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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Album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Station To Station’(1976)

★★★★☆ 비록 < Station To Station >은 데이비드 보위의 경력 중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명반이었지만, 예술성만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평가: 4.5/5

저명한 기자 출신 음모론 작가 데이비드 사우스웰은 1970년대 중반 데이비드 보위의 프리메이슨 행적과 나치 찬양을 비난하면서도 ‘1970년대의 가장 훌륭한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며 그를 변호했다. 코끼리도 쓰러트릴 만큼의 코카인 중독과 그 유명한 ‘앤지’ 보위와의 순탄치 않은 관계는 편집증에 빠진 백색 신사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를 잉태했고, 무감정 무감각의 새 마스크를 쓴 보위는 그 자신을 약에 반죽해 시대의 명작을 빚었다.

부서진 벽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앨범 커버가 상징하듯 < Station To Station >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개선의 신작이다. 지기 스타더스트가 선도했던 글램 록 지형을 토대로 하여 < Young Americans >에서의 블랙 뮤직 실험을 거쳐 주조한 ‘플라스틱 소울’, 독일에서 발생한 실험적인 전자 음악(크라우트 록, 아방가르드 록)을 모두 융합했다. 단 여섯 곡으로 보위 개인의 커리어 뿐만 아니라 사실상 1970년대 팝 시장의 과도기를 총망라한 셈이다.

스스로 ‘미친 예언가, 냉철한 영혼, 도덕을 초월한 좀비’라 묘사했던 씬 화이트 듀크의 10분짜리 장대한 계시록 ‘Station to station’이 시작부터 혼을 빼놓는다. 크라프트베르크의 전자음과 프로그레시브의 점진적 거대함을 기타 리프로 천천히 거대하게 쌓아나가고, 후반부를 수놓는 로큰롤 서사시는 같은 시기 밴드 퀸을 연상케 하는 극적인 보컬과 중독적인 외침으로 열띤 광기의 설교를 펼친다. 유대교 음모론 카발라(Kabbalah)와 속세를 부정하는 영지주의(Gnosticism)의 심오함이 차가운 목소리에 실려 간다.


Diamond Dogs >부터 합류한 얼 슬릭(Earl Slick)과 새로운 데이비드 보위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알로마(Carlos Alomar)의 더블 기타는 펑키한 리프부터 지글거리는 솔로까지 전 방면을 커버하며 릭 웨이크먼의 공백을 지운다. 펑키(Funky)한 기타 리프가 넘실대며 무심한 코러스로 무아지경의 그루브를 일구는 ‘Golden years’는 애타는 리듬의 향연으로 히트 싱글이 되었다. 좀 더 거칠고 화끈한 그루브의 펑키함을 찾는다면 ‘Stay’를 권한다. 기타 두 대와 리듬 충만한 베이스로 빚어낸 하드-펑크(Funk) 록의 향연은 6분이라는 시간을 쏜살같이 지나가게 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이 스트리트 밴드(E-Street Band) 멤버로 유명한 로이 비탄(Roy Bittan)의 건반 사운드가 주도하는 파트는 아방가르드의 영향을 보여주면서도 초기 글램 록 시절 보위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경쾌한 피아노 선율로부터 출발하여 하드 록 리프로 전환되는 ‘TVC 15’의 후반부는 무아지경으로 반복되는 후렴구와 부유하는 기타 사운드를 통해 새로운 몽환을 실었고, 부드러운 피아노 발라드 ‘Word on a wing’은 ‘Oh! You pretty things’나 ‘Aladdin sane’ 등의 초창기 감성을 실어나른다. 그 어떤 보위의 노래보다도 쓸쓸한 ‘Wild is the wind’는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깔끔한 양복을 입고 단정히 머리를 빗어넘긴 씬 화이트 듀크 캐릭터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사실이 페르소나는 지구에 불시착한 신사 외계인을 다룬 영화 < 지구에 내려온 사람 >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보위의 집착이 낳은 인격체였지만, 말쑥한 외모의 금발의 신사는 너무도 멋져 그 유혹을 거부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우유, 후추, 코카인’의 3종 세트로 하루하루를 때우는 나날들이었지만 백작은 항상 고귀했다.

결국, 문제가 터져 나왔다. 단 하루도 약에 취해있지 않은 날이 없다 보니 각종 해괴한 에피소드들이 불명예스럽게 발목을 잡았다. 라디오 방송에 나와 ‘영국은 파시스트 지도자를 기다린다’를 외쳤고, 공공 행사에서 히틀러를 찬양하며 록스타로 우상화한 것도 모자라 자랑스럽게 나치식 인사를 건넸다. 온갖 미신에 사로잡혀 그야말로 ‘미친 짓’들을 거리낌 없이 행했으며, 악마를 숭배함과 동시에 비밀 오컬트 종교 조직과 결탁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예술적 성취의 빛은 나날로 바랬다.

비록 < Station To Station >은 데이비드 보위의 경력 중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명반이었지만, 예술성만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코카인의 양도 치사량을 훌쩍 넘었다. 앨범 한 장을 끝으로 보위는 자신의 두 번째 페르소나를 폐기했고, 곧바로 스위스 제네바로 떠났다. 광기 어린 영혼을 진정시키고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현재도 보위는 앨범에 관한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명작이지만, 한편 그 자신에게나 팬들에게나 씁쓸한 괴작이기도 하다.

– 수록곡 –
1. Station to station 
2. Golden years 
3. Word on a wing
4. TVC 15 
5. Stay 
6. Wild is the wind 

7. Word on a wing (Live Bonus Track)
8. Stay (Live 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