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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Modern Times'(2013)

평가: 3.5/5

세간의 반응이란 참 얄궂다. 사건 사고와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연예계라지만 일련의 사건들은 한순간에 아이유에게서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박탈해버렸다. 드라마 출연 등 다른 방송 활동마저도 외도로 비추어지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순하지만은 않았다. 국민 여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졌음을 의식한 탓일까 신보 이미지 컷이나 티저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담고 있었다. 정도는 달랐겠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나름대로 예상했을 것이고 각각 그에 대해 씁쓸함을 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미지를 실추했기 때문에 콘셉트변화를 감행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연예인의 개인사와 작품이 꼭 일치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이미지를 꾸준히 유지하더라도 국민 여동생이라는 외피는 언젠가 버려질 것이다. 그저 그 시기가 지금일뿐이고 일전의 사건과 지금의 변화는 별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아이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은 그런 식의 해석으로 얻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일전의 사건을 덮어두고 뻔뻔하게 여동생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그를 호되게 비판하길 원했거나 아니면 그 사건을 계기로 한 파격적 변신을 원했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새로운 작품을 잘 만드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은 없었다.

서두가 길어졌지만 결론적으로 이번 음반은 좋다. 모든 고민과 고뇌를 영악하게 극복할 만한 수준이다. 기능적인 의미나 지금껏 걸어온 경로를 모두 잊은 채 들어도 훌륭한 트랙들이 즐비하다. 스윙에서 재즈. 보사노바. 빅밴드의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다. 하나같이 < Modern Times >라는 이름에 맞게 1930년대와 관련된 고전적 감성들을 소환하는 장치들이다.

첫 곡부터 낯설다. ‘을의 연애’는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탄탄한 연주를 바탕으로 퉁명스러운 감정을 담았다. 이전과 사뭇 다르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과 호흡을 맞춰 라틴 재즈를 선보인다. 느릿하고 끈적이는 마이너 선율을 담은 ‘입술 사이(50cm)’는 요염하기까지 하다. 타이틀 곡 ‘분홍신’은 이전 대표곡들이었던 ‘좋은 날’, ‘너랑 나’와 궤를 같이한다. 극적인 전개 속에 빅밴드 사운드가 특히 흥미롭다. 후반부에는 템포 변화까지 주며 능란하게 곡의 절정을 유도한다. 이전에 콘서트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던 ‘싫은 날’이나 샤이니 종현과 같이 힘을 합친 ‘우울시계’와 같은 어쿠스틱 곡도 실렸다.

곡이 주는 심상의 변화를 찬찬히 살펴보면 자연스레 가사에도 귀가 간다. 이전에도 줄곧 그래왔지만 10~20대 여성의 감성을 나타내는 데 이번 수록곡들만큼 적확한 사례가 없다. 식어버린 연애를 두고 유통기한에 비유하는 재치를 그려낸 ‘을의 연애’나 우울해하다가도 라면은 왜 먹었지 살찌겠네라면서 자조하는 모습의 ‘우울시계’ 등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그간의 작품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로 선보여왔지만 점차 그 표현들이 섬세해져 간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 보내는 ‘기다려’나 좋아하는 상대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Voice mail’은 그 내러티브부터가 신선하다.

