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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ingle Single

제인(Zayn) ‘Better’ (2020

평가: 3/5

2018년 발표한 2집 < Icarus Falls > 이후 이 년만인 지금 세 번째 정규 앨범을 예고하며 발매한 신곡이다. 반복되는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박자를 구분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배치한 날것의 드럼 비트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이루지만, 오랜 연인과의 갈등이 부여한 서사를 강약조절을 통해 표현하는 제인 말리크의 목소리가 더해져 뚜렷한 선율로 각인된다. 원 디렉션 탈퇴 이후 꾸준하게 자신의 색을 정제해온 그의 보컬 능력이 ‘Better’를 통해 어느 때보다 깊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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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하이라이트 레코즈 ‘Legacy’ (2020)

평가: 3.5/5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며 발매한 < Legacy >는 거창한 제목과 다르게 힘을 빼고 현재의 기분을 만끽한다. 주축이 됐던 오케이션과 비프리가 빠진 자리는 분명하지만, 다사다난했던 하이라이트레코즈의 일원은 상관없다는 듯 여백을 여유로 채우며 그들의 음악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개성을 중요시했던 초창기로 돌아간 모양새이다.

‘My city’, ‘살아남아 (Survive)’, ‘정신차려 (Wake Up)’ 등 트랩 장르를 중심으로 삶과 성공에 대한 뚜렷한 시선을 담은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유기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아티스트 개개인의 자유도를 높인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Simple things’부터 분위기를 느슨하게 풀어낸다. 레이블의 OB가 지켜온 시간만큼 굳건하게 잡힌 균형 위에서 YB는 부담을 지워내고 이전 하이라이트레코즈에서 볼 수 없던 색채를 발현한다.

특히 새롭게 영입된 세 명의 멤버 저드, 수비, 오웰무드는 랩과 보컬의 경계를 허물며 ‘Trynna be’의 팝, 기타 리프 위로 아련한 마음을 노래한 ‘Bad bad bad’, 몽환적인 신시사이저가 매력적인 ‘D.R.E.A.M.’ 등 프로듀서 진이 제시한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코홀트가 떠난 이후 꾸준하게 시도했던 변화에 방점을 찍는 순간이다.

젊은 감성을 더하면서도 탈퇴한 지투, 이보와 함께한 ‘YEZZIR’과 ‘Cool kids, Part 3’로 오랜 팬들을 존중하는 한편, 윤비가 프로듀싱하고 직접 참여한 ‘Organization’에선 익숙한 트랩 비트를 통해 낯선 모습에서 오는 위화감을 다소 줄인다. 다만 스웨이디의 목소리는 ‘송석현 vs. 송석현’을 비롯해 앨범 어디에서도 융화되지 않으며, 조원우 역시 평이한 실력으로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다.

정석적인 ‘u dunno’부터 ‘Ooh la la’의 싱잉 랩 등 고정된 형태에 머무르지 않는 허클베리 피와 한 발자국 뒤에서 무게감을 유지하는 팔로알토보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레디와 스월비다. 각각 < 500000 >과 < Undercover Angel >로 신을 집중시킨 두 아티스트는 가사의 완성도와 고유한 캐릭터로 ‘U DUNNO’뿐만 아니라 < Legacy >의 흐름을 책임지며 가장 돋보이는 지점을 만든다.

서사는 없지만 그들이 가진 확고한 의지는 하이라이트레코즈를 하나로 묶어내며 또 다른 영역으로 견인한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전작 < Hi-Life >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행보는 앨범의 마지막 곡 ‘Kid rock’처럼 경쾌한 결실을 맺는다. 유산을 뜻하는 < Legacy >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지만, 그 여지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수록곡-
1. Simple things
2. Trynna be
3. u dunno
4. YEZZIR
5. Bad bad bad
6. Ooh la la
7. Organization
8. D.R.E.A.M.
9. Ain’t got time
10. Cool kids, Part 3
11. 송석현 vs. 송석현
12. U DUNNO
13. Step
14. Kid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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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팔로알토(Paloalto) ‘Let the story begin’ (2020)

평가: 2.5/5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설립자이자 대표로서 10년의 세월 동안 한국 힙합을 지탱해온 팔로알토가 짓누르던 부담을 내려놓고 본업으로 돌아간다. 싱글 ‘Let the story begin’은 사업가로서 모습을 덜어내는 사직서이자 다시 뮤지션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이다.

다만 2분 44초의 짧은 플레이 타임 속 풀어낸 소회는 사뭇 진지하나 메시지에 집중한 나머지 곡의 흐름이 느슨하다. 가사 없이 과거의 순간으로 채운 후렴구와 높낮이의 변화 없이 일정한 플로우로 진행되는 세 개의 절은 명확한 발음 아래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그에게 현재와 다른 뚜렷한 변곡점을 제시하지 못했다. 특별할 것 없는 결과물에 아티스트의 고민마저 빛바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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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드림캐쳐 ‘Dystopia : Lose Myself'(2020)

세계관이란 개념을 보편화한 최근의 케이팝 아이돌 중에서도 드림캐쳐의 노선은 확실하다. 악몽이란 소재를 뿌리 삼아 뻗어가는 어둡고 몽환적인 그들의 이야기는 주류와 동떨어진 묵직한 메탈 사운드로 발현된다. 의아했던 장르적 선택은 그룹의 서브컬처 적인 특성을 보필하며 완성도를 높였고 확고한 색깔로써 자리 잡았다.

