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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Album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Station To Station’ (1976)

평가: 4.5/5

저명한 기자 출신 음모론 작가 데이비드 사우스웰은 1970년대 중반 데이비드 보위의 프리메이슨 행적과 나치 찬양을 비난하면서도 ‘1970년대의 가장 훌륭한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며 그를 변호했다. 코끼리도 쓰러트릴 만큼의 코카인 중독과 그 유명한 ‘앤지’ 보위와의 순탄치 않은 관계는 편집증에 빠진 백색 신사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를 잉태했고, 무감정 무감각의 새 마스크를 쓴 보위는 그 자신을 약에 반죽해 시대의 명작을 빚었다.

부서진 벽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앨범 커버가 상징하듯 < Station To Station >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개선의 신작이다. 지기 스타더스트가 선도했던 글램 록 지형을 토대로 하여 < Young Americans >에서의 블랙 뮤직 실험을 거쳐 주조한 ‘플라스틱 소울’, 독일에서 발생한 실험적인 전자 음악(크라우트 록, 아방가르드 록)을 모두 융합했다. 단 여섯 곡으로 보위 개인의 커리어 뿐만 아니라 사실상 1970년대 팝 시장의 과도기를 총망라한 셈이다.

스스로 ‘미친 예언가, 냉철한 영혼, 도덕을 초월한 좀비’라 묘사했던 씬 화이트 듀크의 10분짜리 장대한 계시록 ‘Station to station’이 시작부터 혼을 빼놓는다. 크라프트베르크의 전자음과 프로그레시브의 점진적 거대함을 기타 리프로 천천히 거대하게 쌓아나가고, 후반부를 수놓는 로큰롤 서사시는 같은 시기 밴드 퀸을 연상케 하는 극적인 보컬과 중독적인 외침으로 열띤 광기의 설교를 펼친다. 유대교 음모론 카발라(Kabbalah)와 속세를 부정하는 영지주의(Gnosticism)의 심오함이 차가운 목소리에 실려 간다.


< Diamond Dogs >부터 합류한 얼 슬릭(Earl Slick)과 새로운 데이비드 보위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알로마(Carlos Alomar)의 더블 기타는 펑키한 리프부터 지글거리는 솔로까지 전 방면을 커버하며 릭 웨이크먼의 공백을 지운다. 펑키(Funky)한 기타 리프가 넘실대며 무심한 코러스로 무아지경의 그루브를 일구는 ‘Golden years’는 애타는 리듬의 향연으로 히트 싱글이 되었다. 좀 더 거칠고 화끈한 그루브의 펑키함을 찾는다면 ‘Stay’를 권한다. 기타 두 대와 리듬 충만한 베이스로 빚어낸 하드-펑크(Funk) 록의 향연은 6분이라는 시간을 쏜살같이 지나가게 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이 스트리트 밴드(E-Street Band) 멤버로 유명한 로이 비탄(Roy Bittan)의 건반 사운드가 주도하는 파트는 아방가르드의 영향을 보여주면서도 초기 글램 록 시절 보위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경쾌한 피아노 선율로부터 출발하여 하드 록 리프로 전환되는 ‘TVC 15’의 후반부는 무아지경으로 반복되는 후렴구와 부유하는 기타 사운드를 통해 새로운 몽환을 실었고, 부드러운 피아노 발라드 ‘Word on a wing’은 ‘Oh! You pretty things’나 ‘Aladdin sane’ 등의 초창기 감성을 실어나른다. 그 어떤 보위의 노래보다도 쓸쓸한 ‘Wild is the wind’는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깔끔한 양복을 입고 단정히 머리를 빗어넘긴 씬 화이트 듀크 캐릭터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사실이 페르소나는 지구에 불시착한 신사 외계인을 다룬 영화 < 지구에 내려온 사람 >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보위의 집착이 낳은 인격체였지만, 말쑥한 외모의 금발의 신사는 너무도 멋져 그 유혹을 거부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우유, 후추, 코카인’의 3종 세트로 하루하루를 때우는 나날들이었지만 백작은 항상 고귀했다.

결국, 문제가 터져 나왔다. 단 하루도 약에 취해있지 않은 날이 없다 보니 각종 해괴한 에피소드들이 불명예스럽게 발목을 잡았다. 라디오 방송에 나와 ‘영국은 파시스트 지도자를 기다린다’를 외쳤고, 공공 행사에서 히틀러를 찬양하며 록스타로 우상화한 것도 모자라 자랑스럽게 나치식 인사를 건넸다. 온갖 미신에 사로잡혀 그야말로 ‘미친 짓’들을 거리낌 없이 행했으며, 악마를 숭배함과 동시에 비밀 오컬트 종교 조직과 결탁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예술적 성취의 빛은 나날로 바랬다.

