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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킴 (2019)

과격한 ‘Sal-Ki‘로 김예림을 살해한 림킴은 < Generasian >으로 본인의 이미지 변신이 즉흥적인 일탈이 아님을 증명하려 한다. 얼마나 독한 결심인지 이름과 배경 지식을 가리면 그 누구도 과거의 그가 < 슈퍼스타 K3 >의 투개월로 데뷔한 솔로 가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다. 유년기 유학 경험으로부터 발견한 ‘동양’과 ‘여성’의 정체성 아래, 거칠고 파괴적인 선동과 실험을 이어가는 림킴에게선 일단 ‘단단히 준비된’ 모습이 포착된다.

‘민족요’의 수미상관 구조 속 노래들은 확실히 충격과 공격, 전복을 의도하고 있다. 긴 공백기의 내면 탐구 과정을 호기롭게 ‘신세계’라 선언하는 ‘민족요(Entrance)’의 우리 가락부터 ‘아시아 현상’을 노래하는 ‘Yellow’, 인더스트리얼으로부터 잔뜩 벼린 날붙이들의 거친 충돌 ‘Digital khan’과 신비로운 ‘Mong’, ‘Yo-Soul’까지. 프로듀서 노 아이덴티티(No identity)와 림킴은 전에 없던 소리와 전에 없던 콘셉트를 향해 거침없이 진군한다.

변화의 중심축이 잘 잡혀 있어 그 결과물도 나쁘지 않다. ‘호접몽’의 개념을 빌린 ‘Mong’과 마법(Magic)의 동양 개념 ‘Yo-Soul’의 신비로운 멜로디에서 림킴은 자연스러운 뮤즈가 되어 최적의 가창을 들려준다. 본인이 보컬보다 더 자연스럽다고 밝힌 랩도 ‘Sal-Ki‘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일본 교복, 조신함, 중국 경극 등으로 희화화된 동양 여성의 고정관념을 비틀어 반항하는 ‘Yellow’의 삐딱함, ‘Digital khan’의 당당함 모두 무리 없이 소화한다.

유교 문화권 하의 억압적인 젠더 구조, 가부장제 사회 속 고통받는 한국 여성들에게 림킴의 행보와 음악은 상당한 카타르시스로 다가온다. 동시에 < Generasian >은 무국적을 지향한다. 인터넷 시대 ‘디지털 유목민’을 유목 민족의 지도자 ‘칸’으로 격상하여 ‘Digital Kahn’이라 선포하고, ‘민족요(Entrance)’를 제외한 모든 곡을 영어 가사로 쓴 것이 그 증거다. 언뜻 장점 같지만, 언어나 문화 등 민족적 색채를 더 강화하는 것이 최근 세계 시장에서 더 호응을 끌어냄을 고려해보면 단점이다.

림킴은 수많은 아시아 여성 뮤지션들의 발화에 분노와 전통의 언어를 더하며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우리의 민속 음악, 실험적인 테크노, 힙합을 자유로이 풀어내는 모습은 영국의 엠아이에이(M.I.A), 아프리카 토속의 리듬을 전자음으로 풀어낸 뉴욕의 제이린(Jlin)을 연상케 한다. 아시아의 경우 대만의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 등 중화권 위주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정체성을 당당히 표현하며 편견에 맞서고 있는데, 림킴이 이 흐름을 영리하게 포착했다.

아티스트 개인에게 < Generasian >은 훌륭한 ‘전세 뒤집기’지만 그것이 우리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작품인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대개 독특한 콘셉트로 승부하는 아티스트들은 구성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권을 꽉 쥐고 있는데, 림킴의 ‘동양 여성’은 자주적인 모습 아래 앞서 언급한 레퍼런스와 프로듀서의 색채가 꽤 짙다. 거친 신생 혁명 여전사의 성공 여부는 정체성의 활용과 정체성에 매몰되는 것 사이의 진지한 고민에 달려있다.

