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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킴(Lim Kim) ‘Veil’ (2022)

평가: 3/5

그의 깊고 낮은 음색은 울림을 준다. 멜로디가 빈약해도, 대중적인 후렴구가 없어도 인상적인 김예림의 목소리는 그만큼 특별하다. 오디션 프로그램 < 슈퍼스타 K > 출신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뒤로한 채 연예인이 아닌 아티스트가 되려고 자신의 음악을 선택한 그는 대중성보다 내면의 솔직한 감정을 담은 ‘Veil’로 다시 한 번 지지층을 결집한다.

전작 ‘Falling’에 이어 일렉트로닉의 스케치 위에 드림팝, 사이키델릭, 슈게이징처럼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구현한 ‘Veil’은 선율이 흐릿하지만 불규칙한 박자 안에서 통일성을 유지하며 그로테스크한 가을의 이미지를 세밀하게 다룬다. 그는 트렌드를 머금은 이 곡으로 ‘김예림’이란 특허를 확인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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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무(Mamamoo) ‘일낼라’ (2022)

평가: 3/5

남자가 원하는 도발적인 가사는 당돌한 마마무와 어색하지 않다. 그동안 거침없고, 엉뚱하고, 화끈한 모습과 시원한 노래들을 보여주고 들려준 네 명의 에너지는 이 곡에서 정점을 이뤘다. 레게리듬을 바탕으로 한 노래를 여름이 지난 가을에 발표해 마마무다운 당당함을 과시한 ‘일낼라’는 뭄바톤, 트랩 등 최신 트렌드도 융화시켜 나이 어린 세대도 포섭하려 한다.

브리지가 지나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구간에서 쌓아올린 휘인, 솔라, 화사, 문별의 랩과 보컬 하모니는 평면적인 멜로디를 입체적으로 전환했다. 가창력이 뛰어난 정사각형 퍼즐의 조화다. 국민가요라고 할 만한 노래가 아직 없는 재계약 2년차 그룹 마마무는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적재(積載)한 ‘일낼라’로 대중을 도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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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연 ‘Hush Rush'(2022)

평가: 4/5

아이즈원이 해산하고 1년 6개월 만에 솔로로 데뷔한 이채연은 의도치 않게 한 팀의 멤버였던 친구들과 경쟁한다. 권은비, 조유리, 미야와키 사쿠라와 김채원이 속한 르세라핌, 안유진과 장원영이 있는 아이브의 일본 데뷔 그리고 일본에서는 혼다 히토미가 있는 AKB48의 컴백 시기와 겹치면서 2022년 10월의 이른바 ‘아이즈원 대전’에 참전하게 된 것이다.

< Hush Rush >의 수록곡들은 1980년대를 관통한다. 전체적으로 복고적이지만 너저분하지 않고 정갈하며 깔끔하다. 명절의 선물세트처럼 포장만 화려한 게 아니라 내용물도 알찬 이 음반에는 네 곡밖에 없지만 소수정예 특수부대처럼 그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이채연의 홀로서기를 지원한다. 무대 위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쑥스럽게 고백한 타이틀곡 ‘Hush rush’는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에서 암약했던 뉴웨이브/펑크의 영향을 받았고 팬송 ‘Danny’ 역시 1980년대 초반 영국의 뉴웨이브/신스팝 밴드 스타일이다. 오마이걸의 ‘돌핀’이 떠오르는 ‘Aquamarine’은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솔로 가수로서의 설렘을 담았으며 뛰어난 녹음기술과 믹싱을 들려주는 신스팝 넘버 ‘Same but different’ 역시 1980년대의 댄스팝을 부활했다.

보컬에 리버브와 에코 사운드를 줄여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팬들과의 거리감을 좁혔고 밴드 사운드를 강조한 ‘Hush rush’에서 저음부터 고음으로 치닫는 구간도 자연스럽다. 뿐만 아니라 가수 이채연으로 주목 받기 위해 안무도 상대적으로 화려하지 않다. 아이즈원의 ‘메인댄서 채연’에서 ‘보컬리스트 이채연’으로 변태(變態)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영어 가사가 많은 곡의 분위기를 위해 발음을 연음으로 처리해 가사 전달이 미흡한 점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 Hush Rush >은 세련된 복고로 미래를 담았다. 이것을 위해 그는 마이크 앞에서 ‘혼자’라는 부담감을 이겨냈다. 18개월의 인내, 일취월장한 보컬, 고운 심성과 바른 인성은 이채연을 케이팝의 보석으로 만든다. 그의 아름다운 날개에 달린 깃털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야 한다.

-수록곡-
1. Hush rush
2. Danny
3. Aquamarine
4. Same but diffe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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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드(Khalid) ‘Satellite’ (2022)

평가: 3.5/5

트렌드를 위해 자신의 음악 궤도에서 잠시 이탈했다. 기대감을 높이는 휘슬 인트로와 더 위켄트의 노래처럼 몽환적이고 복고적인 분위기. 케이팝 아이돌에게 영향을 받은 단체군무까지 칼리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관능적인 긴장감이 흐르는 업템포 음악을 잠시 떠났다.

올해 초에 발표한 ‘Skyline’의 후속편처럼 과하지 않은 리듬을 유려하게 이끌며 그 비트 위에서 유영하는 그의 심드렁한 보컬은 모든 세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멜로디로 태어났다. 그는 대중적이며 쉽고 편한 ‘Satellite’를 통해 잠시라도 케이팝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여기에 사랑스럽고 앙증맞은 안무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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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한 밤의 꿈처럼’ (2022)

평가: 3/5

화제를 모은 프로젝트 그룹 WSG 워너비의 후광이다. 가창력으로 인정받은 걸그룹 씨야 출신 이보람은 그 작업으로 노래 실력을 재검증 받으며 다시 한 번 인기에 불을 지피고자 한다.

‘한 밤의 꿈처럼’은 정은지의 ‘하늘바라기’를 닮았다. 모두 걸그룹 출신으로 좋은 가창력의 소유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잔잔한 포크 발라드를 선택했고 전자음을 제거한 연주는 기름기를 쪽 뺀 훈제고기처럼 담백하다. 주요 선율도 좋고 이것을 뒷받침하는 코러스도 곱다. 다만 조금 더 소박하고 순수하게 불렀으면 좋았을 이 노래에서 이보람은 감정의 선을 살짝 넘는다. 고음을 자랑하기 위한 ‘한 밤의 꿈처럼’은 봄을 떠올리는 ‘하늘바라기’와 달리 가을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