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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인터뷰 (2014/11)

< 열꽃 >은 타블로 혼자였고, 아직 아파보였다. < 99 >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했다. 이후 TV, 라디오에서 근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에픽하이’는 보기 어려웠다. 데뷔 10주년(2013)에도 큰 이벤트가 없었다. 알 수 없었다, 돌아오긴 하는 것 인가. 지난 9월에서야, 타블로는 녹음이 완료되었다고 알렸다. 그리고 10월, 길었던 공백을 보란 듯 박살냈다. 완전한 복귀작 < 신발장 >. 평단도, 대중도 돌아온 그들을 반겼다. Well Comeback을 향한 Welcome Back, 뜨거웠다.

인터뷰는 그 유명한 YG 사옥에서 진행됐다. 녹음실이 있는 3층, 그들은 자리를 정리하며 분주하게 맞이했다. 친근했다. 평소처럼 몰입과 장난을 오가며 다양한 질문에 답변해주었다.

에픽하이 음악에는 세 사람의 멘탈 파노라마, 수없는 심정의 흐름이 담겨있습니다. 타블로 씨의 상황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었고요. 이번 앨범 같은 경우 미쓰라 씨가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무엇 때문이었나요? 일종의 성장통이었나요? 아니면 음악적 회의였나요?

타블로 : 이게 굉장히 멋있는 문제가 되었군요. ‘아티스트의 고뇌’로 미화됐네요.(웃음) 다행이에요.

미쓰라 : 제가 음악적인 활동에 있어 게을렀던 점이 커요. 열심히, 꾸준히 못하던 시기가 있었죠. 그리고 제 결과물들이 저를, 듣는 분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힘들었어요.

디스(Diss)나 안티가 많았나요?

미쓰라 : 디스라기보단 팀 내에서 비교가 많았죠.(웃음) 또 힙합 신에 여러 래퍼들과 비교한 글을 보고, 들었어요. 그런 지나쳤던 것들이 쌓여서 부담으로 온 거죠. 즐겁게 하자고 한 건데 부담이 돼서 가사를 못 쓰던 시기도 있었어요. 다행히 옆에서 많이 도와줬고, 지금은 다 회복됐어요.

친구들은 이미 랩 거물인데 그 사이에 난 떠있는 기름
최고 아닌 최악부터 순서를 매길 때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름
– ‘BORN HATER’ 중 미쓰라의 벌스
그를 늪에 빠트린 힙합 팬들의 멸시를 담았다. 이어지는 가사에서 반격한다.

회복되었다고 하시지만 이번 앨범에서 미쓰라 씨의 참여도는 낮습니다. 팬들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인데요.

미쓰라 : 앨범 초반, 중반까지 제가 없었어요. 제 참여가 부진한 곡들은 그때 두 멤버가 거의 완성한 곡들이에요. 블로 솔로 곡도 있었고요. 사실 제가 함께 가는 게 맞지만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또 제 스스로도 완성도 있는 곡을 저 때문에 망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힘든 시기에 두 멤버가 잘 끌어줘서 마지막에 합류하게 됐죠.

타블로 : 저는 어린 시절부터 글을 써왔기 때문에 Writer’s block에 대해 교수들이, 작가들이 얘기한 걸 들었어요. 그때는 안 믿었죠. ‘잘’ 안 써질 때는 있어도, 그냥 안 써지는 건 노력 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안 써지면 써질 때까지 노력해야죠. 저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 개념을 미화된 핑계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 팀 멤버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니 정말 있구나 싶더라고요.

한번은 쓰라를 가둬놓기도 했어요. “너 여기서 걸어 나가는 순간 에픽하이에서도 걸어 나가는 거다. 여기서 먹고 자고, 뭘 하든 나도 있을 테니 해라!” 그렇게 정말 한 달이 지나도 한 단어도 못 쓰는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 때, 우습게도 11년 만에 처음 든 생각이 ‘이래서 우리가 팀인 거지, 이럴 때를 위해서 팀을 만든 거였지.’였어요. 우리는 솔로 뮤지션들이 모인 크루가 아니라 팀이잖아요. 타블로, 투컷, 미쓰라가 있기 전에 ‘에픽하이’ 네 글자를 내세워서 음악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팀원 누군가가 걸어갈 힘이 없다면 안고, 업고서라도 뛰어야죠. 계속 했어야하는 생각인데 그걸 이번에 깨달았어요.

