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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10곡 Feature

IZM 독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10곡’ – 3주차

독자 투고에 많은 분들께서 삶을 대표하는 10곡을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곽윤석, 염동교님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IZM 필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음악 10곡’] 독자 투고에 많은 분들께서 삶을 대표하는 10곡을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소중한 경험을 IZM에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2주간 보내주신 많은 사연 중 선정된 두 독자분의 사연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 IZM 독자 투고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webzineizm@gmail.com 으로 보내주신 사연을 검토하여, 매주 두 분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곽윤석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더 모노톤즈 ‘Into the night’
뭉개지는 보컬과 나른하지만 또렷한 기타. 그야말로 밤의 멜로디다. 알딸딸한 상태에서 정신이 남아 있다면 침대에서 이 노래를 틀어보자. 밤에 빠져든다. 밤이 파고든다.

언니네 이발관 ‘인생의 별’
수험생 시절 수도 없이 들은 노래. 자기 주장 강한 기타와 보컬이 싸우는 듯한 곡이다. 기타솔로를 지나 마지막으로 내 달릴때마다 영원히 쉬는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더 문샤이너스 ‘모험광백서’
내 인생이 애니메이션 이라면 오프닝 주제가는 무조건 이 곡이다. 언젠가는 알게 될걸 내가 틀림이 없다는 걸.

비틀즈(The Beatles) ‘If I fell’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노래. 고등학생 때 가사를 해석해 보고 나중에 여자친구에게 불러 주고 싶다는 생각은 접었지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첫눈 오는 그날에’
첫눈은 매년 온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를 기억할 것이다.

노리플라이 ‘그대 걷던 길’
이별 노래를 좋아 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친구의 술자리 푸념처럼 들린다. 이 노래는 전형적인 이별 노래인데 뭐가 다르냐고? 그때 그 애가 좋아하던 노래니까…

델리스파이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20살 무렵 좋아하던 아이와 이들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그 애는 이 곡이 좋다고 했다. 나는 이 곡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을 해주고, 쓸데 없는 얘기만 주구장창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만 빼고.

카펜터스(Carpenters) ‘Rainy Days And Mondays’
카펜터스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이 노래. 정말인지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비 오는 날의 월요일도 좋아지는 기분이다.

크라잉넛 ‘순이 우주로’
전주만 들어도 취할것 같다. 어느날 버스에서 이 노래를 듣다가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나도 모른다. 나에게는 그 정도로 낭만적인 노래. 이들의 감성이 부럽다.

오아시스(Oasis) ‘Rock ‘n’ Roll Star’
초등학생 시절, 고등학생이던 누나의 MP3를 만지작 거리다가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나의 모든 정체성이 뒤 바뀌는 순간이었다. 급기야 장래 희망에 ‘로큰롤 스타’라고 적고야 말았다. (실화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염동교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Good times bad times’
그들 첫 음반의 첫 트랙. 모든 것의 시작. 어릴 땐 페이지의 기타와 플랜트의 보컬이 눈에 띄었는데, 알고 보니 존 폴 존스의 베이스라인이 진짜더라. 그들의 곡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고 생각했는데, 뉴욕과 다른 미국 도시에서 이 곡 버스킹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나올 때마다 반가워서 걸음을 멈추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 ‘Paradise city’
내 학창시절에 두 팀이 있다면 하나는 레드 제플린이요. 다른 하나는 건즈 앤 로지스일 것이다. 고등학교 내신시험 전날이라 놓쳤던 2008년 첫 내한. 2016년엔 모스크바 콘서트를 다녀와 한을 풀었다. 힘차게 문을 여는 건반과 저 유명한 슬래시의 기타 리프,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후반부. 모두 좋다. 무엇보다도 “Take me down to the paradise city / where the grass is green and girls are pretty” 코러스 파트의 가사에서 록의 젊음이 느껴져 무언가 애틋하기까지.

존 배리(John Barry) ‘Midnight cowboy’
내가 ‘전망대 송’으로 명명한 곡이다. 여행하다 전망대에 올라가 넓게 펼쳐진 도시의 풍경이나 노을을 볼 때 이 곡을 꼭 듣기 때문이다.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며, 시간과 장소를 오롯이 느끼게끔 해준다.
이 곡은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메인 테마인데, 저명한 영화음악 작곡가 존 배리가 만들었고, 투츠 틸레망이 하모니카로 참여하였다. 절절한 하모니카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걷는 더스틴 호프만과 존 보이트의 쓸쓸한 모습이 떠오른다.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 ‘Millennium’
영국에서의 입지와 비교하면 미국과 국내에서 조금은 인지도가 낮은 것 같아 아쉬운 로비 윌리엄스. 그가 98년에 발표하여 영국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한 곡이다. 무언가 씨니컬하게 툭툭 던지는 듯한 로비의 보컬도 인상적이지만, 곡 전반에 걸쳐 리프처럼 반복되는 스트링 섹션이 매력 포인트다. 이 스트링 세션은 007 두 번 산다의 메인 테마인 you only live twice 에서 샘플링 한 것인데, 이 메인 테마는 존 배리가 만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존 베리의 음악을 좋아하나 보다. 낸시 시나트라의 목소리가 담긴 you only live twice 의 보컬 버전도 추천한다.