– 수록곡 –
1 민족요 (Entrance)
2. Yellow
3. Mong
4. Digital khan
5. Yo-soul
6. 민족요 (E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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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Feel Special'(2019)

평가: 2.5/5

박진영이 있기에 트와이스는 ‘스페셜’하다. 지난 4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온 케이팝 최전선 아이돌 그룹의 현재, 멤버 미나의 휴식 선언과 지효의 열애설 등 복잡했던 배경을 ‘세상이 아무리 날 주저앉혀도 / 아프고 아픈 말들이 날 찔러도 / 네가 있어 난 다시 웃어‘라는 노랫말로 진솔히 풀어낸다. 가끔 투박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런 비즈니스 이면의 진심 어린 접근이 여타 3대 기획사와 차별되는 JYP만의 강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Feel special’을 특별하지 않게 만든 존재 역시 박진영이다. 해외 작곡가들과 함께 구축한 투스텝 하우스 사운드는 세련된 데 반해, ‘Signal’과 마찬가지로 멜로디 라인이 구식이다. 원더걸스, 미스에이까진 유효했던 JYP 특유의 마이너 코드 선율이지만 2019년의 트와이스에 어울리진 않는다. 달콤함과 차가움 사이서 길을 잃었던 ‘Fancy‘에 비해 확실한 성숙을 지향하며 일관된 모습은 있으나, 그 완성도나 표현의 방법은 역대 트와이스의 곡 중 최하위권이다.

반면 앨범은 꽤 들을 만하다. 타이틀 트랙이 만들어놓은 쓸쓸하고 차분한 분위기 아래 도회적이고 시크한 일렉트로 팝을 잘 배치한 덕이다. 해외 작곡가들의 대거 참여로 ‘Feel special’과 비교할 수 없는 세련된 맛이 있으며, 멤버들의 가창은 어리숙했던 < Fancy You >와 비교해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클린 밴딧(Clean Bandit)을 연상케 하는 ‘Rainbow’는 묵직한 베이스라인과 청량한 건반 및 보컬을 대비하여 힘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라이언 전의 ‘Get loud’에선 휘파람 소리와 더불어 멤버들의 가라앉은 보컬이 차가운 무드를 조성하고, 그 흐름은 트랩 비트와 2000년대 초 신스 팝을 교배한 ‘Trick it’에서도 성공적으로 이어진다. 다만 흥을 깨는 어리숙한 랩과 ‘Trick it’ 추임새는 없는 것이 더 좋았다. 심은지가 작곡한 ‘Love foolish’는 단연 ‘시크 트와이스’의 최고 곡 중 하나.

여러 모로 부족했던 < Fancy You >를 발판 삼아 트와이스의 관성을 깨고자 노력한 모습이 들린다. 전작처럼 구성이 어설프지 않은 데다 새로운 서사를 잘 도입한 덕에, 특별한 지점은 없어도 자연스레 그룹의 새로운 전기를 그릴 수 있게 됐다. 팬덤 원스(Once)에게는 더욱 애틋할 성장 스토리다.

다만 그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 박진영이라는 사실이 딜레마다. 팀 내외 이슈가 겹치며 흔들릴 수 있었던 상황을 ‘JYP 찬스’로 잘 해결했다고 볼 수 있지만, 성숙과 세련된 모습으로의 전환에 ‘Feel special’은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블랙아이드필승과 JYP의 익숙한 문법은 여기까지만. ‘Dance the night away‘나 ‘Breakthrough’ 같은 타 작곡가의 작품이 트와이스의 ‘스페셜한’ 앞날에 더 어울려 보인다.

– 수록곡 –
1. Feel special
2. Rainbow
3. Get loud
4. Trick it
5. Love foolish

6. 21:29
7. Breakthrough (Korean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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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Fall To Fly 後'(2019)

평가: 4/5

이 음반에 새로움이나 재발견은 없다. 이승환은 여전히 양질의 소리샘으로 음악을 뽑아내고, 가창의 정점을 찍는 서정적인 발라드, 특유의 창법이 맴도는 거친 록 트랙, 코러스를 무겁게 담아 힘을 주는 구성의 반복까지, 앨범에는 그간 그의 작법이 여기저기 들어차 있다. 5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발매된 자그마치 정규 11집의 나머지 ‘반쪽’은 그렇게 지금까지의 이승환을 집대성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차용에 ‘먼지’가 날리지는 않는다. 그는 이번에도 젊고 활력 넘치며 청춘의 사랑과 중년의 뭉근함을, 또한 사회 저항적 메시지를 옹골차게 들여온다.