투컷 씨는 두 멤버의 공백 기간이 길어져, 개인 활동을 했을 법도 한데 별도의 외부 작업이 없었습니다.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투컷 : 기본적으로 제 음악의 베이스는 에픽하이로 표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외부 작업을 왜 안 하냐는 질문이 많은데 타블로와 미쓰라의 주제, 가사가 빠지면 제 음악은 완성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생각할 때 ‘의리’네요.

투컷 : 의리라고 생각해주시면…

타블로 : 감사하죠. (웃음)

본격적으로 새 앨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타이틀곡, ‘스포일러’는 타블로 씨 개인적인 작품인데요, 투컷 씨가 에픽하이로 발표하자고 설득하셨다 들었습니다.

투컷 : 두세 번 밖에 안 들어봤는데, 2년 동안 잊을 수 없었어요. 이 노래는 뭔가 있구나 느꼈죠. 에픽하이와 타블로 솔로 중 무엇으로 내야 할지 고민 많았지만, 제가 우겼어요.(웃음)

에픽하이는 타블로의 작품 세계와 어떻게 선 그어야 하나요? 확실한 ‘분간’은 아니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일러’는 맞지 않는 트랙 아닌가요?

타블로 : 처음에는 어느 정도 분리하고 싶었어요. 고민하다 언젠가는 ‘왜 나누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에픽하이도 저고, 저도 에픽하인데 굳이 나눌 필요가 있나. 그리고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미쓰라의 부재로 작업이 미뤄졌었어요. 주변 뮤지션 동료들은 저와 투컷, 둘이서 하라고 했죠. “둘은 가장이기도 하고 장기 공백도 팬들에게 실례다.”, “그냥 솔로 앨범을 내라”고 했었어요. 그래도 저는 이 작업의 끝이라는 무대에 에픽하이, 세 명이 함께 서 있고 싶었어요, 어떻게 되든 간에. 또 아직 제 두 번째 앨범을 하고 싶지 않았고요.

투컷 : 굳이 구분을 지어야 하냐고 하지만 저는 구분이 돼요. (전원웃음) 솔로 앨범은 한 장 뿐이지만, 감정과 표현 방법이 더 짙어요. 에픽하이 음반에 타블로 솔로 곡들도 많았잖아요. ‘낙화’나, ‘Nocturne’이나. 이런 곡들에 미쓰라의 목소리가 첨가되면서 짙음이 약간 희석되고 새로운 색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스포일러’와 더불어 더블 타이틀곡, ‘헤픈엔딩’이 큰 인기입니다. 롤러코스터 조원선 씨의 참여로 더욱 화제가 되었는데요. 기본적으로 곡을 만들 때 주안점이 있었다면요? 그리고 멜로디 측면에서 피쳐링 할 상대를 생각하며 작업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타블로 : 저희가 롤러코스터의 팬이에요. < 꿈꾸는 라디오 >에서 가장 많이 튼 노래 중 하나가 ‘습관’. 너무 틀어서 그만 틀라는 얘기도 들었을 정도에요. 활동안하신지는 오래됐는데 그분들 공백은 아무도 채울 수 없어요. 그래도 누군가는 채워줘야 하거든요, 저를 위해서라도. 듣고 싶으니까 제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성공한 팬의 예인 거죠.(웃음)

지선, 윤하, 이소라 등 많은 여성 보컬리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왔습니다. 조원선 씨만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타블로 : 무심한 보컬이 매력이잖아요. 맞춰서 무심한 노래를 만들었어요. 노래의 주제도 그렇고요. 그 분 아니었으면 노래를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섭외할 때도 노래를 보내드리고, 만약 안하시면 노래 안 만들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저는 만들면서 조원선 선배님께서 부르고 있는 게 들렸으니까요. 애들은 극단적이라고 말했지만 다행히 선배님께서도 좋다고, 함께 하자고 해주셔서 완성하게 됐죠.

이렇게 타블로가 선배에게 패기 넘치는 부탁을 한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솔로 앨범 수록곡, ‘집’을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이소라를 염두에 두고 작사 작곡 했다. 그리고 불러주지 않으면 곡을 쓰지 않겠다고 전해, 이소라는 협박이라며 방송에서 재미나게 회상했다.

