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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10곡 특집 Feature

라디오 PD들의 ‘내 인생의 음악 10곡’ – #1 정일서 PD

내년 개설 20주년을 앞두고 이즘은 특집 기획의 일환으로 라디오 방송 프로듀서 20인의 ‘내 인생의 음악 10곡’ 편을 마련한다. 이즘 필자들과 독자들의 글을 공개하면서 이즘 편집진은 음악과 동의어라고 할 라디오 방송의 PD들이 갖는 미학적 시선과 경험을 들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각 방송사의 라디오국에서 음악 프로를 관장하며 15년 이상의 이력을 가진 20인이 뽑은 ‘인생 곡 톱10’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첫 순서는 KBS 라디오 정일서 프로듀서다.

돌이켜 보면 나의 학창시절과 청춘은 대체로 어두웠던 것 같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었으련만, 그때는 내게 그것이 퍽이나 가혹해서 매순간 버거웠었다. 진심으로 라디오와 음악이 있어 그 시절을 통과해올 수 있었다.

내가 라디오 PD가 되어야겠다 마음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의 감정 중에 가장 깊고도 진실한 마음은 ‘슬픔’이 아닐까 한다. 슬플 때마다, 힘들 때마다 음악이 곁에 있었다. 그 때 이 음악들이 나의 위로였고, 나의 구원이었다.

○ 어떤날 / 너무 아쉬워하지 마 / 1986
그 때 내가 살던 동네인 방배동 골목 작은 음반가게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 음반 1장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음반을 통째로 마르고 닳도록 들었지만, 그 중 제일은 LP B면의 첫 곡으로 슬며시 앉아있던 이 곡이다. 그들이 한사코 그러지 말라고 노래하던 모든 것들이 한없이 아쉽고 슬펐더랬다.

○ 톰 웨이츠(Tom Waits) / Ol’55 / 1973
어쩌면 가장 큰 위로는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모두가 다 그래”라고 말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일상의 고단함이 엄습해 올 때 이 노래는 그것을 일깨워준다. 원, 투, 쓰리, 포(카운트 다운).. 짧은 피아노 인트로 뒤로 밀려오는 그의 메마른 목소리는 그 어떤 미성보다도 신산한 삶을 위무하는 힘이 있다.

○ 보즈 스캑스(Boz Scaggs) / We’re all alone / 1976
마이클 잭슨이 아무리 ‘You are not alone’이라고 노래해도 우리는 모두 근원적으로 외로운 존재다. 보즈 스캑스가 만든 노래로 프랭키 발리가 제일 먼저 불렀고 후에 리타 쿨리지의 노래로 가장 크게 히트했지만, 역시 원작자인 보즈 스캑스의 노래를 앞설 수는 없다. 더구나 뒤에는 곧 토토의 멤버가 될 이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으니 그 또한 믿음직스럽다.

○ 동물원 / 잊혀지는 것 / 1988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동물원은 모든 것은 잊혀지는 것이라고 담담히 노래한다. 무심히 흐르는 시간에게 용서란 없다. 사랑도 꿈도 끝내는 잊히고, 우리는 서로의 타인이 되고야 만다. ‘그 모두는 시간 속에 잊혀져 긴 침묵으로 잠들어간다’. 김광석이 아무리 절창이어도, 그의 다시 부르기마저도 동물원의 원곡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 뉴 트롤스(New Trolls) / Adagio(Shadows) / 1971
클래식과 칸초네의 유구한 전통을 간직한 이태리 프로그레시브 록의 색채는 영국 밴드들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 대표 그룹 뉴 트롤스의 이 노래는 처음 바이올린 소리가 흐르는 순간부터 도무지 헤어나올 수가 없다. 지금도 내가 라디오에서 슬픈 노래를 틀어야 할 때 언제나 맨 처음 떠올리는 노래이다.

○ 카멜(Camel) / Stationary traveller / 1984
입대를 앞두고 마음이 황량하던 시절 지금은 사라진 부천의 음악다방 < 수목 >에서 듣고 또 들었던 음악이다. 내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슬피 우는 기타 소리. 처음에는 조용히 눈물을 훔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목 놓아 운다. 앤드류 레이티머의 기타를 뒷받침하는 건반의 주인공은 톤 셔펜질, 카약의 창단 주역인 그는 이 때 잠깐 카멜로 이적했었다.

○ 이문세 / 옛사랑 / 1992
마치 연극의 종막에서 암전 후 배우의 목소리만 남은 것처럼 악기들이 모두 빠지고 리버브를 잔뜩 머금은 목소리만이 아련히 사라져가는 이 노래의 엔딩을 듣고 있으면 나는 항상 비지스의 < First of May >를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두 노래의 계절적 배경도 똑같이 겨울이다. 마음이 차갑다. 그런데 노래에서 눈은 내리지 않고 자꾸 올라간다. 이영훈은 탁월하다.

○ 라디오헤드(Radiohead) / Exit music / 1997
이제는 난수표 같은 음악 속으로 숨어버린 라디오헤드가 그 옛날 남긴 역작이다. 누군가는 세상에는 라디오헤드류와 아닌 류의 두 가지 음악밖에 없다고 했을 만큼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바로 그 라디오헤드류의 정체가 무엇이던가? 바로 극한의 멜랑콜리, 극단의 우울이 아니던가? 그들이 온 세상 곳곳에 우울의 씨앗을 마구마구 흩뿌리던 시절이었다.

○ 카리 브렘네스(Kari Bremnes) / Waltz / 2003
그 해 여름 출장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만난 어느 평론가는 북구의 음악이 왜 슬픈가라는 어찌 보면 유치한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대지는 넓은데 사람이 많지 않으니 근본적인 외로움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 출장 도중 그 곳에서 이 노래를 처음 만났다. 노래 안에 외로움이 산다는 말에 진심으로 동의했다.

○ 브로콜리 너마저 / 보편적인 노래 / 2008
솔직히 고백하거니와 브로콜리 너마저는 내가 대놓고 편애하는 밴드이지만, 그 중에서도 최애곡은 이 노래다. 이 대체불가의 정서를 지닌 밴드가 포착해 낸 보편적인 슬픔은 정말 너무나 보편적이서, 그래서 너무나 동감이 되어서 눈물을 자아내고야 만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하던 일을 멈춘 채로 한동안 멍했었다.

■ 프로필
1995년부터 지금까지 26년째 KBS에서 라디오 PD로 일하고 있다. 무슨 일을 하던 귀에서 헤드폰을 빼는 일이 거의 없는 방송국에서도 소문난 음악광으로 예나 지금이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음악 듣는데 쓴다.

그동안 연출한 프로그램으로는 < 황정민의 FM대행진 >, < 이금희의 가요산책 >, < 김광한의 골든팝스 >, < 전영혁의 음악세계 >, < 이상은의 사랑해요 FM >, < 신화 이민우의 자유선언 >, <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 < 이소라(강수지)의 메모리즈 >, < 장윤주의 옥탑방 라디오 > 등이 있다.

저서로는 《 팝 음악사의 라이벌들 》, 《 더 기타리스트 》, 《 365일 팝 음악사 》, 《 그 시절, 우리들의 팝송 》,《 KBS FM 월드뮤직:음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공저), 《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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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10곡 Feature

IZM 독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10곡’ – 8주차

[IZM 필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음악 10곡’] 독자 투고에 많은 분들께서 삶을 대표하는 10곡을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소중한 경험을 IZM에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보내주신 많은 사연 중 선정된 두 독자분의 사연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 IZM 독자 투고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webzineizm@gmail.com 으로 보내주신 사연을 검토하여, 매주 두 분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유수민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장혜리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이 곡을 처음 들은 건 초등학생 때였다. 학원을 마치고 엄마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이 노래에 단번에 빠져들었다. 노래가 끝나고 DJ가 소개시켜주는 낯선 제목과 낯선 이름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외우고 또 외웠다. 집에 돌아와 마음속에 꼭 쥐고 있던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을 일기장에 적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요즘도 사랑하는 음악을 찾으면 그 때의 마음을 떠올린다. 잊지 않고 꼭꼭 간직하고 싶던 그 마음. 내 인생에 클래식이 있다면 바로 이 곡.

