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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BIBI) ‘홍대 R&B’ (2023)

평가: 3.5/5

과거의 영광이 사라진 홍대 거리에는 처연함만이 남았다. 낮게 가라앉은 보컬, 전면에 내세운 우울한 기타 톤, 그리고 현실적으로 묘사한 가사가 제대로 어우러진다.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며 쓴 노래이기에 그 진심은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비판적인 시각을 과감하게 음악으로 승화하던 비비의 능력이 다시 또 한 번 힘을 발휘한다.

기운 없이 내뱉는 넋두리 닮은 노래와 랩에서도 솔(soul) 감각은 여전히 날이 선채 살아있다. 인디 음악의 메카에서 겉만 번지르르한 번화가로 변해버린 홍대에서 스스로를 비춰보며 하는 자아성찰이 직설적이다. 유명했던 음악의 성지에서 꿈을 꾸던 그가 꿈이 사라진 그곳에서 새로운 꿈들을 향해 쏟아내는 취중진담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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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고차일드(Woodie Gochild) ‘M.O.M.’ (2023)

평가: 2.5/5

국내외로 힙합 신을 뜨겁게 달궜던 드릴(Drill) 장르의 바람이 지나가고 레이지(Rage)의 선풍이 부는 중이다. 최근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두 앨범 릴 우지 버트의 < Pink Tape >과 트레비스 스캇의 < Utopia >가 대표하는 흐름에 우디 고차일드 역시 동참한다.

‘M.O.M'(Man of the match)을 자처하는 싱글은 트렌드 전선에 있는 사운드를 가져와 군 복무를 마친 후의 복귀를 알린다. 기존의 선보였던 멜로디컬한 랩을 성공적으로 비트에 이식하며 장르 본연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한편 강력한 한 방을 날리기에는 짧은 러닝타임, 그조차 계속 싱글 위주의 결과물을 발매했던 디스코그래피의 연장선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더불어 다시 한번 트렌드에 기대는 음악은 흐름을 적절히 이용한다기보다는 이끌려 간다는 인상이다. ‘M.O.M’의 외침이 관중에게까지 닿기에는 울림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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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케이(Young K) ‘Let it be summer’ (2023)

평가: 3/5

돌아올 데이식스의 힘찬 비행에 앞서 순풍이 불어온다. 하이키에게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한 송이를 선사하며 녹슬지 않은 감각을 선보인 영케이가 두 번째 솔로 앨범을 곧 발매하며 부지런한 날갯짓을 이어 간 결과다. 선공개 곡 ‘Let it be summer’는 기존의 서정적이고 아련한 스타일에 더해 강직한 매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숭고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완숙한 성장을 이룬 소년들이 그려갈 작품의 예고편처럼.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 단출한 코드와 박진감 넘치는 리듬은 밀레니얼 세대를 지배한 그린데이, 보이즈 라이크 걸즈 등의 팝 펑크 노선을 모범적으로 따르고, 동시에 준수한 멜로디가 한국 모던 록의 정취를 풍기며 추억의 한 장면을 쉽게 묘사해 낸다. 요소마다 올라탄 가사도 다소 보편적이나 함께 상승기류를 그리기에 충분하다. 이번 여름의 한 페이지에 청춘 송가 한편이 산뜻하게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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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유(NCT U) ‘Baggy jeans’ (2023)

평가: 3/5

늘 그랬듯 사운드의 미학을 음악으로 완성했다. 힙합을 베이스로 묵직한 저음의 신시사이저, 호흡에 맞게 텐션을 조절하는 전자음이 정확히 어우러지며 청각적 쾌감을 만들어 낸다. 멤버 마크, 재현이 낮게 읊조리는 ‘Baggy jeans’라는 파트까지 힘주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매력적으로 강점을 준 부분 역시 만족스럽다.

그룹의 ‘멋’을 흘러내린 배기 진에 비유한 콘셉트도 적절하다. 어렵지 않은 소재로 확실한 음악적 이미지 제공했다. 종잡을 수 없는 NCT 세계관에서 벗어나 직관적인 주제로 음악을 펼쳤다. 취향을 타는 고유한 사운드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확장해 오고 있음에도 매번 그 선택이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건 이처럼 흡입력 있는 선율과 틈 없이 채운 사운드 소스의 합이 만든 성과다. 이번에도 잘 빚었고, 멋지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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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연 ‘Picture’ (2023)

평가: 2.5/5

DJ 활동을 병행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혀나가고 있는 효연의 흥겨운 댄스팝이다. 곡 전반에 걸쳐 뭄바톤 분위기의 리듬 위에서 옥타브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특징적인 리드 사운드가 흐른다. 괜찮은 비트와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보낸 팝 가수 제니퍼 로페즈를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 콘셉트가 퍽 어울리게 섞인다. 이렇게 그의 감성을 제련하는 데에 성공할 즈음 몇몇 도드라지는 단점이 귀에 들어와 얼마간의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다.

가장 먼저 귀에 걸리는 지점은 단조로운 보컬이다. 효연은 원래 가창력을 자랑하는 스타일의 보컬은 아니지만 뉘앙스 표현에는 장점이 있는 가수다. 반면 ‘Picture’에선 건조한 톤과 곡에 달라붙지 않는 발음 때문에 보컬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 안전하게 움직이는 곡의 구성도 더 나았을 경우의 수를 상상하게 만든다. 뭄바톤과 효연의 조합은 훌륭했지만, 결과적으론 조금의 고민이 더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