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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Nell) ‘Moments In Between’ (2021)

평가: 3.5/5

문명사회와 단절되어 자신만의 언어를 구사하던 영화 < 넬(Nell) >(1995)의 주인공처럼 동명의 밴드 넬 역시 그들만의 음악적 어휘로 세상과 소통했다. 초기에 거칠고 과장된 면이 있었음에도 특유의 우울한 정서에 공감하는 팬들은 물론 묵묵히 함께 해온 멤버들과 다져온 유대를 통해 젊은 시절의 응어리는 세련된 모습으로 정제되었다. 22년이란 긴 세월 동안 팀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여다보면 결국 모두와의 ‘관계’로 귀결된다. 아홉 번째 정규작으로 돌아온 40대의 넬은 관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 사이의 순간들’을 탐미한다.

보편적인 콘셉트 앨범이긴 하나 과거에 제시했던 방법론과는 상이하다. 메이저 정규 6집 < Newton’s Apple >로 완결 지었던 중력 3부작이 하나의 키워드에서 파생된 영감들을 옴니버스 식으로 흩뿌린데 비해 본작은 기억의 파편들을 차례대로 이어붙여 유기적인 짜임새를 갖춘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요동치는 감정 변화의 서사라는 점에서 각각의 곡에 부여한 의미보다 전체가 전하는 울림이 크게 다가온다.

어느 때보다 앨범 단위의 청취를 요구하는 만큼 자연스레 글귀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때 그룹의 정체성을 규정하던 현학적인 노래 제목과 가사는 아니다. 다만 일상의 언어로 써 내려간 노랫말은 그리움이란 파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파랑 주의보’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다 고치겠다며 끝없이 상대를 붙잡는 ‘말해줘요’ 같이 수동적인 입장을 적극 대변한다. 구어체가 전작들의 문체에 비해 평이한 건 사실이나 오히려 그에 뒤따른 빈약함이 쓸쓸함을 배가해 텍스트를 극의 주된 요소로 만든다.

반복과 여백의 미학은 사운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6분 30초 간의 황홀경 ‘위로 危路’가 리얼 세션과 전자음으로 조밀하게 채운 팝 록 ‘유희’와 함께 더블 타이틀로 나선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아름다움을 향한 동경과 불안이 공존하는 ‘위험한 길’의 풍경은 잔잔한 전자기타를 타고 그려지기 시작한다. 간소한 악기 구성으로 미리 비워둔 자리를 채우는 것은 ‘아름답구나 그대/아름다워라’를 되뇌는 김종완의 목소리다. 여린 읊조림 한 번의 반향은 미미하지만 도돌이표를 통해 점층적으로 고조된 파동은 현악기와 조우하며 장엄함을 연출하기 이른다.

‘위로 危路’와 ‘Duet’을 기점으로 전반에 내재되어 있던 불안함을 서서히 실체화하기 시작한다. 작품 구조상 이별은 정해진 결말이었다. 밝은 선율에서 왠지 모를 위태로움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조 진행으로 변모하며 그 묘한 음울함을 극대화한 곡이 바로 ‘Sober’다. 사랑보다 이별에 능숙한 ‘내’가 아닌 ‘우리’를 기억해달란 외침. 스산한 기타 리프가 서로의 온몸에 새겨지는 순간 화자와 청자가 뒤섞이면서 앞선 아홉 곡에도 재해석을 가미해 입체적인 감상의 여지를 남긴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음악으로 살아온 1980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은 매번 ‘넬스러움’이란 고유의 특성 앞에 미사여구를 들여와 도전을 거듭했다. 이번 작품에선 덤덤한 대사와 사운드를 최소화한 청각적 미장센을 중심으로 색다른 단편 영화를 완성하며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다. 관계와 감정을 노래한 신보의 이야기엔 결말이 있지만 넬의 연대기는 아직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Sober’의 마지막 바램처럼 < Moments In Between >은 대중에게 기억될 만한 분기점으로 자리하며 그룹의 영속성을 확보한다.

– 수록곡 –
1. Crash
2. 파랑 주의보
3. Don’t say you love me
4. 유희
5. Don’t hurry up
6. 위로 危路
7. Duet
8. 말해줘요
9. 정야
10. S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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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프루던스 인터뷰

얼마 전까지만 해도 ‘Young’이라는 개념엔 왠지 모르게 엄청난 악센트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점점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어린 가수들이 마음껏 그들의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음의 찬가를 들고 나타난 신인 혼성 그룹 프루던스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복고적인 감성과 현대적인 질감을 적절히 버무려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팀들은 많지만 이들은 젊음, 즉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다.

