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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다가오는 무더위, 케이팝 10곡으로 여름 나기

올 여름에도 여행은 힘들 것 같다. 학생이건 회사원이건 꿀 같은 여름방학과 휴가를 이용해 잠시나마 무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여행을 빼앗아갔고 이번 여름도 어김없이 방구석 에어컨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래도 여름이 왔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해줄 가장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매년 여름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시원하게 녹여주었던 아이돌의 신나는 여름 노래에 그대로 몸을 맡기는 것. 이들의 청량한 사운드로 우리들의 마음만큼은 시원한 해변으로, 휴양지 야자수 밑으로 단번에 보내줄 수 있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꿈같은 여름날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이번 여름, 우리들의 심적 휴양을 책임져 줄 아이돌 가수들의 대표 여름 노래 10곡을 선정했다.

에프엑스 ‘Hot summer’ (2011)

에프엑스의 여름은 뻔하게 한가로운 휴양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교실, 사무실, 방구석에서 갇혀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며 뜨거운 여름 그 자체를 노래한다. 수십 번 반복되는 가사 ‘Hot summer’는 듣는 이에게 시원함을 선사해 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이열치열의 에너지로 무더위에 정면으로 맞선다. 보통의 여름 노래는 청량한 사운드의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 듣는다면 ‘Hot summer’는 견디기 힘든 폭염 탓에 정신이 살짝 혼미한 상태에서 듣기 제격이다.

‘Hot summer’의 매력 포인트는 10년이 지나도 그 뜻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가사에 있다. 특히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 /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라는 구절은 당시 가사의 논란이 발생했을 정도로 큰 혼란을 야기했다. 결과적으로는 알쏭달쏭한 가사가 귓가에 자꾸만 맴도는 중독성을 만들며 유일무이한 시즌송을 만드는데 한몫 했다. 십 년이 지났음에도 무더위에 미쳐버린 여름의 순간들을 이보다 화끈하게 표현한 아이돌 여름 노래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씨스타 ‘Loving u’ (2012)

쿨 이후로 등장한 2010년대 여름의 절대강자. 수 년에 걸쳐 한 계절을 점령해 버린 아이돌은 씨스타가 최초였다. 다른 걸그룹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건강미와 섹시함, 그리고 메인보컬 효린의 시원한 가창력으로 탄생한 이들의 여름 노래는 계절을 청각화 하는데 탁월했다. ‘Loving u’로 시작된 씨스타의 썸머송 연대기는 ‘Touch my body’, ‘Shake it’로 정점의 궤도에 올라서며 해체하는 순간까지 여름의 왕좌를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았다.

씨스타와 여름의 상성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Loving u’는 사랑에 빠진 풋풋한 감정을 짧지만 낭만적인 여름의 순간으로 표현한다. 직접적으로 여름을 연상시키는 단어 없이 소유의 살랑거리는 목소리와 탄산 음료 같은 효린의 고음, 도입부부터 바다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브라스 사운드의 설렘만으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썸머송! 해체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름만 되면 여전히 씨스타의 노래를 찾게 될 정도로 이들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샤이니 ‘View’ (2015)

샤이니의 상징색 펄 아쿠아 그린으로 수놓은 여름의 뷰. 뜨겁게 정열적이지도, 특별하게 시원하지도 않은 이들의 여름 노래에는 은은한 청량감이 감돈다. 당시로서는 케이팝에서 생소했던 딥 하우스 장르로 간결함을 추구하며 신나고 경쾌해야 한다는 여름 노래만의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곡의 구성은 자칫 심심함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공감각의 축제를 그린 종현의 언어유희, 감각적인 선율과 공간감을 채우는 멤버들의 보컬로 샤이니만의 개성이 담긴 여름 노래를 완성했다.

‘View’의 뮤직비디오에는 청춘들이 생각하는 낭만적인 여름 향기가 모조리 담겨 있다. 칠(Chill)한 여름의 푸른빛 색감,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스트리트 올드스쿨 패션, 휴양지에서 친구들과 만끽하는 풀 파티까지. 이들의 청춘 로드 무비는 사운드에 몽환적으로 스며들어 물속에서 숨 쉬며 헤엄치듯 환상 속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수많은 여름 노래들이 있지만 ‘View’가 가장 세련된 아이돌 여름 노래이자 샤이니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이유.

