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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코도모, 트웬티 포 케이 골든(Sokodomo, 24KGoldn) ‘Scar’ (Prod. 보이 콜드) (2022)

평가: 3/5

두 젊은 재능이 만났다. 각자의 출신 국가에서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는 2000년생 래퍼들의 합작이다. < 고등래퍼3 >와 < 쇼미더머니9 >에 출연하며 독보적인 스타일로 눈도장을 남긴 소코도모는 경연곡이었던 ‘회전목마’를 음원차트 1위에 올려놓았고, 트웬티 포 케이 골든(24KGoldn)은 데뷔 앨범인 < El Dorado >에 수록한 ‘Mood’로 2주 연속 빌보드 핫 100차트의 정상자리를 차지했다. 몇 년 전부터 서로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모습을 비추던 둘은 글로벌한 협업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반경을 확장한다.    

‘Too much’로 소코도모와 한 차례 합을 맞춘 바 있는 프로듀서 보이콜드는 예상범주 안에서 곡을 전개한다. 기타 리프 위에 전자 드럼으로 리듬감을 만들어 록과 트랩 사이에 위치한 사운드는 싱잉에 가까운 랩메이킹이라는 장기를 여지없이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두 래퍼의 대표곡이 멜로디컬한 선율 위주의 팝 랩이라는 점에서 예측 가능한 결과다. 몸풀기가 끝나자 음악도 같이 끝나버리는 것은 흠이다. 박자감이 돋보이는 랩이나 라임을 주고받는 역동성은 모습을 감췄다. 어린 아티스트들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싱글이지만 모두 담아내기에는 3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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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SURL) ‘한바퀴’ (2022)

평가: 3/5

첫 번째 정규 앨범 < Of Us >의 발표를 앞두고 공개한 싱글인 만큼 브릿팝과 슈게이징을 비롯한 이전까지의 주된 레퍼런스를 유지했다. 변화는 가사에서 감지된다. 삭막한 현실에 체념하거나 아예 도피를 떠나던 밴드는 이제 캄캄한 방 안에서도 환상의 달나라를 꿈꾸는 법을 배웠고, 허탈하게 들리던 목소리에는 어느덧 희망의 달빛이 감돌고 있다.

2030세대의 시대정신이 된 우울과 공허함을 어루만지는 가사와 몽롱한 기타 톤의 조합에서 피어난 기시감은 아직까지 자욱하다. 그러나 정규작이라는 도약의 시점에서 억지로 뽐내기보다 오히려 더욱 소박하게 갖춘 자세가 설이 갖춘 장기적인 안목을 드러낸다. 계속해서 이어질 밴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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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Heize) ‘엄마가 필요해’ (2022)

평가: 3.5/5

이견 없는 보컬리스트 헤이즈가 < Happen > 발매 10개월 만에 돌아왔다. ‘헤픈 우연’, ‘비도 오고 그래서’, ‘Jenga’ 등 리듬감이 살아있는 알앤비를 감성적인 목소리로 견인하던 기존 히트곡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피아노와 보컬 단둘이서 만드는 음악은 무채색의 물감으로 그린 그림처럼 단순명료하게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자식에게 헌신하는 어머니에게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줄게’라 전하는 한편의 애정 어린 편지 같다.

어느 때보다 자전적이고 진심이 담긴 노래에 쓸데없는 기교는 줄였고, 가사 내용이 중요한 만큼 보컬의 소리 균형에도 힘을 실었다. 섬세하게 들리지만 귀 바로 꽂는 것처럼 과하지 않아 피로감도 적다. 어버이날을 약 한 달 앞두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모든 걸 집중한 헤이즈표 ‘부모님 전 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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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노창 ‘없는계절’ (Feat. 아이네, 씨잼, 윤훼이) (2022)

평가: 3/5

음악 감상에 있어 남의 고통에 동참할 당위 같은 건 없으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몸부림의 이유를 묻는 너그러움 정도는 있는 게 좋다. 7분이 넘는 긴 재생 시간 동안 한순간도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없는계절’은 이 여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사람은 보통 삶을 송두리째 흔들 정도의 깊은 슬픔에 잠겨 있지 않기에 우울한 이의 절규가 어색하다. 매 순간이 고통인 화자가 반복 생산하는 우울을 듣고 있으면 하루를 사는 기분을 쉽게 통제했던 경험의 낯선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화려한 피처링 명단 중 아이네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가상의 존재를 내세워 마치 해당 캐릭터가 실제 방송을 하는 것처럼 연출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스트리머. 가상과 실제를 오가는 인물이 허망한 애정을 노래하니 묘하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음울한 분위기, 전위적인 형식 등 많은 연유로 이 노래를 대중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만듦새의 측면에선 난해함을 선호하는 소수를 위한 웰메이드 퍼즐이다. 새소년의 ‘난춘’을 리믹스한 ‘없는계절’은 말 그대로 봄이 어지러운 사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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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이 ‘Dog or chick 3’ (2022)

평가: 3/5

거친 쉰 소리를 내는 목소리에 주목해보자. 목소리만 들어선 쉬이 성별을 구별할 수 없고 남자 화장실에서 바지춤을 여미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커버는 모호한 이중성을 드러낸다. ‘I rap but female 최고이자 최악 조건’. 여성 래퍼 다민이의 성별은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의 성별 지우기는 ‘매사 빡쳐 있어’ 화가 나 있는(혹은 있는 듯한) 창법을 통해 진행된다. 다민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구별짓기를 시도한다. 그는 엉덩이를 무기로 사용하고 얼굴을 실력 앞에 세우는 ‘여성 래퍼’들과 자신은 다르고 말한다. ‘힙합 한다는 계집애 방탕해지래’라는 가사로 주류 시선을 비판하지만 이 역시 앞선 ‘여성 래퍼’와 자신을 구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즉, 그는 여성 혐오적인 고정 관념을 끌어오고 동시에 이를 비판적으로 전유하나 그 기반에는 여전히 여성 혐오 논리를 바탕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하지만 이 접근이 실없거나 혹은 내실 없는 겉치레로 느껴지지 않는다. 강렬하게 와 닿는 랩 스킬과 거침없는 비유 및 표현력 덕택이다.

다민이의 랩 안에는 ‘남’부럽지 않은 욕설과 개인 서사와 한 줌의 성차별 혹은 성 전복이 담겨있다. 남성 래퍼들의 자기 과시 래퍼런스와 닮은 이 접근은 명백히 여성 혐오를 내재한다. 하지만 이를 힙합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읽을 때 해석은 달라진다. 그 방향이 어떻게 흐를지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의 다민이는 읽을거리 많은 여러모로 돋보이는 (여성) 래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