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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이 ‘4 Only’ (2021)

평가: 2.5/5

YG 시절 ‘보석함’이라는 타이틀이 누구보다 잘 어울릴 정도로 앨범 발매 텀이 길었던 이하이는 AOMG로 소속사를 옮긴 후 비교적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바버렛츠 안신애와의 합작품 ‘홀로’와 ‘For you’를 연달아 공개했으며 크러쉬, 그레이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하는 등 뮤지션으로서 이전보다 자유로워진 행보를 보였다. 일 년간의 예열을 마친 그는 5년 5개월 만에 새 정규앨범 < 4 Only >를 꺼내 들며 한층 넓어진 음악 스펙트럼과 함께 2막의 시작을 알린다.

다채로운 장르의 시도를 통해 다양한 감정의 표현이라는 앨범의 주제를 구현한다. 이하이를 강하게 특징짓던 펑키(Funky)한 알앤비 소울의 색채를 걷어내고 신스팝, 발라드, 재즈 멜로디에 목소리를 녹여 앨범에 풍성함을 더했다. 라틴 풍의 ‘그대의 의도’와 빠른 템포의 리드미컬한 기타 연주로 흥을 더한 ‘물타기’는 이하이의 허스키한 중저음 보이스가 가진 매력을 강조하며 비아이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구원자’는 쓸쓸한 비장미가 깃든 재즈 사운드와 시적인 가사로 서정적인 정서를 떨군다.

소속사 이적 후 발매하는 첫 정규작인 만큼 같은 소속사 내의 여러 힙합 뮤지션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예상했으나 6곡을 작곡한 이하이의 참여 비중이 제일 크다. 웅장한 건반 연주의 무게감과 와일드한 보컬로 진한 잔상을 남긴 ‘Darling’은 자작곡 중 단연 돋보이며 프로듀서 그레이와의 색깔을 적절하게 믹스한 ‘Bye’는 리드미컬한 템포와 그루비한 보컬의 조화가 돋보인 매력적인 신스팝이다.

음악적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듣는 재미를 더했으나 타격감을 주는 곡은 부족하다. 무엇보다 타이틀곡 ‘빨간 립스틱’은 위켄드, 두아 리파 등으로부터 이어져 온 디스코 풍 신스웨이브 사운드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르며 곡에서 화자의 존재감을 흐릿하게 만든다. 타샤니의 ‘경고’를 오마주 하며 윤미래를 피처링으로 대동한 것 또한 신선한 전략이라기보다는 뻔한 흐름의 일부에 가깝다. AOMG 이적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코드 쿤스트와의 협업곡 ‘어려워’와 ‘안전지대’마저 나른하고 몽환적인 사운드와 밋밋한 조화를 이룰 뿐이다.

< 4 Only >는 7년간 YG의 철저한 기획 하에 만들어진 가공의 정체성을 깨고 가수 본연의 주체성을 발현하기 위한 터닝 포인트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특유의 독특한 음색과 개성을 돋보이게 해준 ‘1,2,3,4’, ‘It’s over’, ‘Rose’ 등 초기 활동곡들과 같은 강한 소구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반영한 만큼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깃들었다. 아직은 미약한 발돋움이지만 이하이의 본격적인 색채 변화는 주목할 만한 행보다.

– 수록곡 –
1. 구원자 (Feat. B.I)
2. 그대의 의도
3. 물타기
4. Bye
5. 빨간 립스틱 (Feat. 윤미래)
6. 머리어깨무릎발 (Feat. 원슈타인)
7. 안전지대
8. 어려워
9. Darling
10. 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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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씨 ‘Stereotype’ (2021)

평가: 3/5

걸그룹 전담 히트메이커 블랙아이드필승의 공식은 이번에도 통했다. 씨스타, 에이핑크, 트와이스 등 유독 여자 아이돌과의 탁월한 상성을 보여왔던 그는 지난해 6인조 걸그룹 스테이씨를 기획했고 이들은 ‘So bad’와 ‘ASAP’ 단 두 곡만으로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 특히 ‘ASAP’이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안무 챌린지로 인기를 끌면서 이들은 케이팝 4세대를 이끌어가는 신예로 급부상했다. 첫 번째 EP < Stereotype >은 앞으로의 발돋움을 위한 본격적인 시작점이다.

전작에서 확립한 스테이씨만의 색깔과 음악 스타일을 전적으로 반영하며 고유의 코드를 확립한다.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 리듬이 ‘ASAP’의 잔향을 남기면서도 가벼운 808 베이스와 브라스 연주로 청량한 후렴구를 캐치하게 구현한다. 몽환적인 보컬 소스와 쫄깃한 보컬로 강조한 도입부와 브리지 구간 등 적재적소에 힘을 준 프로듀싱 또한 인상적이다. 질주하듯 이뤄지는 변주 혹은 화려한 사운드 장치를 혼합하는 형태의 케이팝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뻔한 작법을 비껴갔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들린다.