킹 크림슨(King Crimson) ‘I talk to the wind’
그야말로 서정미의 극치. 거기에 고 신해철의 말을 빌리고 싶다. 탐미주의의 극치. 가슴에 절절함을 안겨준다. 나긋나긋한 그렉 레이크의 보이스는 잔잔하고도 부드러운 반주를 우아하게 유영하다. 이어지는 이언 맥도널드의 플루트 연주. 아! 상투적이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밖에 못하겠다.

넥스트(N.E.X.T.) ‘불멸에 관하여’
신해철과 넥스트의 모든 음악을 사랑하지만 한 곡만 꼽자면 이 곡을 택하겠다. 돌이켜보면 이 곡은 늘 나와 함께했다. 모든 것에 지쳐 나 홀로 불 끈 방에 있을 때, 새벽을 걸으며 포항 영일대 주변 검은 바다를 바라볼 때, 늦은 밤,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와 집에 가는 길, 마지막 한 곡을 선택할 때. 아트 록 불모지인 한국에 이 곡이 있어 고마웠다. 무그 솔로는 여태까지 나온 한국의 대중음악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리’ . 그리고 이십 대에 죽음과 불멸에 관하여 이토록 깊이 있음과 동시에 명료한 가사를 썼던 신해철의 재능에 다시금 감탄한다.

프린스(Prince) ‘Take me with you’
너무 사랑하는 아티스트라 한 곡만 뽑는 게 고역이었다. 그래도 이 곡이 먼저 생각났다. 이 곡은 프린스의 곡 중 예쁘장한 사운드에 해당하는데, raspberry beret과 비슷한 맥락이다. 상쾌한 스트링 섹션과 기분 좋게 반복되는 퍼커션 사운드. 나와 함께해준다면 뭐든지 상관없다고 말하는 프린스의 애원조?도 귀엽게 느껴진다.

듀란 듀란(Duran Duran) ‘Rio’
듣고 있으면 이미지가 스르륵 펼쳐지는 곡들이 있다. 나에겐 듀란 듀란의 리오가 그렇다. 넓하얀 모래 해변에 햇살은 부서지고, 날 보며 다가오는 검은 곱슬머리의 라틴계 여인. 그리고 그녀의 큼지막한 미소.
듀란듀란의 젊음과 나의 젊음이 교차하는 것 같아 더 소중하고 특별한 곡이다. 집중해서 들어보면 촘촘하게 짜인 존 테일러의 베이스라인이 일품이다. 아 부러워라! 잘생기고 베이스도 잘 치고…!

루 리드(Lou Reed) ‘Satellite of love’
사실 이 앨범 자체가 너무 좋다. 루 리드의 < Transformer >. 될 수 있다면 전곡을 쫙 들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이 트랙인데, 늘 날이 서있을 것 같은 루 리드가 조금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쑥스럽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곳곳에 등장하는 “I’ve been told that you’ve been bold
With Harry, Mark and John”이란 구절이 인상적인데, 내가 상상하는 게 맞는지 루 리드에게 묻고 싶다. 곳곳에 등장하는 데이비드 보위의 코러스도 반갑고. 아! 이젠 둘 다 떠났구나.

개리 뉴먼(Gary Numan) ‘Cars’
몇 년전 처음 들은 후 굳건하게 플레이리스트를 지키고 있다. 개리 뉴먼이 차 안에서 느낀 안전함을 모티브로 쓴 곡인데, 간결하면서도 캐치한 멜로디의 미니 무그 사운드가 중독성 있다. 간결함의 미학. 나인 인치 네일스의 트렌트 레즈너는 그 어떤 크라프트베르크 곡 보다도 개리 뉴먼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인 인치 네일스와 개리 뉴먼의 ‘Cars’ 협연도 파워풀한 연주가 들을 만하다. 나도 이런 캐치한 신스팝을 만들고 싶어서 종종 건반에 손을 얹지만 몇 번 두드리면 이내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