콜라보레이션에 있어 무조건 아티스트 중심이군요. 원곡이 있었던 ‘EYES, NOES, LIPS’같은 경우는 어떻게 작업하셨나요? 인상적인 수록곡 중 하나입니다.

타블로 : ‘눈, 코, 입’이 한창 붐일 때, 커버곡이 나왔었죠. 사실 저희도 별 생각 없이 만들었어요. 회사에서 만들어 볼 생각 없냐 했는데, 저는 가족 여행 때문에 급하게 하고 갔거든요. 끝내 놓고 제주도 갔는데 양 사장님께서 좋다고 완곡으로 만들어달라고 하셔서 돌아왔죠. 그렇게 완성되었어요. 때로는 엉성하게 만든 습작 같은 작품이 잘되는 것 같아요.

투컷 : 저는 전화나 문자로 확인하지도 않았어요.(전원웃음) 식탁 위에 올려져있는 핸드폰에 양 사장님께서 보낸 문자를 아내가 읽어줘서 알았죠. 샤워하는 도중에 어떻게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한 번에 왔어요. 작가들에게 영감이 떠오르듯이. 곧바로 작업실 가서 머릿속 그대로 그렸고 타블로와 함께 완성했죠.

타블로 : 아, 그리고 원곡자인 테디 형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뒷부분 영어 버전 보컬도 원래 녹음해 놨었는데 태양이 다시 불러서 재녹음할 정도로 커버 버전에 애착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원곡자가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와서 저희도 되게 좋았어요. 큰 찬사죠.

에픽하이는 YG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면서도 탈 YG 성향이 짙습니다. 양 사장님이 그러한 매력을 위해, 회사 밖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것을 권유했다고 들었습니다.

타블로 : 권유라기 보단 회사 스튜디오를 사용 못하게, 아예 스케줄 못 잡게 만들어 놓으셨었어요. 처음에는 괜한 YG 엔지니어들과 싸웠어요. 녹음 잡으려고 하면 계속 시간이 안 된다고 하니까. 화를 많이 냈었는데, 양 사장님께서 밖에서 작업하라고 하셨죠. 이게 의외였던 게 제작비가 배로 들거든요. 그건 회사 돈이고요. 왜 굳이 이래야하나, 어이없다는 생각으로 1집부터 함께한 엔지니어와 얀키의 ARK스튜디오로 갔어요. 첫 녹음 날부터 느꼈어요. 아, 이래서 보냈구나.

투컷 : 이거지.

타블로 : 다른 뮤지션들도 그렇고, 환경을 흡수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영향 받기도하고요. 흔히 저희에게 YG 색이 입혀진다고 생각하는데, 잘 들어보면 YG에도 우리의 색이 점점 묻어나고 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이번 태양 앨범도 그랬죠.

그럼에도 에픽하이에게 YG 느낌이 들어간 트랙은 무엇이 있을까요? ‘Eyes, Noes, Lips’?

타블로 : 그건 원곡이 YG 노래잖아요.(전원 웃음) 하지만 ‘눈, 코, 입’을 YG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솔직히 편견이에요. 태양이 불렀을 뿐이에요. 크래딧을 보지 않는다면 테디 형이 만들었을 거라고 누가 알겠어요. YG 색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게 만들어버린 노래인거죠.

투컷 : 기존의 YG 곡과 가장 반대로 간 곡이죠.

타블로 : 음악적인 색깔에 대한 편견이 차지하는 부분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다만 이게 재밌게도 볼 수 있는 것이, 사람들의 편견이 있어야 깨질 때의 쾌감, 희열이 또 따르거든요. ‘BORN HATER’가 그런 경우죠. 힙합 팬들에게 에픽하이, 버벌진트, 빈지노는 친숙하지만 바비, 비아이, 송민호는 불편하거든요.(웃음) 그리고 노래 주제가 ‘Hater’. 편견에 휩싸여 남을 욕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라인업만 공개했을 때도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싫다’, ‘별로다’, 혹은 ‘기대 된다’, ‘대박이다’. 저는 그런 반응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노래 자체가 그것에 대한 노래였으니까요.