자우림 ‘EV1’
내 인생의 명반을 뽑으라면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뽑을 자우림 8집 <음모론>. 매 앨범, 수록곡 마다 수없이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자우림이지만 내게 있어 자우림의 음악을 관통하는 큰 정서는 세상의 모순을 이해할 수 없는 어른아이, 혹은 그를 위로하는 이의 정서다. 8집 <음모론>의 듀얼 타이틀 곡 중 하나인 EV1은 실존했던 GM모터스의 EV1 자동차의 이야기를 풀어낸 곡. “세상은 원래 그런 곳”이라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이라고 말해달라는 그 목소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자꾸 생겨나던 중학교 2학년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지금 나의 음악 세계를 키운건 자우림의 영향이 8할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레이디 가가(Lady Gaga) ‘Born this way’
2010년대 초반의 레이디 가가는 팝 가수보다는 행위예술에 하는 사람에 가까워보였다. 가가의 파격적인 의상과 컨셉이 그녀의 음악보다 더 주목받던 때였다. 나 역시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생고기 드레스나 당시로서는 난해의 끝을 달렸던 란제리 룩 등을 통해서였었다. 그래서였을까 가가의 음악은 무언가 다가가기 어려운, 쎈 음악으로 생각되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가가의 노래를 듣기 시작한 것 역시 중학교 2학년 무렵.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이든, 과거의 인생이 어땠든, 자신을 사랑하라는 자신감 넘치는 이 아티스트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이디 가가를 기점으로 팝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내 음악의 스펙트럼은 그만큼 자라났다.

뮤지컬 ‘헤더스(Heathers)’ 캐스트 ‘Beautiful’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짝사랑을 꼽으라면 뮤지컬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로 입덕한 이후로는 2000년대 이후 모든 뮤지컬 영화를 섬렵했고, 스무살 첫 알바 월급을 받던 날 거금 10만원을 그대로 뮤지컬 관극에 지른 나였다. 가장 덕질을 왕성하게 하던 고등학생 시절 내게 찾아온 뮤지컬 Heathers. 동명의 1989년작 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로, 내용이 내용인지라 (살인과 테러 등…)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마쳤지만 수많은 컬트 팬들을 낳은 작품이다. 첫번째 넘버 Beautiful은 장장 8분!이나 되는 넘버인데, 노래 한 곡동안 주인공 베로니카가 학교 퀸카들인 세명의 “헤더”들을 만나 그들의 선택을 받고, 그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새로운 사람이 되는 데까지의 내용이 전부 들어가있다. 노래 한곡을 듣는 동안 나는 독서실 책상이 아닌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 있을 수 있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들은 상상력으로 채워넣으면 됐었다. 이 지긋지긋한 학교만 끝나면 더 열심히 덕질을 하리라- 하는 도피를 위해 찾아 듣던 곡이다. ‘헤더’ 캐릭터들의 티키타카가 재밌는 곡이다. (“닥쳐, 헤더!” “미안, 헤더!”)

트웬티 원 파일럿츠(Twenty One Pilots) ‘Ride’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경쾌한 도입부로 시작하는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 불가능이다. 락이었다가, 레게였다가, 힙합이었다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내달리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I’ve been thinking too much)” 라는 가사를 읊조리듯 반복하는 브릿지까지. 제 모습을 채 갖추지 못한 미성숙한 분노가 음악으로 표현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숨만 쉬어도 짜증났던 고삼 수험생활에 탈출구가 되어준 곡. 이 곡을 들을때는 꼭 볼륨을 맥스로 해야만 한다. 그냥 그래야 한다.

이랑 ‘가족을 찾아서’
가족을 찾아서를 떠올리면 행진곡을 연상시키는 드럼 연주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드럼 박자로 시작해 서서히 밴드 사운드와 첼로 사운드, 아티스트 본인과 어머니의 대화까지 전부 더해지면 곡의 후반부의 이 곡은, 우리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다.
특별히 답답했던 스물 한살의 어느 밤에는 이 노래를 행진곡으로 틀고 그저 걸었다. 어제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 살겠다, 어제보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어 살겠다 스스로에게 끝없이 다짐하며.

장기하와 얼굴들 ‘괜찮아요’
개인적으로 이 곡은 마지막 20초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장기하와 얼굴들 특유의 담담하고 솔직한 가사와 심플한 사운드로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다가 마지막 20초동안 락 사운드로 마구 내달린다. 당신도 결국엔 날 떠날꺼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다면서. 그라데이션 분노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곡이다. 아니 나는 진짜로 괜찮다니까 왜 자꾸 물어?

묘하게도 연애의 다양한 시기에서 늘 조금씩 다르게 다가오는 곡이다. 때론 어차피 이 연애도 언젠간 끝나겠지 뭐- 하는 씁쓸한 깨달음으로, 때론 당신과 내가 다른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까, 지금 오롯이 행복하면 좋겠다 하는 다짐으로. 심리검사에 쓰이는 로르샤흐 그림 같은 곡이라고나 할까.

김사월 ‘세상에게’
여행을 좋아한다. 일상의 의무들은 잠시 잊고 그저 주변을 살피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할 일인 나날들을 사랑한다. 그렇지만 여행 후에 오는 공허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방에 가방을 내려놓았을 때 밀려드는 외로움과 미뤄뒀던 할 일들은 두렵다.

성공하는 것도 좋아한다. 합격, 수상, 그런 것들. 열심히 살아낸 일상들이 객관적인 인정을 받는 순간들은 기쁘다. 성공의 순간을 뒤따르는 공허는 좋아하지 않는다. 크고 작은 성취를 해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무슨 성취든 그 행복의 찰나 너머엔 다시 치열하게 살아내야하는 일상이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다. 그걸 알고나니 성공, 성취, 되어야 하는 누군가, 꿈 같은 것, 그런것들의 낭만이 너무나 미미한 것이 되어버렸다.

“눈 뜨면 내 목을 조르는 영수증에 네가 건네준 1달러도 그저 돈이 돼버리는 게 너무 싫어” – 나의 낭만들이 일상에 부서지는 순간을 이만큼 잘 담아낸 노랫말이 어디 있을까. 김사월의 담담하게 우울한 감성을 사랑한다. 그의 노래를 듣다보면 내 안에 존재했는지도 몰랐던 감정들에 촉촉히 젖어가는 듯 하다.

선우정아 ‘삐뚤어졌어’
왜인지 모르겠지만, 곡의 초반부에 나오는 신디 사운드와 기타소리가 느린 심장소리같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즐거운 일 투성이라던 대학 새내기 시절, 나는 나의 걱정이 드리운 그늘에 그저 숨어 살았다. 그럼에도 남들만큼 즐겁지 않다는 사실이 인정하기 싫어서 그저 바쁘게 살았다. 이 노래를 처음 듣던 날 비로소 내 안의 그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다들 삐뚤어졌어, 아니 나만.”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려본 것은 이 곡이 처음이었다. 자우림이 나의 사춘기 시절의 아이돌이라면 나의 20대의 사운드트랙은 오롯이 선우정아의 것이다. 그의 노래를 듣다보면 질투심 (“뱁새”, “쌤쌤”), 미성숙함 (“Workaholic”, “멀티플레이어”) 처럼 밉지만 부정할 수 없이 내것인 어려운 감정들을 들켜버린 기분이다.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살다보니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멀리도 떨어져 살고 있다.
그러니,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넌 행복해야해.

한경식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양희은 ‘아름다운 것들’
태어나서 처음 좋아한 가수는 남진이었다. 아이답지 않게 난 남진의 ‘가슴 아프게’나 ‘우수’와 같은 노래를 좋아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내 인생의 첫 노래는 언제나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72년의 어느 날 우연히 들은 이 노래가 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난 지금도 양희은이 아주 앳된(?) 모습으로 TV에 출연해 이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난 이 노래가 존 바에즈가 부른 ‘Mary Hamilton’을 리메이크한 번안가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게는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이 오리지널이다.