비록 < Station To Station >은 데이비드 보위의 경력 중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명반이었지만, 예술성만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코카인의 양도 치사량을 훌쩍 넘었다. 앨범 한 장을 끝으로 보위는 자신의 두 번째 페르소나를 폐기했고, 곧바로 스위스 제네바로 떠났다. 광기 어린 영혼을 진정시키고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현재도 보위는 앨범에 관한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명작이지만, 한편 그 자신에게나 팬들에게나 씁쓸한 괴작이기도 하다.

– 수록곡 –
1. Station to station 
2. Golden years 
3. Word on a wing
4. TVC 15 
5. Stay 
6. Wild is the wind 

7. Word on a wing (Live Bonus Track)
8. Stay (Live Bonus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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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아이유(IU) ‘Chat-Shire'(2015)

평가: 3.5/5

뒤죽박죽이기에 더욱 찬란한 나이, 스물셋


작품의 전권을 아티스트에게 넘겼다는 사실은, 지금은 뭘 해도 되는 시기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음악적 재능에 대한 믿음 또한 굳건해졌음을 반증한다. 그렇게 부여받은 프로듀서의 권한을 그녀는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다. 대규모 스케일로 대변되는 히트곡 공식 대신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비교적 소소하게 꾸민 방 안에 세를 놓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다. 주로 디렉터가 만든 큰 틀에서 ‘연기’를 해왔던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결의 결과물인 탓에, ‘전작보다 좋은가?’와 같은 단순 비교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노랫말들이 담고 있는 심상은 여느 두꺼운 수필집마냥 풍부하고, 그 또한 순식간에 번져나가길 원하는 강렬한 감정들이다. 방송활동 대신 콘서트 중심의 프로모션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프라이빗한 속성으로 하여금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듣거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들려주기에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직접 써내려간 이야기들엔, 이십대 초반의 그 자신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그 속엔 일관성도 없고, 때론 모순이 드러나기도 한다. 누군가에 대한 원망도 있으며 반대로 다신 만날 수 없는 이에 대한 그리움도 있다. 그렇게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는 트랙들을 하나 둘 따라가다 보면, 종잡을 수 없는 아이유라는 생각지도의 완성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첫번째 주자로서 길잡이 역할을 자처하는 필리 소울 스타일의 ‘새 신발’, 사랑하는 이를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의 제제에 비유해 표현한 둔탁한 비트의 ‘Zeze’부터 이것은 자신의 이야기임을 명확히 암시한다. 이어 여러 음색의 다채로운 활용이 돋보이는 타이틀 ‘스물셋’은 인간 아이유와 연예인 아이유 사이에 생겨나는 혼란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전부터 < Modern Times >(2013)의 ‘누구나 비밀은 있다’와 해당 곡에도 참여한 바 있는 가인의 ‘진실 혹은 대담’을 통해 슬쩍 내비쳐왔던 이슈이기도 하다.

‘모두가 아는 그 여자’를 모티브로 한 ‘Red queen’과 ‘안경’에서도 이 기조는 이어진다. 판단하는 자와 판단 당하는 자,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자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자는 레트로 풍의 리드미컬한 사운드, 후자는 보컬이 주는 무심함과 시니컬함의 대비를 통해 주제의 무거움을 상쇄시킨다. 여기에 ‘Rain drop’처럼 비오는 거리가 연상되는 풋풋한 사랑의 노래 ‘푸르던’과 가장 에두름 없이 그리움을 써내려간 ‘무릎’, 그리고 두 개의 보너스 트랙까지. 자신의 무기라고 할 만한 어쿠스틱 트랙들이 더해지며 스물 세 걸음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는 마을의 유랑기가 완성된다. 자신의 의지를 담아 야무지게 꾹꾹 걸어낸 한걸음 한걸음이기에, 가창자의 흔적이 여느 때보다도 짙게 남아있다.

사실 음악만으로 보자면, 블록버스터를 지향했던 정규작에 비해 심심한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단출하면서도 담백한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자작곡이 늘어나며 감지되는 송라이팅 능력의 한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빈 부분을 메우는 것이 바로 가사다. 음악에 있어 노랫말의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그는 적확한 언어로 자아를 작품에 투영해 내며 음악을 듣는 이들의 공감을 획득하는데 성공한다.