데뷔 EP 앨범 < While You Are Young >을 발매한 지 한 달도 안 된 9월의 첫날, 이즘 사무실로 프루던스의 두 멤버가 직접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처음엔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막상 음악 얘기를 시작하니 마스크 너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듯했다. 작곡과 프로듀싱을 책임지고 있는 지영, 그리고 작사와 보컬을 맡고 있는 지유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에게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팀명 ‘프루던스’의 의미는.
지유 : 둘 다 신중한 성격이라 ‘신중함’이라는 뜻을 가진 프루던스(Prudence)로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처음 같이 작업한 ‘그대 이름은 Blue’의 이름과도 잘 어울려서 프루던스로 결정하게 됐다.

팀을 결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영 : 2019년 10월 정도에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여성 보컬을 찾고 있었다. 지인들에게 소개도 받고 인터넷으로 커버 영상이나 자작곡 올리시는 분들을 많이 검색했는데 지유 씨가 유독 눈에 띄더라. 목소리나 송라이팅이 너무 좋아 연락을 했고 홍대 연남동에 있는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음악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레 말문이 트였다.

원하는 음악적 이미지와 잘 맞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나.
지영 : 그 생각은 얼굴 보기 전부터 들었다. 지유가 인터넷에 올려둔 곡들을 들어봤는데 목소리가 내 음악이랑 너무 잘 어울렸다. 그렇다고 특정 음색을 정해둔 것도 아니었고, 어느 정도는 보컬에 맞춰서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지유의 음색을 듣는 순간 상상이 구체적으로 완성됐다.

타이틀곡이 ‘그대 이름은 Blue’다.
지영 : 지유가 팀을 결성하기 전부터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향을 파란색으로 표현한 가사를 미리 써뒀는데 이게 너무 마음에 들더라. 그래서 최대한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쓴 곡이다.
지유 : 나 역시 어떤 노래가 나올지 엄청 기대했는데, 결과물을 듣자마자 너무 내 취향이었던 기억이 난다. 좋아하는 사운드에 내가 쓴 가사까지 입히니 부를 때도 신이 났다.

가장 기분 좋게 부른 곡이 따로 있나.
지유 : 아무래도 앨범 제목이기도 한 ‘While you’re young’을 뽑고 싶다. 젊음은 사랑 그 자체라 생각하고, 이 곡이 그 얘기다.

요즘 보면 젊음과 사랑이 그다지 밀접한 관계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사랑이 부재한 시대이기 때문에 그런 개념을 더 끌어올린 건가.
지유 : 아무래도 어릴 때는 순수하고 재는 거 없이 사랑할 수 있지 않나. 물론 진짜 어릴 때의 사랑만이 젊은 사랑이라고 보진 않는다. 연애 기간도 길어질수록 어떻게 보면 나이가 드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결론적으론 ‘사랑이 전부다’ 이걸 표현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지영 : 트렌디하지만 복고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유행하는 시티팝 스타일 같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마 1980년대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1980년대에 태어나서 직접적으로 당대의 음악을 듣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냥 디스코 음악이나 신스팝이 내 감성과 잘 맞는 것 같다.

크레딧을 보니 지영 님 혼자서 기타, 피아노, 베이스를 녹음하고 믹싱까지 했다. 평소 리얼 세션과 전자 음악의 비중을 어떻게 두는지.
지영 : 어릴 때부터 기타를 쳤고, 베이스랑 키보드도 좀 다룰 줄 알기 때문에 리얼 녹음이 필요할 때는 큰 무리가 없는 편이다. 드럼만 세션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리고 전자적인 사운드는 20대 중반 이후에 개발된 취향인데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어 둘 다 동일하게 비중을 둔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도 수집해서 사용하고 있다. 가상 악기도 물론 훌륭하지만 예전 아날로그 신시사이저가 내는 소리도 많이 넣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레트로한 느낌도 강조되는 것 같다.