밝은 분위기의 첫 곡 ’30년’으로 지난날을 회고하다가 이내 ‘나는 다 너야’, ‘너만 들음 돼’로 전달하는 생생하고 생기 어린 사랑의 발화는 이승환의 시선이 여전히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뷔 30년 차가 된 그는 지금까지 운동하며 세상을 본다. ‘어린 왕자’의 타이틀이 과연 과하지 않다.

전반부가 밝고 조금은 힘을 푼 채로 노래한다면 중, 후반부는 이승환 스케일의 화려함을 뽐낸다. 진면목은 ‘Do the right thing’. 나머지 반쪽이자 먼저 나왔던 정규 11집의 앞면인 < Fall To Fly 前 >의 ‘Star wars’와 상응하는 이 곡은 펑키하고 록킹하며 재즈의 자유로움과 코러스의 흥겨움으로 중무장했다.

말 그대로 ‘자본’과 ‘음악성’이 만난 좋은 예. 꼼꼼하게 채워진 사운드에 귀가 즐겁고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져 끝나는 마무리에 노래가 탄탄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전작의 ‘내게만 일어나는 일’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10억 광년의 신호‘는 피아노와 현악기로 공고한 감성의 탑을 쌓는다. 차오르고 터트리고 벅차오르는 호흡 아래 모스부호와 같은 효과음으로 무언가의 메시지를 던지는데 이는 어렵지 않게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와 피해자에게 향한다. 음악적 우회를 통한 ‘대화의 가능성’은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다.

반면 ‘돈의 신‘에는 냉철한 비판이 담겨있다. 록 오페라 형식으로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 등의 은유를 장착한 이 곡은 록의 시원시원함을 경유해 과거 정권에 일갈을 날린다.

한 곡, 한 곡의 확실한 정체성은 밝음과 어두움을 두서없이 오가는 음반 구성의 단점을 상쇄한다. 기존 이승환의 대표 발라드인 ‘천일동안’,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풍의 ‘백야’ 이후 강렬하게 달려 나가는 ‘돈의 신‘이 배치되고, 자글자글한 사운드를 겹쳐 올리며 만든 발라드 ‘그저 다 안녕’ 이후 미니멀한 사운드의 찰랑찰랑한 기타가 중심인 ‘생존과 낭만 사이’가 이어진다.

다시 한번 이 들쭉날쭉함의 경계는 곡 단위 확실한 콘셉트와 완성도가 무마시키니 웃다가 슬프고, 설레다가 마음 아픈 진행은 매 순간 현재가 된다.

5년에 걸쳐 만들어진 정규 11집은 그래서 ‘이승환의 현재’다. 지금껏 그의 음악적 질료들로 재생산한 이 음반에는 어떤 타협도 없다. 확실하게 사랑하고, 비판하고, 노래한다. 그 와중 대중의 취향을 놓치지 않았고 무언가를 잃을까 두려워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Fall To Fly 前 >의 첫 곡 ‘Fall to fly’가 담았던 하락의 회색빛은 청아한 목소리의 곽이안이 부른 이번 < Fall To Fly 後 >의 끝 곡 ‘Fall to fly’로 맑고 빛나는 ‘비상을 위한 추락’의 서사를 완성했다. 매끈하고 단단하다. 여기에 30년의 세월은 빛 바란 추억이 아닌 지금의 순간일 뿐. 이승환은 살아있다.

– 수록곡 –
1. 30년
2. 나는 다 너야
3. 너만 들음 돼 (Feat. 스텔라 장)
4. 그저 다 안녕
5. 생존과 낭만 사이
6. Do the right thing
7. 10억 광년의 신호
8. 백야

9. 돈의 신
10. Fall to fly (Feat. 곽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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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희 ‘우리 사랑은 여름이었지'(2019)

평가: 3.5/5

낱말을 꾹꾹 눌러 담지 않아도 그 진심이 와닿는 노래가 있다. 밴드 경연 프로그램 ‘TOP 밴드’에서 주목받은 ‘하비누아주’의 피아니스트 전진희의 정규 2집 <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가 그렇다.