그녀의 프로듀싱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만의 감성을 사람들이 알아들을 있도록 풀어낼 줄 아는 이야기꾼이며, 동시에 그것을 적합한 선율에 태워 퍼뜨리는 능력 또한 탁월함을 이 앨범을 통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트렌드에 맞춘 소모적 작업이 아닌, 사진을 찍듯 지금의 자아를 새겨둔 작업. 그렇기에 더 긴 생명력을 갖게 될 곡들. 전작의 평가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다른 갈래의 수준급 작품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생겨난다.

생각해 보면 스물셋은 자기 자신을 알기엔 턱없이 부족한 나이다. 더군다나 항상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연기해야 하는 이들은 오죽할까. 세간의 비난을 일축하는 ‘어느 쪽이 진짜게’라는 질문은, 즉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타인이 판단하는 내 모습은 얼마나 무의미한가. 어차피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것이, 아니 한 시간 전 다르고 한 시간 후 다른 것이 지금의 나인데. 이처럼 순간순간 파도처럼 밀려왔다 쓸려가는 수많은 생각들을 꼼꼼히 기록한 이 자기고백은 이전의 디스코그래피와 또 다른 의미 있는 흐름을 개척해 나간다. 아마 시간이 지나 그의 노래가 듣고 싶을 때보다는 그의 이십대 초반은 어땠는지 궁금할 때 다시금 꺼내 들을 앨범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알게 되겠지. 이지은이라는 아이의 스물셋은, 이토록 뒤죽박죽하기에 더욱 찬란했노라고.

– 수록곡 –
1. 새 신발 
2. Zeze
3. 스물셋 
4. 푸르던 
5. Red Queen (Feat. Zion. T)
6. 무릎 
7. 안경
8. 마음 (CD Only)
9. Twenty three (CD 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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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Low’ (1977)

평가: 5/5

베를린 3부작 : 천재에서 예언자로

1976년 데이비드 보위는 향락에 가득했던 하얀 백작 시대를 폐기하고 스위스 제네바 호수에서 안정을 취했다. 수많은 가십과 당시의 상황이 대변하듯 그는 정상이 아니었고, 마약이 할퀴고 간 심신은 풀 한 포기 나지 않을 정도로 황폐해져 있었다. 공허한 상업적 성공을 뒤로하고 그가 찾은 탈출구는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악명높은 ‘육지의 섬’ 서베를린이었다. .

< Station To Station >으로 깔아놓은 변화의 촉매제는 1970년대 한창 부상하던 크라우트 록이었다. 히피 시대의 허망함을 채운 화려함이 글램이었다면 그 이후 해체주의, 전위주의의 포스트 모던은 독일의 실험적이면서도 난해한 일렉트로닉-신스팝으로 발현했다. 최첨단 과학 기술을 빌려 과학 기술을 비판하는 현대적인 전자음악은 이전부터 보위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있었다.

흔히 이런 독일의 일렉트로닉 때문에 보위가 서베를린으로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지만 사실은 다르다. 1970년대 당시의 서베를린은 동독으로부터 둘러싸인 ‘육지의 섬’이었고 미군의 조달 물자에 의존하는 도시였으며, 게다가 노이나 크라프트베르크 같은 팀의 본거지는 서독의 손꼽히는 부유한 도시 뒤셀도르프였다. 사실 서베를린 선택은 쾌락에 중독된 미국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고립된 환경에서 작업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컸다.

지친 과거의 스트레스를 승화라도 하듯 보위는 ‘육지의 섬’에서 심혈을 기울였다. 완벽한 실험의 결과를 위해 보위는 명실상부한 음악 실험자이며 디자이너인 브라이언 이노를 초청하였고 글램 록 시기 영광을 함께했던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를 다시 불렀다. 자칫 거칠고 소외될 수 있었던 실험을 깔끔한 배치와 구조로 잡아내며 3부작에 불멸을 부여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3인조가 향한 곳은 중세시대 영주의 성을 전위 음악가 미셸 마네가 개조한 프랑스의 스튜디오, 샤또 드 에후빌이었다.