이엑스아이디와 신사동호랭이, 브레이브걸스와 용감한형제의 관계처럼 블랙아이드필승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앨범이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제법 다양한 갈래를 구축한다. 빠른 템포의 미니멀한 비트로 주조한 트로피컬 하우스 리듬의 ‘Slow down’, 개성 강한 멤버들의 음색을 섬세하게 활용한 알앤비 트랙 ‘I’ll be there’ 등 그룹이 추구하는 틴프레시 콘셉트 외적으로도 역량을 발휘하며 다음을 향한 가능성을 심어준다.

단출한 구성의 미니앨범이지만 타이틀곡이 가진 방향성만큼은 뚜렷하며 그룹의 정체성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일차원적인 작사 탓에 호소력이 온전히 발휘되지는 않지만 편견 없이 자신을 봐달라는 ‘색안경’의 메시지는 곧 그룹이 대표하는 Z세대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기도 하며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나이대의 입장을 대변한다. 뻔한 사랑 노래와 예쁜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고정관념과 차별의 태도를 지양하는 긍정적 메시지를 노래하는 화자, 스테이씨의 정체성 또한 분명해진다.

– 수록곡 –
1. 색안경 (Stereotype)
2. I’ll be there
3. Slow down
4. Com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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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노메코(PENOMECO) ‘Shy (eh o)’ (2021)

평가: 3/5

오토튠을 깔아놓은 듯한 독특한 음색을 트레이드 마크로 타이트한 랩, 보컬, 프로듀싱 등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함을 보여온 힙합 뮤지션 페노메코가 ‘나이지리안 팝’이라는 생소한 장르로 이색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끈적한 그루브와 속도감 있는 드럼 비트, 흥겨운 트럼펫 연주가 라틴 팝의 분위기를 띠고 있어 나플라와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싱글 ‘Senorita’가 떠오르기도 한다.

특유의 웅얼거리는 듯한 싱잉 랩과 오토튠의 조합이 나이지리아어를 사용한 가사와 만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이와 상반된 ‘뭣이 중한데’ 같은 한국적인 가사가 언밸런스한 매력을 만든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이 커리어상 변곡점이 될 만큼 신선하진 않다. 미니멀한 사운드에 빈티지한 악기를 사용해 힘을 덜어내는 식으로 변화를 주었지만 근래 계속 고수하고 있는 부드럽고 멜로디컬한 싱잉 랩 스타일의 연장선에 놓여있을 뿐이다. 오히려 진한 아프로팝 사운드에 양동근의 묵직한 음색을 가미한 수록곡 ‘Bolo’가 매혹적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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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Solar Power’ (2021)

평가: 2.5/5

틴에이저의 당찬 자기표현과 솔직한 사랑 서사를 독보적인 색깔의 음악과 함께 거침없이 드러냈던 로드에게는 팝스타로서의 혼란과 차기작에 대한 부담, 슬픈 개인사가 연달아 찾아왔고 그는 4년간 자취를 감추었다. 긴 공백기는 남극 탐사를 다녀오는 등 대자연에서의 심적 치유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어 주었으며 마침내 태양의 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 Solar Power >로 활동의 기지개를 켠다. 단출한 포크 사운드와 편안한 보컬은 앨범의 자연주의적 메시지와 상통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괴롭혀 온 팝 스타덤에 대한 결별 선언작이다.

은둔의 시간을 보냈던 로드는 리드 싱글 ‘Solar power’에 담긴 밝고 산뜻한 에너지로 어둡게 드리웠던 그림자를 걷어내고 따스한 여름의 햇빛과 함께 재도약의 신호를 내비쳤다. 리드미컬한 퍼커션 리듬, 축제를 연상시키는 백 보컬과 브라스 연주로 채운 멜로디는 풍요롭기까지 하다. 몽환적인 도입부와 광야를 달리듯 거칠게 질주하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인상적인 ‘Mood ring’과 리드미컬한 드럼 비트와 함께 엄숙한 도입부를 환기하며 로드의 친숙한 색깔을 꺼내든 ‘The path’는 은근한 경쾌함으로 열기를 조금씩 끌어올린다.

그러나 단조로운 포크 사운드가 연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앨범은 곧바로 힘을 잃는다. 전작부터 이어져 온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와의 협업이 테일러 스위프트, 라나 델 레이의 곡들을 떠올리는 방향으로 이뤄진 탓에 시너지를 이뤄내지 못한 영향이 크다. ‘Stoned at the nail salon’은 라나 델 레이의 ‘Wild heart’와 구조적으로 닮았으며 ‘The man with the axe’와 ‘Big star’ 등의 미니멀한 곡들은 짧은 호흡의 전개에도 지루한 감상만을 남긴다. 통통 튀는 비트의 ‘Dominoes’ 또한 시종일관 아기자기한 세션 연주에 갇혀 평이한 멜로디만을 맴돈다.