태연 ‘Why’ (2016)
태연에게는 사계절을 대표하는 곡이 하나씩 있다. 봄의 ‘사계’, 가을의 ’11:11’, 겨울의 ‘This Christmas’, 그리고 여름의 ‘Why’. 통쾌함이 감도는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청량한 트로피컬 리듬으로 표현한 ‘Why’의 여름은 불쾌지수 높은 계절의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준다. 국내에서 트로피컬 장르가 유행하기 이전에 발매된 탓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후발주자들이 등장함에 따라 완성도 높은 여름 노래로서 평가 측면의 역주행이 예상된다.

‘Why’는 서사를 투영한 여름 노래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단순히 상쾌한 여름날의 휴가를 노래한 곡이 아니다. 도입부의 차분한 어쿠스틱 선율에서 후렴의 청량한 비트로 전환하는 구성은 갑갑한 현실을 벗어나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그린다. 이때 ‘Why’라고 끝없이 반문하는 태연의 목소리는 일상 탈출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지금 당장 떠나도 좋다는 용기를 심어준다. 올여름도 어디든 멀리 떠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을 부풀게 하는 노래.

여자친구 ‘너 그리고 나’ (2016)

학교를 졸업한 소녀들이 처음으로 맞은 자유분방한 여름.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로 이어져 온 ‘파워 청순’ 콘셉트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지만 강렬한 록 사운드와 박력 있는 기타 연주로 도로 위를 질주하는 듯한 시원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멤버들의 티 없이 맑고 담백한 음색은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 가사에 청량한 여름의 향기를 한 스푼 더해준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은 학교를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풀 빌라로 여행을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장면들과 서정성을 갖춘 여름 노래의 만남은 익숙했던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여름 방학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약간의 긴장 그리고 나비처럼 날아오르고 싶은 설렘이 함께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계절. ‘너 그리고 나’에 깃든 시원한 에너지는 수줍은 소년소녀가 이번 여름에 앞을 향해 힘껏 내달릴 수 있는 동력을 실어준다.

레드벨벳 ‘빨간 맛’ (2017)

2017년 이후 여름 노래의 ‘국룰’은 ‘빨간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만 되면 TV 프로그램에서는 ‘빨간 맛’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1020 세대에게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여름 노래일 정도로 상징성이 짙다. 레드벨벳은 씨스타 이후 계보가 끊겼던 썸머퀸의 바통을 이어 받으며 ‘빨간 맛’을 시작으로 ‘Power up’, ‘음파음파’까지 여름과 떼어놓을 수 없는 그룹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빨간 맛’이 그린 여름의 기승전결은 완벽하다. 야자수 아래 달콤한 과일 주스를 마시며 뛰어노는 한낮부터 금세 노을이 진 해변의 저녁까지. 빠른 후렴구부터 느린 템포로 여운을 주는 엔딩의 구성은 어느 여름날의 하루를 다채로운 맛으로 담는다. 여름의 질감을 가진 통통 튀는 가사로 표현한 시원하고 짜릿한 음악은 그 해 여름을 상큼하게 보내기 위해 꼭 들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가진다. 누군가 여름이 어떤 맛이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빨간 맛’이라고 답할 것이다. 제목과 함께 흘러나오는 멜로디만으로 여름이라는 계절을 설명하기 충분한 강력한 썸머송!

위너 ‘Island’ (2017)

여름 노래의 진가는 당장의 뙤약볕 밑에서 들어도 눈앞에 하와이 해변에서 휴양을 만끽하는 장면을 그려줄 때 나타난다. 위너의 청량함을 대표하는 ‘Island’는 시원한 트로피컬 하우스 리듬으로 듣는 이들의 방구석 휴양지 여행을 가능케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지금, 이보다 여행을 꿈꾸는 자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곡이 또 있을까.

‘Really really’부터 위너와 떼어놓을 수 없는 조합이 된 트로피컬 장르는 ‘비행기 모드’, ‘무인도’, ‘보물섬’과 같은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와 함께 여름 휴가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쉴 새 없이 부딪히는 플럭 사운드는 내적 댄스와 함께 흥을 유도하며 강승윤의 여유로운 보컬과 이승훈의 자유로운 래핑은 트로피컬 분위기에 한껏 취하게 한다. ‘Island’와 함께 도로 위를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 휴양지에서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만끽할 수 있다.

