아낸 일상들이 객관적인 인정을 받는 순간들은 기쁘다. 성공의 순간을 뒤따르는 공허는 좋아하지 않는다. 크고 작은 성취를 해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무슨 성취든 그 행복의 찰나 너머엔 다시 치열하게 살아내야하는 일상이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다. 그걸 알고나니 성공, 성취, 되어야 하는 누군가, 꿈 같은 것, 그런것들의 낭만이 너무나 미미한 것이 되어버렸다.

“눈 뜨면 내 목을 조르는 영수증에 네가 건네준 1달러도 그저 돈이 돼버리는 게 너무 싫어” – 나의 낭만들이 일상에 부서지는 순간을 이만큼 잘 담아낸 노랫말이 어디 있을까. 김사월의 담담하게 우울한 감성을 사랑한다. 그의 노래를 듣다보면 내 안에 존재했는지도 몰랐던 감정들에 촉촉히 젖어가는 듯 하다.

선우정아 ‘삐뚤어졌어’
왜인지 모르겠지만, 곡의 초반부에 나오는 신디 사운드와 기타소리가 느린 심장소리같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즐거운 일 투성이라던 대학 새내기 시절, 나는 나의 걱정이 드리운 그늘에 그저 숨어 살았다. 그럼에도 남들만큼 즐겁지 않다는 사실이 인정하기 싫어서 그저 바쁘게 살았다. 이 노래를 처음 듣던 날 비로소 내 안의 그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다들 삐뚤어졌어, 아니 나만.”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려본 것은 이 곡이 처음이었다. 자우림이 나의 사춘기 시절의 아이돌이라면 나의 20대의 사운드트랙은 오롯이 선우정아의 것이다. 그의 노래를 듣다보면 질투심 (“뱁새”, “쌤쌤”), 미성숙함 (“Workaholic”, “멀티플레이어”) 처럼 밉지만 부정할 수 없이 내것인 어려운 감정들을 들켜버린 기분이다.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살다보니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멀리도 떨어져 살고 있다.
그러니,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넌 행복해야해.

한경식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양희은 ‘아름다운 것들’
태어나서 처음 좋아한 가수는 남진이었다. 아이답지 않게 난 남진의 ‘가슴 아프게’나 ‘우수’와 같은 노래를 좋아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내 인생의 첫 노래는 언제나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72년의 어느 날 우연히 들은 이 노래가 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난 지금도 양희은이 아주 앳된(?) 모습으로 TV에 출연해 이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난 이 노래가 존 바에즈가 부른 ‘Mary Hamilton’을 리메이크한 번안가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게는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이 오리지널이다.

진추하(陳秋霞) ‘One summer night’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1970년대는 팝송이 대세였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별이 빛나는 밤에>, <0시의 다이얼> 등과 같은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는 모두 팝송을 틀어댔다. 그래서 당시는 중학교 때부터 팝송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중학교 3년 시절이 다 지나가는데도 내 귀에는 팝송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이 곡이 나를 찾아왔다. 진추하와 아비(Abi)가 듀엣으로 부른 노래였지만 남자들에게는 아마도 진추하의 목소리만 들렸을 것이다. 두 사람이 홍콩인이란 사실에 처음에는 놀라기도 했지만 난 이 곡 덕분에 당당히 팝송 키드의 대열에 동참했다. 2004년에 개봉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 노래가 바로 ‘One Summer Night’였다. 중3 겨울방학 때 친구들과 진추하 주연의 ‘사랑의 스잔나’라는 영화를 보러 인천 자유극장에 갔던 기억이 새롭다. 그 친구들은 지금 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존 덴버(John Denver) ‘Take me home, country roads’
존 덴버가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팝송에 관심을 갖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연합고사(고입선발고사를 그때는 그렇게 불렀다)가 끝나고 빈둥거리며 지내던 어느 날 동인천 역 앞에 있던 음반가게에서 생전 처음 내 돈으로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구입했다. 존 덴버의 히트곡 모음집이었는데, ‘Annie’s Song’, ‘Sunshine on My Shoulders’와 같은 멋진 노래들로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가 ‘Take Me Home, Country Roads’였다. 이후 나는 테이프를 돌려가며 그 노래를 지겨울 정도로 듣고 또 들었다. 그때 난 정말로 존 덴버에 빠져 있었다.

