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몬스타엑스(MONSTA X) ‘Beautiful liar’ (2023)

평가: 3/5

과거로의 회귀보다 미래를 향한 진출이다. 공격적인 캐릭터로 그룹의 색을 칠하던 초기 활동과 유려한 팝의 문법으로 해외 진출을 도모했던 최근 행보, 그 중앙점에 위치한 ‘Beautiful liar’는 여러 물감으로 물들여온 그간 8년의 이력을 종합하는 과정이자 자신감이 담긴 돌진 예고다.

날카로운 전자 기타와 칸예 웨스트의 ‘Black skinhead’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묵직한 드럼으로 기존의 야성미를 연출했으나, < All About Luv >와 < The Dreaming >에서 터득한 ‘킬링 파트’ 창출 감각도 놓치지 않았다. 번갈아 위력을 구사하는 아이엠과 주헌의 랩이 거듭 긴장감을 견인하고 이에 형원의 훅이 적재적소에 감미로움을 투입하는 방식. 가벼운 구성임에도 탁월하게 귀에 침투하며 존재감을 알리는 곡이다.

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신인류 ‘Whisper’

평가: 3.5/5

잔잔한 물살같이 유려한 전개. 석양 노을처럼 일렁이는 신시사이저. 2년 만의 재결합을 알린 인디밴드 신인류의 싱글 ‘Whisper’는 꿈의 몽환경을 그린 직전 복귀작 < 희망서 >의 작풍과 닮아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더욱 심층적인 접근이다. 단어를 꼿꼿이 음미하던 ‘날씨의 요정’의 창법 대신 제목처럼 귓가에 속삭이듯 바꾼 보컬부터 몰입적이고, 몽롱함을 덧입힌 신온유의 감각적인 노랫말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왈츠 리듬에 같이 춤을 추다 보면 순간 박자를 바꾸는 재치 있는 변주 구간이 생동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느린 템포로 이어지는 4분가량의 길이에도 따분할 틈이 없다. 2022년의 마무리를 부드럽게 스민, 자욱한 물감과도 같은 곡.

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버둥 ‘구애 (With ALEPH)’ (2022)

평가: 3/5

따스함을 담아내는 두 아티스트 버둥과 알레프의 합작 싱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형상화한 가사와 구성이 돋보인다. 간단한 기타 코드에 서정적인 노랫말을 조심스레 얹으며 상대를 의식하고 본인의 감정을 되새기는 화자. 그렇게 조금씩 깃든 설렘이 이내 확신으로 변하는 그 순간, 곡은 몽환적인 간주를 거쳐 성대한 질주로 이어진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능숙한 듀엣도 쏠쏠한 재미다. 겨울철의 차가운 날씨가 침범할 수 없을 것만 같다.

Categories
POP Album

요 라 텡고(Yo La Tengo) ‘This Stupid World'(2023)

평가: 3.5/5

척박한 노이즈의 토지 위로 나지막이 드리운 서정의 꽃밭. 아이라 카플라와 조지아 허블리 부부를 주축으로 1984년 결성한 요 라 텡고(Yo La Tengo)의 음악은, 늘 이 모순되고 비현실적인 상상이 빚어내는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곤 했다. 예를 들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반항스런 슈게이즈에 콕트 트윈스의 아스라한 드림 팝을 섞어내는 식이다. 이들은 열여섯 장의 정규작 가운데 여러 장르의 정수를 배합하며 매번 새로운 논리 구조를 가져왔고, 어느덧 인디 록의 ‘절충주의’라는 독특한 수식마저 얻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밴드의 인기 요인은 불변함에 있었다. 낙관적 따스함이 웃돌던 <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 >(1997)과 슬로코어의 자줏빛 밤 산책을 품은 < And Then Nothing Turned Itself Inside-Out >(2000), 두 작품이 명반으로 평가받는 이유 역시 러닝타임 내내 일관된 아늑함을 조성한 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속 혼란과 우울을 요동치는 드론(Drone) 사운드로 표현한 직전 실험작 < We Have Amnesia Sometimes >를 제외하면 이들의 음악은 항상 변화 속에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적정선에 위치했다. 득을 취하면서도 능숙하게 중용의 자세를 고수해온 안정적인 작업 방식이 곧 특색을 결정한 비결이 된 것이다.