트와이스 ‘Dance the night away’ (2018)

트와이스의 상큼함과 청량한 썸머송의 멜로디는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한 여름밤 해변가에서 신나게 댄스 축제를 벌이는 모습으로 담은 트와이스의 여름은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휴양지의 에스닉한 의상, 맨발로 모래사장을 자유롭게 뛰어노는 듯한 역동적인 안무, 멤버들의 맑고 시원한 보컬로 초대하는 여름 파티의 현장!

흥겨운 브라스 사운드가 이끄는 후렴구의 단순한 반복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여름 노래의 공식을 따르며 강한 중독성을 유발한다. ‘바다야 우리와 같이 놀아 / 바람아 너도 이쪽으로 와’처럼 자연의 요소를 품은 휘성의 독특한 노랫말도 곡의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8년 여름을 접수했던 ‘Dance the night away’는 여름마다 차트 역주행으로 소환되며 매년 어김없이 더위가 찾아왔음을 알린다.

세븐틴 ‘어쩌나’ (2018)

2세대 보이그룹을 대표하는 ‘청량돌’이 샤이니라면 3세대에는 세븐틴이 있다. 시원한 여름 분위기의 노래를 소화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이들은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다. ‘어쩌나’는 데뷔 초 ‘아낀다’, ‘만세’, ‘예쁘다’로 이어져 온 세븐틴의 청량 콘셉트를 이어가며 무더위를 산뜻하게 녹여주었던 썸머송이다. 이전의 곡들은 소년미를 부각하는데 집중했지만 ‘어쩌나’는 여름이라는 계절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스윙 리듬과 신시사이저로 차분하게 여름의 분위기를 담았음에도 세븐틴의 유쾌한 에너지는 그대로 다. 13명이라는 다인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현란한 안무, 뮤지컬 같은 다채로운 구성의 음악,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풋풋한 감성에는 듣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가사 속 ‘찌더움이 없는 Summer’를 맞이하게 해 줄, 선선한 공기를 품은 파스텔 톤의 노래.

오마이걸 ‘Dolphin’ (2020)

발매 시기는 봄이지만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켠 것은 여름이었다. 앨범 수록곡에 불과했던 ‘Dolphin’은 은은하게 스며드는 가사 ‘da da da da da’의 나른한 음성으로 여름 바다의 물보라와 같은 파동을 일으켰다. 직접적으로 계절을 겨냥한 노래는 아니다. 사계절을 지나 일 년이 넘도록 사랑받고 있는 곡이지만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이 연상되는 시원한 멜로디와 멤버들의 청아한 음색은 무더운 여름에 듣기 최적화된 세트다.

빠른 템포, 꽉 찬 사운드,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대표되는 썸머송의 흥행 공식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하지만 강력한 중독성 한 방으로 여름 노래들의 모든 인기 요인을 압도한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안무 또한 너도 나도 ‘Dolphin’의 리듬에 몸을 맡기도록 만든다.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을 마성의 여름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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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정승환 ‘다섯 마디'(2021)

평가: 3/5

‘발라드 세손(世孫)’ 정승환이 초심으로 돌아왔다. 데뷔 앨범 < 목소리 >를 시작으로 줄곧 한 장르만을 고수해 왔지만 대표곡 ‘이 바보야’, ‘너였다면’ 같은 정통의 스타일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2019년에 발매된 앨범 < 안녕, 나의 우주 >는 동화적인 분위기의 말랑말랑한 곡들 위주였고 최근에 공개했던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은 각각 여름과 겨울을 겨냥한 곡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이어오던 정승환은 < 다섯 마디 >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음악으로 돌아와 그가 가진 목소리의 강점을 발휘한다.

정승환 특유의 말하듯 자연스러운 가창에 집중하며 음악적으로 큰 특색 없이 담백한 구성의 앨범을 완성했다.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 시간’은 풋풋한 짝사랑의 고백을 표현한 가사와 꾸밈없는 보컬이 만나 스트링 선율과 건반 연주만으로 서사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세공한다. 곡에 영감을 준 드라마 < 응답하라 1988 >의 러브 스토리와 소심한 고백을 표현하는데 탁월한 유희열의 작사, 그리고 한층 성숙해진 정승환의 애절한 음성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사랑 노래다.