진추하(陳秋霞) ‘One summer night’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1970년대는 팝송이 대세였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별이 빛나는 밤에>, <0시의 다이얼> 등과 같은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는 모두 팝송을 틀어댔다. 그래서 당시는 중학교 때부터 팝송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중학교 3년 시절이 다 지나가는데도 내 귀에는 팝송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이 곡이 나를 찾아왔다. 진추하와 아비(Abi)가 듀엣으로 부른 노래였지만 남자들에게는 아마도 진추하의 목소리만 들렸을 것이다. 두 사람이 홍콩인이란 사실에 처음에는 놀라기도 했지만 난 이 곡 덕분에 당당히 팝송 키드의 대열에 동참했다. 2004년에 개봉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 노래가 바로 ‘One Summer Night’였다. 중3 겨울방학 때 친구들과 진추하 주연의 ‘사랑의 스잔나’라는 영화를 보러 인천 자유극장에 갔던 기억이 새롭다. 그 친구들은 지금 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존 덴버(John Denver) ‘Take me home, country roads’
존 덴버가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팝송에 관심을 갖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연합고사(고입선발고사를 그때는 그렇게 불렀다)가 끝나고 빈둥거리며 지내던 어느 날 동인천 역 앞에 있던 음반가게에서 생전 처음 내 돈으로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구입했다. 존 덴버의 히트곡 모음집이었는데, ‘Annie’s Song’, ‘Sunshine on My Shoulders’와 같은 멋진 노래들로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가 ‘Take Me Home, Country Roads’였다. 이후 나는 테이프를 돌려가며 그 노래를 지겨울 정도로 듣고 또 들었다. 그때 난 정말로 존 덴버에 빠져 있었다.

산울림 ‘아니 벌써’
이 노래만 들으면 38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게 노래냐.”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에 사로잡힌 1992년 당시의 학생들보다 ‘아니 벌써’에 넋을 잃은 1977년 당시의 우리 세대가 느낀 놀라움이 몇 배는 더 컸을 것이다^^. 이후 산울림은 나의 고교시절을 지배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그리고 ‘개구쟁이’ 등등. 그룹이 해산할 거라는 소문이 1978년 말부터 흘러나왔지만 난 믿고 싶지 않았다. ‘산울림’ 없이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소문대로 그들은 1979년 어느 날 사라졌다. 몇 년 뒤에 다시 돌아왔지만 말이다.

비틀스(The Beatles) ‘I want to hold your hand’
팝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 가수들을 눈여겨보던 어느 날, 형이 모아놓은 <타임>지와 <뉴스위크>지를 뒤적거리다가 한 그룹과 관련된 기사에 눈길이 멈췄다. 물론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몰랐고 사진만 눈에 들어왔다. 이게 나와 비틀스의 첫 만남이었다. 그때 이미 ‘Yesterday’라는 노래 정도는 들은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뭐에 홀린 것처럼 얼마 후 그들의 히트곡을 모아놓은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했다. 대부분 처음 듣는 노래들이라 당연히 귀에 들어올 리 없었지만 이상하게 한 곡이 착착 달라붙었다. 그 노래가 바로 비틀스를 사랑하게 만든 ‘I Want to Hold Your Hand’였던 것이다.

조용필 ‘단발머리’
조용필의 전성기는 나의 청춘 시절과 정확히 일치한다. 현대사의 비극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0년은 대학생이 몇 명만 모여도 잡혀가던 정말 무시무시한 시대였다. 하지만 다행히 그때도 음악은 있었고, 그 선봉에 조용필이 있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갑자기 떴다가 소리 없이 사라진 조용필이 몇 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창밖의 여자’가 전국을 휩쓸었지만, 나는 ‘뿅~뿅~뿅’으로 시작되는 ‘단발머리’에 더 매달렸다. 멜로디뿐만 아니라 노랫말도 정말 특이했다. 2017년에 개봉된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에도 수록되어 많은 사람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던 바로 그 노래다. 암울했던 1980년대를 그래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 준 조용필에게 나는 참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송골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송골매는 내 눈으로 직접 본 몇 안 되는 뮤지션 중의 한 팀이다. 1982년 5월의 어느 날, 이택림과 임예진이 진행하던 MBC TV의 ‘영일레븐’을 교내에서 녹화한 적이 있는데, 그때 출연한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 당시 송골매가 어떤 노래들을 불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어쩌다 마주친 그대’만큼은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배철수와 구창모를 중심으로 한 송골매의 인기는 현재의 방탄소년단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록 밴드가 TV 음악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던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 시절, 그 선두에 송골매가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Heartbreak hotel’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것은 나이가 꽤 들어서였다. 물론 그가 얼마나 유명한 가수인지는 아주 오래전에 알았지만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비틀스를 제대로 알기 위한 공부(?)를 하면서 엘비스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 의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엘비스의 음악 세계는 필요성에 따라 입문했으나 그의 노래가 왜 그처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옥같은 엘비스의 노래들 중에서 난 ‘Heartbreak Hotel’을 발판으로 삼아 로큰롤의 세계로 푹 빠져들 수 있었다.

등려군(鄧麗君) ‘つぐない’
등려군은 그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첨밀밀’ 정도만 부른 가수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2004년의 어느 날, 회사에서 알게 된 한 일본인과 함께 노래방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그분이 어떤 노래를 불렀다. 그 곡은 등려군이 테레사 덩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활동 중이던 1984년에 발표한 ‘つぐない(쓰구나이: 속죄라는 뜻)’라는 제목의 엔카였다. 이후 난 등려군의 노래에 거짓말처럼 마음을 빼앗겼다.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대만 여가수의 음악이 내 인생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류 ‘My memory’
‘My memory’는 배용준과 최지우가 주연한 드라마 ‘겨울연가’에 삽입된 노래 중의 하나다. ‘겨울연가’는 2002년에 첫 방송되었을 때 나도 열심히 보긴 보았으나 이내 기억에서 사라졌다. 몇 년 뒤 일본에서 ‘겨울연가’ 열풍이 불었을 때도 왜 그런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월이 지난 2017년 겨울, 케이블 방송에서 이 드라마를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어렴풋하게 기억하던 그런 드라마가 아니었다. 이후 난 ‘My memory’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찡해질 정도로 뒤늦게 ‘겨울연가’ 마니아가 되었다. 아마도 이변이 없는 한 ‘겨울연가’는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로 남을 것이다. ‘My memory’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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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차라리 몰랐더라면,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가사들

판을 구매하거나 라디오를 들어야만 음악을 들을 수 있던 과거에는 해외 곡의 가사를 정확히 알기도 어려웠고 설령 가사를 입수했다 한들 외국어 교육이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이를 제대로 해석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팝의 명곡 중 지금까지 잘못된 내용으로 전해져 막연히 소비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뜻을 몰라도 멜로디와 리듬에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다는 사실은 음악의 위대함을 증명하지만, 가사를 확인한 후 차라리 몰랐더라면 하는 감정을 마주하는 게 썩 즐겁지는 않다.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노래와 가사를 바로잡아본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Billie jean’
모타운 25주년 공연 당시 공개된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무대 위를 미끄러지듯 유려한 춤선을 뽐내는 그의 발놀림 덕에 노래의 가사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Billie Jean is not my lover’라는 대목 때문인지 ‘Billie Jean’을 사랑 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사실 이 곡은 클럽에서 하룻밤을 보낸 여성(Billie Jean)이 어느 날 둘 사이에 아들이 있다며 화자 앞에 나타났다는 막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디스코의 흥취에 더해진 심각한 베이스 라인이 마치 클럽에서 일어난 미제 사건을 그리는 듯하지 않은가. 프로듀서였던 퀸시 존스는 노래 제목이 동명의 테니스 선수를 겨냥하는 것 같다며 제목을 바꿀 것을 권했지만 잭슨이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정연경)

밴 헤일런(Van Halen) ‘Jump’
길을 가다가 고층빌딩 꼭대기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람을 본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지만 “그래! 어서 뛰어내려!”라고 외치는 미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밑에서 그렇게 외치는 사람은? 그렇다. 자살방조자에 해당한다.

