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대를 보내고 2020년대를 맞이하며 IZM이 새해 특집을 준비했다.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채우기 위해, IZM 필자들이 ‘내 인생의 음악 10곡’을 선정해 소개했다. 한 사람의 삶을 정의하는 데 10곡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취향과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는 충분하다고 믿는다. 총 8회에 걸쳐 진행될 ‘내 인생의 음악 10곡’의 여덟번째 차례는 이택용, 임동엽, 정연경 에디터다.

부활 ‘Never ending story’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사주신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당시 좋아했던 가수로서 인디언 분장을 한 보아와 전쟁터에 나간 조성모 등 여러 가수들이 떠오르지만 유독 이 노래 생각이 많이 난다. 용돈으로 마트에서 부활의 < 새벽 > 음반을 구매하여 공테이프 하나를 ‘Never ending story’로만 채워서 들었었다. 워크맨과 공테이프 그리고 검은색 소니 이어폰을 통해 나는 음악이라는 네버 엔딩 스토리를 시작했다.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 ‘As long as you love me’
가요밖에 모르던 날 팝의 세계로 이끈 건 다름 아닌 중학교 같은 반 친구였다. 함께 노래방에 갔던 그날의 현장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바이브와 G. 고릴라 등 발라드만 불렀었던 내 앞에서 당당히 ‘As long as you love me’를 선곡한 친구는 중학생 못지않은 무대매너를 곁들여 노래를 멋들어지게 소화했다. 영어 발음이 어떻든 전혀 상관없었다. 내게 처음으로 팝이란 신세계를 보여준 그때 친구의 모습은 내게 마치 < 원피스 >의 골 D. 로저처럼 다가왔다. ‘잘 찾아봐. 이 세상의 전부를 거기에 두고 왔으니까.’
휘트니 휴스턴 & 머라이어 캐리(Whitney Houston & Mariah Carey) ‘When you believe’
광진구 닉 카터가 휩쓸고 간 내 자존심엔 오직 악바리만 남아있었다. 팝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팝의 황제를 시작으로 팝의 여왕, 팝의 전설, 팝의 딱정벌레 등 인터넷의 도움을 통해 닥치는 대로 팝을 찾아 들었다. 그중에서도 팝의 3대 디바 중 두 명이 부른 ‘When you believe’를 좋아했었다. 물론 아직까지 < 이집트 왕자 >를 보진 못했으나 당시 내 어린 귀에 흐르던 ‘When you believe’는 모세가 바다를 가르는 광경처럼 웅장하고 신비로운 노래였다.
Oasis ‘Champagne Supernova’
문이과 중 진로를 선택하여야 할 나이가 되었을 때쯤, 오아시스가 내 취향의 진로를 인도하였다. 형제인지 원수인지 모를 갤러거들의 환장 콜라보를 듣기 전 내가 접했었던 팝 음악이 반짝이는 보석 같았다면, 이들의 음악은 더러운 흙이었다. 시끄러움과 불쾌함의 정서는 10대 후반의 나를 락덕후의 길로 이끌었고 결국 나를 ‘너희들은 이런 음악 안 듣지?’라는 우매한 우월주의에 빠뜨렸다. 음악 취향에 있어 다른 이들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당시의 나는 우습게도, 이 노래의 제목을 ‘침팬지 슈퍼노바’로 읽었었다.
더 콰이엇 ‘한번뿐인 인생’
락의 교조주의에 빠진 고등학생 때의 나는 정말이지, 랩을 무시했었다. 랩을 넘어 힙합이란 문화 자체를 경박하다고 치부했었다. 소울컴퍼니와 무브먼트 등 힙합 레이블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었을 때였고, 나는 홀로 ‘침팬지 슈퍼노바’에 불타올랐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락존심 때문에 반 친구와 ‘락 vs 힙합’으로 설전을 벌였을 때도 있었다. 설전 끝에 서로 한 곡씩 골라 친구들에게 어떤 곡이 더 좋은지 투표를 받는 것으로 갈무리하기로 하였는데 내가 꺼낸 카드는 당시 혜성처럼 등장했던 아케이드 파이어의 ‘Wake up’이었고 친구의 카드는 더 콰이엇의 ‘한번뿐인 인생’이었다. 자존심 때문에 친구에게 말하진 못했지만, 그때 집에서 몰래 ‘한번뿐인 인생’과 < The Real Me > 앨범을 많이 들었다. 상당히 규제가 심했던 내 음악 취향에 랩과 힙합을 들이기 된 프로메테우스 같은 곡이다.
