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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순 ‘Leesangsoon’ (2021)

평가: 3/5

지난해 < 놀면 뭐하니? >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는 여름날의 추억을 노래하며 인기를 끌었다. 싱어송라이터 이상순이 작곡에 참여한 ‘다시 여기 바닷가’는 이효리 남편이란 수식어에 가려져 있던 그의 음악적 면모와 대중적 감각을 상기하게 만든 계기였다. 20년이 넘는 경력에도 ‘이상순’ 세 글자를 내건 작품이 없었던 만큼 첫 솔로 앨범 < Leesangsoon >은 자신의 능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지만 이 중견의 아티스트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앨범 단위로는 2010년 김동률과 함께 한 베란다 프로젝트의 < Day Off >가 가장 최근 작업이었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네덜란드에서 재회했던 두 친구가 베란다에서 모던 록을 즐겼다면 불혹을 넘긴 베테랑 이상순은 보사노바가 넘실거리는 해변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한다. 나른한 목소리와 어울리는 것은 물론 간결한 구성으로 공백기 동안 무르익은 감수성을 담기에도 최적이다.

타이틀 ‘너와 너의’부터 장르적 강점이 돋보인다. 브라질 전통악기인 카바키뇨에 은은한 더블베이스와 어쿠스틱 기타를 덧대어 길이가 다른 현들이 감미로운 하모니를 이룬다. 재즈에 강점을 보이는 보컬 선우정아가 가창과 작사에 참여한 ‘네가 종일 내려’는 시적인 노랫말과 함께 이상순이 활동했던 애시드 재즈 그룹 롤러코스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플루트를 비롯한 여러 관악기가 합세한 ‘안부를 묻진 않아도’는 정통과는 다른 세련됨으로 뮤지션의 역량을 드러낸다.

록으로 출발했던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더 이상 전자 장비는 없다. 클래식한 악기와 차분한 어투로 그려낸 작품에는 보사노바의 본고장 브라질과 신혼을 보냈던 제주도의 풍광이 아른거린다. 오랜 세월에 거쳐 탄생한 소곡집은 이국적인 정취와 함께 가수 이상순의 관록을 입증한다.

– 수록곡 –
1. 너와 너의
2. 안부를 묻진 않아도
3. 다시 계절이
4. 네가 종일 내려 (with 선우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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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피(Huckleberry P) ‘라 데시마 (Feat. 한요한)’ (2021)

평가: 3/5

트로피에 새긴 글귀처럼 돈보단 공연에 진심이다. 스페인어로 ‘열 번째’라는 뜻의 ‘라 데시마’는 프리스타일의 강자 허클베리 피가 꾸준히 선보이는 콘서트 < 분신 >을 축구 경기에 빗대며 온몸을 불사르는 힙합 페스티벌의 서막을 알린다.

록 스타일의 일렉트릭 기타 위에서도 완급 조절이 탁월한 랩 드리블은 거칠게 긁는 한요한의 목소리와 함께 달려간다. 물론 전자음으로 찍어낸 함성이 심금을 휘젓지는 못하지만 이 허술함 마저도 의도적 기획이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뛰어놀 그날의 경기는 분명 누군가에게 ‘난생처음 보는 광경’일 수 있다. 축제의 재미를 아는 아티스트는 소중한 순간을 경험할 관중들을 위해 그들 스스로가 소화해야 할 파트를 남겨둔다. 직접 공연장을 방문할 관객들을 위한 작은 배려와 팬 서비스는 다가올 무대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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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모비(Moby) ‘Reprise’ (2021)

평가: 3/5

2018년에 창단 100주년을 맞은 LA 필하모닉은 각 분야의 스타들을 모아 혁신적인 공연들을 준비했다. 일렉트로니카의 거장 모비도 베네수엘라 출신의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함께 자신의 대표작들을 편곡하여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 협연을 계기로 최근 대중 아티스트들과 크로스오버를 선보이고 있는 독일의 유명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과 연락이 닿았고 값싼 신시사이저로 녹음했던 과거 곡들은 긴 세월 끝에 실제 악기 연주로 다시 태어난다.

