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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ZM 독자 투고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webzineizm@gmail.com 으로 보내주신 사연을 검토하여, 매주 두 분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시는 이민성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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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Keane) ‘Everybody’s changing’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주말에, 특히 일요일이 끝나갈 무렵이면 개그콘서트를 시청하며 마무리하곤 했다. 그 당시 한 코너에서 코미디언이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등장을 했었다. 등장하면서 나오는 음악은 이 노래였는데, 그 우스꽝스러운 분장이 ‘하이엔드 패션’으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그 코너보다 노랠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 일로 나는 본격적으로 가요보다 해외음악에 눈을 돌리게 된다.
클래지콰이(Clazziquai) ‘피에스타’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무엇에 홀린 듯 이 앨범을 샀다. 돈을 모아서 산, 첫번째 음반이었다. 이걸 듣고 있노라면 마치 남미 축제에 온 참가자마냥 어깨를 들썩였다. 지금도 무더운 여름이나 흥이 필요할 때면, 주저 없이 이 노랠 고른다.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 ‘연분홍빛 춤출무렵(桜色舞うころ)’
중학생 때 싸이월드를 참 열심히도 이용했다. 방문자수도 ‘조작’할 정도 였으니까. 영어학원 같은 반에 예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홈페이지에는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피아노 선율과 함께 살포시 내 마음에 들어왔다. 그 노래와 함께 그 친구를 생각하니, 신비롭고 더 예쁘게 느껴졌다. 몇 년 전, 외식경영학과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본 게 마지막이었다.
맥스웰(Maxwell) ‘Pretty Wings’
내게 가장 친한 외가 친척이 있다. 나와 모든 게 잘 맞다보니 소위 ‘티키타카’할 수 있을 정도로 친했다. 그 친척의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은 모두 팝 음악이었는데, 우연히 들은 ‘Prettey Wings’는 끈적하면서도 부드러운 선율로 두 귀를 사로잡았다. 탁월한 완급조절. 그야말로 ‘솔’의 진수였다. 황홀했다. 성인이 되고서 국내 페스티벌에서 이 곡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건, 정말이지 큰 행복이고 감동이었다. 8월의 무더운 날씨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되어 끈적였으나, 이 노래에 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 폴리스(The Police) ‘Message in a bottle’
‘록 밴드’가 되거나 ‘기타 히어로’가 되어 노래에 맞추어 노트를 누르는 게임을 참 좋아했고, 지금도 하고 싶다. 난 이 게임을 통해 내 음악적 뿌리는 ‘록’임을 깨달았다. 폴리스의 노래도 그 게임에 수록되었다. 사람들은 보통 퍼프 대디가 샘플링한 ‘Every Breath You Take’를 으뜸으로 꼽는다. 그러나 나는 이 노래를 단연 최고라 꼽고 널리 알리고 싶다. 더하거나 뺄 것없이 그 자체로 훌륭하다. 스팅은 솔로로서의 역량도 좋지만, 그는 역시 밴드의 보컬로 활동했을 때가 가장 멋있는 것같다.
펄 잼(Pearl Jam) ‘Alive’
흔히 ‘강한 자가 사는 게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기에 펄잼은-온전히 팬의 입장으로서- 그런지 음악을 논할 때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물론 반은 농담이다. 에디 베더의 쇠를 씹어먹은 듯한 목소리는 흡사 세렝게티 초원의 사자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밴드원은 그 주위를 둘러싼 호위무사. 그들에겐 두려울 게 없었다. 1991년의 펄잼처럼 항상 ‘날것’ 처럼 살고 싶은 게 내 소망이다. 훗날 나의 장례식이 치러진다면, 난 이 노랠 틀어달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묘비에는 이렇게 새기는 것도 재밌겠다. “I’M STILL ALIVE.”
하림 ‘출국(出國)’
잘 모르는 사람은 드렐라이어 같은 세계악기를 잘 다루는 연주자인줄로만 알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섭섭할 정도로 매력적인 보컬이다. 화자는 멀리 떠나는 연인을 담담하게 보내며 화자를 잊으라 하지만, 본심은 절대로 잊지 않기를 당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노랠 하림이 불렀기에 더욱 호소력있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얼른 3집을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침(Achime) ‘Pathetic sight’
친구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캠퍼스를 누비거나 재수학원에서 11월을 준비할 떄, 나는 홀로 공무원 학원 설명회에 갔었다. 다시 수능특강 교재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으니까. 다행히도 직전까지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 다수가 시험에 반영되어, 나보다 나이 많은 수험생보다는 조금 수월했으리라. 건강한 수험생활을 위해 틈틈히 집앞 한강변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가 페달을 내리 밟았다. 막연한 두려움, 떨치기 어려운 외로움 등은 바람을 가를 때마다 씻겨나갔다. 결국에 자전거는 ‘합격’이라는 결승선에 무사히 나를 데려다 주었고, 그때의 추억은 지금도 나의 원동력으로 남았다.
더 위스퍼스(The Whispers) ‘And the beat goes on’
지치고 힘들때면, 그저 아무 생각없이 음악에 몸을 맡겨 춤을 추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막춤은 아니 된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의 줄임말)’ 처럼,
추는 듯 안 추는 듯 절도있게 그루브를 타보자. 더욱이 불타는 금요일엔 이 노래로 달려보자. 목적지는 ‘Funky Town’이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Off the wall’
한번 뿐인 삶을 멋있고 신나게 살고 싶은 게 나의 궁극적인 목표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노랠 들으면, 다시 의지가 샘솟는다. 물질적으로 풍족하면 좋겠지만, 그런 게 없더래도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부디 마이클이 하늘에선 아무일 없이 평안하기를 바라본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시는 한덕규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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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그녀는 예뻤다’
댄스곡은 말 그대로 신나고, 간결하면서 중독성을 갖추면 딱 내 스타일이다. 1998년, 박진영는 비지스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고, 밴드형식의 악기들을 골라 최초로 자신의 노래를 편곡했다. 그리고 그 해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올해의 편곡상을 받았다. ‘그녀는 떠났고, 나는 울었다’ 라는 슬픈 가사와는 반대로 디스코 리듬의 신나는 무대는 박진영의 매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끝으로 이곡의 모든 코러스는 훌륭한 싱어송라이터 조규찬이 모두 담당했고, 조규찬의 팔색조 음색의 내 귀는 녹아내리고 말았다. 국내가요 중 최고의 댄스곡이 아닐까 싶다.
