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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아치의 노래, 정태춘

서정적인 멜로디부터 냉철한 현실 비판의 노랫말까지, 정태춘의 음악은 우리 사회와 함께 오랜 세월 숨 쉬며 맥을 유지해왔다. 전설적 존재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 아치의 노래, 정태춘 >은 주인공 정태춘을 비롯한 주변 인물 및 평론가와의 인터뷰, 콘서트에서의 감동을 생경히 옮긴 공연 실황을 정교히 엮어 만든 음악 다큐멘터리다. 시대별 대표곡들을 찬찬히 되짚으며 따라가 본 그의 발자취 곳곳엔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가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한국형 포크의 서막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음대 진학을 꿈꾸다 실패하고 입대를 택한 청년 정태춘은 군 복무 당시 몇 안 되는 기타 코드 진행으로 틈틈이 곡을 만들었다. 전역 후에 작곡한 노래 중 하나인 ‘양단 몇 마름’을 공모전에 출품해 입상했고, 이를 눈여겨본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 최경식이 서라벌 레코드사를 연결해주면서 가수 인생의 물꼬가 텄다.

첫 앨범 < 시인의 마을 >(1978)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번안곡 위주의 포크가 주를 이루고 있던 상황에서 한국적인 요소가 배어 있는 ‘시인의 마을’이나 ‘촛불’은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하며 큰 공감을 얻었다. 그 인기를 방증하듯 정태춘은 1979년 MBC 10대 가수상까지 수상하며 가요계에 얼굴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1집 성공 이후 전적으로 앨범 제작을 맡게 된 그는 본인만의 색을 강렬하게 섞어 나갔다. 불교적인 색채를 불어넣은 < 사랑과 인생과 영원의 시 >(1980)와 국악을 토대로 한 < 우네 >(1982)는 분명 음악적으로 유의미한 작업물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록의 시대가 도래하며 포크는 설 자리를 잃었고 그 흐름에 떠밀린 정태춘 역시 연이은 실패를 겪으며 생활고에 시달렸다.

다행히 지구 레코드사로 건너가 아내 박은옥과 함께 노래한 첫 작품 < 떠나가는 배 >(1984)와 뒤이은 < 북한강에서 >(1985)가 히트를 달성하며 꺼져가던 음악인의 불씨를 되살렸다. 그럼에도 형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업소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노래할 공간은 여전히 부족했다. 돌파구는 전국 순회 공연 < 얘기 노래마당 >이었다.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던 ‘한 밤중의 한 시간’을 들려주는 장면처럼 미발표곡이나 심의에 통과되지 않은 노래를 부르며 독자적으로 언더그라운드 포크 신을 다져갔고, 이는 훗날 소극장 콘서트 형식으로 발전해 김광석과 같은 스타들의 성장 기반을 닦았다.

저릿저릿한 대한민국의 현실

성공적인 데뷔 이후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었지만 다시 한번 대중의 마음속에 안착했다는 역경 극복의 서사. 여기까진 정태춘을 모르는 이들에게 분명 익숙한 전개지만 한 일가족의 비극을 전하는 뉴스 보도 장면이 평화로운 흐름을 단숨에 뒤엎는다.

“오늘 오전 9시쯤 서울 망원동 대건 연립 지하 방에서 불이 나서 권순덕 씨의 딸 5살 혜영 양과 아들 4살 영철 군이 연기에 질식돼서 숨졌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들의 안전을 위해 일을 나가며 밖에서 방문을 잠갔는데 안쪽에서 불이 나 남매는 꼼짝없이 갇혀 생을 마감했다. 소외된 도시 한 구석에서 벌어진 참담한 사건을 접한 정태춘은 ‘우리들의 죽음’이란 곡으로 안타깝게 떠나간 아이들을 추모했다. 실제로 다른 어린이가 녹음했던 원곡의 내레이션 부분은 영화 속에서 박은옥이 눈물을 머금고 읊어 내리며 비통한 감정을 자극한다.

물론 이 곡 역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금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시인의 마을’ 같은 곡도 20~30군데 수정 지시를 받아 공개됐을 정도로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 검열 제도는 음악인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방해했다. 1987년 6월 항쟁을 필두로 민주화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은 더욱 커져갔고 정태춘 역시 거센 저항의 물결에 동참하며 그 의지를 굳게 다졌다.