자살하려는 사람에 대한 뉴스를 본 밴 헤일런의 보컬리스트 데이비드 리 로스가 이 내용을 바탕으로 가사를 쓴 ‘Jump’는 밴 헤일런을 상징하는 곡으로 1984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올라 1980년대 팝메탈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인 노래다.

헤비메탈에 신시사이저 건반 리프의 도입을 유행시킨 ‘Jump’는 이후에 스웨덴의 팝메탈 밴드 유럽의 ‘Final countdown’과 무한궤도의 ‘그대에게’에도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런데 새로운 출발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 ‘자살방조 곡’을 1월 1일이나 새로 시작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첫 곡으로 튼다면 청취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소승근)

엘튼 존(Elton John) ‘Daniel’
밴조와 멜로트론으로 잔잔하게 시작하는 발라드에 사람 이름인‘ 다니엘’을 곡 이름으로 쓰고 있어 이 노래가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실제로 엘튼 존의 영원한 작사 짝꿍 버니 토핀은 한 인터뷰에서 이 노래가 본인들이 쓴 곡 중 가장 많이 곡해된 노래라고 말하기도 했다.

1973년 베트남 전쟁의 막바지 총격이 극에 달했을 때 쓰인 곡으로 버니 토핀이 베트남 전쟁 참전으로 부상당한 군인의 기사를 읽고 노랫말을 적었다. 발매 당시 우울한 서사를 품고 있단 이유로 싱글 커트가 거부되기도 했지만 엘튼 존과 버니 토핀의 의지로 빛을 보게 됐으며 본국인 영국에서 4위, 미국의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2위란 높은 성과를 거머쥐었다. 가사를 알면 더 애절하고 구슬픈 역사를 담은 발라드다. (박수진)

테리 잭스(Terry Jacks) ‘Seasons in the sun’
자끄 브렐의 샹송 ‘Le moribond’을 영어로 번안한 곡으로 몇 차례의 리메이크에도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73년에 캐나다 가수 테리 잭스에 의해 드디어 빛을 발했다. 경쾌한 리듬과 ‘태양’이 들어간 제목은 왠지 모르게 햇볕이 내리쬐는 따스한 날을 연상케 한다. 국내에서는 특히 웨스트라이프의 버전이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가사는 죽음 앞에 있는 남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형수가 과거를 회고하며 후회하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으나 더 깊이 파고들면 막장 그 자체다. 여기에는 가장 친한 친구와 아내가 바람을 피우면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려는 남자의 절절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외국에서도 이 노래를 장례식장에서 트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임선희)

미카(MIKA) ‘Grace kelly’
명랑한 반주와 ‘Why don’t you like me?’를 되풀이하는 가사 때문에 발랄한 사랑 고백 노래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 노래는 아주 반항적이다. 데뷔 전 한 음반사에서 ‘사람들이 좋아하게끔 평범하게 음악을 하라’며 퇴짜를 맞고 미카가 화가 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빚은 트랙 ’Grace Kelly’. 자신의 예술적 개성을 침해받는 게 못마땅했던 그는 곡에서 할리우드 스타로서, 모나코의 왕비로서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숱한 잡음과 고독한 궁중 생활에 시달리던 그레이스 켈리에 자신을 빗댄다.

‘그레이스 켈리처럼 되려고 했죠 / 하지만 그녀는 너무 슬퍼 보이더군요’라는 문장처럼 노랫말 곳곳에는 켈리를 향한 동정과 자신의 창작 자유를 향한 갈망이 나타나 있다. 다채로운 매력을 감추지 못하는 그에게 ‘평범하게 음악 해’라니! 결국 신인 미카의 당찬 반항에 대중은 응답했고 노래는 영국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홍현)

톰 존스(Tom Jones) ‘Green, green grass of home’
열차에서 내려 마주한 고향. 푸른 잔디가 펼쳐진 아름다운 고향 위 예전 그대로의 집과 가족이 나를 반기고, 사랑하는 여인 메리가 나를 맞으러 달려온다. 아, 꿈같은 삶이여… 그러나 그것이 정말 꿈이었을 줄이야. 그러나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칙칙한 벽 뿐, 나는 곧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사형수다. 부디 이 고통스런 삶이 끝나면, 고향의 푸른 잔디밭 아래 영원히 눈을 감은 채 잠들 수 있기를…

조영남은 1960년대 인기 절정의 바리톤 보컬 톰 존스(Tom Jones)의 ‘Delilah’와 ‘Green green grass of home’을 취입하며 그에게 없던 중후한 매력을 더하고자 했으나 후자를 옮긴 ‘고향의 푸른 잔디’는 원곡의 비극을 거세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만 강조하며 지금까지도 한국 팬들에게 많은 오해를 불러왔다. 1965년 컨트리 가수 포터 와고너(Porter Wagoner)가 처음 부른 이 불멸의 히트곡은 엘비스 프레슬리, 조안 바에즈 등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거친 걸작이다. 중후한 목소리로 씁쓸하게 이야기를 읊어나가는 톰 존스의 버전이 그 중 으뜸으로 뮤지션을 대표하는 싱글이 됐다. (김도헌)

나나 무스꾸리(Nana Mouskouri) ‘Plaisir d’amour(사랑의 기쁨)’
자신의 모든 걸 바칠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떠나 다른 연인을 찾아가는 상황에 희열을 느꼈다면 모르겠지만, 변해버린 실비를 그리워하며 아파하는 화자를 생각해보면 ‘Plaisir d’amour(사랑의 기쁨)’이란 제목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시인 장 피에르 클라리스(Jean-Pierre Claris de Florian)의 시 구절에 프랑스 작곡가 마르티니(Jean-Paul-Égide Martini)가 음을 붙인 가곡 ‘Plaisir d’amour'(1784)의 이야기다. 국내에선 1971년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가수 나나 무스꾸리가 발매한 앨범 의 수록곡으로 유명해졌다.

그의 목소리로 그려낸 ‘사랑의 기쁨’이란 선율은 이름과 함께 한국의 팬을 현혹했고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아름다운 순간에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악으로 기억된다. 2001년 개봉한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영화 속 두 명의 이별 감정을 정제하기도 한 ‘Plaisir d’amour(사랑의 기쁨)’. 비록 희망적인 결말은 아니지만 ‘사랑의 기쁨은 한순간이고 사랑의 슬픔만 영원히 남았다’고 말하는 노랫말처럼 곡의 아련한 감성과 멜로디는 시대를 초월해 마음에 머물렀다. (손기호)

U2 ‘New year’s day’
새해맞이가 마냥 희망차란 법은 없다. 세계가 냉전으로 신음하던 1980년대에 발표된 ‘New year’s day’는 ‘새해가 와도 아무것도 변치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표현한다.

보노는 당시 폴란드에서 내려졌던 계엄령과 ‘자유 노조 연대’의 수장 레흐 바웬사를 떠올리며 가사를 썼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이육사의 ‘광야’나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결이 비슷한 정서를 가진 곡이 영국 싱글차트 10위, 빌보드 53위에 오르며 U2의 첫 히트곡이 된 셈이다. 공포와 억압에 대한 내용이 당시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막연히 새해 첫날을 축하하며 듣자니 숙연하지 않은가. (황인호)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 ‘Copacabana’
음악과 정열의 해변, 코파카바나. 배리 매닐로우의 ‘Copacabana‘는 브라질을 배경으로 한 음악이니만큼 흥겹고 신나는 라틴의 향연이다. 가사에서 등장하는 ‘메렝게’라는 라틴 리듬에 사용되는 탕부르(북의 종류)로 연주가 시작되면, 정신없이 몸을 맡긴 채 춤추고 싶어지는 열정적인 삼바가 시작된다.

