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4월 세상을 떠난 해리 벨라폰테에 이어, 또 한 명의 대중음악 거장이 세상을 떠났다. 미국을 대표하는 이지리스닝 싱어 토니 베넷은 말년에 알츠하이머병을 앓으면서까지 노래하며 생의 모든 연료를 음악에 소진했던 예술가요, 수 세대에 걸쳐 영향력을 지속한 국가대표 크루너(부드럽고 매끈한 창법의 가수)였다.
베넷이 갖는 동시대성은 장기간 활동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노래를 향한 천착과 새로운 방향성 모색을 동력 삼아 쇄신을 거듭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함께한 두 장의 음반 < Cheek To Cheek >(2014) 과 < Love For Sale >(2021)은 연륜의 재확인이며 새로운 세대에 전하는 재즈 스탠더드의 매력이었다. < Cheek To Cheek >로 베넷은 자신이 갖고 있던 ‘최고령 빌보드 200 1위’ 기록을 경신했다.

다이애나 크롤과의 합작품 < Love Is Here To Stay >(2018)에서 ‘I got rhythm’과 ‘Love is here to stay’같은 조지 거슈윈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베넷은 브로드웨이 음악과 틴 팬 앨리의 1920년대와 1960년대 사이 명곡을 모은 ‘그레이트 아메리칸 송북’에 몰두했다. 만 89세에 나이에 발매한 < The Silver Lining: The Songs Of Jerome Kern >(2015)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의 뮤지컬 < 쇼보트 >의 음악가 제롬 컨을 소환했고, 1999년 작 < Bennett Sings Ellington: Hot & Cool >에서 듀크 엘링턴의 명 레퍼토리를 재조명하는 등 미국 대중음악사의 매개자 역할을 수행했다.
재즈 명장들과의 교류도 두드러졌다.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와의 1959년 협연 < Strike Up The Band > 속 스윙과 보컬 재즈의 조화, 빌 에반스의 피아니즘과 베넷의 그윽한 음성으로 재탄생한 ‘My foolish heart’를 수록한 < The Tony Bennett/Bill Evans >(1975)가 대표적이다. 빌리 조엘과 입 맞춘 ‘New york state of mind’,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신구 융화를 이룬 ‘Body and soul’도 경력을 수놓은 모멘텀들이다.

홀로 빛난 순간도 많다.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의 고전으로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 Snowfall: The Tony Bennett Christmas Album >과 1963년 제5회 그래미에서 올해의 레코드 상과 최우수 남자 보컬 퍼포먼스를 안겨준 <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1962)와 이듬해 발매되어 빌보드 200 5위에 오른 < I Wanna Be Around >에서 오롯이 그의 음색과 가창을 느낄 수 있다.
종종 불꽃 같은 순간의 재능 폭발을 예술가에게 대입하곤 하나 토니 베넷은 그 반대에 있다. 칠십여 년간 음반을 냈고 무대에 섰다. 지속성과 헌신, 노력은 스무 개의 그래미 트로피와 5천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로 귀결했다.
사진 속 토니 베넷은 늘 웃음 짓고 있다. 폴 매카트니와 빌리 조엘을 비롯한 많은 후배가 그의 인품을 칭송할 만큼 푸근한 이미지는 듀엣 파트너와 듣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목소리로 대중에게 감동을 안겨준 위대한 가수 토니 베넷은 하늘 위에서도 인자한 미소로 후배 가수들과 가상 듀엣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