황량한 감정에 오싹한 ‘초자연적인 경험’까지 더해진 < Low >는 이미 발매 당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혁신으로 중무장한 앨범이었다. 그런데도 난해하기는커녕 기존 보위 스타일을 이어가며 새로운 요소들을 맞춰가는 ‘지속 가능한 진화’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진입 장벽 낮추기는 사이드 A면에 집중되는데, 2분에서 3분 내외의 구성, 인스트루멘탈과 가사의 왕래를 통해 유기적인 흐름을 형성한다.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알로마의 진한 기타 솔로를 통해 어두운 감정을 형상화한 ‘Breaking glass’와 특유의 경쾌한 피아노 연주로부터 출발해 강렬한 로큰롤을 뽑아내는 ‘Be my wife’ 등은 기존 팬들에게도 익숙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특히 펑크(Funk) 기타 리프에 소울 풍의 보컬을 더한 ‘Sound and vision’은 이 시기 데이비드 보위를 대표하는 싱글 중 하나다.

브라이언 이노의 신시사이저는 때로는 공허하게, 때로는 활기차게 곳곳에 배치되지만, 전체 그림을 깨지 않을 정도의 기막힌 균형을 맞춘다. ‘What in the world’의 리드 부분에서 오묘함과 기괴함을 더하면서도 훅 부분에서는 절묘하게 자리를 비울 줄 알고, 익살스러운 멜로디를 전개하면서도 밥 딜런 스타일의 보컬에 마약 중독 시기 실화를 노래하는 ‘Always crashing in the same car’의 중간 부분에서는 비장미를 가득 품는다. 제목 그대로가 데이비드 보위의 상황을 상징하는 ‘A new career in a new town’은 하모니카 연주와 더불어 약간의 설렘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투영한다.

사이드 B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미니멀리즘 실험을 집대성한다. 브라이언 이노의 무의식과 데이비드 보위의 치열한 곡 설계로 꾸며진 6분짜리 아트 록 교향곡 ‘Warszawa’는 그야말로 압권으로, 100가지 버전의 목소리와 네 장의 파트, 신비로운 노랫말을 담은 베를린 3부작의 하이라이트다.

여기에 반복적인 신시사이저 루프가 짙게 내려앉은 ‘Art decade’, 가곡 ‘Scarborough fair’의 멜로디를 창의적으로 변용한 ‘Weeping wall’, 재즈 색소폰 연주와 대비되는 비장미의 ‘Subterranean’의 앰비언트 3형제가 실험을 무사히 호위한다.

< Low >는 대중이 기대하는 팝과 아티스트 본연의 실험 정신을 한데 버무려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당대의 미학 기조와 철학계의 기조까지 부합했다. 핑크 플로이드의 프로그레시브나 성난 펑크 록 대신에 보위는 앰비언트를 설정했고 펑크 사후의 포스트-펑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980년대의 뉴 웨이브와 1990년대 암울한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트립합 등은 모두 이 앨범의 녹을 먹었다.

피폐한 정신의 천재 백작이 육지 한가운데 차가운 냉전의 섬에서 예언자로 거듭난 것이다. 글램 록 시대 이후 데이비드 보위 앨범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며, ‘베를린 3부작’ 중에서도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

– 수록곡 –
1. Speed of life 
2. Breaking glass 
3. What in the world
4. Sound and vision 
5. Always crashing the same car
6. Be my wife 
7. A new career in a new town 
8. Warszawa 
9. Art decade
10. Weeping wall 
11. Subterran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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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Young Americans’ (1975)

평가: 4/5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커버곡 모음집 < Pin-Ups >의 충격을 끝으로 한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사라졌고, 주요한 음악 파트너 믹 론슨과 화성에서 온 거미 밴드는 해고되었다. 포스트 지기 시대의 막을 올린 < Diamond Dogs >는 현대에서는 재평가받으나 발매 당시에는 ‘괴작’이라는 악평을 피하지 못했다. 위기라면 위기라 할 수 있었던 1975년의 음악적 공백기, 하지만 데이비드 보위의 관심은 대중의 예측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1975년 발매된 아홉 번째 정규 앨범 < Young Americans >는 플레이 버튼을 누른 수많은 이들에게 당황스러울 정도의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부드러운 필리 소울의 고향 필라델피아에서 흑인음악에 심취한 보위는 당대 최고의 세션 멤버들과 함께 블루 아이드 소울 싱어의 작품을 구상하기에 이른 것이다. < The Man Who Sold The World > 이후 연이 없었던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와 재결합했고, 최고의 세션 베이시스트라 평가받는 윌리 윅스(Willie Weeks)와 전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드러머 앤디 뉴마크(Andy Newmark)까지 합류했다. 심지어는 대단한 비틀스까지.