비틀즈(The Beatles) ‘Let It be’
초등학교3학년 때, 유학을 다녀오신 외숙모의 동생분이 계셨다.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뒤늦게 알게됬지만 방에는 비틀즈의 앨범이 CD로 가득했으며, 심지어 한국수입반이 아닌 네덜란드 또는 직수입 반이었다. 집에서 테이프로 들으려고 CD를 틀어 녹음하고 숨도 안쉬고 3분40여초 를 참았던 기억이 난다. 집에 돌아와 테잎에 나오는 반주를 들으며, 내 꿈은 한국어로 이 노래보다 위대한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은 물론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의 직장인이지만, 폴이 위로하는 목소리와 조지가 위로해주는 기타 솔로는 늘 위로와 함께 새로운 비상의 힘을 내게 주곤 한다.
델리스파이스 ‘챠우챠우’
한 리스너가 표현한 내용을 옮겨본다. ‘내가 죽고 이 노래를 틀어주면 내 심장이 다시 뛸 거 같다’ 90년대 말 한국의 인디는 숨죽이다 한 방에 터지는 폭죽 같았고, 그 중에 델리스파이스가 있었다. 한국의 위대한 송가이자, OASIS 의 Don’t look back in anger 의 한국어 판으로 이해해주면 고마울 것 같다. 본 노래의 전주는 필자의 가슴 역시도 다시 뛰게 하며, , 주옥 같았던 세기말의 아름다움을 추억해준다.
이승철 ‘긴 하루’
천재적인 보컬이자 누구보다 롱런하는 보컬인 이승철의 재기의 완벽한 발판을 마련해준 곡. 당시 무명 작곡가였던 전해성의 곡으로 원래 나비효과의 보컬 김바다 가 녹음까지 했다가 이승철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웰메이드 팝이 무었인지 보여주는 노래인 동시에 이승철이 얼마나 노래를 섬세히 표현하는지, 그리고 그가 존경한다던 스팅 과 에릭 클랩튼의 장인정신 까지 느껴지는 곡이다. 이승철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을 곡이라 확신한다. 아름다운 후렴이 너무도 인상적인 노래다.
박지윤 ‘Steal away’
개인적으로 90년대 출시된 랩이 들어간 가요 중 가장 세련된 곡으로 꼽고 싶다. 윤일상 이승호 작사 작곡의 콤비가 만든 곡으로, 박진영이 많은 곡을 담당하던 박지윤의 초창기 시절 그들의 곡이다. 남의 이야기인듯 읆조리지만 사실은 본인의 아픈 헤어짐을 담은 가사는 이승호 특유의 작법을 보여주며, 감각적인 미디 배치와 소스 선곡은 윤일상의 당시 젊은 감각이 얼마나 앞서나갔는지 보여준다. 박지윤의 쓸쓸하면서도 상큼한 보컬이 곡의 완성도를 더한다.
존 레논(John Lennon) ‘Imagine’
누구나 꼽을 것 같아 어떻게든 내 명단에 제외하려 했으나 포함된 곡이다. BBC가 선정한 반세기 지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1위에 존 레논이 뽑혔다. 이 정도 설명만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조용필 ‘꿈’
내가 태어난 초기에 나온 노래이다. 나이가 들고 이제서야 이 곡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가끔은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 조용필이 정말로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하며 오늘도 이 트랙을 듣는다.
조PD ‘친구여’
고등학교 시절 이 노래가 그렇게 신이 났다. 2004년을 휩쓸었고 반주만 나와도 흥이나는 시절이었다. 15년이 흐르고 어느날 퇴근길에 북적한 지하철 내 귀에 꽂힌 이어폰 너머로 이 노래가 나왔다. 울컥하는 마음에 그렇게 학창시절 친구들이 생각나더라. ‘이젠 뭘 하더라도, 그 시절 같을 순 없으리오’ 바야흐로 래퍼 조PD의 세상을 바라보는 가사의 깊이를 섬세하게 표현해준 노래
존 덴버(John Denver) ‘Take me home, country roads’
초등학교 시절 팝송모읍집 테이프를 아버지께 얻어 닳고 닳도록 들었던 노래다. 후렴이 변환되며 신나던 노래가 슬퍼지는 기분에 항상 아쉽곤 했는데 나중에 영어를 배우고 가사를 해석해보니 왜 그리도 슬펐는지 이해가 됬다.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카츄사에서 군시절을 보냈던 작은 아버지께서 자주 즐겨들었던 노래라고 하셔서 더 애잔히 들리곤 했던 노래다.
비틀즈(The Beatles) ‘In My Life’
내 리스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다. 존이 만든 가장 폴 매카트니 같은 느낌의 노래이다. 훗날 내 장례식에 이 노래가 울려퍼진다면, 편안히 눈을 감을 것 같다.
그렇게 편협한 시각이지만,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신은 지구를 위해 4명의 천재를 보냈고, 2명은 데려갔고, 2명은 남았다. 그들의 이름은 비틀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