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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아이콘(iKON) ‘왜왜왜 (Why Why Why)’ (2021)

평가: 3.5/5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룹이 발표했던 대부분의 곡에 작사·작곡으로 참여하며 주도적으로 색을 입힌 리더 비아이가 탈퇴한 직후 2020년 2월 발표한 미니앨범 < I Decide > 역시 그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진 못했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지금 아이콘은 싱글 ‘왜왜왜 (Why Why Why)’를 통해 갈라진 틈을 메꾸고 그 위로 새로운 지향을 덧칠한다. ‘사랑을 했다’ 등 서정적인 전작의 기조를 이어가지만, 농도가 조금 더 짙어진 이유이다.

반전된 신스 소리로 시작하는 곡은 이별부터 처음 만났던 순간의 아련한 기억을 거꾸로 따라간다. 기타 리프를 기반으로 힘을 빼고 진행하는 멜로디와 프리코러스의 절규를 포함해 절제된 음의 높낮이로 감정을 표현하는 섬세한 보컬 라인과 2절에 짧게 등장하는 랩이 안정적으로 곡을 운반한다. ‘하얗게 재만 남았죠’의 드롭 구간과 2음절씩 끊어 만들어내는 후렴구의 자연스러운 흐름, 최소한의 피아노 반주만 남겨두고 목소리를 강조한 아웃트로까지 구성력 또한 견고하다. 잠시 멈춰있던 아이콘이 다시금 도약하기 위한 지지대로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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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아우릴고트 ‘죽을힘을 다하여’ (2021)

평가: 3.5/5

아우릴고트가 자리한 작은 공간엔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다. 2020년 8월 첫 번째 정규 < 가족애를 품은 시인처럼 > 이후 6개월여 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 < 죽을힘을 다하여 >는 곰팡이 속에서 피어난 처절한 생존 일지이며, 적어 내려가는 그의 펜촉은 미세한 흔적도 허투루 하지 않기 위해 먼지 한 톨 털어낼 여유가 없다.

타인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세상에 남기려는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직관적인 제목 아래 어두운 트랩 비트 위 의도적으로 긁는 목소리가 늘어뜨리는 가사엔 목표를 두고 가장 밑바닥부터 기어오른 아우릴고트의 손톱자국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뚜렷하게 파트를 나누지 않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주인공’을 시작으로 성공이란 단 하나의 이유가 더 깊게 앨범을 파고든다.

그런 점에서 아우릴고트의 승리 공식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다. ‘현실의 벽은 안 피해 / 아직도 여전하게 난 깨’란 말처럼 그에게 현재는 탓할 대상이 아니며, 고난의 벽을 부수기 위한 유일한 주체는 ‘바닥에서부터’ ‘죽을힘을 다해’ 묵묵히 ‘행동’하는 그여야만 한다. 배고팠던 과거를 양분 삼아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가능한 선언이다.

완벽하게 빚어내지 않고 음악으로써 작동하는 그의 문장은 운율을 살리기 위해 삭제 혹은 배열의 과정을 거친다. ‘계절 변했고 나이를 먹어’ ‘현실 인지 못 해 온통’ 등 조사의 생략과 ‘필요 없어 유치한 논쟁 / 바퀴를 굴려 없어 공백’의 도치법으로 리듬감을 다지며 이는 훅을 만들어내는 능력과도 연결된다. ‘한 번 사는 생’의 ‘하다 말아 죄다 컨셉 / 즈려밟고 가 난 벌레’를 비롯해 이어지는 2음절 혹은 3음절 단어를 단락 마지막에 배치하는 고전적인 작법은 아우릴고트 특유의 톤과 뭉개지는 발음과 어우러져 고유해진다.

앨범의 일관된 기조로 수록곡마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악착같이’에선 싱잉으로 후렴구를 표현하고, ‘시간은 금’의 불투명하게 전달하는 메시지와 더 거친 음색을 선보이는 ‘버프’ 등 다양한 방식과 호미들, 릴러말즈, 제네 더 질라, 이그니토란 수준 높은 참여진으로 신선도를 유지한다. 편곡을 넘어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직접 주도한 아우릴고트의 프로듀싱이 돋보인다.

