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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더 비트(GOT the beat) ‘Step back’ (2022)

평가: 1.5/5

SM의 소속 여성 아티스트들로 이루어진, 일명 ‘Girls On Top’ 프로젝트는 안일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막강 어벤저스 군단을 모아두었지만 갓 더 비트의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데다 오직 시대착오적 계산만이 남아있는 탓이다. 먼저 도입부에 특유의 비장함을 눌러 담은 합창은 지속 시간이 길어 지루하고, 이어 급작스럽게 연결되는 뒤틀린 현악기 사운드는 보컬을 가린다. 후렴으로 갈수록 이러한 난잡함이 감소하지만 뜬금없이 등장하는 유영진의 코러스는 맥을 끊는다. 슈퍼엠에서도 목격된 바 있는 ‘나태한 SMP’를 반복한다.

누수는 가사에서도 계속된다. 러닝타임 내내 오직 ‘내 남자를 건든 너’를 향한 일갈과 비하로 가득할 뿐 갓 더 비트의 서사는 어디에도 없다. 다시 말해 이들은 노래의 주인공이 아니다. 정상에 올라섰다는 증명이 여성으로 한정된 타인을 뒤로 밀치면서 이뤄졌기에 당연한 수순이다. 결과적으로, 탄탄한 보컬 실력과 적재적소에 배치된 각 멤버들의 역량이 고군분투하며 곡을 이끌어 가는 상황. 17년 전, 보아의 ‘걸스 온 탑’과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는 게으름을 ‘Girls bring it on’ 가사 한 문장으로 가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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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별 (Dear)’ (2021)

평가: 2/5

목소리 하나로 촉촉한 감성을 빚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특장점을 잘 알고 있는지 정승환은 2016년부터 ‘그 겨울’부터 작년의 ‘어김없이 이 거리에’ 등으로 겨울 감성을 타겟팅으로 삼는 작품에 힘을 실었다. 신곡 역시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정통 발라드 구조를 따른다.

다시 말해 매우 익숙하다. 잔잔하게 깔린 피아노가 필두에 서고, 후반부는 기타, 드럼, 스트링 등 여러 사운드가 극강으로 몰아붙인다. 뒤로 갈수록 겹겹이 쌓이는 악기들은 오히려 보컬을 잡아먹었기에 오히려 올해의 < 다섯 마디 >가 부른 잔잔함의 울림이 더 컸다. 별처럼 반짝하고 빛나는 구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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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잎들 ‘철교 위에서 본 나’ (2021)

평가: 3.5/5

시험 점수가 낮거나, 취업문을 넘지 못하거나 우리는 실패할 때마다 종종 ‘한강 간다’라는 표현을 쓴다. 일렁이는 하천 위에 기차가 다니지 않는 거대한 철교가 주는 중압감은 그 자체에서 오는 것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청년이 갖는 마음의 짐이 얹혀있기 때문이다.

검은잎들은 ‘철교 위를 걷는 점점 작아지는 나’에 주목한다. 떨리는 목소리와 불안한 발걸음을 사운드로 구현하듯 피아노와 기타 등 최소한의 악기로 느림의 미학을 건네고 고독하게 울리던 보컬은 작아 보이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분출하며 응축과 발산을 표하고 있다. 1970년대의 포크 발라드 특유의 음울함을 그대로 가져오며 요즘의 정신적 좌절을 노래한다. 딱 거기까지. 그 이상의 희망이나 응원을 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위로 곡이 되는 이유는 진솔함과 따뜻함이 여기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포크의 또 다른 이름인 청춘을 잘 읽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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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 ‘Family (Feat. Bebe Rexha, Ty Dolla $ign & A Boogie Wit Da Hoodie)’ (2021)

평가: 3/5

EDM이 변방으로 밀려난 지금, 꾸준히 다작을 채우는 DJ 데이비드 게타의 올해 12번째 싱글. 서정적인 멜로디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2021년 발매한 싱글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가 이제껏 취해온 정직한 빌드업-드롭 방식이 드러나지 않고 ‘Hey mama’, ‘Say my name’이 증명한 흥행 보증수표 비비 렉사의 유니크한 보컬이 처음부터 끝까지 곡을 주도하고 있다. 비교적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떼창을 노린 듯한 확실한 후렴구에서 데이비드 게타의 특장점이 뚜렷하다. 타이 달라 사인과 에이 부기 윗 다 후디의 래핑이 비비 렉사에 밀린 탓에 3분이 안되는 구성이 개운치 않지만 흠까지 잡을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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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Glassy’ (2021)

평가: 3/5

첫 솔로곡의 키워드는 ‘안정감’이다. 타이틀마다 고음 셔틀을 담당했던 그룹 활동과는 달리 ‘Glassy’의 조유리는 훨씬 탄탄하고 무게감 있는 보컬을 선보인다.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사운드의 변화를 최소한으로 두고 보컬 자체의 강약 조절에 더 중점을 찍었다. 높낮이가 드라마틱 하지 않기에 자칫 루즈할 수 있었으나, 후렴구의 ‘라 라 라’가 확실하게 각인이 될 법한 멜로디이며 숨을 고를 타이밍에 배치되어 있어 중요한 역할을 도맡는다. 위와 같은 영리한 움직임에서 조유리를 음악으로 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그의 이름을 닮아 깔끔한 첫 페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