기반은 밴드 사운드지만 신시사이저도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을까.
지영 : 의도라기보다는 다섯 곡의 작업 시기가 다 다르다. 처음 스케치를 3~4년 전에 했던 곡들의 경우엔 그 당시에 좋아했던 밴드들의 느낌이 강하게 들어가 있고, 제일 마지막에 쓴 ‘Festival’처럼 최근에 작업한 곡들은 아무래도 전자음악 쪽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트랙마다 프루던스의 변천사가 조금씩 들어가 있다.

각각의 곡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지영 : 청춘이 느끼는 다섯 가지 감정의 스펙트럼인 셈이다. 첫 곡 ‘그대 이름은 Blue’에는 기대와 이상이 담겨있다. 청춘은 어떤 모습일지, 나의 인생에 가장 푸르른 시기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는 느낌으로. ‘초상화’는 어린 시절의 시행착오와 그에 대한 불안함으로 생각한다. 타이틀곡 ‘While you’re young’은 말 그대로 찬가다.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다.’평행우주’에는 가장 찬란한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느껴지는 허전함과 상실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Festival’은 초월에 가깝다. 어쨌든 인생은 축제 같은 것이기 때문에 슬픔에 빠져 있다가도, 그냥 어느 날 저녁에 갑자기 불꽃놀이 같은 걸 보고 깨닫는 것처럼. 짧고 아름다운 거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를 즐기자는 메시지다.

이번 EP를 사람들이 어떻게 들어주길 바라는지.
지유 : 계속 언급했듯 청춘이 키포인트다. 청춘을 마무리하는 사람, 청춘을 막 시작하는 사람, 그리고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 그러니까 청춘을 살아가는 모두가 자신의 시절을 떠올리면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일종의 세대 차별이 아닌가. (웃음)
지유 : 본인이 청춘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구나 다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풀 렝스 앨범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
지영 : 소속사에 몸 담기 전부터 데뷔 앨범은 EP로 계획했다. 롤링컬처원에 들어와서 ‘Drive my car’라는 곡을 먼저 싱글로 발매하게 되었고 당장은 음악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다섯 곡의 미니 앨범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음악이라는 게 결국 라이브, 즉 관객과 만나는 걸 전제로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사실상 조금 어려운 시점이다. 그런 면에서 앨범의 발매 시점을 조금 미룰 계획은 없었나.
지영 : 그런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 원래 이번 EP를 작년에 내려고 했었는데 ‘Drive my car’를 싱글 앨범으로 먼저 발매하면서 예상보다 기간이 조금 늦춰진 케이스다. 당연히 처음부터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든 팀이라 많이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음악적으로 성장할 거고 취향도 계속 바뀔 테니까 지금 시점을 기록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시작한 이래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지유 : 솔직히 막 힘든 적이 아직까지는 없었다. (웃음) 그래도 굳이 꼽자면 지금이 아닐까 싶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고 처음 해보는 일이 많다 보니까. 그만큼 더 잘 하고 싶어서 아무래도 마음고생도 하고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지영 : 주저하지 않고 20대 중반을 말하고 싶다. 이전 밴드(굿모닝달리)를 하기 전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자연스레 고민이 많았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남들은 학업도 마치고 하는데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고, 이게 제대로 된 커리어로 연결될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돌아보면 그때는 겪어보지도 않고 걱정부터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주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이돌 음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지영 : 사실 부업으로 아이돌 콘서트 실시간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BTS, 블랙핑크, 세븐틴 이런 아티스트들 전부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한 적도 많다 보니까 작년부터 거의 매주 아이돌 콘서트를 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서 생소한 경험이긴 하지만 이 일을 오래 하면서 느낀 것도 많다. 수많은 국내외 팬들이 보는 만큼 저들이 갖고 있는 무언가, 즉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반응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지영 : 우선 비주얼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리고 팬들 스스로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아이돌은 데뷔부터 소통이 전제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팬들이 즐기기엔 훨씬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인디 밴드가 이들의 비교 대상으로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인디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소통의 폭이 좁아서 아쉽긴 하다.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지유 : 가사를 쓰는 작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가끔은 정말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 마무리를 앞두고 어느 한 군데에서 막혀버리더라. 이런 게 창작의 고통인가 싶다. 그리고 녹음할 때 세심하게 집중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긴장이 많이 되곤 한다.

가사를 쓸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지유 : 시집에서 영감을 주로 얻는다. 책이랑 영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영감을 자주 얻곤 한다. 대개 큰 틀만 챙기고 나머지는 상상으로 채우는 편이다.