이중에서 아이유가 선물한 ‘러브레터’는 수록곡 중 단연 눈에 띈다. 아이유가 < 유희열의 스케치북 >에서 제목도 없이 불렀던 미공개 자작곡은 곽진언의 기타 연주와 정승환의 따뜻한 음색으로 전하는 어쿠스틱 곡으로 재탄생했다. 분명 화제가 되는 조합이지만 정승환의 보컬이 가진 강점보다 아이유의 감성이 부각된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식는다. 한국형 발라드의 정석을 들려준 ‘그런 사람’과 자작곡 ‘그대가 있다면’에서의 색깔이 상대적으로 더 뚜렷하다.

한국 발라드는 감정을 쥐어짜고 슬픔을 강요하는 클리셰로 인기를 끌었지만 서정적인 연가의 백미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진한 여운을 주는 데 있다. 정승환의 노래에는 뚜렷한 기승전결도, 전율을 일으키는 고음과 화려한 테크닉도 없지만 가슴을 울리는 먹먹함이 있다. 초심으로 돌아간 그의 음악이 당장의 강한 인상을 주지는 않지만 섬세하게 쌓아 올린 역량만으로도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증명한다.

– 수록곡 –
1. 봄을 지나며
2. 친구, 그 오랜시간
3. 그런 사람
4. 그대가 있다면
5.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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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홍대광 ‘한 걸음씩 발맞춰서’ (2021)

평가: 2.5/5

홍대광 특유의 따뜻한 음색과 경쾌한 멜로디로 1년 만에 돌아왔다. 살랑거리는 스트링 선율과 기분 좋아지는 하모니카 연주가 싱그러운 봄 내음을 물씬 풍기며 깨끗하고 고운 미성이 달콤한 설렘을 자아낸다. 데뷔 때부터 변함없이 이어져 온 그의 무해한 감성으로 전하는 풋풋한 힐링 러브송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홍대광의 색깔은 밝고 따뜻한 감성의 음악이다. ‘잘 됐으면 좋겠다’, ‘I feel you’와 같은 초기활동 곡들이 대표적이며 ‘한 걸음씩 발맞춰서’ 또한 비슷하다.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애절한 발라드 ‘네가 나의 눈을 바라봐줬을 때’, 모던 록 스타일의 ‘비처럼 Fall in love’ 등 다양한 시도를 해 왔지만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은 가장 홍대광다운 음악에서 나타난다. 뻔하고 익숙할지라도 과거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반갑게 다가갈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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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올리비아 로드리고 ‘Sour'(2021)

평가: 3.5/5

열여덟 인생에 찾아온 이별의 쓴맛은 지독했다. 디즈니 < 하이 스쿨 뮤지컬 >의 주인공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전 남자친구 조슈아 바셋의 환승 이별을 저격한 ‘Drivers license’로 단숨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거머쥐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하이틴 스타들의 삼각관계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최적의 소재였고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발라드의 애절함은 10대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단 한 곡으로 올해 가장 핫한 신인으로 거듭난 그는 본격적으로 이별 경험담을 쏟아내며 뮤지션으로서의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Drivers license’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 Sour >는 더욱 날이 선 어조로 헤어진 연인을 비난하고 격앙된 감정을 분출하는 이별곡 모음집에 가깝다. 쓸쓸한 정서를 담은 ‘Traitor’는 서정적인 기타 연주와 함께 ‘배신자’라는 직설적인 단어로 슬픔을 토로하며 신스팝 장르의 ‘Deja vu’는 매번 같은 수법으로 여자를 만나는 태도를 한심하다는 듯 비꼰다. 강렬한 틴 팝 록 스타일의 ‘Good 4 u’는 남자친구를 ‘소시오패스’라고 비난할 정도로 격렬한 분노를 터뜨린다.

이별이 음악의 소재가 되어주었다면 음악적 특징은 그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로부터 받은 영향에서 비롯된다. ‘1 Step forward, 3 steps back’은 우상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New year’s day’를 샘플링 했고 이별의 경험을 녹여낸 송라이팅 방식까지 그와 닮았다. 중2병 같은 가사를 분노의 샤우팅으로 담은 펑크 록 ‘Brutal’에는 에이브릴 라빈의 반항심이, ‘Favorite crime’과 ‘Happier’의 호소력 짙은 보컬에는 로드의 깊은 감성이 묻어난다. 색깔이 강한 뮤지션들의 익숙한 향취가 결합해 음악에 다채로운 맛을 더하는데 정당성을 부여한다.