낭만적인 분위기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가사는 코파카바나의 어느 클럽에서 일어난 사랑의 발화와 비극적인 결말을 노래한다. 쇼걸 로라가 총기사건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것. 노래는 30년이 지난 1978년으로 이동해 늙어버린 로라를 묘사한다. ‘Now it’s a disco, but not for Lola.‘ 세상은 더이상 라틴이 아닌 디스코에 열광하며 로라는 젊음도 잃고 사랑도 잃었다. (조지현)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 ‘West end girls’
노래는 런던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웨스트엔드와 극빈층 노동자들이 주로 살던 이스트엔드를 번갈아 언급하고, 여러 대조적인 장면을 엮음으로써 빈부격차 문제를 넌지시 꼬집었다. 하지만 서쪽 끝에 사는 소녀랑 동쪽 끝의 소년을 되풀이하는 가사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이 국제결혼 얘기로 오해하곤 했다.

프로듀서 바비 올랜도와 작업해 1984년에 발표한 오리지널 버전은 히트하지 못했으나 이듬해 레이블을 옮기고 새로운 프로듀서와 만든 두 번째 버전이 큰 인기를 얻어 영국과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뉴 스쿨 힙합과 프리스타일의 퓨전에서 잔잔한 신스팝으로 바뀐 것이 펫 샵 보이즈에게 성공을 안겨 줬다. (한동윤)

알버트 해먼드(Albert Hammond) ‘For the peace of all mankind’
추억의 올드 팝으로 아직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는 알버트 해먼드의 ‘For the peace of all mankind’ 또한 가사가 잘못 알려진 팝송 중 하나다. ‘모든 이들의 평화를 위하여’라는 인류애 가득 담긴 제목과 어딘가 호소하는 듯한 절절한 목소리. 많은 이들이 이 곡을 세계 평화 메시지가 담긴 노래로 생각했지만 사실 곡은 하룻밤을 보낸 상대를 잊지 못해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다. 개인의 연정에 ‘인류의 평화’라니. 인연을 떠나보낸 아쉬움에 흔들리는 ‘평정’을 범지구적 크기로 표현한 애원이 혼란을 가중했다. (장준환)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Radio-activity’
‘가이거 계수기(Geigerzähler)’, ‘전파(Ätherwellen)’, ‘트랜지스터(Transistor)’… 1975년 독일의 4인조 혁신가 크라프트베르크를 접한 팬들은 전기 공학 서적같은 < Radio-Activity >에 매료됐다. 그중 으뜸은 역시 ‘Radio-activity’, 방사능이었다. 신비로운 나레이션과 영롱한 전자음, 모스 부호가 산업 시대 대기에 부유하는 방사성 물질(Radioactivity)과 전파(Radio)를 한데 묶었다.

‘Radio-activity’는 역사의 흐름 속 끊임없이 노랫말을 바꿔가며 스스로 의미를 확충해나갔다. 처음에는 단순히 겹치는 단어를 활용한 언어 유희 정도에 그쳤으나, 1981년 싱글 커트된 이후 방사능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해리스버그, 셀라필드, 히로시마”를 직접 언급하며 반핵(反核) 운동을 상징하는 송가로 다시 태어났다. 2012년 이후 가사는 “체르노빌, 해리스버그, 셀라필드, 후쿠시마’. 2019년 내한 공연 때 그룹의 일원 랄프 휘터가 “이제 그만 방사능”을 선명히 외치며 곡의 진의를 선명히 전파했다. (김도헌)

폴리스(The Police) ‘Every breath you take’
대다수는 이 노래를 감미로운 사랑노래라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가사를 음미해보자.

당신이 숨 쉴 때마다, 당신의 움직임마다, 나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 거야

살짝 느낌이 싸해지지 않는가? 외국에서 결혼식 축가로도 쓰이는 것과 달리 이 노래는 스토커의 시선으로 쓰인 무시무시한 곡이다. 보컬과 연주가 너무 매혹적이었다는 것이 문제. 이 노래를 샘플링한 퍼프 대디의 ‘I’ll be missing you’의 메가히트도 본 의미가 흐려진 원인이다.

스팅의 이혼 소식이 들려오고 팀 분열까지 본격화되던 시절 발표된 곡으로 1983년 빌보드 싱글차트 8주 1위에 이어 연말결산에서도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을 제치고 최정상에 올랐다. 조금 오해가 있긴 했지만 밴드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넘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황선업)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Born in the U.S.A.’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과 민주당의 월터 먼데일이 격돌한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로널드 레이건이 승리를 거둬 재선에 성공했다. 이때 보수진영인 공화당에서 선거 캠페인 송으로 선택한 노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Born in the U.S.A.’였다.

‘그들이 내게 총을 주고 낯선 땅으로 보냈지. 황인종을 죽이라고. 도망칠 곳도, 갈 곳도 없어. 난 미국에서 태어났어. 나는 미국의 멋진 아빠야.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이 가사만 봐도 미국 대선에 사용할 곡으로 적절하지 않았지만 공화당은 ‘미국 태생’이라는 제목을 강조해 노래의 내용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지워버렸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1984년에 발표한 동명의 앨범에서 3번째 싱글로 커트되어 빌보드 싱글차트 9위까지 오른 ‘Born in the U.S.A.’의 그 억울함은 맥스 와인버그의 통렬한 드럼이 대신 풀어준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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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10곡 Feature

IZM 독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10곡’ – 7주차

[IZM 필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음악 10곡’] 독자 투고에 많은 분들께서 삶을 대표하는 10곡을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소중한 경험을 IZM에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보내주신 많은 사연 중 선정된 두 독자분의 사연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 IZM 독자 투고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webzineizm@gmail.com 으로 보내주신 사연을 검토하여, 매주 두 분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김예준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 ‘Wannabe’
유치원 장기자랑 비디오에 이 곡이 들어있어서 7살 때 처음 접했는데 나중에 인터넷에서 발견하고 엄청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과하게 발랄하고 약간은 촌스러운 천진난만한 느낌이 어렸을 때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노래를 들으면 지금과는 다른 씩씩하고 활달했던 때가 기억나는 게 신기하다.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Teardrop’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익숙한 듯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악기가 새로운 사운드를 내서 그런 것 같았는데 나중에서야 초등학생 때 즐겨봤던 메디컬 드라마 하우스의 인트로 곡이었던 것을 알게 됐다. 그때도 하우스의 인트로 음악을 좋아했는데 태아가 나오는 뮤직비디오 하며 심장소리 같은 비트까지 모든 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었다. 이곡을 계기로 트립 합에 빠지게 됐고 심장 소리가 이곡의 BPM으로 들리는 것 같을 때 이 곡이 머리에서 자동 재생된다.

엠아이에이(M.I.A.) ‘Bad Girls’
스웩 넘치는 가사, 독특한 중동 느낌의 사운드, 인상적인 뮤직비디오가 잘 어우러진 신선하고 강렬한 곡이다. 영미권 팝을 많이 들어서 새로운 것을 찾고 있을 때쯤에 엠아에에이나 비요크 같은 아티스트들을 알게 됐다. 음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아트워크에서도 뮤지션의 색깔이 많이 묻어나는 작품에 빠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리쌍 ‘Fly high’
중학생 때 리쌍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특히 가사에 공감하고 교훈도 많이 얻었었다. 이렇게 힘든데 왜 이 고생인가 싶을 때 ‘힘들게 살라고 나를 낳았나요. 그렇게 맘속으로 외치던 바로 그때그때 난 참 바보 같았지’라는 가사가 마음을 다잡게 해줬다. 나이 들어서도 문득 한 번씩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이 가사가 생각나는데 이 생각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인생곡으로 남을 것 같다.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Paranoid (Feat. Mr Hudson)’
인생앨범을 꼽으라면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지만 인생곡을 꼽으라고 하면 왠지 이곡을 꼽고 싶다. 이 곡은 < 808s & Heartbreak >앨범의 침울함 그리고 MBDTF의 파격적인 분위기의 사이의 곡이다. 편집증을 겪어보지 않았어도 왠지 잘 느껴지는 몰입감 있는 비트와 칸예의 가사에서의 상황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같은 곡이다. 특히 맨 앞에 나오는 웃음소리를 제일 좋아한다.