사운드의 미약함 내에서도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또 하나의 메시지, 환경을 다룬 가사만큼은 유의미하다. 기후 변화를 떨어진 과일에 비유하여 경고성 의미를 담은 ‘Fallen fruit’는 비장한 기타 선율과 어둡게 깔린 백보컬을 통해 경각심을 유발한다. 환경이 파괴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Leader of a new regime’과 그의 고향인 뉴질랜드에서의 삶을 전한 ‘Oceanic feeling’의 잔잔한 스트링 선율과 은근한 신시사이저 음들은 자연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높은 완성도의 < Melodrama > 이후 긴 공백이 초래한 간극을 메운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복귀작에 담긴 명확한 주제의식은 음악과 합치되지 못한 채 부유할 뿐이며 두 장의 앨범을 통해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곡에 녹여냈던 로드의 색깔은 흐릿하다. 앨범 전면에 내세운 여름의 정취가 무색하게 < Solar Power >는 강렬한 에너지의 열기와 더위를 식혀줄 청량함 둘 중 그 무엇 하나도 전하지 못한다. 작렬하는 태양빛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뮤지션으로서 순탄하게 걷던 길에 뿌연 안개를 흩뿌렸다.

– 수록곡 –
1. The path
2. Solar power
3. California
4. Stoned at the nail salon
5. Fallen fruit
6. Secrets from a girl (Who’s seen it all)
7. The man with the axe
8. Dominoes
9. Big star
10. Leader of a new regime
11. Mood ring
12. Oceanic fee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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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Queendom’ (2021)

평가: 2.5/5

오랜 기다림이었다. 레드벨벳은 2019년 연말 ‘Psycho’로 최고의 히트곡을 만들어냈으나 거듭된 난항을 겪으며 1년 8개월이라는 긴 공백을 보냈다. 하지만 본디 그들의 계절이라 할 수 있는 여름을 복귀 시점으로 택하며 ‘빨간 맛’, ‘Power up’, ‘음파음파’로 이어져 왔던 흥행 가도를 잇고자 한다. < Queendom >은 어느덧 데뷔 7주년을 맞은 레드벨벳의 컴백을 화려하게 알리는 축제의 의미를 표현함과 동시에 타이틀곡을 중심으로 여름의 향취를 품으며 익숙한 반가움을 더했다.

‘레드’와 ‘벨벳’으로 구분되는 변화무쌍한 콘셉트와 독특한 사운드의 흐름이 지금까지의 레드벨벳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면 ‘Queendom’은 철저하게 곡이 함의하는 메시지와 감성에 초점을 둔다. ‘다시 한번 시작해볼까’ 같은 식의 가사는 현재의 레드벨벳이 맞이한 국면과 동일한 맥락을 취하며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웬디의 시원한 고음 코러스를 필두로 멤버들의 하모니가 벅차오르는 감성을 더하며 곡의 감정선을 풍부하게 만든다.

가사에 담긴 의미와 음악의 매력적인 요인은 별개로 작용한다. 늦여름과 어울리는 무난한 댄스 팝 장르의 곡이지만 레드벨벳이 7년간 시도해 온 다채로운 사운드와 과감한 실험들과는 가장 동떨어져 있다. 그룹 특유의 청량함과 ‘Ladida-do Ba-badida’라는 주문을 외는 캐치한 후렴구로 강조점을 두었지만 모호한 콘셉트의 곡과 시너지를 이루지 않고, 멜로디 전반에 깔린 밋밋한 인상 또한 상쇄시키지 못한다.

유니크한 콘셉트와 그에 적합한 수록곡들로 탄탄한 유기성을 구현했던 기존 앨범들에 반해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무난한 만듦새를 취했으나 인상적인 트랙이 부재하다. 저물어가는 여름날의 잔상을 흩뿌린 발라드 ‘다시, 여름’과 톡톡 튀는 신시사이저 리듬이 돋보인 ‘Knock on wood’는 그룹의 익숙한 스타일과 맞닿아 있어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 에스닉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다이내믹한 변주를 그린 ‘Pose’, 아이린과 슬기의 유닛을 떠올리게 하며 매혹을 떨군 ‘Better be’만이 임팩트를 남기며 아쉬움을 달랜다.

< Queendom >은 약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레드벨벳을 그리워했을 대중에게 반갑게 다가가는 음반으로서는 성공적이나 어떠한 콘셉트를 소화하더라도 늘 주체적인 개성을 발휘하던 그룹의 기량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상실케 한다. 모두가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앞세워 힘찬 응원가의 분위기를 형성했지만 정작 앨범의 주인공이어야 할 이들의 정체성은 흐릿하다. 무던한 완성도와 안전함을 추구한 작품은 레드벨벳이 공고히 쌓아온 독특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사운드를 모두 담기 벅차다.

– 수록곡 –
1. Queendom
2. Pose
3. Knock on wood
4. Better be
5. Pushin’ n pullin’
6. 다시, 여름 (Hello, sun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