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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 로바토(Demi Lovato) ‘Holy Fvck’ (2022)

평가: 2.5/5

다사다난한 삶을 딛고 일어난 데미 로바토의 터닝포인트는 언제나 음악이다. 디즈니의 하이틴 드라마 < 캠프 락 >을 기점으로 대중 미디어의 품에서 성장한 팝 스타는 집단 따돌림, 동료들과의 진흙탕 싸움, 그리고 약물 중독과 질긴 사투까지 벌여왔다. 출렁이는 그래프 위에서 대표곡 ‘Cool for the summer’와 ‘Sorry not sorry’로 상승 기류를 탄 것처럼 위안의 변곡점은 늘 몇 년 간격으로 발매한 앨범이었다.

전작 < Dancing With The Devil >이 죽음의 문턱에서 힘겹게 돌아온 이의 회고록이라면 신보는 불행한 시절을 넘어 데미의 새 시대를 그린 청사진이다. 거칠고 우악스러운 비속어 감탄사 < Holy Fvck >이 암시하듯 잘못을 뉘우치며 고해성사하거나 절대자에 귀의하여 구원의 손길을 바라지는 않는다. 도리어 십자가 모양 침대 위에 결박된 피사체는 자기를 옥죄었던 과거를 굳센 표정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털어내고자 하는 솔직한 의지를 내비친다.

야성적인 방향 전환은 결연한 태도에 당위를 부여한다. 올해 1월 이미 ‘팝 음악을 향한 장례’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며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했던 그는 팝 펑크와 그런지를 등에 업고 로커로 탈바꿈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 빠르고 쿵쾅거리는 음률 안에서 포효하는 대의가 명확하다. ‘Freak’, ‘Skin of my teeth’와 ‘Eat me’에 강조된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는 분노를 표출하고, 시원한 보컬이 반주에 화답하며 팝 스타일과 옛 흔적들을 지운다.

집단적인 짜임새를 갖춘 반주와는 다르게 각자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들이 작품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세상의 본질에 신경 쓰는 건 나뿐인가?’라고 냉소적인 질문을 내놓기엔 다소 흥겨운 팝 펑크 넘버 ‘Substance’와 자신의 아픈 경험을 매개로 공감을 전도하는 ’29’ 등을 다양하게늘어놓았지만 그 사이사이 교차로를 찾아보기 어렵다. 마태복음과 성적 유희를 역설적으로 병치한 ‘Heaven’에도 나타나듯 관능적이고 성적인 소재 외에는 공통분모가 흐릿하다.

피곤한 타협의 인생을 극복하기 위해 일렉트릭 기타를 들쳐 멘 데미 로바토의 표정은 혼란스럽다. 숱한 유혹을 뿌리쳤음에도 남아있는 어두운 그림자 때문일까,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식도 아직 투박하다. 그럼에도 어느새 여덟 번째 음반을 발매한 베테랑이 떨친 위용은 여느 록 스타 못지않다. 선과 악의 혼재된 구렁텅이에서 잠시 비틀거릴지라도 이상향을 향해 올곧은 회귀를 시작했음은 분명하다.

– 수록곡 –
1. Freak (Feat. Yungblud)
2. Skin of my teeth
3. Substance
4. Eat me (Feat. Royal & The Serpent)
5. Holy fvck
6. 29
7. Happy ending
8. Heaven
9. City of angels
10. Bones
11. Wasted
12. Come together
13. Dead friends
14. Help me
15. Feed
16. 4 ever 4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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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지코 ‘Grown Ass Kid’ (2022)

평가: 3/5

2년간의 공백기를 거친 지코의 칼끝은 과거를 가른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난 후의 복귀작은 담대한 구상을 세우는 대신 연혁을 훑으며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무대를 휘어잡던 아이돌, 힙합 경연 쇼미더머니 최연소 프로듀서를 지나 직접 창립한 소속사 KOZ의 수장까지, 이미 ‘다 자라난 아이’는 잔뼈 굵은 명함들을 모아두며 잠시 숨을 고른다.