팔로알토 ‘Good Times (feat. Babylon)’
수험생활을 할 때 친구와 팔로알토 노래를 들으면서 함께 힘을 냈었다. 빨리 수험생활을 끝내고 싶었고 무엇보다 성인이 돼서 술을 마시게 되면 우리의 고생이 끝난 것에 대해 축배를 들고 싶었다. 그래서 고3 때와 이 앨범은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니나 시몬(Nina Simone) ‘Little girl blue’
막 성인이 되고나서 힘들 때 위로가 필요할 때면 언제부터인지 이 곡의 피아노 선율이 생각났다. 단음의 멜로디가 나를 작은 어린이로 만드는 것 같고 니나 시몬의 목소리가 나를 안아주는 것 같다.

알 그린(Al Green) ‘Love and happiness’
다사다난한 날이 끝날 때 이곡을 찾아듣게 된다. 미래에 최고로 행복한 날 이곡을 듣는게 소소한 꿈인데 이곡을 들으면서 그날을 상상하면 꽤 힘이 난다.

이센스(E-SENS) ‘Back in time’
이센스의 모든 곡과 가사를 좋아하는데 이곡은 추억이 있다. 이센스의 라이브를 처음 보러갔을 때 마지막곡으로 이곡이 나오는데 갑자기 이곡의 특유의 느낌으로 공기가 변하는 것 같은 특별함이 있었다. 그 이후로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김건모 사건, 단독 콘서트, 2010년대 최고의 앨범 선정 등 여러모로 2019년 마무리에 임팩트를 준 곡이다.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나였어’
인생 10곡을 쓰다가 마지막으로 이 곡이 생각났다. 좋았던 것만 생각나는 것도 아니고 살짝 부끄럽기도 했었는데 나를 다시 알게 되고 그대로 인정하게 되는 시간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노래를 들을 때 그런 기분이 든다. 반성을 승화시켜준다는 점에서 처음 느껴보는 후련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한용섭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F.R. 데이비드(F. R. David) ‘Words’
13살 어린 나에게 한국가요는 고리타분했다. 점잖게 차려 입은 아저씨 혹은 아줌마 가수들이 ‘마상원과 그의 악단’의 나팔 위주 반주에 맞춰 ‘삼배일곡’하는 것(노래 시작, 중간 간주, 노래를 마칠 때 꼬박꼬박 허리 숙여 인사하던 관습에 내 나름대로 붙인 용어), 이것이 당시 한국가요에 대해 내가 가진 관념이었다. 어느 순간 외국음악, 이른바 팝송이라는 것이 귀에 들어왔다. 경쾌한 리듬, 달콤한 멜로디, 무엇보다 세련된 전자악기 음향은 서양음악, 더 나아가 서양문화의 상징으로 다가왔다. F. R. 데이비드의 “Words”. 너무나 달콤한 노래는 아직 남성으로 성분화가 완료되지 않은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뱃돈을 모아 내 생애 최초로 구입한 카세트 테이프에는 해설지 하나 없었다. 그러나 가사는 쉽게 오지 않아도(words don’t come easy to me) 멜로디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melodies are so far my best friend).

프린스(Prince and the Revolution) ‘Purple rain’
사춘기 소년은 삐딱해지고 싶었다. 학교에서는 착실한 모범생이었지만 음악만큼은 남들과 다른 걸 듣고 싶었다. 어떤 음악을 듣는지가 나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거니까. 중3 여름, 라디오에서 마침 프린스의 비둘기가 울고 있었다(‘When Doves Cry’). 그를 두고 퇴폐적이라 했다. 국내에 라이센스로 나온 < Purple Rain >은 금지곡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다 함께 미치지도 못하게 하니(‘Let’s Go Crazy’) 니키는 호텔 로비에서 마스터베이션을 할 수도 없었다(‘Darling Nikki’). 만신창이 음반이지만 듣고 또 들었다. 어린 내가 듣기에도 뭔가 다른 음악이었다. 결국 뮤지션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음악 그 자체니까. 그런데 지금 이 세상에 그가 없다. 몇 해 전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입에서 나온 한 마디, “정말 너무하네”. 무신론자인 내가 딱히 원망할 수 있는 대상은 없다. 그래도 정말, 정말 너무하다.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Crazy train’
“AFKN에서 가끔 야한 영화 틀어줘” 친구가 귀띔해준다. 요즘으로 치면 인터넷 어디를 들어가야 야동을 다운받을 수 있는지와 맞먹는 고급 정보다. 부모님이 안 계신 틈을 타 TV 채널을 2번에 맞춘다. 그런데 재수 없게(?) 야시시한 영화 대신 해괴망측하게 생긴 사람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금발에 검은 눈화장을 한 사람이 무대 이쪽에서 저쪽으로 어슬렁 왔다 갔다 하며 노래한다. 음악 자체도 이상하다. 연주자들만큼이나 해괴하게 차려 입은 관중들이 그의 이름을 외친다. “아지! 아지!” ‘오’지 오스본을 최초로 만난 순간이다. 우연찮게 오지 오스본이 블랙 새버스라는 밴드에 몸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작정 블랙 새버스 카세트 테이프를 샀다. 역시나 해설지는 없다. 경건한 마음으로 오지 오스본을 영접한다. 그런데 이때 구입한 앨범은 < Live Evil >. 이 음반에서 보컬이 로니 제임스 디오로 바뀐 건 훨씬 나중에 알게 됐다. 진짜 오지 오스본의 음반을 하나씩 모았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는 또 한 명의 내 영웅이 되었다. 그의 기일 3월 19일은 나와 친인척 관계를 형성하지 않은 사람 중에 유일하게 기억하는 기념일이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Rock and Roll’
어느 날 집에 도둑이 들었다. 쥐뿔도 없는 집안에서 용케 장롱 속에 숨겨둔 카메라를 찾아 훔쳐갔다. 수년 전 아버지께서 중동에서 일하고 사 오신 미국 코닥 폴라로이드 제품이다. 필름이 비싸 몇 번 사용하지 않고 모셔 둔 건데 너무 허망했다. 우리 가족은 앞집 사는 청년이 범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길에 뒹구는 개들만큼 백수 건달이 많은 달동네에서 가장 가까운데 사는 건달이라는 게 유일한 증거였다. 그는 허구한 날 대낮부터 골목이 떠나가라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았다. 어느 날 학교를 일찍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골목에 접어드니 역시나 시끄러운 음악이 울리고 있다. 아직 헤비메탈이라는 용어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강렬한 기타 소리, 경쾌한 드럼, 시원하게 울부짖는 보컬에 심박수가 빨라진다. 가사는 이해하지 못해도 노래 중간 중간에 “Rock and Roll”이라는 말이 들린다.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밴드, 레드 제플린을 처음 만난 순간이다. 몇 개월 뒤 그 청년이 강도폭행 사건을 저질러 경찰에 잡혀갔다.

신촌블루스 ‘바람인가, 빗속에서’
“형, 김현식이 죽었어요” 후배 녀석이 기숙사 방에 뛰어 들어오며 비보를 전한다. 우리는 그를 추모하고 싶었다. 신촌 블루스 2집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좁은 기숙사방을 담배 연기로 가득 채웠다. ‘바람인가, 빗속에서’를 반복해서 들었다. 엄인호의 담담한 목소리 뒤에서 포효하는 김현식을 그리워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난 김현식의 팬이 아니었다. ‘비처럼 음악처럼’를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마침 이 시기이다. ‘헤드뱅잉을 할 수 없다면 음악이 아니다’라고 믿던 내가 다양한 음악에 눈을 뜨기(정확히는 귀가 트이기) 시작한 시기 말이다. 꼭 김현식과 신촌 블루스 때문은 아니다. 대학에 올라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영향을 받았다 라는 게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바로 그 분기점에 신촌 블루스가 있었다.

뉴 트롤스(New Trolls) ‘Chi Mi Puo Capire’
“세상에 뭐 이런 음악이 다 있어?” 90년대 언제부터 인가 뜬금없이 70년대에 이태리에서 나온 아트록이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라떼 에 미엘레(Latte E Miele), 훈카 문카(Hunka Munka), 빌리에또 페르 린페르노(Biglietto Per L’Inferno), 이름도 생소한 밴드의 음악이 방송을 타고(전영혁의 음악세계) 전문 음반사(시완레코드)와 전문 음반가게(홍대 마이도스)도 생겼다. 낯선 음악이었다. 특히 뮤제오 로젠바흐(Museo Rosenbach)의 ‘Zarathustra’를 처음 들었을 때 난해함이 난감함으로 이어지는 심정이었다.