과거 베스트 리믹스 앨범, 책 형식의 북 앨범 등 주어진 틀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왔는데요, YG에 들어간 이후 살짝 움츠러든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타블로 : 다양한 활동 많이 하고 있어요. ‘Born Hater’의 뮤직비디오가 꽤 새로운 시도였고, ‘또 싸워’의 노래방 버전도 있죠. 맵더소울은 없어진 게 아니에요. 이번 앨범에도 로고가 박혀있듯 YG 안에 맵더소울이 있는 것처럼 여럿 활동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Map TV’도 계속 하게 될 것 같고요. 하고 싶어서 했던 것들, 재미있어서 했던 것들, 다양한 활동의 출발점은 이번 앨범이에요. 시동을 건다고 할 수 있겠죠.

‘Tomorrow’부터 태양과 합이 잘 맞습니다. 미쓰라 씨는 태양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쓰라 : 음악적으로 당연히 인정하고, 음악 외적으로도 항상 준비 되어있어요. 또 가진 에너지가 좋아요. 피쳐링인데도 주변 사람들을 함께 끌고 올라가잖아요.

타블로 : 능력 이전에 사람 자체가 음악에 잘 맞아요. 제가 11년 동안 음악하면서 수많은 뮤지션들을 만나봤는데, 창작을 100% 행복으로 느끼는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Tomorrow’ 작업할 때 굉장히 반성했어요. 내가 음악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한숨을 쉬고, 녹음하는데 에러가 나서 지워졌을 때 짜증내고, 귀찮아하고 그랬던 순간들이 떠올랐죠. 우리는 꿈을 이룬 사람들인데 매순간을 행복하게, 축복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할망정 누군가가 던져준 직책처럼 느끼고 있는 제가 한심스럽더라고요.

태양은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에요. 저번 앨범 작업하는데 4년 걸렸어요. 9곡이 수록되어있지만 그 앨범을 위해 저와 작업한 노래가 14, 15곡정도 돼요. 다른 프로듀서들 곡까지 총 60곡, 믹스까지 한 건 30곡정도 돼요. 트리플 CD를 내도 될 곡 수죠. 한국의 투팍이에요.(전원웃음) 그런 상황에서 앨범이 미뤄지고 완성이 잘 안되는데 한 번도 미소를 잃지 않더라고요. 그런 에너지가 좋아요. 덕분에 저희도 그렇게 됐어요. 뜻대로 안 풀려도 그 자체에 감사하고 즐기는 법을 태양에게 배웠어요.

엄청난 찬사네요. 그렇다면 에픽하이 멤버는 어떤가요? 투컷 씨, 미쓰라와 타블로에게 태양과 같은 찬사를 보내주실 수 있나요?

타블로 : 투컷을 선택하시다니.(웃음)

투컷 : 이거 정말 어려운건데, 이거 연결해서 이야기 해볼게요. 11년의 커리어 동안, 미쓰라는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타블로가 엄청나잖아요. 멜로디나 곡 작업도 좋지만 ‘문학적으로’. 제가 볼 때는 세상에서 제일 글을 잘 쓰는 사람 중 하나에요. 그런 사람 옆에서 미쓰라는 같은 분량의 랩을 써야 하는 거예요. 그 작업이 정말 고되죠. 제가 자주하는 혼잣말이 “래퍼 안하길 잘했다”에요. 플로우도 짜야하고, 말이 되게 써야하고, 그 안에 라임, 펀치라인, 또 주제에서 벗어나면 안 되죠. 한정적인 룰 안에서 문학적으로 뛰어나야 한다는 게 힘든 일이잖아요.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도 그동안, 팀 내에서 균형을 잘 맞춰줘 왔어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와, 한 방에 두 명 다 했어!(전원웃음)

에픽하이 멤버들만으로도 훌륭한데, 콜라보레이션이 잦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타블로 : 저희는 결과물이 중요해요, 개인의 욕심보다 월등히. 누구의 파트가 들어가나, 안 들어가나, 크레딧이 드러나나, 안 드어나나 이런 건 부수적인 거예요. 누구 한 명이 주목받고 싶어서 퀼리티를 떨어트리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돼요. 만약 우리가 밴드라면 미쓰라는 드럼, 제가 기타, 투컷이 베이스에요. 멤버 한 명이 연주를 잘 못한다면, 전 과감하게 다른 밴드의 멤버를 데려와서 녹음할거에요. 그런 부분에서 에픽하이는 힙합 그룹이지만, 토이나 공일오비 같은 오픈 형식의 팀이라 생각을 해요. 그렇게 하는 게 음악 듣는 사람에 대한 예의 같기도 하고요. 실제 비틀즈도 그랬었죠. 물론 저희를 비틀즈와 비교하는 건 아니에요.