언더그라운드 래퍼 시절의 맹랑한 열정부터 여전히 우상향 중인 랩 실력을 증명한다. 2020년을 먹어 치웠던 두 거물 ‘Meteor’의 창모와 ‘아무 노래’의 지코가 주고받는 만담 ‘Trash talk’에는 신선한 리듬과 플로우가 살아나고, ‘부스터 샷도 못 막아, 내 목표는 인재 양성’ 등 펀치라인에는 타격감이 넘친다. 노력과 실력 없이 한탕만을 꿈꾸는 신예들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Omz freestyle’ 역시 커리어 내내 매섭게 갈고닦아 온 역량을 과시하며 꾸짖음의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했다.

분위기를 뒤엎는 타이틀 ‘괴짜’는 블락비 시절을 추억하는 찬가다. 지구 멸망 상황이란 신박한 소재에 호응하는 빠른 리듬과 익살스러운 사운드가 그룹의 대표 트랙 ‘Jackpot’이나 ‘닐리리맘보’를 따르며 유별난 악동 이미지를 뇌리에 되새긴다. ‘She’s a baby’, ‘천둥벌거숭이’처럼 트렌디한 힙합에 치우친 그간의 개인 작업에 과거 몸담았던 팀 색깔까지 어색하지 않게 녹여낸 모습이다.

다음 장은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재능으로 미디어를 잠식하고 정상에 오른 지코의 전성기가 장식한다. 전작 < Random Box >를 요약한 듯한 트랙들은 힙합을 지배하는 억센 자아와 잔잔한 감성으로 대중성을 저격한다. 유려한 기타 반주 위 부드러운 보컬을 담아낸 ‘Seoul drift’는 간결하고, 지올 팍과의 합작 ‘Nocturnal animals’도 얼터너티브 알앤비 신성의 통통 튀는 매력과 본인의 노련미를 무난히 섞어냈다.

어느새 서른을 넘기고 완숙미를 물씬 풍기는 < Grown Ass Kid >는 논쟁거리이자 매혹적인 구경거리다. 신을 점령할 청사진을 기대한 이들은 ‘허슬하는 래퍼’의 낯선 현상 유지에 저마다 의문을 품기도 하고 그 의지에 수긍하기도 한다. 자기 답습, 혹은 담금질인가를 재단하기 이전에 꾸준한 태도만은 명확하다. 소문이 무성한 괴짜의 작업물이 이제 막 재도약을 위한 발판에 올라섰다.

– 수록곡 –

  1. 괴짜 (Freak)
  2. Seoul drift
  3. Trash talk (feat. CHANGMO)
  4. Omz freestyle
  5. Nocturnal animals (feat. Zior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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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크래비티(Cravity) ‘Boogie woogie’ (2022)

평가: 2.5/5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9인조 보이 그룹 크래비티가 시원한 반란을 시도한다. 블루스 장르에서 따온 곡 명 ‘Boogie woogie’가 펑키함을 예고하고, 기대에 걸맞게 신나는 반주가 현란한 베이스 워킹과 금관악기로 화답했다. 뭄바톤과 트랩 등을 섞은 ‘Adrenaline’에 비해 분명 정돈된 모양새다.

그 여파로 창의력을 위시한 그룹의 지향이 점차 옅어진다. 피아노와 베이스 라인이 주도권을 잡은 음악은 방탄소년단의 향기를 풍기고, 활력 넘치는 이미지는 같은 영토에 오래도록 군림한 세븐틴과 겹친다. 정식 앨범을 발매하기 전, 숏폼 동영상과 함께 선공개 영어 싱글로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전략 역시 답습이다. 간만에 등장한 소년들의 청량미를 잘 머금었으나, 시대에 균열을 낼 만한 명분은 부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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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리조(Lizzo) ‘Special’ (2022)

평가: 3.5/5

경쾌한 나르시시즘의 현신 리조가 다시 한번 세상에 사랑을 외친다. 2020년 < Cuz I Love You >로 그래미에서 어반 컨템포러리 베스트 앨범을 수상한 ‘자기 구애 음악’의 선구자는 올해 신보의 리드 싱글 ‘About damn time’을 빌보드 정상에 올려놓았다. 물오른 역량과 에너지를 과시한 그는 자아도취로 흠뻑 적신 지금까지의 활동을 넘어서, 뜨거운 경험까지 녹여낸 < Special >로 아름다운 영향력을 더 널리 전파하고자 한다.