비록 그 자신은 ‘플라스틱 소울’이라 명명하며 겸손했지만, 그 결과물은 여느 백인 아티스트들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에 있었다. 그루브 넘치는 드럼과 퍼커션 리듬 위에서 색소폰이 하늘하늘 춤을 추고 가스펠적 코러스가 터져 나오는 톱 트랙 ‘Young americans’부터 의심스러운 눈빛은 녹아내린다. 유명 재즈 색소폰 주자 데이비드 샌본(Daivd Sanborn)과 < Aladdin Sane >부터 함께한 건반주자 마이크 가슨의 대단한 투톱 연주에 보위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야말로 천상궁합이다.

1970년대 중반을 휘어잡던 디스코와 펑크 리듬도 빼놓을 수 없다. ‘Fascination’은 훗날 세계적 R&B 스타로 거듭나는 루더 반데로스와 함께 펑키한 기타 리프로 매혹스러운 리듬을 빚는다. 제임스 브라운의 유산으로 만들어낸 후렴구의 ‘Right’과 1950년대 두웁 밴드 더 플레어스(The Flairs)의 기타리프를 빌려 보위의 첫 미국 차트 1위 곡이 된 ‘Fame’ 등, 텐션을 조절하며 원류의 느낌을 살리고 감칠맛을 더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매니저로 더욱 명성을 얻은 평론가 존 랜도(John Landau)는 이 앨범에 ‘소울에 빠진 영국 팝, 결론은 배척 대신 융합’이라는 평을 내렸다. 비록 작품은 데이비드 보위의 커리어 중 특정 장르의 느낌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이지만, 카멜레온이라는 별명의 소울과 R&B에 깊은 멜로디를 버무리며 확고한 이름을 새긴다. 부드러운 팝 발라드 ‘Win’과 가스펠의 느낌이 더욱 도드라지는 ‘Somebody up there likes me’, 산들산들 한 기타 리프와 스트링 사운드가 감미로운 ‘Can you hear me’ 등에서 앨범 커버의 중후한 신사 보위를 느낄 수 있다.

‘Young americans’ 후반부 ‘I read a news today, oh boy’ 한 줄로 예고된 존 레논의 참여는 장르적 변화에 색다른 스타의 손길을 더했다. 오노 요코와의 별거 기간이었던 ‘잃어버린 주간’ 시절, 엘튼 존과 믹 재거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교류하던 존 레논은 ‘Across the universe’ 리메이크와 ‘Fame’에 공동 작곡, 백보컬로 참여하며 데이비드 보위에게도 비틀즈의 은총을 내렸다. 글램 록의 화려함에 다소 저평가 받던 보위의 음악에 ‘립스틱을 칠했을 뿐인 로큰롤’이라는 정확한 분석을 제공한 것은 덤.

과감한 변신이었음에도 < Young Americans >는 영국 앨범 차트 2위,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9위에 올랐으며 다채로운 요소들을 통해 든든한 음악적 가교를 놓았다. 순조롭게 신무기를 장착하고 난 보위는 이제 더 큰 세계로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술과 코카인, 헤로인의 백색 가루에 취한 두 번째 페르소나,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의 등장이다.

– 수록곡 –
1. Young americans 
2. Win
3. Fascination 
4. Right 
5. Somebody up there likes me
6. Across the universe 
7. Can you hear me
8. F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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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Aladdin Sane’ (1973)

평가: 4.5/5

화성인 지기 스타더스트가 지구인들의 넋을 열심히 앗아가던 1972년, 데이비드 보위의 창작력은 절정에 가까웠다. 인기를 얻은 천재의 머릿속에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용솟음쳤다. 손쉬운 영국 정복 후 9월부터 3개월 동안 20개 도시를 도는 미국 투어를 떠났음에도, 활활 타오르는 영감은 계속해서 세상에 결과물을 뿜어냈다.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음악 동지 루 리드를 도와 불세출의 < Transformers >를 프로듀싱했고, 이기 팝을 통해 펑크 록의 씨앗을 심었으며, 수많은 아티스트와 교류했다. 하지만 보위가 진정 대단한 것은 이 모든 것과 동시에 또 다른 명작을 녹음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더벅머리 포크 청년의 모습에서 기괴한 번개무늬를 단 외계인으로 돌아온 < Aladdin Sane >은 짧은 제작 기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걸작이었다. 이른바 ‘미국에 간 지기(Ziggy Goes To America)’는 투어 동안 스펀지처럼 신대륙의 음악 요소를 흡수했고, 이를 앨범에 깊이 녹여냈다. 때문에 환희에 가득한 가스펠적 합창도 있고, 피아노가 주도하는 소울과 재즈, 블루스의 형태도 목격된다. 근간에도 소홀하지 않아서 초기부터 간직해온 포크의 정서와 < The Man Who Sold The World >의 헤비함도 버무려냈다. < Hunky Dory >이 새콤달콤한 종합 사탕 세트라면, < Aladdin Sane >은 보다 진한 맛의 초콜릿 세트랄까.