타블로의 말대로 비틀즈는 결과물을 위해 부분적으로 다른 연주자에게 의뢰했었다. 외부 밴드가 아닌 내부에서도 링고 스타를 대신해 폴 매카트니가 드럼 녹음한 경우가 있었다. < White album >에 수록된 ‘Back in the U.S.S.R.’, ‘Dear Prudence’와 비틀즈 마지막 UK 넘버원 싱글, ‘The Ballad of John & Yoko’가 그렇다.

투컷 : 아무래도 표현의 폭이 넓어지죠. 피쳐링뿐 아니라 편곡적인 부분에서도 저희가 어떤 주제나 가사를 받쳐줄 수 없을 경우, 과감히 외부 프로듀서를 영입해요. 이번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죠.

타블로 : ‘Lesson 5’는 제가 비트 만들고 녹음, 믹스까지 끝냈었어요. 이대로라면 제 노래 하나 더 들어가는 거지만, 저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아카펠라를 피제이(Peejay)에게 보냈어요. 멤버들은 좋은데 왜 그러냐며 말렸지만 저는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확신에 의뢰한 거예요. 듣는 사람에겐 음악이 우선이기 때문에 자기를 희생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것 같아요.

‘막을 올리며’는 드레이크의 ‘Tuscan leather’가 떠오릅니다. 혹시 이번 트랙 제작에서 누군가를 참고하거나 영감을 받은 경우가 있나요?

타블로 : 투컷이 드레이크 정말 싫어하는데.

투컷 : 전 그 사람 인정 안 해요.(전원웃음) 저는 원곡인, The Miracles의 ‘I didn’t realize the show was over’에 꽂혀서 손을 대기 시작했어요. 가사와 멜로디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최대한 원곡 느낌을 살렸죠. 거기에 최근 유행하는 808 붐 킥을 이용한 브레이크 비트를 섞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어요. 특별한 레퍼런스는 딱히 없어요.

타블로 : 오히려 저희 1집의 ‘막을 내리며’가 레퍼런스죠. 그 앨범에 소울 샘플링이 좀 많아서, 이어지는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첫 곡으로 한 거고요.

각자 < 신발장 >의 베스트 트랙을 꼽아 주세요.

미쓰라 : 저는 ‘스포일러’요. 계속 기억에 남아요.

타블로 : 저는 ‘헤픈 엔딩’과 ‘BORN HATER’. ‘스포일러’는 제가 타이틀하지말자고 얘기했었어요. 그런데 멤버들과 스탭들, 모두가 타이틀곡으로 ‘스포일러’를 꼽았어요. 저만 ‘헤픈 엔딩’을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더블 타이틀로 냈지만 ‘헤픈 엔딩’에 사람들이 더 끌리는 걸 보니 제가 대중에게 더 필요한 노래를 잘 가져온 것 같아요. 라디오 DJ의 영향이 컸죠. 개인적인 생각인데, ‘스포일러’는 못생긴 사람이 옷 잘 입은 그런 경우 같아요. ‘헤픈 엔딩’은 잘생긴 사람이 대충입고 편의점 가는.

투컷 : 슬리퍼 끌고 람보르기니 타는 거지. ‘스포일러’는 차려입고 지하철 타는.

타블로 : 지하철이 뭐가 문젠데. 이런 싸가지 없는. (전원웃음) 전 ‘Amor Fati’에도 애착이 가요. 사실 빼려고 했었어요. 이건 나중에 제 솔로 앨범에 넣으려고 했던 곡이에요.

투컷 : 타이틀 둘 중에 따지자면 ‘스포일러’가 더 좋았어요. 헤픈 엔딩과 더블 타이틀하기를 원하기도 했었고, 수록곡 중에선 ‘BORN HATER’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 신발장 >의 키워드와 출발점, 그리고 어떤 앨범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타블로 : ‘스포일러’에서 ‘This is our last parade.’라는 표현이 나와요. 저희 콘서트 제목도 ‘Parade’에요. 그래서 ‘혹시 ‘스포일러’ 가사 내용이 에픽하이의 미래에 대한 스포일러였나’라는 추측도 있나 봐요.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요. 하고 싶었던 말은 매 순간이 마지막 축제라는 생각으로, 음악 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자는 거죠. 저희는 예측하지 못했을 때 마지막이 될 뻔했던 순간들이 많았으니까요. 영원할 줄 알고 충분히 즐거워하지 않고, 행복해하지 않았던 때에 뺏겨버리니까, 이제는 인생 전반적으로 마지막 축제인 것처럼 살게 되었어요. 앨범의 궁극적인 메시지도 마찬가지에요. 삶도, 이별도, 사랑도, 역경도 모두 축제다. 언제든 마지막일 수 있으니, 축제답게 순간순간을 살아가자. 이런 의미였어요.