짧은 활동 기간이 믿기지 않는 필모그래피다. 목적에 대한 순수한 열망은 다작이란 노력으로 발현되며 그 결과물에 대한 설득력을 뒷받침하는 건 온전한 그의 재능이다. < 죽을힘을 다하여 >란 아우릴고트의 바른 몸가짐이 허황을 좇는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수록곡-
1. 주인공
2. 진저리 (Feat. 릴러말즈, 제네 더 질라)
3. 바닥에서부터
4. 악착같이 (Feat. 호미들)
5. 처방책
6. 한 번 사는 생
7. 죽을힘을 다하여
8. 단독 (Feat. IGNITO (이그니토))
9. 무덤덤
10. 시간은 금
11. 행동
12. 버프 (Feat. Dbo (디보))
13. 목표로 빼곡한 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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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슬로타이(slowthai) ‘TYRON’ (2021)

평가: 4/5

충격적인 데뷔였다. 2019년, 모국의 브렉시트 정책을 비판한 첫 번째 앨범 < Nothing Great About Britain >으로 오피셜 차트 9위를 차지한 슬로타이는 영국 악센트로 내뱉는 날것의 플로와 날카로운 정치적 메시지로 순식간에 대중과 평단의 이목을 끌었다. 다만 머큐리 프라이즈 시상식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잘린 목 모형을 흔들며 논란을 일으키는 등 주목도와 비례하는 기괴한 행보는 그를 비난할 구실이 되었고, 슬로타이는 자신을 차분하게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 그의 본명을 내세우며 거칠었던 외면에 묻힌 내면을 드러낸 두 번째 정규 < TYRON >이다.

짜임새부터 눈에 들어온다. 대문자와 소문자로만 적힌 제목으로 확실하게 영역을 나눈 앨범은 그를 대표했던 스타일, 힙합과 그라임으로 꾸려진 CD 1로 시작한다. 긴박한 샘플의 반복과 묵직한 비트로 구성된 ’45 SMOKE’로 출발하는 슬로타이의 래핑은 곧 반주의 변화를 거쳐 광기를 표출하고 트랩이 가미되며 스켑타(Skepta)의 중독적인 훅이 지배하는 ‘CANCELLED’과 에이셉 라키(A$AP Rocky)의 ‘MAZZA’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VEX’ 이후부터 CD 2 이전까지의 흡인력이 대단하다. 트랙 ‘WOT’은 짧은 플레이 타임 속 잘게 나눠진 신시사이저와 톤 다운된 목소리로 낮게 깔린 분위기를 형성한 뒤 몰아치는 랩이 돈이 아닌 음악을 통해 영원히 살아남고 싶은 다짐을 밝히는 ‘DEAD’까지 이어진다. 초조하게 소셜미디어, 나태, 고정관념 등에 대한 반감을 쏟아내는 전개가 다소 지칠 수 있지만 < TYRON >의 첫 파트는 곡마다 변주를 통해 쉴 틈 없이 긴장을 유지한다.

팽팽하게 당겨진 앨범은 ‘PLAY WITH FIRE’의 경쾌한 총성으로 끊어진다. 느슨한 박자 위로 ‘부정에서 찾은 긍정’이란 기존의 그와 다른 화두를 던지며 다음 페이지를 암시하고 자연스럽게 ‘i tried’로 연결된다. 보컬 소스와 로파이로 전달하는 슬로타이의 개인적 기록은 불행한 과거를 ‘다른 곳에 집중’해 벗어난 경험 ‘focus’를 지나 유기성을 획득하며 CD 2의 전반적인 서사를 가꿔간다. 노샘프턴 출신 아티스트의 절대 순탄하지 않았던 생애는 ‘push’로부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항상 주변에 머무는 것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nhs’까지 더해 처절하지만 따뜻하게 청자를 감싼다. 고단한 재생의 과정이 부드럽게 마음에 스며든다.

참여진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도미닉 파이크와 덴젤 커리의 후렴이 매력적인 ‘terms’와 공동 프로듀서 돔 메이커(Dom Maker), 제임스 블레이크가 선사하는 세상을 떠난 동생에 대한 추모곡 ‘feel away’는 공간을 가득 채우는 앰비언트 사운드로 몽환적이다.

어느 때보다 편안하지만 결국 분노와 절규로 귀결되는 마지막 트랙 ‘adhd’가 < TYRON >을 요약한다. 위로와 울분 등 어쩌면 일관되지 못하고 양분된 감정이 혼란스럽지만 이 또한 규정지을 수 없는 슬로타이. 아니 인간 타이론의 순수한 형태이다. 결핍을 양분 삼아 뻗어가는 뿌리에 어떠한 설득도 필요하지 않다.