‘Watch that man’에서부터 시작되는 기타리스트 믹 론슨의 거침없는 기타 플레이가 맨 먼저 귀를 사로잡는다. 경쾌한 리프 연주에서부터 헤비한 드라이빙을 선사하는 ‘Panic in Detroit’, 흥겨운 블루스 스타일 리프에 기타 솔로를 작렬하는 ‘Jean genie’, ‘Cracked actor’ 등 데이비드 보위 밴드에서 단연 돋보이는 연주력을 과감히 발현한다. < The Man Who Sold The World >부터 전작의 ‘Hang on to yourself’, ‘Suffragette city’ 등을 통해 드러난 데이비드 보위의 하드 록 트랙들은 1970년대 딥 퍼플, 레드 제플린 등의 결과물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전통 지기 스타더스트의 산물이다.

기본 색채에 안도했다면 발전과 더불어 신기술을 도입한 보위의 재능에 또 한 번 놀랄 준비를 해야 한다. 현악 오케스트라와 작별을 고하고 피아노와 기타를 전면으로 내세운 새로운 데이비드 보위는 거듭되는 융합을 통해 혁신을 창조해낸다. 로큰롤 리듬을 빌려 가스펠적 합창을 더 한 롤링 스톤즈 풍의 ‘Watch that man’은 사실상 큰 변화의 시작인 셈이다 (실제로 롤링 스톤즈의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를 커버한 앨범이다.). 재즈 스타일의 피아노 연주가 빛나는 ‘Aladdin sane’, 두웁 스타일의 그루브를 삽입한 ‘Prettiest star’ 등 새 옷도 이렇게 멋지게 잘 입을 수가 없다. 특히 건반 주자 마이크 가슨(Mike Garson)의 아방가르드적 피아노 독주가 빛을 발하는 마지막 ‘Lady grinning soul’은 단연 압권이다.

수많은 찬사에도 그러나 ‘Time’을 빼놓는다면 앨범 전체를 놓친 셈이나 마찬가지다. 5분에 달하는 성대한 괴짜 뮤지컬인 이 곡은 보위의 극적인 보컬과 긴장감 넘치는 피아노 선율, 혼란스러운 기타 연주가 마구 섞이며 감정을 마구 헤집어놓는다. 지기 스타더스트 페르소나의 완벽한 표현이며, 혼돈과 질서, 유명세와 과시욕을 제대로 녹여낸 ‘Time’은 ‘Space oddity’, ‘Life on mars?’를 잇는 완벽한 초기 데이비드 보위의 명곡이다.

비록 전작만큼 명확한 캐릭터 형성과 스토리텔링을 통한 자극은 아니었지만, 신속한 후속작으로 보위는 UK 앨범 차트 1위, 빌보드 앨범 차트 17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슈퍼스타의 지위를 입증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계도 작품을 극찬했다. 그토록 그가 갈망했던 대중의 사랑과 관심은 기괴한 중성 주의 번개 외계인의 자신에게 넘치도록 전해졌다. 무대 위의 지기 스타더스트가 더욱 미쳐 날뛸수록 그 애정은 배가 되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을 거대한 인기의 행렬 속에서 새로운 슈퍼스타를 받들던 1973년 4월, 그리고 3개월 후에 지기 스타더스트는 영영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누구의 소행도 아니었다. 데이비드 보위가 직접 그 손으로 절친한 친구 외계인을 죽인 것이다.

– 수록곡 –
1. Watch that man 
2. Aladdin sane 
3. Drive in Saturday
4. Panic in Detroit 
5. Cracked actor
6. Time 
7. Prettiest star
8.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
9. Jean genie 
10. Lady grinning 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