‘거짓 민주, 자유의 구호가 넘쳐흐르는 이 땅’ (아, 대한민국… 中)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어조로 무장한 < 아, 대한민국… >(1990)은 당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 고발이자 억압받던 동료들의 현실에 대한 탄식, 그리고 악법으로 통제하던 국가 집단을 향한 선전포고였다. 비합본 음반으로는 최초로 LP를 찍어냈고, 스스로 위법을 저질렀다고 알리는 기자회견도 가졌고, 나아가 그 불법 음반을 각 방송사 심의실로 집어넣었고 실제로 몇 군데에선 울려 퍼지기도 했다.

고독한 싸움에 지치기도 했지만 수년간의 노력 끝에 그는 자유를 쟁취해냈다. 헌법재판소에서 음반 및 비디오법의 사전 심의 절차가 헌법과 합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고 기나긴 세월 창작자들을 옭아매던 조항은 1996년 완전 폐지되었다. 후배 뮤지션 강산에가 언급하듯 정태춘의 숭고한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사회 운동가? 약자들의 대변인!

“노래를 들으러 왔지, 당신 이념을 들으러 온 게 아니에요!”

2019년 광주 공연 도중 울려 퍼진 한 청중의 일갈. ‘5.18’ 곡 소개에 불만을 느낀 관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만 정태춘은 흔들리지 않고 무대를 이어갔다. 1987년 6월 항쟁부터 2006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 그리고 2016년 민중총궐기까지 크고 작은 집회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운동권 인사라는 시선은 피해 갈 수 없었다.

행보를 통한 편견 이전에 노래 속에 담긴 진정한 의의를 들여다보라. 실향민이 될 위기에 처한 동향인들을 위한 ‘황새울 지킴이의 노래’부터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위로해주는 박은옥의 공감이 어우러진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까지, 부부는 사회에서 외면 당하고 고립되어 있던 약자들의 이야기를 항상 잊지 않고 다뤄왔다.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는 ’92년 장마, 종로에서’의 노랫말을 오래도록 사유하려는 청소년 인권 활동가 이수경 양, 오로지 ‘5.18’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대회 출전을 결심한 아티스틱 수영의 전설 유나미 선수, 한평생 정태춘의 음악을 가슴 깊이 사랑해 온 루게릭병 환자 김미현 씨. 각기 다른 시대와 환경을 살아왔지만 팬이라는 유대 속에 얽힌 이들의 사연 역시 근 반세기를 살아 숨 쉬고 있는 정태춘 음악의 영속성을 여실히 증명한다.

미래가 아닌 과거로의 이상 회귀

‘아, 환멸의 90년대를 지나간다’ (건너간다 中)
‘동네 할머니 손수레 지나가고/동네 할아버지 리어카 끌고 오고’ (사람들 2019′ 中)

희망으로 가득할 것 같은 새천년을 맞이했지만 이 나라엔 여전히 ‘노인을 거지로 버려두는’ 차별이 만연하다. 노년층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대, 성별, 지역, 학벌, 재력 등 공감을 막아서는 벽이 많아도 너무 많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대외적인 활동 빈도를 줄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세상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하던 정태춘은 끝내 자본주의 체제와의 고별을 선언한다. 그가 노랫말로 그려낸 이상적인 세상은 미래를 뜻하진 않는다.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는 먼 옛날의 수렵 채집 사회, 부에 대한 욕심이 없어 화폐를 만들거나 이자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던 세계를 꿈꾼다. ‘양아치라고 불리기도’ 했던 정태춘은 그렇게 자유인이 되었다.

2시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으로 정태춘의 일대기를 요약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 짧은 시간에 흩뿌려진 40년 음악 세월의 조각들은 매 순간마다 그 가치를 입증한다. 때로는 절제된 형식미를 영위하는 시인이 되어, 때로는 격양된 자세로 반(反)하는 흐름을 이끈 투사가 되어 기록한 ‘아치의 노래’, 올곧은 길을 걸어온 뮤지션을 향한 가슴 벅찬 헌사이자 이 시대가 전하는 위대한 전언이다.

– 영화에 사용된 음악 목록 –
1. 이런밤
2. 시인의 마을
3. 양단 몇 마름
4. 촛불
5. 바람
6. 떠나가는 배
7. 북한강에서
8. 한 밤중의 한 시간
9. 고향집 가세
10. 들가운데서
11. 얘기2
12. 송아지 송아지 누렁송아지
13. 일어나라, 열사여
14. 우리들의 죽음
15. 아, 대한민국…
16. 정동진 (1)
17. 건너간다
18. 아치의 노래
19. 황새울 지킴이의 노래
20. 저 들에 불을 놓아
21. 92년 장마, 종로에서
22. 광주천
23. 5.18
24. 봉숭아
25.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6. 사랑하는 이에게
27. 사람들 2019′
28. 정동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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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ingle Single

이담(Etham) ‘You’re the reason’ (2022)

평가: 3/5

머나먼 이국의 새벽 감성이 돌아왔다. ’12:45’로 한동안 국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영국 뮤지션 이담이 다시 한번 주특기인 발라드를 꺼내 들어 대한민국 시장을 겨냥한다. 얼마 전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해 첫 라이브를 선보인 바 있는 신곡은 절제된 피아노 반주 위에서 가녀린 가성과 단단한 진성을 오가며 깔끔한 기승전결을 펼친다.

