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KA Twigs(FKA 트위그스) ‘Magdalene'(2019)

평가: 4.5/5

FKA 트위그스가 찬연히 날아오를수록 그의 주인 탈리아 바넷은 어두운 심연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대중이 < LP1 >과 < M3LL155X >, 스파이크 존즈의 애플 홈팟(Homepod) 광고 속 혁신적이고 우아한 뮤즈에 넋을 빼앗기는 사이, 페르소나 아래의 자아는 2015년 백년가약을 약속한 로버트 패틴슨과 파혼했으며 여섯 개의 자궁 근종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앨범 발매 전 공개된 ‘Cellophane‘의 뮤직비디오를 보자. 기다란 봉을 타고 드높은 천상에 도달한 아티스트가 사이보그 인면조를 발로 밀어내고, 거부당한 자아는 그를 깊이 추락시켜 자궁을 연상케 하는 진창에 처박아버린다.

정신과 육체, 양 날개가 꺾인 채 가라앉던 나날 속, 바넷에게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루카 8:2)’가 떠올랐다. 예수의 가장 신실한 제자이자 그의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했음에도, 여성의 힘을 꺾으려 했던 기독교 역사가들에 의해 창녀로 격하된 인물이다. 실험적인 여성 팝 아티스트들에 의해 수없이 재해석되었던 그에게 닿기 위해, 트위그스는 깊은 우울과 어둠의 시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본 작품을 위해 익힌 폴 댄스는 그 투쟁을 상징하는 움직임이다. 심연을 바라보고, 극복하며, 기어오른다.

앨범은 산산이 부서진 후 새로이 만들어진다. 그 과정은 결코 과격하지 않다. 케이트 부시, 비요크 등 선배들의 안정적인 문법과 최신의 팝 프로듀서들이 조화로운 혁신가로의 길을 열며 어둠 속 승천을 차분히 준비한다. 엔야(Enya)로부터 익힌 성스러운 아카펠라와 니콜라스 자(Nicholas Jarr)의 전자음을 씨줄과 날줄로 겹겹이 엮어 놓은 ‘Thousand eyes’가 신비롭고, 스크릴렉스와 베니 블랑코, 캐시미어 캣, 허드슨 모호크는 ‘Sad day´에서 연약한 감정을 갈기갈기 조각낸다.

이 소리의 파편들을 다시 모아 새로운 육신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트위그스의 보컬이다. 섬세하게 구성된 사운드만큼 그의 보컬도 보다 능숙해졌다. ‘Home with you’에선 옅은 숨을 내뱉는 가녀린 소녀가 되었다가, ‘Fallen alien’으로는 격렬한 분노와 혼란을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강인한 자아로 나선다. 이어지는 ‘Mirrored heart’의 목소리는 요동치는 감정을 부드럽게 조율하다,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가 추상적으로 구현한 우울과 고독의 일상 ‘daybed’에 도착해 다시금 무겁게 가라앉는다. 고통이 쥐여준 확실한 감정 통제권이다.

내면의 주도권을 확보한 뉴-트위그스는 이제 본격적인 전복에 나선다. < LP1 >에서의 그는 유혹하는 존재였다. 내밀하게 불타오르는 사랑의 희열을 깊이 새기고, 짙은 몸짓과 절박한 숨소리로 열애의 대상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바닥을 딛고 일어선 < Magdalene >에선 그 상하관계가 뒤집어진다. 어둡고도 섹슈얼한 트랩 ‘Holy terrain’에서 그는 ‘진실한 사람에게만 아낌없이 사랑을 주겠다’라 선언한다. 거듭 노력하겠다라 당부하는 것은 퓨처(Future)고, 선택하는 인물은 트위그스다.

이어지는 트랙 ‘Mary magdalene’에서 그 선언은 더욱 선명해진다. ‘이것은 여성의 일이다’라며 시작하는 이 노래는 핍박받아온 마리아 막달레나에 바치는 성가이자, 숱한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트위그스의 부활가다. 이 지점에서 앨범은 개인의 기록을 넘어 보편의 극복과 치유 서사로 폭을 넓힌다. 예수의 가장 진실된 제자였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천대받은 막달레나는 깊은 사랑과 대중의 주목으로 쓰러진 트위그스와 겹쳐지고, 이 비극은 사회 곳곳의 젠더 권력 앞에 좌절하고 단절된 여성들에게 깊은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트위그스는 몰락하여 초월한다. 몰락을 노래하는 ‘Cellophane‘이 앨범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아이디(i-D) 매거진 >은 FKA 트위그스를 인터뷰하며 ‘어떻게 트위그스는 모든 것을 상실함으로써 구원받았나’라는 제목을 붙였다. < Magdalene >을 수사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절망의 밑바닥에 내던져진 트위그스는 개인의 경험에 매몰되어 가라앉는 것을 거부했다. 처절하고 혼란스러운 자아를 끌어안고, 새 시대의 프로듀서들과 새 몸짓으로 스스로를 치유했다. 그 결과로 우리는 핍박받아온 여성과 소수를 보듬는, 2010년대의 마지막 마리아 막달리나를 목격하게 됐다. < Magdalene >는 트위그스가 스스로를 시성(諡聖)하는 순간이다.

– 수록곡 –
1. Thousand eyes
2. Home with you
3. Sad day
4. Holy terrain (Feat. Future)
5. Mary magdalene

6. Fallen alien
7. Mirrored heart
8. Daybed
9. Cellophane

게시자: 김도헌

IZM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