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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이(ADOY) ‘Model’ (2023)

평가: 3.5/5

아도이가 두 달 전 발매한 EP < us >는 아도이 본인들의 요청으로 동서양 각국의 인디 뮤지션들이 아도이의 노래들을 리메이크한 일종의 트리뷰트 컴필레이션이었다. 이 글로벌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세계 무대를 의식해온 아도이의 방향성에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마침내 이들은 세계로 향하기보다 자신들의 세상으로 세계를 끌어오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신곡 ‘Model’의 변화가 선명하다. 아도이를 상징했던 일러스트 앨범 커버는 사진 이미지로 대체됐고 뮤직비디오는 그 어느 때보다 이국적이다. 특장점이었던 나른하고 몽롱한 느낌을 더욱 강화한 신스 팝 사운드 역시 약 2년 만에 돌아온 그들을 반갑게 맞게 하지만 다듬고 다듬다 뭉툭해진 멜로디는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최소한의 비트에도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엉거주춤한다. 꿈이 먼저인가, 음악이 먼저인가? 아도이의 음악은 이미 선행한 꿈에 아직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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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시반(Troye Sivan) ‘Rush’ (2023)

평가: 3.5/5

5년 만의 정규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한 싱글 ‘Rush’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하우스 파티를 연상시키는 댄스 음악이다. 그는 노래뿐만 아니라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것을 페로몬으로 점철한다. 흐늘거리는 미성은 향락에 도취하여 파티 자체를 탐닉하는 무아의 지경에 이르지만 방탕의 길로 빠지지 않는다. 고전적인 리듬은 청춘, 여름, 향수의 건전함을 담보하며 스포츠 경기 구호 같은 남성 코러스는 잘 익은 살굿빛 농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데뷔 때부터 신스 팝 트렌드를 향해 직진한 트로이 시반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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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장(Stellar Jang) ‘Orange, you’re not a joke to me!’ (2023)

평가: 3.5/5

스텔라장의 2016년 곡 ‘Colors’는 여러 가지 색에 관한 노래였다. 이 곡은 발매 3년 만에 SNS에서 역주행하며 널리 사랑받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 또한 지적받았다. 당시 심심찮게 등장했던 ‘Orange: Am I a joke to you? (오렌지 왈, 내가 우스워?)’라는 댓글에서 알 수 있듯 가사에 오렌지가 빠졌다는 것. 이에 스텔라장은 이번 싱글을 통해 오렌지에 심심한 사과를 건넨다.

이 싱글은 서운해 한 오렌지를 위한 곡인 동시에 여름 노래다. 단순한 구조 속에서도 찰랑거리는 록 사운드가 유려하며 점차 더해지는 코러스 또한 보컬 주위를 파도처럼 시원하게 감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를 향한 스텔라장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생기롭다. 같이 즐기고 싶은 오렌지색 여름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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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헌 ‘Freedom’ (2023)

평가: 2.5/5

몬스타엑스 주헌의 첫 솔로 EP 타이틀곡이다. 8년만의 독무대인 만큼 할 수 있는 것 내지는 하고 싶은 것을 다양하게 펼쳐 놓았지만 성마름을 숨기지 못했다. ‘Freedom’은 서로 다른 몇 개의 곡을 이어 붙인 모양새로 발라드와 힙합이 촌각을 다투며 번갈아 나오다 대뜸 웅장한 합창으로 마무리된다. 보컬리스트와 래퍼 모두를 아우르는 프로듀서로의 면모를 압축하려 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서로 융화하지 못한 각 면모의 각개전투다.

주헌은 그동안 그룹 안팎에서 다양한 역할을 도맡으며 올라운더가 되기 위해 분투했다. 몬스타엑스 9집에서 11집의 타이틀곡을 모두 프로듀싱하며 그룹의 방향성에 큰 공을 세우는 등 그의 능력과 노력은 이미 입증되었다. 이제 막 자유를 노래하려는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에 앞서는 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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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울스(The Bowls) ‘BBA’ (2023)

평가: 4/5

더 보울스의 팝 지향성이 농익고 있음을 보여주는 싱글. 귀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빠빠빠’를 반복하는 코러스로 이처럼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이들의 전작을 고려했을 때 유례없이 새롭다. 셀링 포인트가 될 수도 있건만 이들은 이에 기대어 가지 않는다. 허스키한 보컬은 음울한 가사로 밝은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기타, 베이스, 신시사이저 등의 악기는 섬세하게 교차하며 밴드 사운드의 매력을 뽐낸다. 이런 풍성함은 팝에 대한 더 보울스의 뚝심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더 보울스는 블루스, 사이키델릭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장르를 소화하는 동시에 많은 대중에게 닿는 방법을 고심하며 팝을 지향해 왔다. 2020년 이래 타히티 80의 베이시스트 페드로 레센데의 프로듀싱과 함께하며 이들은 자신의 역량과 지향 사이의 활로를 찾았다. 가뿐한 분위기 속에서도 정교한 사운드를 지키는 야심만만함이 그것이다. 더 보울스가 최근 찾은 색깔은 점점 그들만의 것으로 짙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