“세상에 이런 음악이 다 있다니!”. ‘Zarathustra’를 다시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 그렇게 괴상하던 음악이 이제는 휘몰아치는 충격과 전율을 안겨준다. 아, 이거구나, 이래서 아트록을 듣는 것이구나. 뉴 트롤스(New Trolls), J.E.T., 꿸라 베키아 로칸다(Quella Vecchia Locanda), 그렇게 빠르게 이태리 아트록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세상에 한때 이런 음악이 있었지” 한때 즐겨 듣던 ‘Zarathustra’도 플레이어에 걸어본 지 20년은 된 듯하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잘 듣지 않는 아트록과 그 뜬금없던 90년대 유행을 돌아본다. 왜 낯설었고, 왜 좋아하게 되고, 이제는 왜 안 듣게 되었는지… 여전히 내 리스닝 리스트에 남아 있는 아트록 음반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사랑하는 앨범이 New Trolls의 < UT >이다.

벗지(Budgie) ‘Parents” (Never Turn Your Back on a Friend, 1973)
적어도 나는 90년대를 대중문화의 황금기로 기억한다. 지금과 비교하면 다양한 쟝르의 음반을 쉽게 구할 수 있던 시기였다. 이 시기 한 켠에 ‘핫뮤직’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음악계 최신 소식이나 공연 리뷰, 신보 안내, 심지어 성문영 기자의 만화마저 재미있었다. 매달 핫뮤직이 나올 때면 서점 창가를 기웃거렸다. 내가 가장 즐겨 본 글은 콜렉터즈 아이템 같은 명반 소개 코너였다. 여기에 소개된 음반은 꼭 소장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스페인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온자(Onza)의 음반은 손에 넣는데 20년이 걸렸다. “Onja”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핫뮤직은 음악의 미슐랭 가이드였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찾아낸 최고의 맛집은 웨일즈 출신 록 트리오 벗지(Budgie)이다.

존 마크(Jon Mark) ‘Signal hill’
크리스 에반스가 봉준호 감독에 대해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나만 아는 감독이었으면 좋겠다”. 내게 존 마크의 가 그러했다. 나만 아는 음반이었으면 싶었다. 그래서 음반을 소장한지 10년 정도 지나 그 중 ‘Signal hill’이 영화 < 국화꽃 향기 >에 사용되었을 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가당찮은 바람이었다(크리스, 자네도 마찬가지야). 결국 좋은 음악은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게 되어 있으니까.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무렵 가장 위로가 되어준 음반이다. 야근을 마치고 늦은 밤에 홀로 소주잔을 기울일 때 함께 한 음악. 내가 가진 모든 음반을 다 버려야 한다는 잔인한 상상을 해본다. 딱 한 장만 남길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음반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자두빛 와인과 그녀의 웃음’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곳 없는 오백년 도읍지를 방문한 심정이다. 대형마트 한 구석 초라한 음반 코너, 그것도 맨 아래 칸에서 먼지 앉은 봄여름가을겨울의 8집을 발견했을 때 내 심정 말이다. 1990년대 황금기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들어보니 8집은 봄여름가을겨울 모든 음반을 통틀어 최고의 걸작이었다. 안타까움은 더 깊어 졌다. 지금이 케이팝의 전성기라고 한다. 하지만 길을 걷다 아무 레코드 가게에 들러 라떼 에 미엘레의 LP를 손쉽게 살 수 있던 90년대가 그립다. 그나마 몇 안 되던 초라한 음반코너마저 사라진 지금,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었나 싶다.

이승환 ‘Fall to Fly’
이승환이 데뷔한 지 30년이 되었다. 예전에 그는 내가 관심을 가진 뮤지션이 아니었다. 그냥 잘 나가는 가수들 중 한 명으로 인식했지 음반을 사거나 콘서트에 찾아갈 정도의 애정은 없었다. 아픈 기억도 있다. 지금은 처남이 된 여자친구 오빠를 처음 만난 날 노래방에 가서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불렀다가 비웃음을 받았다. 그 후 20년 넘게 이승환 노래는 절대 선곡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음반 발매를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가수가 이승환이다. ’30년 전에 내가 타임머신 타고 30년 후의 지금 나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하게 될까? “헐, 당신이 이승환 콘서트에? 그것도 모든 곡을 따라 부르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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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10곡 Feature

IZM 독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10곡’ – 6주차

[IZM 필자들이 소개하는 ‘내 인생의 음악 10곡’] 독자 투고에 많은 분들께서 삶을 대표하는 10곡을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소중한 경험을 IZM에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2주간 보내주신 많은 사연 중 선정된 두 독자분의 사연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 IZM 독자 투고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webzineizm@gmail.com 으로 보내주신 사연을 검토하여, 매주 두 분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시는 이민성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킨(Keane) ‘Everybody’s changing’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주말에, 특히 일요일이 끝나갈 무렵이면 개그콘서트를 시청하며 마무리하곤 했다. 그 당시 한 코너에서 코미디언이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등장을 했었다. 등장하면서 나오는 음악은 이 노래였는데, 그 우스꽝스러운 분장이 ‘하이엔드 패션’으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그 코너보다 노랠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 일로 나는 본격적으로 가요보다 해외음악에 눈을 돌리게 된다.

클래지콰이(Clazziquai) ‘피에스타’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무엇에 홀린 듯 이 앨범을 샀다. 돈을 모아서 산, 첫번째 음반이었다. 이걸 듣고 있노라면 마치 남미 축제에 온 참가자마냥 어깨를 들썩였다. 지금도 무더운 여름이나 흥이 필요할 때면, 주저 없이 이 노랠 고른다.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 ‘연분홍빛 춤출무렵(桜色舞うころ)’
중학생 때 싸이월드를 참 열심히도 이용했다. 방문자수도 ‘조작’할 정도 였으니까. 영어학원 같은 반에 예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홈페이지에는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피아노 선율과 함께 살포시 내 마음에 들어왔다. 그 노래와 함께 그 친구를 생각하니, 신비롭고 더 예쁘게 느껴졌다. 몇 년 전, 외식경영학과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본 게 마지막이었다.

맥스웰(Maxwell) ‘Pretty Wings’
내게 가장 친한 외가 친척이 있다. 나와 모든 게 잘 맞다보니 소위 ‘티키타카’할 수 있을 정도로 친했다. 그 친척의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은 모두 팝 음악이었는데, 우연히 들은 ‘Prettey Wings’는 끈적하면서도 부드러운 선율로 두 귀를 사로잡았다. 탁월한 완급조절. 그야말로 ‘솔’의 진수였다. 황홀했다. 성인이 되고서 국내 페스티벌에서 이 곡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건, 정말이지 큰 행복이고 감동이었다. 8월의 무더운 날씨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되어 끈적였으나, 이 노래에 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 폴리스(The Police) ‘Message in a bottle’
‘록 밴드’가 되거나 ‘기타 히어로’가 되어 노래에 맞추어 노트를 누르는 게임을 참 좋아했고, 지금도 하고 싶다. 난 이 게임을 통해 내 음악적 뿌리는 ‘록’임을 깨달았다. 폴리스의 노래도 그 게임에 수록되었다. 사람들은 보통 퍼프 대디가 샘플링한 ‘Every Breath You Take’를 으뜸으로 꼽는다. 그러나 나는 이 노래를 단연 최고라 꼽고 널리 알리고 싶다. 더하거나 뺄 것없이 그 자체로 훌륭하다. 스팅은 솔로로서의 역량도 좋지만, 그는 역시 밴드의 보컬로 활동했을 때가 가장 멋있는 것같다.