유치하지만 솔직하고, 어설프지만 당돌하다. 이것이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매력이다. 실제 연애사를 전면에 내세운 그의 노랫말은 감정 표현에 망설임이 없는 MZ 세대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며 어른들의 관심 밖이던 십대들의 이야기를 화제의 중심으로 끌고 오는데 성공한다. 특정 장르로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고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음악 스타일을 풀어내는 작법 역시 해당 세대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정의한 십대들의 솔직한 표현법은 이들을 풋내기로만 보던 어른들의 음악 세계에 새콤한 반전을 선사한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첫 등장으로 빌리 아일리시를 잇는 2000년대생 팝스타로서의 강렬한 눈도장을 찍는다.

– 수록곡 –
1. Brutal
2. Traitor
3. Drivers License
4. 1 Step forward, 3 steps back
5. Deja vu
6. Good 4 u
7. Enough for you
8. Happier
9. Jealousy, jealousy
10. Favorite crime

11. Hope ur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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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 렉사 ‘Better Mistakes'(2021)

평가: 3/5

‘Meant to be’와 ‘I’m a mess’라는 히트 싱글을 배출했던 메이저 데뷔작 < Expectations >의 흥행은 계속되지 못했다. 이후 비비 렉사는 3년의 공백 기간을 가졌고 조울증 진단까지 받아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다. 인고의 시간을 겪은 그는 비로소 자신의 아픔에 정면으로 맞서며 솔직함을 담은 노래로 극복을 시도한다. 소포모어 앨범 < Better Mistakes >는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비비 렉사의 강점에 주력하기 보다는 진솔한 내면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자신의 감정과 맞닿은 음악들을 선보인다.

심리적 고통에서 파생된 음악들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띠는 가운데 앨범을 관통하는 레트로 팝 사운드가 돋보인다. 포문을 여는 ‘Break my heart myself’는 날카로운 가창의 팝 록 스타일로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떠올리게 하며 광기 어린 가사와 함께 처절한 감성을 드러낸다. 강렬한 업 템포 리듬의 ‘Sacrifice’는 중독성 강한 1990년대 하우스 음악의 분위기를 풍기며 팝 펑크 스타일의 ‘Death row’는 도입부의 앓는 듯한 창법과 시원한 후렴구가 대비되는 독특한 구성으로 과거의 정취를 들려준다.

감정선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은 다른 가수들과의 협업과 여러 장르를 통해 더욱 거세진다. 릴 우지 버트의 반항적인 랩핑과 비비 렉사의 툭툭 내뱉는 가창이 특징인 ‘Die for a man’은 단순한 멜로디를 가진 전작의 히트곡 ‘I’m a mess’의 흐름을 이어간다. 도자 캣의 피처링으로 화제를 모은 리드 싱글 ‘Baby I’m jealous’는 중독성 강한 신시사이저 리듬으로 재치 있는 말재간을 표현하며 타이 달라 사인의 감미로운 싱잉 랩과 울적한 스트링 선율이 이끄는 ‘My dear love’에는 그런지 록의 색채가 담겨 있다. 상이한 장르들의 반복적인 교차는 앨범을 지탱하는 불안정한 정서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각 수록곡에는 비비 렉사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하지만 열 세 가지의 각기 다른 감정이 하나의 앨범으로 결합하면서 긴밀한 유기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조화롭지 않은 곡 구성은 듣는 이의 불편한 감상만을 불러일으킨다. 이 의도적인 부조화는 비비 렉사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반영한 자기 표현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달리 한다. < Better Mistakes >는 스스로를 규정하는 음악적 특징과 주위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화법으로 담아낸 자전적인 이야기다.

– 수록곡 –
1. Break my heart myself (Feat. Travis Barker)
2. Sabotage
3. Trust fall
4. Better mistakes
5. Sacrifice
6. My dear love (Feat. Ty Dolla $ign & Trevor Daniel)
7. Die for a man (Feat. Lil Uzi Vert)
8. Baby, I’m jealous (Feat. Doja Cat)
9. On the go (Feat. Pink Sweat$ & Lunay)
10. Death row
11. Empty
12. Amore (Feat. Rick Ross)
13. Ma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