위저(Weezer) ‘Undone – The sweater song’
위저를 좋아한다. 최근 들어 유치한 멜로디로 만든 돌림 노래만 내는 것 같지만 그래도 위저가 좋다. 그만큼 이들의 초창기 앨범들을 좋아했다. 90년대 락 히어로들인 커트 코베인과 에디 베더, 빌리 코건에게 찾을 수 없었던 지질함과 너절함이 리버스 쿼모에겐 있다. 숙맥의 정서가 깊게 배어 있는 ‘Undone – The sweater song’은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곡 중 하나다.
뉴트럴 밀크 호텔(Neutral Milk Hotel)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음반이라 하면 뉴트럴 밀크 호텔의 <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 >일 것이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모티브로 한 음반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인생의 즐거움과 죽음에 대한 우수가 담겨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소리들이 자아내는 처절한 퍼레이드는 내게 아직도 가장 어려운 단어 중 하나인 ‘인디’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알게 해주었다. 그중에서도 음반의 제목과 같은 이 노래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사랑스러운 노래다.
런 더 쥬얼스(Run The Jewels) ‘Close your eyes (And count to f**k)’ (Feat. Zack De La Rocha)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정신없이 쏘아붙이는 비트 위에서 킬러 마이크와 엘피가 랩을 주고받는 걸 들었을 때, 내가 가진 모든 보석들을 내놓아야만 할 것 같았다. 이어지는 잭 드 라 로차의 앙칼진 래핑이 내 귀를 찌르던 순간, 이 곡은 내 인생의 노래가 되었다. 더불어 곡이 수록된 < Run The Jewels 2 >의 리뷰로 이즘 활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더더욱 기억에 남는 노래다.
악동뮤지션 ‘Give Love’
이 남매의 정서와 목소리를 독도만큼이나 지켜주고 싶다. 세상 그 어떤 나쁜 것들을 볼 수 없게 눈을 가려주고 싶을 정도로 이들의 감성은 소중하다. 내 기준대로 대중음악 명반을 뽑자면 들국화와 유재하의 앨범 위에 이들의 데뷔 음반을 올리고 싶을 정도다.
맥 밀러(Mac Miller) ‘Good News’
마지막으로 재작년에 세상을 떠난 맥 밀러의 곡을 뽑았다. 현재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최근에 발매된 사후 앨범 < Circles >를 들으며 그는 어느 래퍼와는 다르게 우리의 몸이 아닌 감정을 움직이는 래퍼였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RIP Malcolm.

김광석 ‘혼자 남은 밤’
팝송 마니아였던 내게도 간직하고 싶은 국내 가요가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가슴 속에 하나쯤은 자리할 김광석의 노래 중 나의 친구는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도 아니었다. 그가 불렀다면 가릴 것 없이 좋아했지만 늦은 밤 나 홀로 우수에 젖을 때면 자연스럽게 꺼내 듣는 인생 감성 BGM은 여전히 ‘혼자 남은 밤’이다.
이글스(Eagles) ‘The sad cafe’
첫 MP3플레이어가 생기고 팝에 빠져 살던 ‘중2병’의 나는 우연히 이글스의 베스트 앨범을 다운받았다. ‘Hotel California’, ‘New kid in town’ 등 명곡 잔치 속에서도 나는 유독 따뜻했던 ‘The sad cafe’를 선택했다. 이글스의 노래를 듣던 내게 ‘네가 이런 노래도 알아?’라며 한 마디 날리신 이모부의 말에 어린 나는 대단한 인정을 받은 것처럼 뿌듯했다. 그렇게 평생 간직할 뮤지션이 생겼다.
밴 모리슨(Van Morrison) ‘Dweller on the threshold’
이즘에서 얻은 보물 1호. 귀에 거슬리던 하이햇을 이해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났다. 거짓말 같지만 일로 듣는 시간을 빼고는 일주일 내내 이 노래만 들었다. 이즘에서 배워가는 음악이 나날이 늘어가는 와중에 ‘Dweller on the threshold’의 뒤는 탐 페티 1집 < Full Moon Fever >의 수록곡 ‘Free fallin”이 이어받았다. 그렇게 ‘무한재생’을 경험한다.
뮤트매스(Mutemath) ‘Armistice’
유튜브 이전에도 음악은 영상과 함께였다. 학창 시절 신선한 뮤직비디오를 찾아 정보의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나는 오케이 고의 돛을 달고 뮤트매스라는 신대륙을 발견했다. 뮤트매스 노래 중에서도 뮤직비디오 기준으로는 ‘Typical’과 ‘Spotlight’가 최고지만 음원만 보자면 일등은 ‘Armistice’다. 금관악기 편곡의 원곡보다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라이브 버전을 추천한다.