밴드로 음악적 기본기를 다졌던 만큼 모비의 테크노 앨범들은 기계음으로 제작했음에도 인간미가 넘쳤다. 그 진가를 재조명하는 19번째 정규작 < Reprise >는 팬데믹이란 제약적 상황을 뚫고 실존하는 영혼들과 호흡한다. 어쿠스틱 기타와 허밍으로 시작하는 ‘Everloving’부터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현악 4중주를 비롯한 오케스트라가 펼쳐지며 광활한 대지를 질주한다. 소울이 충만한 그레고리 포터와 애미시스트 키아의 듀엣곡 ‘Natural blues’도 퍼커션과 알앤비 질감의 백 보컬까지 가세하며 힘찬 울림을 전달한다.

히트작 < Play >의 시그니처 ‘Porcelain’이 템포를 낮추며 포크 스타일로 변모한 것처럼 악기 구성과 박자의 변화는 폭넓은 감상을 넘어 장르에 영향을 준다. 피아노와 드럼이 이끌었던 ‘Why does my heart feel so bad’는 바이올린과 팀파니로 리듬을 대체하며 합창단의 코러스와 더불어 가스펠의 요소를 끌어올린다. 모비의 리드 싱어 민디 존스가 노래한 ‘Heroes’는 원곡의 기타 리프와 상반된 잔잔함으로 시대의 영웅 데이비드 보위를 향한 그리움을 표한다.

전성기 시절 음악의 대부분은 샘플링 조각에서 결정적 한 방이 터졌지만 신보는 선배들의 유산을 온전히 체화하기 위해 과감히 과거를 지우기도 한다. ‘Natural blues’가 포크 가수 베라 홀의 ‘Trouble so hard’에 집중해서 다채롭게 리메이크한 것에 비해 끝없이 ‘Yeah’를 외쳤던 ‘Go’는 이 도돌이표를 지우며 완전히 탈바꿈한다. 영화와 TV에 자주 등장한 ‘Extreme ways’도 강렬한 현악기 샘플의 비중을 줄이며 서정적인 전개를 보인다. 샘플 없애기의 일환이었던 < Hotel >과 비슷한 기조로 볼 수 있으나 추억까지 들어낸 결단은 본연의 정체성을 약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자음악과 함께 태동했던 모비는 예상과 달리 디지털과 거리를 두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세웠다. 이번 작품에서 아날로그 시절의 영감을 실체화했던 기술력을 사용하지 않고 고전으로의 회귀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클래식 업데이트가 원작들에 필적할 만한 작업은 아니지만 30년 노하우를 담은 마에스트로의 지휘는 일렉트로닉 브랜드의 오랜 업력을 검증한다.

– 수록곡 –
1. Everloving
2. Natural blues (Feat. Gregory Porter, Amythyst Kiah)
3. Go
4. Porcelain (Feat. Jim James)
5. Extreme ways
6. Heroes (Feat. Mindy Jones)
7. God moving over the face of the waters (Feat. Víkingur Ólafsson)
8. Why does my heart feel so bad (Feat. Apollo Jane, Deitrick Haddon)
9. The lonely night (Feat. Mark Lanegan, Kris Kristofferson)
10. We are all made of stars
11. Lift me up
12. The great escape (Feat. Nataly Dawn, Alice Skye, Luna Li)
13. Almost home (Feat. Novo Amor, Mindy Jones, Darlingside) 14. The last day (Feat. Skylar Grey, Darling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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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소코도모(sokodomo) ‘MM (Feat. 박재범)’ (2021)

평가: 3.5/5

바이러스의 유행은 혈기왕성한 20대 청년을 방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 고등래퍼 3 >와 미니앨범 < WWW. Ⅲ >로 주목받으며 한창 끼를 펼쳐 나가던 그에게 외부와의 단절은 ‘살인 충동(Murder mind)’이란 극단적 상황으로 이끈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제어할 수 없는 이 분노는 또 다른 자신을 향하고 특유의 산만함으로 표출한다.

