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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요한 ‘Time Machine’ (2022)

평가: 3/5

스윙스와 버벌진트가 속해 있던 힙합 크루 오버클래스의 기타 세션맨으로 출발한 한요한은 힙합 신과 연을 철저히 다졌다. 래퍼 릴보이와 루이가 결성한 긱스의 ‘Wash away’를 작곡해 음원차트를 휩쓸었고 2015년에는 솔로앨범 < Selfmade >를 발매하며 직접 마이크를 쥐기 시작했다. 스윙스의 힙합 레이블 저스트뮤직과의 계약하고부터는 본격적으로 솔로가수로서 이름을 알렸다.

기타리스트로서 음악계에 발을 들인만큼 정규 4집 < Time Machine > 역시 ‘월화수목금토일’, ‘지킬게’ 등에서 전기 기타와 특유의 시원한 발성으로 록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꾸준히 반복해온 작법이지만 시간이라는 주제 위에 자전적 이야기를 전개하며 지난 디스코그래피와 차별점을 만든다.

직접 앨범 소개 글에 밝힌 바처럼 3집 < 초희귀종 > 발매 이후 찾아왔던 슬럼프를 회고한다.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인간적 어려움을 드러내고 성공 이후 찾아온 번아웃을 호소하며 음악 내외로 밝은 모습을 보여줬던 한요한의 그늘진 뒷면을 비춘다. 음반의 서사를 집약하는 ‘버킷리스트’와 알앤비 가수 따마가 참여한 ‘Ring ring ring’은 강렬한 사운드로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데에 전념했던 지난 음악들에 비해 진지한 모습이다.

포스트 말론, 머신건 켈리의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도 록과 힙합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한요한만의 개성은 옅어졌다. 한정된 장르로 인해 자기복제에 대한 비판 역시 피해 갈 수 없는 만듦새지만 프로듀서로서 두각을 나타낸 전적이 있는 만큼 다른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빌려 매너리즘을 극복하려는 전략이 높은 타율을 기록한다.

약 5년에 걸쳐 발매한 4장의 정규음반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의 산물이다. 덕분에 한요한은 한국에서 랩과 록을 결합한 얼터너티브 힙합 아티스트 명단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고착화된 음악 스타일을 경계해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뚝심을 견지하며 만들어낸 그의 < Time Machine >은 제대로 작동한다.

-수록곡-

  1. I don’t know (Feat. Don Malik)
  2. 버킷리스트 (Feat. Skinny Brown)
  3. 월화수목금토일 (Feat. 김승민)
  4. Ring ring ring (Feat. Thama)
  5. 멀어지는 너
  6. 너의 곁에 숨을 쉬고 있었어 (Feat. Jayci yucca & Skinny Brown)
  7. 지킬게 (Feat. JAEHA)
  8. 거슬려 (Feat. Ron)
  9. 컸어 (Feat. WYBH)
  10. (Bonus Track) Righ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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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발렌타인 ‘3’ (2022)

평가: 3/5

진홍빛 엔진이 재차 진동하기 시작한다. 비운의 사고로 보컬 ‘반’이 팀을 떠난 후 그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뒀던 브로큰 발렌타인은 새로운 동력이 될 인물을 발굴했고 마침내 그들이 운용해 온 강렬한 사운드에 시동을 걸었다. 양가적인 소리에 대한 굳은 믿음도 올곧다. 어김없이 한 손에는 차갑고 도회적인 그런지 록을, 아울러 감성을 한껏 머금은 록 발라드를 쥐고 돌아왔다.

여러 차례 객원 보컬을 맡았던 밴드 허니페퍼의 김경준이 정식으로 합류했고, 신보에서도 그 막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다양한 분위기의 곡이 넘실대는 와중에도 그는 폭발적인 야성과 처연한 감정을 노래하며 오랜 빈자리를 무난하게 채웠다. 뜨거움과 차가움을 넘나드는 브로큰 발렌타인 스타일을 스스로 해석하고 합당한 톤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능수능란한 목소리다. 덕분에 팀이 지향하는 ‘Standing in my way’와 같은 하드한 록 사운드와 ‘언젠가 눈물 속의 시간이 지나면’이 대표하는 발라드 모두 안정적으로 담겼다.

