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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Glassy’ (2021)

평가: 3/5

첫 솔로곡의 키워드는 ‘안정감’이다. 타이틀마다 고음 셔틀을 담당했던 그룹 활동과는 달리 ‘Glassy’의 조유리는 훨씬 탄탄하고 무게감 있는 보컬을 선보인다.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사운드의 변화를 최소한으로 두고 보컬 자체의 강약 조절에 더 중점을 찍었다. 높낮이가 드라마틱 하지 않기에 자칫 루즈할 수 있었으나, 후렴구의 ‘라 라 라’가 확실하게 각인이 될 법한 멜로디이며 숨을 고를 타이밍에 배치되어 있어 중요한 역할을 도맡는다. 위와 같은 영리한 움직임에서 조유리를 음악으로 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그의 이름을 닮아 깔끔한 첫 페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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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네미시스 하세빈 인터뷰

우리는 2000년대 초반, 노래방을 휩쓸었던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솜사탕’을 기억한다. 두 대표곡이 대변하듯 클래시컬 록이라는 독자적인 깃발을 흔들면서도 대중성을 놓지 않은 밴드 네미시스가 있고 그 중심에는 기타리스트 하세빈이 서 있다. 네미시스의 대다수 수록곡이 그의 손에서 시작되었는가 하면 특정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이러한 열정이 지금까지도 계속되었기에 그를 종횡을 아우르는 스펙트럼의 소유자라 할 수 있겠다.

지난 8월 31일, 골든 핑거 페스티벌에서 출연자로 연이 닿아 그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록의 호흡이 약해진 음악 시장에 대해 하세빈은 ‘흐름을 바꾸기보다 내가 지금 있는 자리를 지키고 내 음악을 할 것’이라며 단단한 생각을 전했다. 피아노를 두드리듯 부드러운 기타 연주를 닮아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다가도 ‘초심을 늘 생각한다는’ 음악 삶의 신념을 논할 때의 묵직함은 록 그 자체였다.

네미시스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고 유튜브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다수의 뮤지션이 그렇겠지만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무언가를 준비하면 상황이 안 좋아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원래는 올 하반기에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잘 안되는 부분이 있다. 일정이 미뤄지기도 하고 간간이 온라인 공연을 참여하고 있는 정도다.

네미시스 공연을 준비했다는 뜻인지.
그렇다. 네미시스 공연도 있고 다른 것도 준비하고 있다.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골든 핑거 페스티벌 말고는 오프라인 공연 준비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든다. 차라리 곡을 쓰는 것에 집중하고 만약 공연을 한다면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음악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는데 본격적으로 활동해야겠다고 시작한 시기는 고등학교 때다. 그전에는 생각만 좀 하고 음악 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학원이 있네, 가봐야지’ 해서 친구들과 함께 다녔고 ‘밴드부도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마침 학교에 없어서 동창끼리 하나둘씩 모여서 시작하게 되었다.

악기 중에선 왜 기타를 잡게 된 건가.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와서 기억나는 게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생 즈음 엠넷에서 해외 뮤지션의 영상을 자주 방영했는데, 그중 스티브 바이(Steve Vai)가 인상 깊었다. 스티브 바이의 ‘Bad horsie’와 같은 곡을 들으면서 기타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좀 트리키하고 현란하면서 우아한 연주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거 같다. 피아노는 어릴 때 부모님이 이런저런 학원 다니라고 하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오래 하니 너무 지겨웠다. 자아 없이 기계적으로 하느라 지겨워하면서 손 놓고 있다가 기타를 배우면서 피아노에도 또 관심이 생기더라.

스티브 바이로 기타를 시작했다고 했는데 따로 존경하는 아티스트는 없는가?
아무래도 처음을 스티브 바이로 시작했던 것이 임팩트가 컸다. 지금 꾸준히 영상을 보는 건 아니지만 항상 처음의 마음가짐을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다. 사실 여러 유명한 기타 뮤지션들이 계시지만 나에게 있어 초반에 영향을 준 아티스트를 제일 존경한다.