본인을 음악가로 만든 가수나 앨범, 노래가 있다면?
지영 : 나는 계속 자미로콰이다. 어릴 적 악기를 배우면서 연주의 개념으로 음악을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발견한 취향이 애시드 재즈다. 굿모닝달리에서 이를 많이 구사하려고 노력했었다. / 자미로콰이 < Travelling Without Moving >, 레드 제플린 < Led Zeppelin IV >, 어스 윈드 앤 파이어 < All ‘N All >, 팻 메스니 < Offramp >, 존 메이어 < Inside Wants Out >

지유 : 노래 부를 때 기교를 심하게 넣는 스타일은 아니라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그런 스타일의 곡들을 많이 찾아 듣게 되더라.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유재하 같은 목소리가 훨씬 감동적이라 생각했고, 또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체화하게 된 것 같다. 나는 내 목소리가 제일 좋다. (웃음) / 유재하 < 사랑하기 때문에 >, 검정치마 < Thirsty >, 시거레츠 애프터 섹스 < Cigarettes After Sex >, 블러 ‘There’s no other way’

앞으로 활동에 있어 포부가 있다면.
지영 : 일단 기대보다 좋은 성과를 얻고 있어서 출발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작업에 목말라 있는 상태라 앞으로 많은 곡을 발표할 생각에 기대가 되기도 하고, 이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잘 풀릴 것 같다. 열심히 하다 보면 코로나 사태도 종결되어서 공연할 기회도 생길 거라 믿는다. (웃음)

인터뷰: 임진모, 임동엽, 장준환, 이홍현, 정다열, 김성엽
촬영: 임동엽, 김성엽
정리: 정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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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 ‘술버릇 (운전만해 그후)’ (2021)

평가: 2.5/5

팀 해체가 다가오고 있음을 ‘너도 나도 다 알면서도’ 어느 누구 하나 입을 ‘쉽게 뗄 수 없는’ 막막했던 상황. 포기하지 않고 4년이란 시간을 달려왔지만 각자의 현생을 위해 ‘이 침묵은 깨져야만’ 했다. 2020년 8월에 발표한 ‘운전만해’는 단순히 연인 간의 권태기를 그린 노래가 아니라 가요계와 이별을 앞둔 브레이브걸스의 용감하고도 처량한 고백이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그룹이 사라지는 듯했으나 기적과도 같은 ‘롤린’의 역주행으로 그룹은 생명력을 되찾았고 정확히 1년 만에 ‘술버릇’으로 그날의 쓰라린 기억을 되돌아본다.

올여름 < Summer Queen >을 자처해 살랑였던 ‘치맛바람’이 청량한 트로피컬 하우스로 ‘롤린’의 잔향을 남겼듯 신곡 역시 시티 팝 스타일에 록을 배합해 또 다른 명곡인 ‘운전만해’의 명맥을 이어간다. 둔탁한 드럼과 기타 리프에 얹어지는 재료는 아련한 코러스와 신시사이저. 유사한 텍스처 활용으로 충분히 후속작이란 느낌을 주면서도 분위기를 주도하는 기악에 변형을 주어 장르적 입지를 넓힌다. 하지만 공간감을 넓히고 비트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이들의 강점인 단단한 중저음이 묻힌다. 매력적인 가창을 보조해야 할 요소들이 주인공인 곡은 작곡가 용감한 형제의 그 시절 감성만 도드라지게 하고 젊은 프로듀서진 투챔프의 부재를 체감하게 한다.

괄호 속 노골적인 언급에 비해 서사 간의 연결도 매끄럽지 못하다. 운이 따른 부분도 있으나 그들의 연대기가 케이팝의 새 역사를 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감정 이입을 자아내는 이야기 뒤엔 술의 힘을 빌린 투정만 즐비해 몰입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간절함이 담겨 있지 않은 ‘술버릇’의 노랫말은 들을 때마다 차오르는 ‘운전만해’의 울컥임을 억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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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2021/08 Editor’s Choice