스콧 맥켄지(Scott McKenzie)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따스함을 묘사한 줄 알았지 히피들의 송가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노래를 들을 당시 음질이 좋지 않았지만 이는 오히려 LP처럼 아날로그다웠고, 쉬우면서 편한 멜로디는 안 들을 이유를 없게 만들었다. 정겨운 기타 리듬에 정이 넘치는 보컬까지 편안하게 듣기 좋은 팝이다. 의미를 나중에 알았다 한들 좋은 건 매한가지다.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 ‘Sweet child o’ mine’
기타를 배우고 선 첫 무대에서 ‘Sweet child o’ mine’을 연주했다. 화려한 솔로도 없는 세컨드 기타였지만 공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담배를 물고, 선글라스를 끼고, 여유롭게 기타를 치는 로커의 허세 정신을 이 노래로 배웠지만 긴장한 나머지 인트로의 모든 연주를 반박 늦게 쳤던 나의 실력은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실수 한 탓에 관객들도 몰랐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그나저나 2009년 고등학생들이 이 노래를 얼마나 알았을까.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Monkey wrench’
2011년 일곱 번째 앨범 < Wasting Light >를 기점으로 새 인생 밴드가 생겼다. 지나치게 거칠지 않으면서도 어렵지 않고, 진지함과 재미를 동시에 발휘하는 이들은 나의 기준으로 볼 때 모든 것이 적당했다. 7집의 수록곡은 아니었지만 ‘Monkey wrench’는 그런 의미에서 내 체질에 딱 맞는 곡이었다. 내가 음악을 했다면 롤모델로 삼았을 것이다.
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 ‘Don’t worry be happy’
클래식과 국악 중심적인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선생님께서 단비를 내려주셨다. 재즈를 들려주며 아카펠라에 가장 최적화된 목소리로 바비 맥퍼린의 ‘Don’t worry be happy’를 가르쳐주셨다.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신의 목소리’였다. 이후 최고의 보컬리스트를 가릴 때면 나는 항상 바비 맥퍼린을 정상으로 뽑았다.
에미넴(Eminem) ‘Stan (Feat. Dido)’
사촌 형의 핸드폰에 있던 ‘Lose yourself’로 힙합을 배웠다. 웨스트와 이스트, 올드와 뉴 등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에미넴만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 오전에 들었던 ‘Stan’은 나의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비 오는 날씨, 연필 소리가 배경으로 깔리며 우울함을 극대화하는 분위기는 생전 들어본 적 없던 신세계였다. 그때는 에미넴이 전부인 줄 알았다.
엘리먼트(LMNT) ‘Juliet’
어릴 적 좋아했던 보이 밴드는 백스트리트 보이스와 웨스트라이프였지만 노래를 뽑으라고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엘리먼트의 다른 곡은 듣지도 않았고, 특별한 접점도 없었으며, 가사는 오글거리는 틴 팝의 사랑 얘기였으나, ‘Juliet’의 중독성에 빠졌다. 그 시절 남들에게 숨겨온 내 감성의 실체였는지도 모른다. 나중에는 너무 자주 들어서 오히려 더 듣지 않았다. 안 들어도 이미 들은 기분이랄까.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Tomorrow’
내 인생 첫 CD의 일곱 번째 트랙.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무뚝뚝하게 서있는 에이브릴 라빈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던지. 학교를 마치고, 친구를 만나고,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일은 더 나을 거라고 다짐하며 이 노래를 들었다. 2년 뒤면 어느덧 발매 20주년을 맞게 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질리지 않는 노래.
다이도(Dido) ‘Thank you’
중, 고등학생 시절 인형, 장난감에 뒤늦게 빠져 완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해당 커뮤니티의 카페 배경음악이 바로 Dido의 ‘Thank you’였다. 주인장이 카페를 얼마나 잘 꾸며놨던지, 예쁜 그림에 매일 좋은 노래들이 새로 흘러나오니 딱히 볼거리가 없어도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러 자주 접속했더랬다. 지금은 폐쇄된 그곳, 주인장은 어떤 사람이었고 지금은 뭘 하고 있으려나.
레이디 가가(Lady Gaga) ‘The edge of glory’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레이디 가가이지만, ‘The edge of glory’는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능력치를 모두 쏟아낸 노래가 아닐 수 없다. < The Fame Monster >에서 시도한 웅장한 유로 팝 스타일에 재즈 터치를 가미한 색소폰, 가족의 죽음을 예술로 승화하면서도 철저히 대중과의 교감을 잃지 않는 후렴.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완벽한 당신은 대체… 왜 이렇게 주접이냐 하면 제가 레이디 가가 팬이라서요. 하하하.