2005년 1집을 시작으로 지금 16년 차인데 인디 뮤지션으로 오래 활동하게 된 비결이 궁금하다. 쉽지 않았을 텐데.
쉽지 않다는 게 금전적인 문제, 불화, 혹은 음악적 견해를 말하는 것이라면 아마 모든 밴드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16년 동안 같이 하다 보면 가족도 싸우는데 의견이 안 맞는 경우도 당연히 있고 밴드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는 예전부터 해서 그런지 어느 정도 맞춰가는 법을 안다. 안 좋게 말하면 포기할 건 포기하고 가져갈 건 가져가면서 타협을 하다 보니 오래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팀워크에 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인디 신에서 활동도 힘든데 음악 자체도 흔치 않은 장르를 택했다.
네미시스 나름대로 색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어쿠스틱이 유명하다고 어쿠스틱으로 치우치거나, 인디 안에서 대중적인 장르, 비주류 장르를 나누기보다는 다양한 게 좋지 않나.

네미시스 특유의 클래시컬한 사운드를 만든 시작점은.
드러머는 스피드 메탈을 좋아하고 나 같은 경우는 잔잔한 브릿 팝 위주로 들었고 다른 멤버는 멜로딕 한 곡들을 좋아했다. 다들 좋아하는 장르가 달랐다. 그렇게 비트감도 있으면서 서정적이고 멜로딕 한 걸 섞어보자 해서 지금의 색깔이 나왔다. 클래식의 경우는 내가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물론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시도했는데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같은 장엄하고 서사적 사운드가 밴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된 것 같다. 사실 ‘솜사탕’은 전혀 클래시컬한 느낌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가벼운 느낌도 좋아한다.

작사, 작곡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다양하다. 책을 보고 혹은 영화를 보고 작업한 것이 한두 곡 정도 있지만 대부분 피아노 앞에서 다양한 것을 떠올리면서 시작을 한다. 먼저 상상으로 큰 그림을 그려놓은 후 작업하고 또는 기타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일상에 있던 모든 게 모여서 상상으로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본다.

작업하다가 힘든 경우가 있었는가, 극복 방법은?
항상 그렇다. (웃음) 20대 초반에는 그냥 매일 한 곡 이상을 일기 쓰듯이 써보자 해서 한두 개씩 테마별로 작업했을 때도 있었다. 지나서 보니까 확실한 임팩트가 있는 것이 아니면 이걸 다 쓰는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곡들이 비슷하게 나올 때도 있고. 너무 곡에 몰입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활하다가 만드는 등 지금은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하고 있다.

골든 핑거 페스티벌 1회부터 쭉 참여했던데, 처음에 섭외 받았을 때 기분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유명하신 선배님들과 함께 하는데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불러주셔서 영광이었다. 먼저 감사하단 생각이 들고 그다음에는 엄청난 선배님들 사이에서 내가 껴도 되는 건가 하는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골든 핑거 페스티벌 2회가 고향인 통영에서 열렸다.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방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했고 음악을 할 때 결핍 같은 것이 있었다. 공연 하나 보기가 어렵고 학원도 별로 없다 보니 겨우 찾아서 고등학교 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구가 적으니까 음악 시장이 활발하지 않아서 안타까웠는데, 이런 문화를 지방에서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많이 오진 않았지만 그런 공간이 점차 커지면 좋을 것 같다.

페스티벌 3, 4회는 비대면으로 진행했는데, 느낀 차이점이 있다면?
확실히 에너지가 다르다. 내가 나올 수 있는 에너지 강도도 달랐고 현장의 분위기도 달랐다. 관객이 있고 없고 차이가 크더라.

공연에서 10대 뮤지션들의 참여가 점차 늘고 있다.
점점 더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번 골드 핑거 페스티벌에 참여한 10대 뮤지션 중 ‘진산’의 영상을 보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기타를 배울 때 나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을 한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래서 기타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내 음악을 해야겠다!’라는 쪽으로 가게 되었다. 다시 말해, 한 악기의 대가가 되기보다는 악기들을 두루두루 다루면서 그냥 내 음악을 꾸준히 해왔던 것이다. 지금의 10대 뮤지션들 모두 잘해주고 있지만 너무 한 분야의 톱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난 안돼’하고 좌절하기보다는 여러 악기도 시도해 보고 전체적인 음악을 위해 접근했으면 한다.