메이지 피터스(Maisie Peters) < Volcano >

자꾸 생각나는 착한 팝, 맑은 목소리.
추천곡 : ‘Psycho’, ‘You signed up for this’

by 박수진

프렌치 키위 주스(FKJ) < Just Piano >

오직 건반으로 조경한 초록빛 숲과 녹색 테라피.
추천곡 : ‘Sundays’, ‘Pe’

by 김성욱

오핑(Offing) < Paradise Is Where We Are >

칙칙한 현실은 잔상과 이명이라는 얼트 록으로 치환이 가능하기에.
추천곡 : ‘Fish tank’, ‘론리 비치의 개들’

by 임선희

티나셰(Tinashe) < 333 >

보석 같은 선율로 매만진 다채로운 장르 혼합 파티. 티나셰 최고 작품이라 할 만하다.
추천곡 : ‘Last call’, ‘The chase’

by 이홍현

온앤오프(ONF) < Popping >

황금빛 햇살로 직조한 여름 찬가.
추천곡 : ‘여름 쏙 (Popping)’, ‘여름 시 (Summer poem)’

by 정수민

문선(MOONSUN) < Tom:貪 >

언어유희적 발상에서 시작된 톡톡 튀는 전자음의 변덕스러운 동태.
추천곡 : ‘Babe:배배’, ‘Time:타임’

by 김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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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이즈(THE BOYZ) ‘Thrill-ing’ (2021)

평가: 3/5

케이팝 왕좌를 향한 두 번의 여정에서 더보이즈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차별화된 무대를 통해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 로드 투 킹덤 >(2020) 우승과 < 킹덤 >(2021) 준우승을 거머쥐며 차세대 케이팝 선두주자로 우뚝 섰다. 오싹한 기운이 감도는 제목 ‘스릴링’만 보면 방송에서 보여줬던 태민의 ‘괴도(Danger)’ 커버 무대만큼 시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가 연상된다. 그러나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스릴러 장르에만 머물지 않는다.

리듬 게임에 나올 법한 사운드로 출발하는 ‘Thrill ride’는 후룸라이드처럼 시원한 물세례를 뿌리며 나아간다. 개성 넘치는 신시사이저와 두터운 베이스가 곡의 중심을 잡고 스크래치와 휘파람 소리 등의 부가 요소들은 흥미를 유발한다. 후렴구엔 따라 부르기 쉬운 ‘스-스릴 라이드/뚜뚜루루’를 반복하며 간결한 멜로디를 배치해 중독을 유도한다. 과거와는 다른 전개 양상이나 더보이즈만의 에너지로 계절적 특징을 살리며 이뤄낸 콘셉트 다각화다.

다만 ‘스릴’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설명하기엔 조금 단편적인 곡이다. 청량했던 EP < Dreamlike >와 몽환적이었던 일본 정규 음반 < Breaking Dawn >을 배합한 이번 신보는 청록색의 네온 빛을 내뿜고 있으나 타이틀 ‘Thrill ride’는 흥겹기만 해서 신비로운 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싱글을 제외한 그간의 앨범들을 되짚어 봐도 전반적인 기조를 형성했던 1번 트랙이 활동곡이었던 적은 없었다. 때문에 옴니버스 구성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오묘한 분위기의 테마파크로 안내하는 첫 번째 놀이기구는 차원 너머를 떠도는 듯한 ‘환상열차’가 더 어울린다.

정돈되지 않은 배치에도 각각의 뚜렷한 테마로 완성한 다각적 접근법은 본래 의도를 우수하게 실현한다. 도입부터 스산한 화음이 감싸는 ‘Nightmares (黑花)’는 공포스럽고 처절한 노랫말로 단조의 음울함을 극대화하며 꿈 세계관을 확장한다. 쓰러질 때까지 밤새 춤추자는 ‘Dancing till we drop’과 기타 연주를 곁들인 수줍은 고백 ‘B.O.Y (Bet on you)’는 팬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추억하며 얼굴을 마주할 언젠가를 기대하게 만든다.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온 소년들은 여름휴가도 평범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는 중 동선에 차질이 생기긴 했지만 다채로운 구성의 파티엔 즐길 거리가 풍성했다. 탄탄한 성장세를 자축하는 자리에 축배가 빠질 수 없지 않을까. 톡톡 튀는 신인 시절의 활기와 첫 정규앨범 < Reveal >부터 쌓아온 성숙함을 흔들어 따라낸 달콤 쌉싸름한 칵테일 한 잔. 온몸이 떨리게 만드는 냉기가 마스크로 답답했던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린다.

– 수록곡 –
1. Thrill ride
2. 환상열차 (Out of control)
3. Dancing till we drop
4. Nightmares (黑花)
5. Merry bad ending
6. B.O.Y (Bet on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