미쓰라 : 많은 감정이 섞여있는 앨범이에요. 미안함도 있고, 감사도 있고, 후회, 깨달음… 그것들이 한 번에 와서 지금도 진행 중이고요. 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숙제도 남겨준 앨범 같아요.

투컷 : 또 한 번 앨범을 할 수 있구나, 이런 즐거움으로 가득한 작업이었어요. 나오고 나서는 그 즐거움이 몇 만 배가 됐죠. 앨범 또 했는데 이렇게 잘 됐구나, 살면서 이런 날이 또 오는구나. < 신발장 >은 제게 큰 의미에요. 진정한 에픽하이의 복귀작이죠.

인터뷰 : 임진모, 김반야, 전민석, 김도헌
사진 : 김반야
정리 : 전민석, 김도헌

2014/11 전민석(lego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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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Modern Times'(2013)

평가: 3.5/5

세간의 반응이란 참 얄궂다. 사건 사고와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연예계라지만 일련의 사건들은 한순간에 아이유에게서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박탈해버렸다. 드라마 출연 등 다른 방송 활동마저도 외도로 비추어지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순하지만은 않았다. 국민 여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졌음을 의식한 탓일까 신보 이미지 컷이나 티저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담고 있었다. 정도는 달랐겠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나름대로 예상했을 것이고 각각 그에 대해 씁쓸함을 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미지를 실추했기 때문에 콘셉트변화를 감행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연예인의 개인사와 작품이 꼭 일치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이미지를 꾸준히 유지하더라도 국민 여동생이라는 외피는 언젠가 버려질 것이다. 그저 그 시기가 지금일뿐이고 일전의 사건과 지금의 변화는 별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아이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은 그런 식의 해석으로 얻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일전의 사건을 덮어두고 뻔뻔하게 여동생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그를 호되게 비판하길 원했거나 아니면 그 사건을 계기로 한 파격적 변신을 원했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새로운 작품을 잘 만드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은 없었다.

서두가 길어졌지만 결론적으로 이번 음반은 좋다. 모든 고민과 고뇌를 영악하게 극복할 만한 수준이다. 기능적인 의미나 지금껏 걸어온 경로를 모두 잊은 채 들어도 훌륭한 트랙들이 즐비하다. 스윙에서 재즈. 보사노바. 빅밴드의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다. 하나같이 < Modern Times >라는 이름에 맞게 1930년대와 관련된 고전적 감성들을 소환하는 장치들이다.

첫 곡부터 낯설다. ‘을의 연애’는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탄탄한 연주를 바탕으로 퉁명스러운 감정을 담았다. 이전과 사뭇 다르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과 호흡을 맞춰 라틴 재즈를 선보인다. 느릿하고 끈적이는 마이너 선율을 담은 ‘입술 사이(50cm)’는 요염하기까지 하다. 타이틀 곡 ‘분홍신’은 이전 대표곡들이었던 ‘좋은 날’, ‘너랑 나’와 궤를 같이한다. 극적인 전개 속에 빅밴드 사운드가 특히 흥미롭다. 후반부에는 템포 변화까지 주며 능란하게 곡의 절정을 유도한다. 이전에 콘서트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던 ‘싫은 날’이나 샤이니 종현과 같이 힘을 합친 ‘우울시계’와 같은 어쿠스틱 곡도 실렸다.

곡이 주는 심상의 변화를 찬찬히 살펴보면 자연스레 가사에도 귀가 간다. 이전에도 줄곧 그래왔지만 10~20대 여성의 감성을 나타내는 데 이번 수록곡들만큼 적확한 사례가 없다. 식어버린 연애를 두고 유통기한에 비유하는 재치를 그려낸 ‘을의 연애’나 우울해하다가도 라면은 왜 먹었지 살찌겠네라면서 자조하는 모습의 ‘우울시계’ 등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그간의 작품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로 선보여왔지만 점차 그 표현들이 섬세해져 간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 보내는 ‘기다려’나 좋아하는 상대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Voice mail’은 그 내러티브부터가 신선하다.

