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세가 조금씩 저물자 삭막했던 극장가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지구촌 곳곳에는 흥미로운 작품 소식들이 당차게 고개를 내미는 추세다. 이러한 스크린 흐름에 발맞춰 IZM이 무비(Movie)와 이즘(IZM)을 합한 특집 ‘무비즘’을 준비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의 명예를 재건하고 이름을 기억하자는 의의에서 매주 각 필자들이 음악가를 소재로 한 음악 영화를 선정해 소개한다. 두 번째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비극적인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 에이미 >다.
브라이언 존스,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커트 코베인, 27클럽의 짧은 생은 대중음악계를 깊이 할퀴고 지나갔다. 다가오는 7월은 27클럽의 마지막 멤버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11주기다. 매스 미디어는 그에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라는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마약, 알코올 중독 등 자기 파괴적인 면에 대한 비판을 일삼았다. < 에이미 >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상처, 남편과의 파멸적인 관계, 마약과 알코올 중독 등 미디어 너머에 숨겨진 조각들을 이어 붙였다.

Body and soul
영화를 시작하는 홈 레코딩 비디오에서 친구 로렌 길버트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14살의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위태롭고 즐거워 보인다. 소녀는 같은 처지의 친구를 버팀목 삼아 가정불화를 견뎠고 우울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의 심연은 가족으로부터 비롯되었으나 모순적이게도 음악적 근간이 된 재즈도 함께 선물 받았다.
바람을 피우던 아버지는 어린 딸에게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를 불러주었고 외삼촌들은 재즈 뮤지션이었다. 가정환경의 영향인지 스파이스 걸스 같은 걸그룹보다 세라 본, 다이나 워싱턴, 토니 베넷 등을 좋아했던 그는 14살에 기타를 치며 작곡을 시작했으며 16살에 국립 청소년 재즈 오케스트라에서 노래했다.
‘원하는 사람과 일하고, 가고 싶을 때 스튜디오에 가는 삶’이 성공이라 정의하며 유명세를 거부했지만 빛나는 재능은 음반 제작자들을 현혹했다. 아일랜드 레코드사의 A&R 다커스 비스는 ‘리얼리티 TV 음악 쇼에 대항할 전형적이지 않은 재능’을 가진 에이미에게 음반 계약을 맺자고 제안했고 2003년 프랭크 시나트라의 이름을 딴 첫 음반 < Frank >를 발매한다.

What is it about men
가정불화는 복합적인 상처를 남겼다. 우울증, 거식증과 각종 비행으로 얼룩진 에이미는 애정결핍에도 시달렸다. 막 데뷔한 스무 살의 소녀는 7살 많은 남자친구를 향해 ‘Stronger than me’로 충고를 보내다가도 완전히 태도를 바꿔 ‘(There is) No greater love’로 사랑을 속삭였다. 그래도 음악이 먼저였던 그가 캠든으로 이사한 후 변하기 시작한다.
트래쉬 클럽 나이트에서 만난 블레이크 필더-시빌은 에이미와 비슷한 상처가 있는 남자였다.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 건 슬럼프를 겪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뿐이었다. 블레이크가 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 버리자 그를 자극하기 위해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에이미의 홈 비디오가 섬뜩하다. 연인을 붙잡고 싶은 간절함이 슬럼프를 넘어섰다. 그는 알코올 중독 치료를 거부하고 날아간 미국에서 프로듀서 마크 론슨과 함께 두 번째 음반을 제작한다.
에이미의 기본 바탕은 재즈였으나 그 안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2집 < Back To Black >은 1960년대 걸그룹의 팝과 소울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고 큰 스케일의 스트링, 경쾌한 브라스 등으로 재즈의 색을 입혔다. ‘캠든에서는 기타 밴드의 영향을 파할 수 없다’라는 인터뷰가 기저의 의식을 보여주듯 블레이크와의 이별로 인한 폭발적인 감정도 가사에 그대로 나타난다. 에이미는 상처를 승화한 앨범으로 더스티 스프링필드부터 아델, 더피 등으로 이어지는 영국 소울 디바의 위치에 올라선다.

Rehab
매니저였던 닉 시맨스키는 ‘굉장히 중요한 기회를 그때 놓친 것 같다’라며 < Back To Black >이 나오지 않았어도 좋으니 그때 재활원에 갔어야 한다고 후회한다. 매니지먼트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에이미는 재활원 입소를 거부했고 그의 아버지 역시 딸이 알코올 중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과 거짓 해명이 두 번째 앨범의 선공개 곡 ‘Rehab’에 담겨있다.
싱글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안겨주었고 인기는 앨범까지 이어졌다. 보상으로 간절히 원하던 블레이크와 결혼했지만 막대한 관심도 함께 쏟아진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그는 남편이 즐겨 하던 코카인과 헤로인에 손을 뻗다가 약물 부작용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약에 취해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하는 에이미가 언론의 손가락질을 받는 동시에 블레이크는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된다.

27클럽
매일 쏟아지는 타블로이드지의 비난과 상관없이 에이미는 25살에 그래미 어워드 5관왕을 거머쥔다. 약물 문제로 비자 발급을 거부당해 미국에 입국하지 못한 그는 런던의 리버사이드 스튜디오에서 자축 무대를 열었다. 이때 완전히 회복된 것처럼 보였으나 친구 줄리엣 애슈비는 에이미가 ‘마약이 없으니까 너무 심심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고 증언한다.
끊임없는 토크쇼와 언론의 조롱, 파파라치의 비난을 견디지 못한 그는 가까스로 섬에 숨어든다. 호전되던 에이미는 아버지가 자신의 명예를 위해 취재진과 함께 찾아오고 블레이크와의 이혼까지 이어지자 다시 망가진다. 2011년 우상이던 토니 베넷과 조니 그린의 ‘Body and soul’을 녹음하고 퀘스트 러브와 협업을 시도하며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만 세르지야의 콘서트에서 엉망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대중을 떠났다.
자기 파멸적인 행동으로 27세에 죽음을 맞이한 비극적인 천재. 그를 괴롭히던 파파라치의 영상 모음과 책임을 미루기 위해 서로 부딪치는 주변인들의 증언은 고착된 인식에 균열을 일으킨다. 에이미가 마지막에 자신이 노래 부르는 영상을 보면서 ‘노래하는 재능을 돌려주고 대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채 거리를 걷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래’라고 말했다는 경호원의 인터뷰가 씁쓸하다. 그가 사랑했던 재즈만큼이나 자유롭고 변칙적이었던 디바를 비로소 온전히 바라본다.
– 영화에 사용된 음악 목록 –
- Opening
- Stronger than me
- Poetic finale
- What is it about men
- Walk
- Some unholy war (Down tempo)
- Holiday texts
- Kidnapping Amy
- Like smoke
- Tears dry on their own
- Seperacao fotos
- The name of the wave
- Back to black
- Cynthia
- Rehab
- In the studio
- We’re still friends
- Amy lives
- Love is a losing game
- Arrested
- Body and soul
- Amy forever
- Vale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