어쿠스틱 시리즈 < Stripped >와 구성은 유사하나 그 속에 담긴 솔직함이 청취 포인트다. 방황하며 홀로 아픔을 감내하던 시절 숨어 살던 본인을 세상 밖으로 꺼내준 은인에게 감정을 비롯한 모든 것을 꾸밈없이 털어놓는다. 담백하지만 진심을 녹여낼 줄 아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비결을 재차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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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2022/05 Editor’s Choice

으네, 다울(UNE, DAUL) < Oz Land >

노란 멜로디를 타고 에메랄드 시티로.
추천곡 : ‘Foff (Feat. 최엘비)’, ‘Nvm’

by 정수민

새눈바탕 < 손을 모아 >

냉각과 개폐에 의해 잘게 유리된, ‘공중도둑’의 따스한 필름들.
추천곡 : ‘미손 미끌’, ‘빙의빙’, ‘산신’

by 장준환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 < C’mon You Know >

오아시스는 위대하고, 리암 갤러거는 건재하다.
추천곡 : ‘Don’t go halfway’, ‘Everything’s electric’

by 김성욱

더 스마일(The Smile) < A Light For Attracting Attention >

톰 요크와 조니 그린우드의 새로운 프로젝트. 말해 뭐해, 일단 들어보자구!
추천곡 : ‘A hairdryer’, ‘Free in the knowledge’, ‘Thin thing’

by 염동교

신지훈 < 별과 추억과 시 >

기억을 추억으로 만드는 어쿠스틱 레시피.
추천곡 : ‘심해’, ‘뭇별’, ‘추억은 한 편의 산문집 되어’

by 김호현

피에르 블랑쉐(Pierre Blanche) < Ego >

시대에 의한, DJ를 위한, 리스너를 향한 고차원적 멜로딕 테크노.
추천곡 : ‘Arousal’, ‘D’, ‘Build a fire inside’

by 정다열

최유리 < 욕심의 반대편으로 >

여름의 초입,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이른 가을을 마주하다.
추천곡 : ‘미아’, ‘욕심의 반대편으로’, ‘나야’

by 손기호

리커 리(Lykke Li) < Eyeye >

휘몰아치는 가을 그리고 겨울, 켜켜이 쌓이는 알 수 없는 외로움, 그리고 씁쓸함!
추천곡 : ‘Highway to your heart’, ‘Happy hurts’

by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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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클라씨(CLASS:y) ‘Shut down’ (2022)

평가: 2.5/5

꿈을 찾아 교실을 뛰쳐나온 만큼 발걸음에 포부가 넘친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 방과후 설렘 >을 통해 결성한 7인조 걸그룹 클라씨의 첫 퍼포먼스는 이국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타블라를 비롯한 인도 전통 악기들은 발리우드 특유의 웅장함과 신비함을 드리우고, 흥얼거리기 쉬운 멜로디와 훅은 팀이 추구하는 활기찬 이미지를 빠르게 불어넣는다.

그러나 때 이른 졸업이란 걱정을 떨쳐내기 힘들다. 강렬한 반주를 뚫기 위해 톤을 높인 보컬 운용으로 어린 멤버들의 목소리는 풋풋함을 잃었고 한창 어필해야 할 개개인의 음색마저 일률적으로 통일되어 초기에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까지 상실했다. 여기에 선배인 이달의 소녀 곡이자 같은 작곡가 라이언전이 만든 ‘Ptt’의 재구성이란 면에서도 ‘우리의 것은 우리가 만든다’라는 슬로건의 의지도 실천하지 못한다. 미지수엔 언제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만 독립적이지 않은 이들의 첫 번째 결과물 y는 아직 짜인 공식만을 따라야 하는 종속 변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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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덴젤 커리(Denzel Curry)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2022)

평가: 3.5/5

2020년 말 공개된 그래미 어워드 후보 선정에 불쾌함을 내비친 건 그 해 차트를 휩쓸었음에도 명단에서 제외당한 위켄드만이 아니었다. 예술성 짙은 디스코그래피로 꾸준히 매체의 관심을 받아왔던 플로리다 출신의 래퍼 덴젤 커리 역시 노미네이트 세례조차 누려보지 못해 “앞으로 구린 노래만 만들 것”이라며 많은 동료들과 함께 분개를 표했다.