네미시스나 개인 작업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음악은 무엇인가?
사실 제일 최근에 작업한 곡일수록 가장 최근의 생각을 담았기 때문에, 추천하는 작업물은 4집 앨범 < White Night >이나 작년에 싱글로 나온 ‘세상의 끝’이다. 1집 < La Rose de Versailles >은 초기의 열정을 담고 있다. 음악을 시작할 때의 에너지가 담긴 1집과 지금의 4집을 들으면 ‘이 밴드는 이런 식의 음악을 하는구나’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음악가로서가 아닌 하세빈 개인의 목표나 삶의 지향점이 있다면?
20살 초반에 음악을 할 때는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바라보고 해야 하나?’라는 목표 없이 했다. 밴드가 어디까지 올라가면 성공일까? 공중파 TV에 나와야 하나? 당시 성공했던 팀처럼 유명해져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꾸준히 내 음악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그렇다면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음악이 아닌 다른 것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 좋아하는 음악을 평생 즐겁게 해 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지속 가능한 음악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을 해야 한다고 본다.

연주자로서 개인의 자아실현과 경제적 삶과 같은 현실적인 면에서 충돌이 있었는지.
사실 홍대에서 나름 성공한 밴드 축에 속하지만 그래도 벌이는 뻔하다. 활동 초반부터 느낀 문제다 보니 ‘아무리 성공해도 이 정도 수준이구나’하는 마음이 들어 재테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웃음) 이전부터 음악으로 잘 되면 오케이, 안되면 힘든 문제니까 다른 걸로도 먹고 살 수 있도록 무언가 만들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 그럴 것 같다.
1집부터 내가 직접 대표해서 회사를 만들었는데, 음악 관련한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음악 하는 사람들은 돈 생각하면 안 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듣다 보니 나한테 사기 치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자본을 확실히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아직까지도 음악 시장에서 돈 관련한 문제를 터부시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게 이상하다.

하세빈이 봤을 때 기타리스트면서 곡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는지?
어릴 때는 본 조비의 리치 샘보라가 음악을 잘 만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나에게 음악적으로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누구일까를 생각해보면 스티브 바이나 익스트림(Extreme)의 누노 베텐코트 그리고 본 조비가 있었다. 리치 샘보라는 스티브 바이처럼 매우 테크니컬한 기타리스트는 아니지만 송라이터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본 조비 같은 팀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내가 뽑는 나의 명반이 있다면?
내가 왜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시작점 그리고 음악 인생 초반에 대해 생각을 자주 한다.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어떤 장르를 듣고 확 꽂힌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들어보고 추천도 받으면서 점차 단계적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팝과 같은 이지리스닝부터 시작해서 매니악한 소규모 음악까지 닿게 되더라. 나에게 처음 밴드 음악의 임팩트를 주었던 음반은 본 조비의 < Crossroad >였다. 근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잘 안 듣게 되더라. (웃음)

기타가 위주가 아닌 팝 앨범도 들었을 텐데.
시간이 너무 지나다 보니까 지금은 듣는 게 많이 달라졌는데 어렸을 때는 마이클 잭슨, 라디오헤드를 많이 들었다. 사실 그런 음악을 하고 싶었다.

요즘 들어 찾아 듣는 음악이 있는지.
핑거스타일 기타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의 사토시 고고 음악을 들으면서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외에는 새로운 곡들을 들으려고 랜덤 재생으로 많이 듣고 있다. 좋아하는 노래만 들으면 너무 한정적이고 신곡을 잘 안 듣는 거 같아서… 요즘은 추천이더라도 개인 취향 위주로 해준다더라. 아이돌이나 댄스 음악도 잘 듣고 있다.

최근에 쓰고 있는 곡의 스타일은 어떤 쪽인가? 어떤 스타일의 곡을 쓰고 싶나?
아까 말했다시피 핑거스타일 기법을 연습하고 있다. 기타로만 만들 수 있는 곡에 신경 쓰고 연습하면서 재밌어하기도 하고 또 스트레스도 받고 있다. 그 외의 음악으로는 재즈적인 느낌을 차용하기도, 다 차치하고 통기타로 하는 담백한 발라드도 쓰는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직접 노래할 생각은 없었나?
노래를 못한다. (웃음) 데모를 만들 때도 일단 내가 가이드를 불러서 녹음하고 나중에 보컬한테 해보라고 하면 ‘나는 노래를 하면 안 되는구나’를 확연하게 느낀다. 그걸 모를 수가 없다.

네미시스 앨범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집에서 계속 작업하고 있다. 지금 시기보다 더 괜찮아졌을 때 발매해서 공연도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상황 때문에 연기되고 있다.