에이씨디씨(AC/DC) ‘Back in black’
이전까지 하드록을 많이 듣는 편은 아니었다. 꽃미남 형제의 퇴마록을 보기 전까지는… 학창시절 미드 <슈퍼내추럴> 주인공인 딘에 빠졌던 난 그가 듣는 하드록 리스트를 적어두고 여기저기 음악 파일을 구하러 다녔는데, 가장 힘들게 얻은 노래가 ‘Back in black’이다. 아, 물론 지금은 리스트에 있는 밴드들의 정규 앨범을 정식으로 구매한 상태다.
미스터 빅(Mr.Big) ‘Shine’
AC/DC 덕분에 하드록, 메탈만 듣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 메탈 밴드 멤버들의 외모에 눈을 뜨기도 했고. 푸들처럼 긴 머리를 휘날리며 좌중을 압도하는 거친 눈빛을 발사. 하지만 발라드를 부를 때면 ‘나에게만 따뜻한 남자’가 되어주는 스윗함. 문무를 겸비한 프런트맨 중 단연 최고는 미스터 빅의 에릭 마틴이었고, 그렇게 난 미스터 빅(의 에릭)에 빠졌다. 밴드의 히트곡은 모두 좋아하는 편이지만 ‘Shine’으로 < 슈퍼스타 K > 1차에 합격해 이 곡을 뽑았다. 긴장한 나머지 술 먹고 또라이처럼 불렀는데도 말이다.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 ‘Early a.m. attitude’
때는 2006년, 어머니 손에 이끌려 리 릿나워와 데이브 그루신의 공연에 간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현대 재즈를 즐기기엔 음악이 무척이나 어려웠고, 즉흥 연주는 복잡하기만 했다. 당연히 두 시간 내내 잘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클래식 라디오 방송에서 듣게 된 ‘Early a.m. Attitude’가 너무나 좋아서 검색하던 중 GRP 사단을 먼저 발견했는데… 그 수장이 데이브 그루신이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감정을 서술하시오.
파라모어(Paramore) ‘That’s what you get’
팝 음악만 온종일 틀어주는 방송을 찾던 중 주한 미군방송을 발견했다. 대부분 별다른 진행 없이 노래만 나오는 이 방송에서 내 귀에 딱 꽂힌 곡이 나왔으니, 파라모어의 ‘That’s what you get’이다. 당시에 노래를 찾아주는 어플은커녕 스마트폰이 보급화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구글에 가사를 들리는 대로 검색했다가 허탕만 치기 일쑤였다. 그러다 우연히 제목을 알게 됐고 얼마나 감사했던지. 우여곡절 끝에 찾게 되는 노래들은 잊을 수가 없다.
김사랑 ‘괜찮아’
난생처음 들어보는 곡이 곧장 최애곡이 되는 경우가 몇이나 있을까. 인트로를 듣자마자 “이거다!”라며 사랑에 빠진 노래 중 하나가 ‘괜찮아’다. ‘괜찮아’ 역시 라디오에서 주워들었는데, 1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미 내 손은 포털 사이트 검색에 들어가셨다. 김사랑의 목소리, 시적인 가사, 절절한 기타… 최애곡을 넘어 지금은 내 노래방 18번이 된 곡. 이 김사랑이 “나는 만 팔천 원이다”의 18세 김사랑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애니밴드(Anyband) ‘Promise you’
지금 생각해봐도 애니콜은 마케팅을 참 잘했던 것 같다. ‘Talk Play Love’를 모토로 음악계 아티스트들을 모아 음악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특히 ‘Promise you’는 광고라는 걸 잊을 정도로 좋은 노래였다. 획일성을 비판하는 듯한 뮤직비디오는 희망적이고 교훈적이기까지 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고. 이때만 해도 래퍼와 아이돌, 가수, 연주자가 함께 꾸미는 음악이 상당히 신선했다. 관련 없어 보이던 여러 아티스트들이 모여 하나의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노래의 주제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두 애즈 인피니티(Do as infinity) ‘Yesterday & today’
두 애즈 인피니티를 알게 된 경로. 누구나 그렇듯이 이누야샤 엔딩을 통해서다. 내용도 너무 많고 따라가지를 못해 중간에 하차했지만 최애 밴드만큼은 얻고 가니 참 고마운 애니메이션이다. 밴드가 해체한다는 소식에 울면서 전집을 구매했건만 중추 없는 재결합이라뇨. 어쨌거나 두 애즈의 많은 명곡 중 ‘Yesterday & Today’, 특히 이 노래의 마지막 1분 30초를 좋아한다. “사랑하는 친구여, 힘들더라도 이 시대를 헤쳐나가자”라며 힘을 주는 가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