여러 차례 객원 보컬을 맡았던 밴드 허니페퍼의 김경준이 정식으로 합류했고, 신보에서도 그 막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다양한 분위기의 곡이 넘실대는 와중에도 그는 폭발적인 야성과 처연한 감정을 노래하며 오랜 빈자리를 무난하게 채웠다. 뜨거움과 차가움을 넘나드는 브로큰 발렌타인 스타일을 스스로 해석하고 합당한 톤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능수능란한 목소리다. 덕분에 팀이 지향하는 ‘Standing in my way’와 같은 하드한 록 사운드와 ‘언젠가 눈물 속의 시간이 지나면’이 대표하는 발라드 모두 안정적으로 담겼다.

다소 일관된 원투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곳곳에 위치한 변주가 균열을 내고 청취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드럼과 리듬 기타가 변칙적인 박자로 꾸민 ‘Mozambique drill’과 스트링이 난입해 기타 솔로와 긴밀한 대화를 주고받는 ‘언젠가 눈물 속의 시간이 지나면’에서는 보컬 대신 세션들이 일선에 나서서 각자의 존재감을 뽐낸다.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신경 쓴 악기 간의 섬세한 조화, 전통적인 스튜디오 녹음 방식을 채택할 정도로 좋은 소리를 담기 위한 노력과 진정성이 돋보인다.

오랫동안 명맥을 지켜온 멤버들의 색은 더욱 진해졌고,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 할 신규 멤버와의 조합 검증도 끝마쳤다. 공격적이고 야수적인 욕망을 분출하는 하드 록 안에 당당하게 들어찬 매혹적인 선율, 브로큰 발렌타인의 핵심이 그대로 살아있는 음반이다. 변화한 점이 한가지 있다면 새로 단장한 브로큰 발렌타인의 의지를 대변하여 과거 대신 진중한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 요동치는 격렬한 배기음에 가슴 속 무언가가 계속해서 꿈틀거린다.

– 수록곡 –

  1. Standing in my way
  2. Let it burn
  3. Every single day
  4. Mozambique drill
  5. Not yours
  6. 언젠가 눈물 속의 시간이 지나면
  7. Crash it, burn it, break it (2023 ver.)
  8. Shine the darkness
  9. 무제 (Noname part.2) (2023 ver.)
  10. Quasimodo
  11.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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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노을(Parannoul) ‘After The Magic’ (2023)

평가: 3.5/5

마법이 일어났다. 긴 잠에서 깨어 밖을 보자, 창문 너머 추종자들이 자기 이름을 연신 연호하고 전 세계에서 날아든 편지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광경이 펼쳐졌다. 아무도 알지 못하던 은둔 음악가는 하루아침에 모두에게 주목 받는 주인공이 되었다.

< After The Magic >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어떠한 신상 공개도 꺼리던 그가 용기내어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여러 아티스트와 교류하며 화합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순간들.

이 후일담에는 변화와 배제, 두 가지 양상이 강하게 맞물린다. “모종의 이유로 과민반응 하는 사람들과, 듣지도 않고 선입견을 품은 사람들에게 심술이 났다”는 그의 언급처럼 <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 이후 진행된 후속 작업은 개선이나 수리보다도 덜어냄의 과정이었다.

더 정확히는 감정 과잉의 근원인 이모(Emo) 색채를 걷어내고 그가 선호하는 질감과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모색 과정에서 생겨난 타의적 변화에 가깝다. 앨범 커버가 마음의 조리개를 열어 어두웠던 골방에 마냥 빛을 비춘 결과물 같다가도 문득 지우고 싶은 영역을 지우개로 세차게 문질러 없앤 흔적처럼 보이는 이유다.