코로나가 해제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아무래도 네미시스 공연이다. 작년에 온라인 공연을 제외하면 1년 8개월 정도 됐다. 2019년 연말 때 콘서트에서 ‘내년에 또 봐요’라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웃음) 결국 연기되고 또 연기되었다.

네미시스 활동하면서 20여 년 세월이 흘렀는데 음악적인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가장 즐거웠던 때는 언제인지?
2005년에 1집을 내기까지가 힘들었다. 2000년부터 2004년 사이에 1집을 만들었다가 폐기했고 다시 2005년에 발매하게 되었다. 음반을 새로 다시 만들어야 하고 이제까지 노력했던 게 다 헛수고가 될 것 같고 힘들었다.
가장 좋았던 때는 네미시스 1집을 내고 활동했을 때. 그리고 밴드 이브 6, 7집에 참여했을 때다. 방송 활동도 많이 했었고 반응도 좋았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즐거운 시기였다.

인터뷰: 임진모, 임선희, 정수민, 임동엽
사진: 임동엽
정리: 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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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라니(Kehlani) ‘Altar’ (2021)

평가: 3.5/5

‘비통함과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여행이었다’라는 언급을 덧붙이며 새 싱글을 발표한 켈라니.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후 애도의 감정을 코로나 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떠나버린 이가 “조금만 더 남아있어주길(stay just a little bit longer)” 바라는 그의 마음은 제례 의식을 섞으면서 너무 과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유유히 흘러간다.

정박의 킥드럼와 엇박의 하이햇이 주축을 이루는 사운드는 미니멀하지만 빈 공간이 없고, 미디엄 템포의 알앤비는 따스한 햇빛을 시각화한다. 후반의 백킹 보컬과 소울풀한 오르간은 이 자리에 없는 그와 더 가까워지길 원하는 염원을 그대로 투영했다. 슬픔을 쏟아내기보다 힐링의 언어로 치환한 그. 다시 말해 개인의 감정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다수의 공감을 얻어내는 방식을 취해 우리는 켈라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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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GRAY) ‘I don’t love you (Feat. 쿠기)’ (2021)

평가: 2.5/5

힙합 히트곡 중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트랙을 찾기가 어렵다지만 정작 본인의 이름을 내건 정규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뷔 후 9년 만에 들고 온 결과물의 선공개 곡인 ‘I don’t love you’는 앨범 리스트가 공개된 시점에서 흔히 말하는 ‘밑밥’용으로 적절한 듯하나 싱글 단위 자체로는 흡인력이 부족하다. 멜랑꼴리한 기타 리프에 힘을 뺀 싱잉 랩을 취하다 보니 밋밋하고, 그러기에 바이브레이션 가득한 끝 음 처리가 불안 요소로 두드러진다. 의도치 않게 타이틀곡으로 시선이 거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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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Permission to dance’ (2021)

평가: 3.5/5

모든 게 예상 밖이다. 댄스가 들어간 제목은 ‘Dynamite’와 ‘Butter’보다 훨씬 밝은 에너지를 지니거나 강도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이며, 장르 역시 이전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디스코, 펑크(Funk)에 힘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신곡은 BTS가 지배하는 먹먹한 감성을 녹여내는 반전을 꾀했다. ‘Make it right’에서 이미 한번 손을 잡았던 에드 시런과의 재결합이 그룹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진행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이들에게 어떤 재료를 곁들였을 때 본디의 색채가 빛나는지 알고 있고,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신나지만 어딘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아냈다.

앞선 두 영어 곡은 당장 눈앞의 힘듦을 잊게 할 흥을 강조했다면 이번은 잔잔한 치유로 온기를 전달한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스펠을 취하는데, 먼저 랩 파트를 과감히 삭제하여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연출하고 곳곳에 자리한 일렉트릭 피아노와 현악기로 따스함을 선사한다. 후렴구에서 터트리지 않고 오히려 계단처럼 내려가는 음, 후반부의 그룹 코러스 또한 가스펠의 전형이다. 자극적인 요소를 덜어내다 보니 심심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세 곡 중 가장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섬세함이 있다.

답습은 아니더라도 세계 시장에 규격화된 행보를 보니 블록버스터의 장중함이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이 모습도 저 모습도 모두 방탄소년단의 자아라지만 신곡에서 살짝 비춘 예전의 감성이 오히려 그때를 찾게 되는 목마름을 낳았다. ‘팝’스타 BTS보다 팝스타 ‘BTS’가 보고 싶어지는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