가사가 전달되는 힘에는 전적으로 보컬의 공이 컸다. 이전에 없던 장르들을 시도하면서 음색에도 많은 고민을 했을 터인데 ‘입술 사이(50cm)’에서 라르고 아다지오를 나긋하게 읊조리다가도 절묘하게 폭발하는 순간에는 그 목소리가 애처롭게까지 들린다. ‘Obliviate’의 보사노바 리듬을 받쳐주는 목소리도 인상적이다. ‘Voice mail’의 너가 아니면 뭐 아닌 거지 뭐하며 내뱉는 한숨 섞인 목소리에서 심상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아는 영리함도 느낄 수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선배 가수 양희은 최백호와 합을 맞춘 두 곡에 있다. 아이유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활동하던 가수들과 곡을 작업하면서 높은 연령대의 청자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설득하고 있으며 이는 이 앨범의 주된 소비 연령인 젊은 세대들에게도 긍정적인 선전이 될 것이다. 어린 가수가 택하기 힘든 고전적인 장르 속으로 신구의 조화를 주입하려 했다는 점에서 아이유의 음악적인 욕심과 열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아이야 같이 가자’는 처연한 분위기가 곡 전체를 관통하면서 앨범 전체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한 가지 묘한 점이 있다면 음악의 가사가 은연중에 아이유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 혹은 소회로 들리고, ‘싫은 날’을 통해 지친 감정과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듯하다. ‘기다려’의 짧은 가사마저 자기 자신에게 거는 암시 혹은 주문으로 들린다. 의도되었든 그렇지 않든 계속 그 배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장점과 무관하게 아쉬운 점도 보인다. 아직까지는 기획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돌의 모습이다. 타이틀 곡 ‘분홍신’은 여태까지 아이유를 이끌어주었던 작곡가 이민수와 작사가 김이나 콤비의 협업이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감각 있는 음악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날’이나 ‘너랑 나’에 비해선 싱겁다. 앨범의 완급 조절을 위해 삽입된 ‘Havana’의 경우 너무 심심한 나머지 다소 무기력하게 들리기도 한다. 자작곡인 ‘싫은 날’이나 ‘Voice mail’은 특유의 어쿠스틱한 감성이 묻어나지만 이마저도 앨범에 맞게 편곡과정을 거쳐 재단된 곡들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 Modern Times >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독자적인 가치를 가진다. 가수로서의 성장만이 아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아직은 어쿠스틱 쪽에 한정된 아이유의 작곡가적인 기질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을 것이다. 해프닝으로 휘청할 줄 알았건만 가수로서의 아이유는 그 내공이 생각보다 더 견고했다. 나름대로의 방향으로 굳건히 선 그가 어떤 면에서는 대단하다. 이렇게 음악 하는 가수를 눈앞에 두고 나니 그 뒷얘기들이야 아무려면 뭐 어떤가 싶다. 곡이 말해주듯이 누구나 비밀은 있다지 않은가. 얄궂은 우리는 어쨌든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아이유는 그 기대에 맞추어 보고 싶은 걸 보게 해주고 듣고 싶은 걸 듣게 해준 것이다.

– 수록곡 –
1. 을의 연애 (With 박주원) 
2. 누구나 비밀은 있다 (Feat. 가인 of Brown Eyed Girls)
3. 입술 사이(50cm) 
4. 분홍신
5. Modern times
6. 싫은 날 
7. Obliviate
8. 아이야 나랑 걷자 (Feat. 최백호) 
9. Havana
10. 우울시계 (Feat. 종현 of SHINee) 
11. 한낮의 꿈 (Feat. 양희은)
12. 기다려
13. (Bonus track) Voice mail (Korean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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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트 펑크(Daft Punk) ‘Random Access Memories’ (2013)

평가: 4/5

안드로이드 페르소나를 입은 다프트 펑크는 8년만의 정규 음반 < Random Access Memories >로 더 이상 인간미를 엄폐하지 않으며 일렉트로닉의 건조함에서 벗어난 생동적인 사운드를 통해 헬멧에 가려진 온기를 발산한다. 인간과 로봇을 정반합 한 이 듀오는 여전히 댄서블하고 전자적이지만 음악을 둘러싼 대기(大氣)는 보다 유하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주류를 독식한 현 시점을 역으로 이용했다. 무명 시절, 밴드 달링으로 음악계에 걸음마 뗀 시점을 회상하며 음악적인 영감을 재구성한다. 당시 롤링 스톤스와 비치 보이스, 스투지스를 동경하며 커버 곡으로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것처럼 이번 음반은 과거에 대한 숨김없는 헌사다.