파란노을을 상징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정돈된 모습이다. 정제되지 않은 로파이 효과를 기반으로 사운드 간 층위를 분명하게 구분하던 전작에 비해 안정된 보컬과 더욱 다양해진 악기 구성은 동등한 위치에서 조화를 이룬다. 불투명한 미래와 고독에 몸부림치던 내용도 한껏 긍정적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모여든 협업자의 명단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홍대 롤링홀에서 열린 ‘디지털 던’ 라이브 공연에서 함께 어깨를 맞대며 정을 나눈 동료들. 피처링 보컬의 델라 지르(Della Zyr)와 기타를 덧댄 아시안 글로우, 트럼펫을 협조한 핀 피오르(Fin Fior)가 만든 두터운 대형이 앨범 곳곳에 연대의 흔적을 스민다. ‘타의적 변화’는 바로 이 온기에서 흘러나온다.

달라진 분위기는 수록곡 단위의 조밀한 화소로 확대할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입문용으로 각색되었다 해도 믿을 만큼 부드러운 필터를 입힌 뒤 슬며시 비기를 꺼내 드는 ‘북극성’만으로 충분한 설명이 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연성화 작업과 클리셰 탈피다. 기존 작법의 골자는 취하되 유려한 현악 세션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투박함을 지워낸 ‘우리는 밤이 되면 빛난다’와 ‘Parade’가 전작의 작법을 일부 부수고, 그다음 라디오헤드의 ‘High and dry’의 명료함을 구현한 ‘Sound inside me, waves insdie you’와 넬의 일렉트로닉 기포가 부글거리는 ‘After the magic’이 변혁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비관 속에 가려져 있던 상상이 발색하는 순간이다.

포효가 바래진 것도 아니다. 가사와 운용법이 조금 순화되었을 뿐 감흥을 극한으로 끌고 가는 드라마틱한 연출은 여전히 건재한데다 오히려 선율을 전면으로 가져온 덕에 듣는 부담을 상당수 줄였다. ‘흰천장’의 과포화 포맷을 계승한 후일담 ‘불면증’을 보자. 전자가 침잠이라면 후자는 전진이다.

그는 ‘차가운 감촉 아래 날아보고, 떨어지고, 죽어봤’기에 이제 ‘아침이 되어도 무섭지 않’다고 고백한다. 여러 소리가 마구 뒤섞이는 가운데 유일하게 선명함을 잃지 않는 노랫말에서 혼란의 눈보라를 헤치며 꿋꿋이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가 이 한없이 작은 음악가에게 기대 이상의 감정을 투자하게 되는 이유는 평면적인 음악적 감흥을 넘어 실제 서사가 체감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일정 수위를 유지하던 전작과 달리 출렁이는 기조와 배치가 간혹 방해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저분한 마찰이 자아내던 날 것의 매력이나 한없이 음울한 감성이 일순간 없어진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단적인 예로 두 차례의 극적인 체력 소모를 요구한 후 등장하는 평탄한 대곡 ‘도착’은 사실상 앨범의 마무리를 종용하는 듯하고 일종의 댄스 트랙 ‘스케치북’과 느슨한 도입부의 ‘개화’는 조합에 일부 의아함을 가져온다.

그럼에도 온전히 하고 싶은 소리를 구현하고, 그 소리를 통해 의도를 전달하는 것, 아티스트라면 반드시 겪는 이 두 가지 고민을 명쾌하게 해결하며 과도기적 희열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순식간에 이미지를 전복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리라는 예감이 든다.

그 여느 때처럼 적막한 고요의 밤을 넘어, 꿈의 저편을 지나, 새하얀 아침을 맞이한 파란노을. 다만 어제와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이제는 수많은 친구가 그의 곁에 늘 함께 한다는 사실이다.