-수록곡-
CD 1
1. 45 SMOKE
2. CANCELLED (With Skepta)
3. MAZZA (With A$AP Rocky)
4. VEX
5. WOT
6. DEAD 
7. PLAY WITH FIRE 

CD 2
1. i tried 
2. focus
3. terms (Feat. Dominic Fike & Denzel Curry)
4. push (Feat. Deb Never)
5. nhs 
6. feel away (Feat. James Blake & Mount Kimbie)
7. ad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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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라비(Ravi) ‘범 (Feat. Chillin Homie, Kid Milli)’ (2021)

평가: 2.5/5

2005년 발매한 가리온의 ‘무투’부터 크루 불한당의 ‘불한당가’, 딥플로우의 ‘작두’ 등 국내 힙합은 꽤 오래전부터 샘플링 혹은 악기의 추가 등 다양한 작법을 통해 국악과의 교감을 모색했다. 라비의 ‘범’ 역시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 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 곽재혁의 태평소 리드와 방수미 명창의 목소리로 한국적 색채를 더하며 선배들의 실험을 이어간다. 결과적으로 판소리의 구성진 창법으로 범을 반복하는 중독적인 후렴구는 곡의 중요한 지점에 있으며 그 높이가 모나지 않고 다른 소리와 조화롭게 섞여들기에 성공적이다.

다만 라비의 랩이 아쉽다. 안정적인 톤에 비해 부족한 가사 전달력과 의도를 알 수 없는 속사포 파트가 귀에 들어오지 않고 흘러가며, 준수하게 박자를 타는 칠린 호미와 실력을 증명한 키드 밀리에게 주인공 자리를 넘겨준다. 범 챌린지 등 공격적인 소셜 미디어 마케팅으로 성과를 얻고자 하는 ‘범’이지만, 내실 없는 주연 배우가 만드는 억지 흐름에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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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장필순 ‘장필순 Reminds 조동진'(2021)

평가: 3.5/5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진 온기가 마음을 감싼다. 조곤조곤 세상에 위로를 전하던 조동진이 나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오래도록 언더그라운드 포크계의 흔적을 남긴 그가 사라진 후 대부의 발자취를 뒤쫓던 후배들에겐 잔잔한 새벽이 찾아왔고 생전에 선배가 그러했듯 떠들썩하지 않게 슬픔을 견뎌냈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삶을 지켜본 장필순 또한 마찬가지였고 조용히 그의 노랫말을 떠올렸다. 어스름한 추억의 회고, < 장필순 Reminds 조동진 >이다.

조동익이 짚은 한 음에서 시작한 앨범이 점차 공간을 확장한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현악기와 전자음의 아르페지오 등 최소한의 악기로만 층을 쌓는 소리가 거대한 파장이 되어 동이 트기 전 희미한 빛이 물들이는 황홀경을 그려낸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에 묻었지만 이내 표면에 새겨지는 기억을 노래한 ‘물을 보며’와 낯선 사람의 귀익은 발자욱이 고독한 ‘흰 눈이 하얗게’, 적막한 희망을 드러내는 ‘해 저무는 공원’을 비롯해 앨범의 곡 모두가 몽환적인 엠비언트 사운드로 가득하다. 원곡의 서정을 간직하고 싶은 편곡 의도 아래 조동진의 따스한 메시지가 지금 세대에 은은하게 펼쳐진다.

장필순의 보컬은 감정을 절제하며 메신저에 충실하다. 가사와 멜로디를 표현하는 목소리는 자신을 덜어내기에 어떤 기교도 없이 원래가 하나인 양 음향 세계의 일부분으로서 조화된다. 장필순이 비워낸 틈 사이로 고스란히 채워지는 것은 역시 조동진의 감성이다. ‘제비꽃’, ‘나뭇잎 사이로’ 등 일상적인 소재에서 발현되는 위안이 차분히 청자에게 스며든다.

‘슬픔이 너의 가슴에’ 속 ‘내가 슬픔에 지쳐 있었을 때 그렇게 했던 것처럼’이란 이야기는 순간의 경험으로 타인을 어루만진 담백한 한 마디이며 누군가에겐 큰 버팀목이 된다. 데뷔 전 힘이 들 때마다 조동진의 3집을 들으며 고민을 녹여낸 장필순도 같다. 자신이 의지했던 아름다운 글귀와 선율을 더욱더 놓칠 수 없었기에, 장필순과 조동익은 < 장필순 Reminds 조동진 >이란 느린 호흡으로 따뜻했던 조동진의 숨결에 다시 한번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 뿐이다.

-수록곡-
1. 물을 보며
2. 슬픔이 너의 가슴에
3. 아침이 오고 다시 저물고
4. 먼 길 돌아오며
5. 제비꽃
6. 흰 눈이 하얗게
7.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8. 나뭇잎 사이로
9. 해 저무는 공원
10. 그대 창가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