산울림 ‘아니 벌써’
이 노래만 들으면 38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게 노래냐.”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에 사로잡힌 1992년 당시의 학생들보다 ‘아니 벌써’에 넋을 잃은 1977년 당시의 우리 세대가 느낀 놀라움이 몇 배는 더 컸을 것이다^^. 이후 산울림은 나의 고교시절을 지배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그리고 ‘개구쟁이’ 등등. 그룹이 해산할 거라는 소문이 1978년 말부터 흘러나왔지만 난 믿고 싶지 않았다. ‘산울림’ 없이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소문대로 그들은 1979년 어느 날 사라졌다. 몇 년 뒤에 다시 돌아왔지만 말이다.

비틀스(The Beatles) ‘I want to hold your hand’
팝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 가수들을 눈여겨보던 어느 날, 형이 모아놓은 <타임>지와 <뉴스위크>지를 뒤적거리다가 한 그룹과 관련된 기사에 눈길이 멈췄다. 물론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몰랐고 사진만 눈에 들어왔다. 이게 나와 비틀스의 첫 만남이었다. 그때 이미 ‘Yesterday’라는 노래 정도는 들은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뭐에 홀린 것처럼 얼마 후 그들의 히트곡을 모아놓은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했다. 대부분 처음 듣는 노래들이라 당연히 귀에 들어올 리 없었지만 이상하게 한 곡이 착착 달라붙었다. 그 노래가 바로 비틀스를 사랑하게 만든 ‘I Want to Hold Your Hand’였던 것이다.

조용필 ‘단발머리’
조용필의 전성기는 나의 청춘 시절과 정확히 일치한다. 현대사의 비극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0년은 대학생이 몇 명만 모여도 잡혀가던 정말 무시무시한 시대였다. 하지만 다행히 그때도 음악은 있었고, 그 선봉에 조용필이 있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갑자기 떴다가 소리 없이 사라진 조용필이 몇 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창밖의 여자’가 전국을 휩쓸었지만, 나는 ‘뿅~뿅~뿅’으로 시작되는 ‘단발머리’에 더 매달렸다. 멜로디뿐만 아니라 노랫말도 정말 특이했다. 2017년에 개봉된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에도 수록되어 많은 사람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던 바로 그 노래다. 암울했던 1980년대를 그래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 준 조용필에게 나는 참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송골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송골매는 내 눈으로 직접 본 몇 안 되는 뮤지션 중의 한 팀이다. 1982년 5월의 어느 날, 이택림과 임예진이 진행하던 MBC TV의 ‘영일레븐’을 교내에서 녹화한 적이 있는데, 그때 출연한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 당시 송골매가 어떤 노래들을 불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어쩌다 마주친 그대’만큼은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배철수와 구창모를 중심으로 한 송골매의 인기는 현재의 방탄소년단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록 밴드가 TV 음악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던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 시절, 그 선두에 송골매가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Heartbreak hotel’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것은 나이가 꽤 들어서였다. 물론 그가 얼마나 유명한 가수인지는 아주 오래전에 알았지만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비틀스를 제대로 알기 위한 공부(?)를 하면서 엘비스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 의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엘비스의 음악 세계는 필요성에 따라 입문했으나 그의 노래가 왜 그처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옥같은 엘비스의 노래들 중에서 난 ‘Heartbreak Hotel’을 발판으로 삼아 로큰롤의 세계로 푹 빠져들 수 있었다.

등려군(鄧麗君) ‘つぐない’
등려군은 그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첨밀밀’ 정도만 부른 가수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2004년의 어느 날, 회사에서 알게 된 한 일본인과 함께 노래방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그분이 어떤 노래를 불렀다. 그 곡은 등려군이 테레사 덩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활동 중이던 1984년에 발표한 ‘つぐない(쓰구나이: 속죄라는 뜻)’라는 제목의 엔카였다. 이후 난 등려군의 노래에 거짓말처럼 마음을 빼앗겼다.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대만 여가수의 음악이 내 인생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류 ‘My memory’
‘My memory’는 배용준과 최지우가 주연한 드라마 ‘겨울연가’에 삽입된 노래 중의 하나다. ‘겨울연가’는 2002년에 첫 방송되었을 때 나도 열심히 보긴 보았으나 이내 기억에서 사라졌다. 몇 년 뒤 일본에서 ‘겨울연가’ 열풍이 불었을 때도 왜 그런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월이 지난 2017년 겨울, 케이블 방송에서 이 드라마를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어렴풋하게 기억하던 그런 드라마가 아니었다. 이후 난 ‘My memory’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찡해질 정도로 뒤늦게 ‘겨울연가’ 마니아가 되었다. 아마도 이변이 없는 한 ‘겨울연가’는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로 남을 것이다. ‘My memory’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