– 수록곡 –
1. 북극성
2. 불면증

3. 도착
4. 우리는 밤이 되면 빛난다
5. Parade
6. 스케치북
7. Imagination
8. Sound inside me, waves inside you
9. 개화
10. After the 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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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엠(RM) ‘Indigo'(2022)

평가: 3.5/5

말하고자 하는 욕망과 전하고자 하는 욕심이 가득하다. 2022년 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 중단 선언 이후 내놓은 리더 RM의 정규 음반 < Indigo >에는 인간 김남준의 생각과 사고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팝스타로서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함 혹은 평온한 일상의 필요성과 타인에게 전하는 위로가 동시에 교차하는 식이다. 지난 솔로작 < Mono. > 역시 직접 가사를 쓰며 ‘나’를 적극 드러냈지만 이번 음반만큼의 ‘듣는 맛’은 부족했다. 전작이 모노톤의 단조로운 사운드를 바탕으로 감정을 토해냈다면 신보는 적소에 록, 일렉트로닉, 포크 등을 배치해 듣는 즐거움을 높였다.

이 같은 장르의 다양성은 ‘Still life’, ‘건망증’, ‘들꽃놀이’와 같은 트랙에서 빛을 발한다. 펑키한 힙합곡 ‘Still life’는 클랩 사운드, 관악기 등을 밀도 있게 배합해 ’94 livin’ in 한남대로 91 look at my 탄탄대로 / 갈 일이 없어 이젠 강남대로 월세 밀린 넌 빨리 당장 방 빼고’ 노래하며 스웨그 넘치는 삶을 그린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 위에 포근한 멜로디를 얹은 ‘건망증’은 자칫 건조할 수 있는 노래에 맑고 청아한 뮤지션 김사월의 보컬과 따뜻한 가사를 엮어 매력을 높이고, 빌보드 싱글 차트 83위까지 오른 록 트랙 ‘들꽃놀이’는 힘 있는 곡 전개로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묶어낸다.

여러 장르를 끌어왔지만 핵심은 치우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앞서 언급한 < Mono. >를 비롯한 RM의 이전 작품과 슈가(Agust D), 제이홉이 발표한 솔로 음반 등이 강렬한 음악적 이미지 제공에 일차적 목표를 뒀다면 신보는 음악 청취의 난이도를 낮추고 ‘이지 리스닝’을 대표 키워드로 내세운다. 그 결과 현재의 상념을 표현한 작품의 메시지가 생생히 귀에 걸린다. 해외 팬들을 고려한 듯 영어 가사로 전반을 채색한 ‘Closer’가 전형적인 팝송의 부드러움을 따라가고, 날카로운 전자음이 부서지는 ‘Change pt.2’가 다소 이질적 인상을 전하기는 하나 이를 상쇄할 대중성이 이 음반엔 있다.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한 이후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행보는 ‘대중 지향적’이었다.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 ‘Yet to come’ 등 근래 그들의 히트곡은 분명 쉬웠고, 편했으나 음악적으로 평이했다. RM의 이번 음반은 쉽고, 편함 사이 적절한 음악성까지 겸비한다. 정신없이 바쁜(‘Hectic’) 삶 속에서 호텔에 혼자 떠 있는 것 같은 외로움(‘Lonely’)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 시대 대표 팝스타가 전하는 이야기가 좋은 음악 위 쉬운 선율을 타고 전해진다.

“No lookin’ back, no / 이젠 니가 널 지켜줄 거야”

끝 곡 ‘No.2’의 뒤돌아보지 말고 뮤지션인 ‘내’가 아닌 ‘너’ 스스로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외침까지 작품엔 선명한 위로가 스친다. 조타를 쥐고 움직일 줄 아는 뮤지션 RM의 현재를 매끄럽게 녹이며 그가 지닌 음악성, 대중 감각을 증명했다.