둔탁한 드럼과 날이 서 있는 하이햇으로 출발하는 트랙은 스산한 멜로디와 리듬감 넘치는 싱잉 랩을 만나며 점점 빨라지더니 간주엔 브라스까지 등장한다. 박재범의 하이 톤 피처링은 제2의 자아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하고 선혈이 낭자한 뮤직비디오 역시 본인을 업무에 치여 사는 직장인에 비유하며 입체적인 해석을 보탠다. 복잡했던 내면의 세계를 잔인한 상상으로 풀어낸 소코도모는 이제 더 이상 풋풋했던 2년 전 양승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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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Daddy’s Home’ (2021)

평가: 4/5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세인트 빈센트가 저변을 넓혀가고 있던 2010년 무렵 아버지 리차드 클라크는 주식 조작 등의 혐의로 입건되며 2019년 말까지 수감 생활을 했다. 3집 < Strange Mercy >에서 이 내력을 가볍게 다루긴 했지만 그때는 넋두리에 불과했다. 허나 복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장을 마주한 딸은 더 이상 부끄러운 가정사를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면회실과 죄수 번호 같은 직접적인 단어들을 나열하며 그날의 솔직한 감정들을 털어놓는다.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상 수상에 빛나는 < St. Vincent >가 미래적인 소리와 격렬한 연주를 들려줬다면 < Daddy’s Home >은 1970년대 미국의 음악, 즉 아버지 세대의 사운드를 적극 활용한다. 복고적인 스타일과 차분한 전개는 여성 데이비드 보위의 혁신적인 모습을 지워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인디 밴드 펀의 기타리스트이자 전작 < Masseduction >의 조력자인 잭 안토노프와의 협력으로 개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문법을 정립한다.

자유자재로 톤을 바꾸는 ‘Pay your way in pain’과 툭툭 끊기는 신시사이저로 상승하는 ‘Down’의 그루브 넘치는 진행도 흥미롭지만 신보는 노랫말이 전하는 울림에 집중한다. 숨 막히는 발라드 ‘Live in the dream’은 사이키델릭 특유의 몽롱한 음색에 기대다가 기타 솔로로 극적인 마무리를 찍는다. 잔잔한 컨트리 트랙 ‘Somebody like me’ 역시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해 단순한 구조를 취하며 서정적인 하모니를 선사한다.

앨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친숙한 질감은 지난 날을 되돌아보는 지점을 마련한다. 스코틀랜드 출신 여가수 시나 이스턴의 대표곡 ‘Morning train (9 to 5)’의 보컬 멜로디를 인용한 ‘My baby wants a baby’는 원곡과 상반된 매력으로 향수를 자극한다. 민권운동을 펼쳤던 최고의 재즈 가수 니나 시몬이 가사에 등장하는 ‘The melting of the sun’은 고난과 맞서 싸웠던 여성 뮤지션들을 향한 존경이면서도 약물을 사용하는 스스로에 대한 고백성사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끈끈한 유대를 다져온 부친의 징역살이는 혼란 그 자체였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지나간 과거를 너그러이 용서하고 나아가 음악적 성찰을 위한 자극제로 사용한다. 팽팽하기만 했던 세인트 빈센트의 기타줄은 느슨해졌으나 전위적 아티스트의 용감한 고전 참조는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과 함께 소용돌이치며 교훈 섞인 가족극 한 편을 완성한다.

– 수록곡 –
1. Pay your way in pain
2. Down and out downtown
3. Daddy’s home
4. Live in the dream
5. The melting of the sun
6. Humming (Interlude 1)
7. The laughing man
8. Down
9. Humming (Interlude 2)
10. Somebody like me
11. My baby wants a baby
12. …At the holiday party
13. Candy darling
14. Humming (Interlude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