가사가 전달되는 힘에는 전적으로 보컬의 공이 컸다. 이전에 없던 장르들을 시도하면서 음색에도 많은 고민을 했을 터인데 ‘입술 사이(50cm)’에서 라르고 아다지오를 나긋하게 읊조리다가도 절묘하게 폭발하는 순간에는 그 목소리가 애처롭게까지 들린다. ‘Obliviate’의 보사노바 리듬을 받쳐주는 목소리도 인상적이다. ‘Voice mail’의 너가 아니면 뭐 아닌 거지 뭐하며 내뱉는 한숨 섞인 목소리에서 심상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아는 영리함도 느낄 수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선배 가수 양희은 최백호와 합을 맞춘 두 곡에 있다. 아이유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활동하던 가수들과 곡을 작업하면서 높은 연령대의 청자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설득하고 있으며 이는 이 앨범의 주된 소비 연령인 젊은 세대들에게도 긍정적인 선전이 될 것이다. 어린 가수가 택하기 힘든 고전적인 장르 속으로 신구의 조화를 주입하려 했다는 점에서 아이유의 음악적인 욕심과 열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아이야 같이 가자’는 처연한 분위기가 곡 전체를 관통하면서 앨범 전체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한 가지 묘한 점이 있다면 음악의 가사가 은연중에 아이유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 혹은 소회로 들리고, ‘싫은 날’을 통해 지친 감정과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듯하다. ‘기다려’의 짧은 가사마저 자기 자신에게 거는 암시 혹은 주문으로 들린다. 의도되었든 그렇지 않든 계속 그 배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장점과 무관하게 아쉬운 점도 보인다. 아직까지는 기획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돌의 모습이다. 타이틀 곡 ‘분홍신’은 여태까지 아이유를 이끌어주었던 작곡가 이민수와 작사가 김이나 콤비의 협업이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감각 있는 음악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날’이나 ‘너랑 나’에 비해선 싱겁다. 앨범의 완급 조절을 위해 삽입된 ‘Havana’의 경우 너무 심심한 나머지 다소 무기력하게 들리기도 한다. 자작곡인 ‘싫은 날’이나 ‘Voice mail’은 특유의 어쿠스틱한 감성이 묻어나지만 이마저도 앨범에 맞게 편곡과정을 거쳐 재단된 곡들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 Modern Times >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독자적인 가치를 가진다. 가수로서의 성장만이 아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아직은 어쿠스틱 쪽에 한정된 아이유의 작곡가적인 기질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을 것이다. 해프닝으로 휘청할 줄 알았건만 가수로서의 아이유는 그 내공이 생각보다 더 견고했다. 나름대로의 방향으로 굳건히 선 그가 어떤 면에서는 대단하다. 이렇게 음악 하는 가수를 눈앞에 두고 나니 그 뒷얘기들이야 아무려면 뭐 어떤가 싶다. 곡이 말해주듯이 누구나 비밀은 있다지 않은가. 얄궂은 우리는 어쨌든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아이유는 그 기대에 맞추어 보고 싶은 걸 보게 해주고 듣고 싶은 걸 듣게 해준 것이다.

– 수록곡 –
1. 을의 연애 (With 박주원) 
2. 누구나 비밀은 있다 (Feat. 가인 of Brown Eyed Girls)
3. 입술 사이(50cm) 
4. 분홍신
5. Modern times
6. 싫은 날 
7. Obliviate
8. 아이야 나랑 걷자 (Feat. 최백호) 
9. Havana
10. 우울시계 (Feat. 종현 of SHINee) 
11. 한낮의 꿈 (Feat. 양희은)
12. 기다려
13. (Bonus track) Voice mail (Korean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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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트 펑크(Daft Punk) ‘Random Access Memories’ (2013)

평가: 4/5

안드로이드 페르소나를 입은 다프트 펑크는 8년만의 정규 음반 < Random Access Memories >로 더 이상 인간미를 엄폐하지 않으며 일렉트로닉의 건조함에서 벗어난 생동적인 사운드를 통해 헬멧에 가려진 온기를 발산한다. 인간과 로봇을 정반합 한 이 듀오는 여전히 댄서블하고 전자적이지만 음악을 둘러싼 대기(大氣)는 보다 유하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주류를 독식한 현 시점을 역으로 이용했다. 무명 시절, 밴드 달링으로 음악계에 걸음마 뗀 시점을 회상하며 음악적인 영감을 재구성한다. 당시 롤링 스톤스와 비치 보이스, 스투지스를 동경하며 커버 곡으로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것처럼 이번 음반은 과거에 대한 숨김없는 헌사다.