– 수록곡 –
1. Yun(with Erykah Badu)
2. Still Life (with Anderson .Paak)
3. All Day (with Tablo)
4. 건망증 (with 김사월)
5. Closer (with Paul Blanco, Mahalia)
6. Change pt.2
7. Lonely
8. Hectic (with Colde)
9. 들꽃놀이 (with 조유진)
10. No.2 (with 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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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이름의 장: Temptation'(2022)

평가: 3/5

자아 탐색의 실마리를 드러낸 ‘꿈의 장’부터 이별의 시련 속 견고함을 쌓아 올린 ‘혼돈의 장’까지, 판타지와 풋풋함을 무기로 달려온 소년들의 세계에는 엄연히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정체성과 동의어로 여겨지는 ‘이름’을 다음 챕터의 소재로 낙찰한 것 역시 그들이 지켜온 서사 연장의 의미가 깊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또 한 번의 여정, 그 화두에 위치한 < 이름의 장: Temptation >이 하사하는 첫 번째 시련은 바로 유혹의 손길이다.

새 출발을 도모하기에 앞서 더욱 철저해진 스토리 라인과 장치 활용이 돋보인다. 동화 피터팬을 위시해 창틀의 악마를 소환하고 동화의 시작을 알리는 ‘Devil by the window’가 먼저 묵직한 분위기로 손쉽게 챕터의 주도권을 가져온다. 이후 따뜻하고 활동적인 분위기로 전환되며 환각과 중독에 사로잡힌 화자를 그린 중반부, 반면 진중한 접근으로 도취에서 벗어나는 사투를 그린 후반부까지의 짧고 굵직한 구성이 트랙 단위로 빠르게 흘러간다. 단편적인 길이임에도 원활한 작풍 전환을 통해 전개를 시원시원하게 끌어낸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반적인 수록곡의 퀄리티도 준수하다. 느긋한 보사노바 도입부로 행복감을 표현한 ‘Happy fools’는 간결한 멜로디로 시선을 이끌고 명확한 기승전결의 엔딩곡 ‘네버랜드를 떠나며’는 가벼운 어쿠스틱을 취입해 아스라한 여운을 남긴다. 그중 발군은 ‘Tinnitus’의 존재다. 미래적인 공간감으로 상반된 공기를 가져와 깨달음의 효과를 유려하게 가져올뿐더러, 아프로 팝 스타일을 매끄럽게 이식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대표할 새로운 문법을 추가하는 데도 성공한다. 독특한 어법과 유쾌한 언어유희가 담긴 노랫말까지 곳곳에서 매력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청량과 도취, 매혹 등 여러 상태가 중첩한 타이틀 곡 ‘Sugar rush ride’의 애매한 포지셔닝이 결점으로 남는다. 조급한 가사 배치가 원인일까, 엔하이픈의 ‘Drunk-dazed’와 흡사한 랩 구간과 더불어 엑소 ‘Love shot’의 트랩 스타일과 레드벨벳 ‘짐살라빔’의 발성법이 한 데 섞인 듯한 하이라이트 모두 분명한 기시감의 늪에 놓인다. 콘셉트를 명확히 대변한데다 확실한 승부처로 중독성까지 포획하던 과거 타이틀들에 비해 확실한 멜로디나 듣는 이를 휘어잡을 임팩트도 다소 부족하다.

앨범 단위의 서사에 집중 투자한 만큼 상응하는 구체성을 획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작품을 하나의 연결된 거대 종합 콘텐츠로 구성하는 능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점이 우호적이며, 연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증가하는 멤버들의 작사, 작곡 참여 빈도 역시 그룹이 주장해온 주도적인 성장 캐릭터에 설득력을 얹는다. 네버랜드의 모래 아래 어리광을 묻어둔 채 다른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노를 저어 나아가는 다섯 소년들, 그 조심스런 물결에서 또 한 번의 태동이 느껴진다.

– 수록곡 –
1. Devil by the window
2. Sugar rush ride
3. Happy fools (Feat. Coi Larey)
4.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
5. 네버랜드를 떠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