이번에도 과거 장르에서 전수받은 흥으로 21세기를 물들인다. 1980년대 힙합과 록을 융합한 비스티 보이즈의 유산이 녹아든 ‘Grrrls’를 비롯해, 펑크(Funk)와 디스코를 재해석한 트랙엔 찬란한 시절을 향한 애착이 짙다. 레트로 열풍의 신호탄을 쏜 마크 론슨과의 협업곡 ‘Break up twice’ 역시 블루지한 기타 위에서 여성 알앤비의 굵은 획 로린 힐의 ‘Doo wop’을 오마주해 흥겹게 추억을 재생한다.

단순히 복고 흐름에 올라탄 이들과는 달리 트렌드에도 날카롭게 발을 맞춘다. MTV 시대의 신스 팝을 닮은 ‘2 be loved’의 세련된 리듬감은 모든 세대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고, ‘About damn time’도 시원한 발성으로 뽑아낸 캐치한 후렴구부터 숏폼 동영상에 맞춤형인 퍼포먼스까지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춤사위는 신세대의 당돌한 가치관을 대변하며 유행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방점을 찍는다.

무대 위로 동반자를 호출하는 구호는 ‘I love you bitch’, 리조는 활력 넘치는 긍정의 메시지로 금남의 파티를 이어간다. 다소 우악스럽게 등장하는 비속어 호칭들은 흔히 남성 래퍼들이 자기 과시를 위해 사용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이 세계에서 여성들은 ‘Everybody’s gay’의 디스코 리듬을 즐기며 열정을 발산하는 주체이자, 서로에게 찬사를 건네는 ‘Special’의 방식을 계승하며 우정을 과시하는 동료다.

신명나는 옛 사운드를 포장지 삼아 ‘당신은 특별하고 사랑받아 마땅하다’라는 격언을 전 세계에 전한다. 거친 행동과 과격한 표현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지만 그 진의는 결코 경박하지 않다. 도리어 진중하게, 함께 하는 추종자들은 구시대적인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연대로 뭉쳐 나아간다. 리조가 선봉에 선 익살스러운 투쟁은 이제 우아한 기품마저 갖추었다.

– 수록곡 –
1. The sign
2. About damn time
3. Grrrls
4. 2 be loved (Am I ready)
5. I love you bitch
6. Special
7. Break up twice
8. Everybody’s gay
9. Naked
10. Birthday girl
11. If you love me
12. Cold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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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박재범 ‘Need to know’ (2022)

평가: 2.5/5

AOMG를 떠나 시작점으로 되돌아간 박재범이 활동의 가닥을 잡았다. 아이유와 함께 산뜻한 봄을 위트 있게 담아낸 ‘Ganadara’를 뒤이어, 몽환적인 여름밤을 닮은 ‘Need to know’도 그의 본업인 알앤비 팝이다. ‘All I wanna do’와 ‘조아(Joah)’의 프로듀서 차차 말론이 옛 사장에게 청명한 비트를 선사했고, 그 위에 달큰한 문구들을 영어로 속삭인 박재범은 화려한 춤사위를 더해 화답한다.

3분을 넘지 않는 짧은 호흡과 유명 댄서와의 퍼포먼스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트렌드를 충족하나 유별난 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구애의 노랫말은 동어 반복으로 무의미하게 흘러갈 뿐이고 짧은 러닝타임 동안 네 번이나 반복되는 후렴구는 음색이 도드라져야 할 트랙의 매력을 상쇄한다. 다방면으로 뽐낸 열정이 흥겹기는 하나 무더운 열대야를 날리기엔 다소 미지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