그러나 그 울분의 결론은 삐딱한 탈선이 아닌 올곧은 탈태다. <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라는 타이틀부터 변혁의 지향점이 명확하다. 은근히 아프리카계를 인정하지 않는 음악 업계처럼 미국 사회엔 여전히 인종 차별이 만연하다. 명예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상처 입은 영혼은 더 이상 그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시야의 제한을 누그러뜨려 이상적인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굳은 의지를 실체화하는 주체는 새로 확립한 영화적 자아 ‘젤 구로사와’다. < 스타워즈 > 시리즈에 등장하는 종족이자 그의 애칭이기도 한 ‘젤트론’과 일본 필름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를 조합한 인격체는 시대극의 캐릭터들을 적극 참조하여 고질적인 불평등과 맞서 싸운다. 서부극 대표 배우 존 웨인을 오마주한 ‘John Wayne’은 자기방어를 위해 집어 든 리볼버의 방아쇠를 연신 당기며 불만을 토로하고, 억압받던 주변인들을 구원하려 분투하는 ‘Zatoichi’는 맹인 검객 자토이치의 육신을 빌려 브레이크 비트 위에서 날렵한 랩 검술을 휘두른다.

동서양의 정기를 고루 흡수한 방랑자는 보다 입체적인 융합을 도모한다. 특히 영국 작곡가 키스 맨스필드의 ‘The loving touch'(1973) 속 허밍이 메아리치는 ‘Walkin’은 정교한 프로듀싱의 집약체다. 드럼 본연의 투박한 리듬으로 시작한 곡은 이내 하이햇과 베이스에 의해 잘게 쪼개지며 공정하지 못한 사법 제도의 현주소를 맹렬히 고발한다. 샘플링을 통한 신구의 조화, 동부를 대표하는 붐뱁부터 나고 자란 남부에서 체득한 트랩까지의 장르 전환, 완급 조절로 극대화한 임팩트 넘치는 메시지 전달까지 목표로 삼은 모든 것을 단 한 곡에 압축하며 응어리진 감정을 황홀히 털어낸다.

피아노나 여성 코러스 같은 요소들이 흩뿌려진 전후반부의 압도적 몰입감에 비해 앨범 청취를 견인하는 중반부의 퍼포먼스는 어딘가 겉돈다.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는 ‘Mental’의 경건한 무드 직후에 흥겨운 멜로디와 외설스러운 단어를 등장시켜 집중을 흩트리는 ‘Trouble’이 단적인 예다. 뚜렷한 후렴구와 다양한 뮤지션의 의견이 공존하는 ‘Ain’t no way’ 또한 단독 싱글로서의 흡인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이유로 전체의 결속을 약화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약간의 부조화는 존재하나 작품의 가치를 입증하는 건 결국 아티스트의 진취적인 자세다. 펀치 라인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 Imperial >, 내면의 공황을 풀어낸 콘셉트 기획 < Ta13oo >, 가족과 고향에 대한 찬가 < Zuu >에서 익힌 제작 방식을 신보에 아낌없이 쏟아냈고, 줄곧 고수해오던 스타일이 아닌 재즈적인 터치까지 덧입히며 음악적 역량을 한껏 끌어올렸다. 나아가 개인을 넘어 국가 전반의 병폐를 하나하나 짚어낸 담대함은 부패한 세상과의 작별이자 온전한 독립 영역 구축을 향한 결의다.

속세와 동떨어진 황야는 고요하다. 그러나 시각을 포기하고 참회와 헌신으로 무장한 사나이의 길에는 적막을 깨는 행진의 울림이 가득하다. 한 공동체의 선봉장이란 운명을 짊어진 덴젤 커리, 고독한 무사를 뒤따르는 진군의 발구름이 거대한 모래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 수록곡 –
1. Melt session #1 (Feat. Robert Glasper)
2. Walkin

3. Worst comes to worst
4. John Wayne (Feat. Buzzy Lee)
5. The last
6. Mental (Feat. Saul Williams & Bridget Perez)
7. Troubles (Feat. T-Pain)
8. Ain’t no way (Feat. 6LACK, Rico Nasty, JID, Jasiah)
9. X-wing
10. Angelz (Feat. Karriem Riggins)
11. The smell of death
12. Sanjuro (Feat. 454)
13. Zatoichi (Feat. slowthai)
14. The i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