그들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일본의 직선적인 록이 떠오르던 초기 곡들과 달리 꿈에서 현실로 디스토피아를 옮겨온 전작 < Dystopia : The Tree of Language >의 타이틀 ‘Scream’은 기존 음악 스타일을 기반으로 일렉트로니카와의 결합을 시도했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조를 이으며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 < Dystopia: Lose Myself >는 드림캐쳐의 정체성과 변화의 중심에서 충실하게 균형을 이뤄내며 앞으로 전개될 서사를 견인한다.

뭄바톤을 토대로 드림캐쳐의 색채를 쌓아 올린 ‘BOCA’는 보컬과 비트를 전면에 내세운 절과 타악기와 목소리 샘플 위 랩으로만 꾸려진 간주 등에서 이전에 찾아볼 수 없던 리듬감을 선보인다. 다만 뼈대는 록이다. 드럼이 고조되며 등장하는 후렴구는 멜로디를 걷어낸 여백을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로 채우며 그룹의 자아를 다시 한번 각인한다. 각기 다른 두 개의 형태가 기승전결을 거치며 조화되기에 안정적이다.

앨범은 2000년 대의 고딕 메탈을 연상케 하는 ‘Break the wall’과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Can’t get you out of my mind’, 발라드곡 ‘Dear’로 다양성을 확보하며 목적을 뒤받친다. 세 개의 수록곡은 그룹의 특색을 유지하는 동시에 메시지를 표현할 여러 방법을 고민한 결과이다.

드림캐쳐가 걸어온 길은 뚜렷하나 화려하진 않았다. 그룹의 특이점은 매력적이나 대중과의 접점은 분명한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무뎌지지 않았다. 그들이 심은 세계는 착실하게 성장해왔고, < Dystopia: Lose Myself >란 열매를 맺었다.

– 수록곡 –
1. Intro
2. BOCA
3. Break the wall
4. Can’t get you out of my mind
5. Dear
6. BOCA (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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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마스타 우 ‘Father EP’ (2020)

평가: 3.5/5

뚜렷했던 데뷔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마스타 우의 족적은 희미하다. 2000년 이현도의 3집 < 완전(完全) Hiphop >에 참여한 직후 YG 엔터테인먼트로 적을 옮기며 페리, 휘성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곡에 힘을 보탠 그는 힙합 신에 자신의 영역을 확실하게 고지하며 뉴욕 출신의 갱스터를 표방한 < Masta Peace >를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실망스러웠던 결과물은 대중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2집 < Mass Wu Pt.2 >와 힙합 듀오 와이엠지에이의 < 1st Made In R.O.K >까지 그가 마련한 세 개의 빈약한 논거는 흐름에 방점을 찍지 못했고 마지막 앨범으로부터 13년. 방황하는 마스타 우는 < Father EP >로써 길을 인도받으려 한다.

프로듀서 250이 주도적으로 주조한 실험적인 비트 아래 탄생한 앨범은 투쟁과 비판의 시편이다. 최소한의 악기와 멜로디로 구성한 차가운 성질의 트랙들은 어설프게 대중성을 쫓아 장점마저 희석했던 과거를 완벽하게 지우며 그의 본질. 드럼 위 짜인 규격과 관계없이 메시지를 내뱉는 문제아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다.

변곡점은 ‘INTRO’이다. 250과 프랭크의 합작은 변주를 두고 개별의 작품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개성적이며 마스타 우 역시 경계를 넘는 순간 톤을 높이며 변화를 명시한다. 이어진 ‘GONE’의 재생시간 1분 51초는 오랜 믿음 끝에 무엇을 보여줄지 깨달은 래퍼의 짧은 고백이다.

그가 만든 유일한 곡 ‘DOPE SPOT’은 랩보다 부족했던 프로듀싱 능력을 증명한다. 단조로운 전자 피아노 루프를 뼈대로 날 것의 하이햇 소리와 목소리 샘플이 느슨한 분위기를 형성해 신비롭다. 리듬 일부분을 들어내 마스타 우와 뉴욕 퀸즈 출신 레미 뱅크스의 여유로운 래핑을 돋보이게 하는 작법은 곳곳에 여백을 남기며 그루브를 만든다.

돈, 혹은 신. 삶의 판단기준이 되어버린 어떤 것들을 말하는 냉소적인 ‘GOLD’를 거쳐 모순적이게도 따뜻한 질감 속 “You don’t get it when you only you”, “And I don’t gotta flex this ain’t no contest” 등의 가사처럼 결코 안주할 수 없는 현재의 시스템과 그 속에 갇힌 마네킹을 비난하는 ‘ROMANCE’까지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오랜 시간을 고민해온 이센스, 김심야와 합을 맞추며 견고히 다져지고 완성된 서사로써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일명 바나와의 만남이 새로운 방향성을 내보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중심엔 마스타 우가 있다. 지독한 자기반성과 구조에 대한 환멸로 확장된 시선은 자기객관화를 이뤄냈고 곧 < Father EP >란 맞춤옷을 만들어냈다.

-수록곡-
1. INTRO
2. GONE
3. DOPE SPOT (Feat. Remy Banks)
4. GOLD (FEAT. 이센스)
5. ROMANCE (Feat. 김심야)
6. GO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