그런 < This Stupid World >는 디스코그래피에서 아홉 개의 표본을 선별한 모종의 아카이브 앨범과도 같다. 때론 신경질적으로 일그러지고, 때론 온화하게 어루만지던 나날의 기록을 차곡차곡 찍어 발행한 사진첩인 셈이다. 걸걸한 잔향과 반복적인 구성을 내세우며 일말의 타협 없이 내달리는 드라이브 대곡 ‘Sinatra drive breakdown’과 슈게이즈 작법에 안온한 보컬을 입혀 중화 작용을 펼친 ‘Fallout’, 크라우트록을 위시한 모토릭 리듬에 간결한 어쿠스틱을 수놓은 ‘Tonight’s episode’가 차례로 등장한다.

눈여겨볼 지점은 분위기를 반전하고 준비한 온기를 공유하는 포크 록 ‘Aselestine’과 지난날을 회상하듯 장대한 몽환경을 설치하며 마지막을 능숙하게 장식하는 ‘Miles away’다. 각각의 곡에서 코트니 바넷의 ‘Depreston’에 담긴 기분 좋은 무료함과 뷰욕의 ‘Hyper-ballad’ 같은 점멸하는 주마등이 스치듯 떠오른다. 즉흥 잼과 변칙적 박자 가운데 적적하게 죽음을 읊조리는 ‘Until it happens’ 역시 독특한 존재감을 남긴다. 40년 경력에 달하는 베테랑의 가지각색 노하우가 발현하는 순간이다.

다양한 장르 운용 기법을 가져온 비슷한 계열의 정산 작품 < I Am Not Afraid Of You And I Will Beat Your Ass >(2006)에 비하면 소모성이 조금 짙기도 하다. 개별 트랙의 소구력보다 작법 구현에 집중하며 활동의 당위성을 부여하려 하자 특유의 담백함만큼이나 밋밋함이 동반하는 구간이 생긴다. 그럼에도 여타 협업의 편법 없이 오래도록 색감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범접하기 힘든 감탄이 몰려온다. 위태로이 흔들리지만 절대 꺼지지 않는 촛불, 현재와 저편 사이의 공백을 계속 상상하게 만드는 얇은 장막. 요 라 텡고의 영역은 건재하다.

– 수록곡 –
1. Sinatra drive breakdown
2. Fallout

3. Tonight’s episode
4. Aselestine
5. Until it happens
6. Apology letter
7. Brain capers
8. This stupid world
9. Miles away

Categories
POP Single Single

시거레츠 애프터 섹스(Cigarettes After Sex) ‘Pistol’ (2022)

평가: 2.5/5

슬로우코어의 관건이 배합 비율이라 일컫는 것은, 질감과 분위기가 주가 되는 장르인 만큼 그 미묘한 차이에도 변화가 휙휙 체감되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제에 초점을 둔 1집과 미니멀리즘 노선에 탑승한 2집의 선례처럼, 계속해서 은은한 변화구를 던지고 있는 시거레츠 에프터 섹스의 이번 과녁은 우울하기만 하던 작풍의 소소한 반전이다.

우선 적막에 가깝던 드럼 사운드를 전면으로 부각하며 박자감과 리듬감을 획득했다. 악기의 순번만 바꿨을 뿐인데 외로운 춤사위에서 어느덧 애인과 추는 가벼운 왈츠에 가까워진 셈. 다만 전반적인 구성부터 기본 멜로디 모두 타성에 젖어있는 탓에 전작과의 차별점을 느끼기 힘들다. 전형을 벗어나기 위한 밴드의 꿈틀거림이 반갑기에 아직은 헛헛한 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