첫 싱글 ‘Get lucky’부터 디스코 고전 ‘Le Freak’의 밴드인 쉭의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와 함께하며 정규 4집의 과녁을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음악에 놓았다. 디스코의 여왕 도나 서머와 파트너를 이뤘던 작곡가 조르지오 모르도의 ‘Giorgio by moroder’ 참여가 이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 이곳엔 35년 전의 댄스 음악을 개척한 뮌헨 사운드의 탄생이 단편적으로 녹아있다.

디스코의 그루브를 대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다프트 펑크에게 정체성의 희생을 내포한다. 자유로운 흥이 장르의 생명력이기에 단순히 MR로 펑키 리듬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 이 모험은 2010년 영화 < Tron : Legacy > 사운드 트랙을 작업한 경험으로 과감하게 실행됐다. 오케스트레이션을 음악에 대입하고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연했던 내적 자산이 스튜디오에서의 자족을 탈피시켰다. 그간의 음반과는 다르게 세션 뮤지션을 모집하고 라이브 연주를 녹음했으며 일렉트로닉 악기를 최소화했다. 음성 이펙터인 보코더의 사용 정도가 그들의 기계적인 이미지를 연장시킬 뿐 샘플링은 ‘Contact’ 단 한곡에서, 드럼 머신은 ‘Motherboard’와 ‘Doin’ it right’에서만 등장한다.

이른바 다프트 펑크와 그의 백밴드는 전자 악기의 직감적인 반응을 줄이고 활발한 세션작업으로 음향에 층을 쌓았다. 반복과 직선 대신 윤활과 곡선을 택한 이 방법은 1970, 1980년대 음악에 대한 헌정을 구현도 높게 발현시킨다. 나일 로저스의 펑키(Funky)한 기타가 돋보인 ‘Give life back to music’과 퍼렐 윌리엄스와의 두 번째 싱글 ‘Lose yourself to dance’는 댄서블한 디스코 넘버이며 토드 에드워드가 노래한 ‘Fragments of time’은 알엔비 리듬과 팝 록 사운드를 통해 블루 아이드 소울 듀오 홀 앤 오츠를 연상시킨다. 또한 뮤지컬 음악을 작곡한 바 있는 싱어송라이터 폴 윌리엄스와 함께 한 ‘Touch’는 아트록의 변곡 작법을 차용하고 ‘Instant crush’는 신시사이저와 록이 결합한 뉴웨이브 스타일까지 덧입었다.

다프트 펑크는 이렇게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과 그 개인적인 추억을 임의적으로 배치했다. 결국 컴퓨터 주기억장치 RAM의 복수형인 타이틀 < Random Access Memories >는 음악적 세례를 보관하는 기억의 저장고인 것이다. 여기에 다프트 펑크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인간적인 이번 음반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사람의 뇌와도 평행선을 달린다.

이번 음반은 라디오 헤드의 완벽한 기계화를 알린 < Kid A >와 대척하는 변곡점에 서있어 기존 팬들에게 거리감을 준다. 다프트 펑크의 맨 얼굴이 담긴 사진이 희소하듯 완전한 인공지능 로봇이었던 그들의 의상이 스토리텔링의 몰입도를 더해주는 글램 록의 변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 Random Access Memories >는 변화의 축적이 낳은 소산물이기에 완성도와 안정감이 있다. 거부감이 들지 않는 수작(秀作)이자 수작(手作)이다.

-수록곡-
1. Give life back to music 
2. The game of love
3. Giorgio by moroder 
4. Within
5. Instant crush (Feat. Julian Cassablancas) 
6. Lose yourself to dance (Feat. Pharrell Williams)
7. Touch (Feat. Paul Williams) 
8. Get lucky (Feat. Pharrell Williams) 
9. Beyond
10. Motherboard
11. Fragments of time (Feat. Todd Edwards) 
12. Doin’ it right (Feat. Panda Bear)
13. Cont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