펄 잼(Pearl Jam) ‘Alive’
흔히 ‘강한 자가 사는 게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기에 펄잼은-온전히 팬의 입장으로서- 그런지 음악을 논할 때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물론 반은 농담이다. 에디 베더의 쇠를 씹어먹은 듯한 목소리는 흡사 세렝게티 초원의 사자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밴드원은 그 주위를 둘러싼 호위무사. 그들에겐 두려울 게 없었다. 1991년의 펄잼처럼 항상 ‘날것’ 처럼 살고 싶은 게 내 소망이다. 훗날 나의 장례식이 치러진다면, 난 이 노랠 틀어달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묘비에는 이렇게 새기는 것도 재밌겠다. “I’M STILL ALIVE.”

하림 ‘출국(出國)’
잘 모르는 사람은 드렐라이어 같은 세계악기를 잘 다루는 연주자인줄로만 알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섭섭할 정도로 매력적인 보컬이다. 화자는 멀리 떠나는 연인을 담담하게 보내며 화자를 잊으라 하지만, 본심은 절대로 잊지 않기를 당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노랠 하림이 불렀기에 더욱 호소력있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얼른 3집을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침(Achime) ‘Pathetic sight’
친구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캠퍼스를 누비거나 재수학원에서 11월을 준비할 떄, 나는 홀로 공무원 학원 설명회에 갔었다. 다시 수능특강 교재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으니까. 다행히도 직전까지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 다수가 시험에 반영되어, 나보다 나이 많은 수험생보다는 조금 수월했으리라. 건강한 수험생활을 위해 틈틈히 집앞 한강변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가 페달을 내리 밟았다. 막연한 두려움, 떨치기 어려운 외로움 등은 바람을 가를 때마다 씻겨나갔다. 결국에 자전거는 ‘합격’이라는 결승선에 무사히 나를 데려다 주었고, 그때의 추억은 지금도 나의 원동력으로 남았다.

더 위스퍼스(The Whispers) ‘And the beat goes on’
지치고 힘들때면, 그저 아무 생각없이 음악에 몸을 맡겨 춤을 추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막춤은 아니 된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의 줄임말)’ 처럼,
추는 듯 안 추는 듯 절도있게 그루브를 타보자. 더욱이 불타는 금요일엔 이 노래로 달려보자. 목적지는 ‘Funky Town’이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Off the wall’
한번 뿐인 삶을 멋있고 신나게 살고 싶은 게 나의 궁극적인 목표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노랠 들으면, 다시 의지가 샘솟는다. 물질적으로 풍족하면 좋겠지만, 그런 게 없더래도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부디 마이클이 하늘에선 아무일 없이 평안하기를 바라본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시는 한덕규 씨의 인생 10곡을 소개합니다.

박진영 ‘그녀는 예뻤다’
댄스곡은 말 그대로 신나고, 간결하면서 중독성을 갖추면 딱 내 스타일이다. 1998년, 박진영는 비지스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고, 밴드형식의 악기들을 골라 최초로 자신의 노래를 편곡했다. 그리고 그 해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올해의 편곡상을 받았다. ‘그녀는 떠났고, 나는 울었다’ 라는 슬픈 가사와는 반대로 디스코 리듬의 신나는 무대는 박진영의 매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끝으로 이곡의 모든 코러스는 훌륭한 싱어송라이터 조규찬이 모두 담당했고, 조규찬의 팔색조 음색의 내 귀는 녹아내리고 말았다. 국내가요 중 최고의 댄스곡이 아닐까 싶다.

비틀즈(The Beatles) ‘Let It be’
초등학교3학년 때, 유학을 다녀오신 외숙모의 동생분이 계셨다.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뒤늦게 알게됬지만 방에는 비틀즈의 앨범이 CD로 가득했으며, 심지어 한국수입반이 아닌 네덜란드 또는 직수입 반이었다. 집에서 테이프로 들으려고 CD를 틀어 녹음하고 숨도 안쉬고 3분40여초 를 참았던 기억이 난다. 집에 돌아와 테잎에 나오는 반주를 들으며, 내 꿈은 한국어로 이 노래보다 위대한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은 물론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의 직장인이지만, 폴이 위로하는 목소리와 조지가 위로해주는 기타 솔로는 늘 위로와 함께 새로운 비상의 힘을 내게 주곤 한다.

델리스파이스 ‘챠우챠우’
한 리스너가 표현한 내용을 옮겨본다. ‘내가 죽고 이 노래를 틀어주면 내 심장이 다시 뛸 거 같다’ 90년대 말 한국의 인디는 숨죽이다 한 방에 터지는 폭죽 같았고, 그 중에 델리스파이스가 있었다. 한국의 위대한 송가이자, OASIS 의 Don’t look back in anger 의 한국어 판으로 이해해주면 고마울 것 같다. 본 노래의 전주는 필자의 가슴 역시도 다시 뛰게 하며, , 주옥 같았던 세기말의 아름다움을 추억해준다.

이승철 ‘긴 하루’
천재적인 보컬이자 누구보다 롱런하는 보컬인 이승철의 재기의 완벽한 발판을 마련해준 곡. 당시 무명 작곡가였던 전해성의 곡으로 원래 나비효과의 보컬 김바다 가 녹음까지 했다가 이승철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웰메이드 팝이 무었인지 보여주는 노래인 동시에 이승철이 얼마나 노래를 섬세히 표현하는지, 그리고 그가 존경한다던 스팅 과 에릭 클랩튼의 장인정신 까지 느껴지는 곡이다. 이승철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을 곡이라 확신한다. 아름다운 후렴이 너무도 인상적인 노래다.

박지윤 ‘Steal away’
개인적으로 90년대 출시된 랩이 들어간 가요 중 가장 세련된 곡으로 꼽고 싶다. 윤일상 이승호 작사 작곡의 콤비가 만든 곡으로, 박진영이 많은 곡을 담당하던 박지윤의 초창기 시절 그들의 곡이다. 남의 이야기인듯 읆조리지만 사실은 본인의 아픈 헤어짐을 담은 가사는 이승호 특유의 작법을 보여주며, 감각적인 미디 배치와 소스 선곡은 윤일상의 당시 젊은 감각이 얼마나 앞서나갔는지 보여준다. 박지윤의 쓸쓸하면서도 상큼한 보컬이 곡의 완성도를 더한다.

존 레논(John Lennon) ‘Imagine’
누구나 꼽을 것 같아 어떻게든 내 명단에 제외하려 했으나 포함된 곡이다. BBC가 선정한 반세기 지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1위에 존 레논이 뽑혔다. 이 정도 설명만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조용필 ‘꿈’
내가 태어난 초기에 나온 노래이다. 나이가 들고 이제서야 이 곡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가끔은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 조용필이 정말로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하며 오늘도 이 트랙을 듣는다.

조PD ‘친구여’
고등학교 시절 이 노래가 그렇게 신이 났다. 2004년을 휩쓸었고 반주만 나와도 흥이나는 시절이었다. 15년이 흐르고 어느날 퇴근길에 북적한 지하철 내 귀에 꽂힌 이어폰 너머로 이 노래가 나왔다. 울컥하는 마음에 그렇게 학창시절 친구들이 생각나더라. ‘이젠 뭘 하더라도, 그 시절 같을 순 없으리오’ 바야흐로 래퍼 조PD의 세상을 바라보는 가사의 깊이를 섬세하게 표현해준 노래

존 덴버(John Denver) ‘Take me home, country roads’
초등학교 시절 팝송모읍집 테이프를 아버지께 얻어 닳고 닳도록 들었던 노래다. 후렴이 변환되며 신나던 노래가 슬퍼지는 기분에 항상 아쉽곤 했는데 나중에 영어를 배우고 가사를 해석해보니 왜 그리도 슬펐는지 이해가 됬다.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카츄사에서 군시절을 보냈던 작은 아버지께서 자주 즐겨들었던 노래라고 하셔서 더 애잔히 들리곤 했던 노래다.

비틀즈(The Beatles) ‘In My Life’
내 리스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다. 존이 만든 가장 폴 매카트니 같은 느낌의 노래이다. 훗날 내 장례식에 이 노래가 울려퍼진다면, 편안히 눈을 감을 것 같다.
그렇게 편협한 시각이지만,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신은 지구를 위해 4명의 천재를 보냈고, 2명은 데려갔고, 2명은 남았다. 그들의 이름은 비틀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