피아니스트인 동시에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담백한 피아노 연주에 짧은 노랫말을 담았다. 더운 여름이 지나갈 무렵,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아픔을 제법 따뜻한 기운으로 노래한다.

연주로만 흘러가는 ‘나의 호수’로 앨범의 막을 연다. 적나라하게 들려오는 페달 밟는 소리로 잔잔한 호수의 물결을 연상시키고, 울적한 스트링 선율로 숨겨놓은 슬픈 자아를 분출한다.

그렇게 호수에 ‘물결’이 일렁이면 ‘아주 많은 것들이 나를 / 쥐고 흔들어대네 / 나의 고요했던 호수는 / 성난 파도가 치네’ 라는 노랫말로 고통 앞에서 평정심을 잃고 마는 이들에게 나지막이 공감의 위로를 건넨다.

몽롱한 피아노 소리와 담담하게 읊조리는 노래는 마지막 트랙인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까지 이어진다. 앨범은 삶의 우울과, 그것을 인정하며 나아지기까지의 과정을 노래한다. 음반의 진정성은 피아니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연주가 아닌 가사에 집중하며, 감정의 전달자 역할을 해낸다는 데에 있다.

지친 삶 속에서 행복할 자신이 없다고 노래하는 ‘자신 없는데’와, 형편없는 나의 하루와 달리 예쁘기만 한 달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는 ‘달이 예쁘네’ 또한 여전히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내가 싫어’라고 솔직히 고백하며, 간주에 피아노 연주를 더해 잠시 가사를 음미하게 한다. 유일하게 기타연주로 시작되는 ‘왜 울어’는 유지해오던 비관의 가사에 따뜻한 기타 선율이 더해져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심어준다.

무엇보다 앨범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품고 있지만, 이것이 지루함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되려 수록곡 내내 차분히 이어가는 감정을 방해하지 않으며 몰입도를 높인다.

때로는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 말해주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울적한 감정으로 시작해 결국엔 외면하고 싶은 감정을 마주하며 인정하는 단계에 머물기까지, 앨범은 청춘의 성장통을 조용히 담아냈다.

단출한 편곡임에도 음악에 힘을 싣는 건 솔직한 가사와 서툴지만 포근한 목소리. 그게 전부다.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라는 회상적 문장이 담아낸 서늘하고도 따뜻한 앨범이다.

– 수록곡 –
1. 나의 호수
2. 물결 (With 김훨) 
3. 자신없는데
4. 내가 싫어

5. 달이 예쁘네
6. 놓아주자 (With 이아립)
7. 모두가 너를 미워해도
8. 우리의 슬픔이 마주칠 때 (With 강아솔)
9. 왜 울어 (With 코듀로이)
10.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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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Red Velvet) ”The ReVe Festival’ Day 2(2019)

평가: 3.5/5

아, SM은 왜 ‘짐살라빔’을 낳고 또 ‘음파음파’를 낳았는가…

앨범을 다 듣고 나니 ‘짐살라빔’을 괴롭게 반복하던 두 달 전이 떠올랐다. 묵혀둔 타이틀 곡과 교과서적 답습의 < ‘The ReVe Festival’ Day 1 >을 혹평한지라 큰 기대 없이 신보를 꺼내 들었는데, 발랄하고도 세련된 여름 노래 ‘음파음파’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마주한 것이다. SM은 기존 걸그룹 제작 공정대로 만든 곡들을 ‘첫날’ 재고 정리하고 ‘둘째 날’ 레드 벨벳의 진짜 시즌을 공개하는 전략을 세웠다.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음파음파’는 좋은 곡이다. 짧은 도입 이후 곧바로 전개되는 멜로디라인이 선명하고, 찰랑거리는 기타와 베이스로 주조한 디스코 리듬은 소녀시대의 ‘Holiday’를 연상케 한다. ‘빨간 맛 (Red Flavor)’의 상큼한 순간을 재현하듯 후렴을 유니즌 형태로 진행하되 풍성한 코러스를 덧붙여 지루함을 피하고, 히트곡을 열거하는 랩 파트는 ‘Dumb dumb’ 이후로 가장 재치 있다. 기승전결이 뚜렷함에도 과한 지점 없이 유기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