첫 싱글 ‘Get lucky’부터 디스코 고전 ‘Le Freak’의 밴드인 쉭의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와 함께하며 정규 4집의 과녁을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음악에 놓았다. 디스코의 여왕 도나 서머와 파트너를 이뤘던 작곡가 조르지오 모르도의 ‘Giorgio by moroder’ 참여가 이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 이곳엔 35년 전의 댄스 음악을 개척한 뮌헨 사운드의 탄생이 단편적으로 녹아있다.

디스코의 그루브를 대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다프트 펑크에게 정체성의 희생을 내포한다. 자유로운 흥이 장르의 생명력이기에 단순히 MR로 펑키 리듬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 이 모험은 2010년 영화 < Tron : Legacy > 사운드 트랙을 작업한 경험으로 과감하게 실행됐다. 오케스트레이션을 음악에 대입하고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연했던 내적 자산이 스튜디오에서의 자족을 탈피시켰다. 그간의 음반과는 다르게 세션 뮤지션을 모집하고 라이브 연주를 녹음했으며 일렉트로닉 악기를 최소화했다. 음성 이펙터인 보코더의 사용 정도가 그들의 기계적인 이미지를 연장시킬 뿐 샘플링은 ‘Contact’ 단 한곡에서, 드럼 머신은 ‘Motherboard’와 ‘Doin’ it right’에서만 등장한다.

이른바 다프트 펑크와 그의 백밴드는 전자 악기의 직감적인 반응을 줄이고 활발한 세션작업으로 음향에 층을 쌓았다. 반복과 직선 대신 윤활과 곡선을 택한 이 방법은 1970, 1980년대 음악에 대한 헌정을 구현도 높게 발현시킨다. 나일 로저스의 펑키(Funky)한 기타가 돋보인 ‘Give life back to music’과 퍼렐 윌리엄스와의 두 번째 싱글 ‘Lose yourself to dance’는 댄서블한 디스코 넘버이며 토드 에드워드가 노래한 ‘Fragments of time’은 알엔비 리듬과 팝 록 사운드를 통해 블루 아이드 소울 듀오 홀 앤 오츠를 연상시킨다. 또한 뮤지컬 음악을 작곡한 바 있는 싱어송라이터 폴 윌리엄스와 함께 한 ‘Touch’는 아트록의 변곡 작법을 차용하고 ‘Instant crush’는 신시사이저와 록이 결합한 뉴웨이브 스타일까지 덧입었다.

다프트 펑크는 이렇게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과 그 개인적인 추억을 임의적으로 배치했다. 결국 컴퓨터 주기억장치 RAM의 복수형인 타이틀 < Random Access Memories >는 음악적 세례를 보관하는 기억의 저장고인 것이다. 여기에 다프트 펑크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인간적인 이번 음반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사람의 뇌와도 평행선을 달린다.

이번 음반은 라디오 헤드의 완벽한 기계화를 알린 < Kid A >와 대척하는 변곡점에 서있어 기존 팬들에게 거리감을 준다. 다프트 펑크의 맨 얼굴이 담긴 사진이 희소하듯 완전한 인공지능 로봇이었던 그들의 의상이 스토리텔링의 몰입도를 더해주는 글램 록의 변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 Random Access Memories >는 변화의 축적이 낳은 소산물이기에 완성도와 안정감이 있다. 거부감이 들지 않는 수작(秀作)이자 수작(手作)이다.

-수록곡-
1. Give life back to music 
2. The game of love
3. Giorgio by moroder 
4. Within
5. Instant crush (Feat. Julian Cassablancas) 
6. Lose yourself to dance (Feat. Pharrell Williams)
7. Touch (Feat. Paul Williams) 
8. Get lucky (Feat. Pharrell Williams) 
9. Beyond
10. Motherboard
11. Fragments of time (Feat. Todd Edwards) 
12. Doin’ it right (Feat. Panda Bear)
13. Cont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