이런 타이틀 곡의 레트로 성향이 앨범 전체 흐름으로 이어짐을 주목하자. 앨범은 곧바로 이어지는 펑키(Funky)한 기타 리프의 ‘카풀(Carpool)’로 상큼한 여름 소녀들을 그려냄과 동시에, 시계바늘을 더 과거로 돌려 1950~60년대 고전 걸 그룹의 두왑(Doo-wop) 사운드를 가져온 ‘Love is the way’로 매력적인 멜로디를 들려준다.

작곡팀 모노트리(Monotree)의 추대관이 작곡에 참여한 ‘Ladies night’는 그 핵심의 트랙이다.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동명 곡으로부터 얻은 펑크(Funk) 아이디어를 마이클 잭슨의 ‘Rock with you’와 닮은 멜로디라인, 흥겨운 브라스 세션으로 버무려 기분 좋은 ‘소녀들의 밤’을 선사한다.

레드 벨벳에게 복고는 ‘Dumb dumb’과 ‘러시안 룰렛’에서 출발해 ‘Power up’과 ‘짐살라빔’으로 박탈된 인간미를 되찾는 방법이다. ‘Rookie’와 기본 형태를 공유하는 ‘Jumpin”을 비교해보자. 원곡에서 BPM을 낮추고 베이스 리듬을 죽인 다음 보컬을 부드럽게 다듬어 기타 사운드를 강조하는데, 이 결과로 곡은 하이 텐션 랩과 고음의 보컬 없이도 인공적인 면모를 덜어낸다. ‘Love is the way’처럼 평이한 가창으로 일관하는 곡도 있지만, ‘카풀(Carpool)’과 ‘Ladies night’처럼 멤버들의 고유 음색을 최대한 표현하며 수려한 합창을 끌어내는 기획 역시 오랜만이라 반갑다.

첫 미니 앨범 < Ice Cream Cake >의 ‘Automatic’과 ‘Somethin kinda crazy’, ‘Take it slow’를 기억한다면 수민(SUMIN)의 ‘눈 맞추고, 입 맞대고’ 역시 훌륭한 마무리다. 1990년대 알앤비와 원작자의 강한 장르색을 적재적소의 보컬 배분으로 중화하는데, 그중에서도 곡을 이끄는 조이와 웬디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생각해보면 레드 벨벳은 실험보다 지속 가능성을 택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가져갔다. 큰 성공을 안긴 ‘러시안 룰렛’의 레트로 신스팝이 그랬고 ‘빨간 맛 (Red Flavor)’은 지금까지 그룹의 정점으로 기억된다. 가장 최근의 정규 앨범 < Perfect Velvet >에 쏟아졌던 호평 역시 알앤비 기조 위 세련된 일렉트로 팝으로 고혹을 강화한 결과였다.

‘음파음파’와 < ‘The ReVe Festival’ Day 2 >를 좋은 앨범이라 평하는 것도 대단히 독창적이라서가 아니다. 레드 벨벳은 이 작품으로 ‘제일 좋아하는 여름 그 맛(‘빨간 맛’)’과 ‘마음에 드는 아날로그 감성(‘LP’)’을 효과적으로 풀어내며, 실험의 면모로 흐려진 ‘우리가 사랑하는 여름 소녀’의 이미지를 다시금 공고히 한다.

– 수록곡 –
1. 음파음파 (Umpah Umpah)
2. 카풀 (Carpool) 
3. Love is the way
4. Jumpin’
5. Ladies night 
6. 눈 맞추고, 손 맞대고 (Eyes Locked, Hands Locked) 

(2019/08)


‘The ReVe Festival’ Day 1

평가: 2/5

왜 ‘짐살라빔’을 낳고 또 ‘음파음파’를 낳았는가.

Psycho

평가: 3.5/5

돌이켜보면 ‘참 별나고 이상한 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