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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thank u, next'(2019)

평가: 4/5

질끈 올려 묶은 포니테일의 인상은 강렬했다. 그 뚜렷한 이미지는 한동안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적·인격적 정체성을 규정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의 음악에서 인간 ‘아리아나 그란데’를 읽고 있다. < thank u, next >는 그 길에 놓인 중요한 첫 포석이다. 비슷한 방향에 있을 전작 < Sweetener >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 Sweetener >가 주변 현실에 대한 가수의 반응에 가까웠다면, < thank u, next >의 시선은 그 현실이 바꾸어놓은 가수 자신을 향한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겠다는 뜻은 타이틀에서부터 드러난다. 몽환적이고도 달콤한 키보드 위로 자신의 전 애인들을 나열하는 ‘thank u, next’에서 두 명의 주인공을 상상하기는 불가능하다. 곡의 유일한 주인공은 떠난 이들을 향한 분노나 매달림 없이, 그저 그들 각각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돌아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영화 < 사운드 오브 뮤직 > OST를 음산하게 뒤튼 싱잉 랩으로 “내가 원하면, 난 가져(I want it, I got it)”를 연발하는 ‘7 rings‘의 이질성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가수 본인의 감정을 첫머리에 놓은 덕에, 팝 음악의 주 문법인 ‘사랑 노래’의 표현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사랑에 빠진 설렘을 노래하는 단출한 ‘needy’부터 도발적인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 능글맞은 언어유희로 유혹하는 ‘make up’까지 자연스럽게 가수와 녹아든다. 한편 전에는 자주 보여주지 않던 우울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전 애인 맥 밀러를 향한 그리움을 처연하게 노래한 발라드 ‘ghostin’은 흘려들어선 안 될 트랙이며, 1960년대 소울 가수 웬디 르네의 ‘After laugter(comes tears)’를 샘플링한 ‘fake smile’도 아리아나의 그늘을 그대로 담았다. 밝은 곡조로 아릿한 내용을 노래하는 ‘imagine’도 씁쓸한 감상을 남긴다.

고음을 자제한 보컬, 귀를 때리는 전자음의 부재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아리아나는 1990년대 알앤비와 자신의 초기작을 조금씩 닮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프로듀서 토미 브라운(Tommy Brown)과 맥스 마틴(Max Martin), 싱어송라이터 빅토리아 모넷(Victoria Monét) 등 초기작을 함께한 동료들이 만든 무대다. 여유로운 공간감 덕에 음색과 언어가 한껏 강조되고, 그 매력은 적당한 음압을 유지하는 ‘needy’나 ‘thank u, next’같은 곡에서 유감없이 나타난다.

잘 들리는 음악으로 넓은 공감을 얻어야 하는 팝 앨범의 의무와 ‘아리아나 그란데’ 자신의 이야기. < thank u, next >는 그 두 영역을 절묘하게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어쩌면 그건, 같은 사랑 노래를 하면서도 ‘누군가의 여자’를 넘어 자신에게 집중한 이 앨범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복잡한 절차 없이) 남자 래퍼처럼 곡을 내고 싶다”며 ‘thank u, next’를 기습발매해버린 것과도 얼마간 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닐 암스트롱의 유명한 말을 패러디한 ‘NASA’의 도입부처럼, “One small step for woman, One giant leap for womankind!”

  • – 수록곡 –
  1. imagine
  2. needy
  3. NASA
  4. bloodline
  5. fake smile
  6. bad idea
  7. make up
  8. ghostin
  9. in my head
  10. 7 rings
  11. thank u, next
  12.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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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The Black Skirts) ‘THIRSTY'(2019)

평가: 4/5

조휴일에게 더 기대할 건 없어 보였다. 이방인으로의 긴 방황 끝에 달콤하고 낭만적인 로맨스를 노래하던 < TEAM BABY >는 인디 록스타의 기성 선언처럼 들렸고 반항을 포기하는 듯했다. 이렇게 달콤한 말들로 모두를 안심시켜 둔 그는 이제 ‘검게 물든 심장이 입 밖으로 막 나와요’라며 허기진 욕망의 속내를 끄집어낸다. 황폐한 사랑, 발랄한 그로테스크의 비극이다.

‘사랑 3부작’의 두 번째 < THIRSTY >의 세계는 위태롭고 공허하게 꿈틀댄다. 부정한 욕망과 제어할 수 없는 정사 뒤의 외로움으로 몸부림을 친다. 메마른 인트로와 짙은 안개의 갈망을 병치하는 ‘틀린질문’ 뒤에 등장하는 인물은 레스터 번햄으로, 중년의 위기 속 아내를 두고 딸의 친구를 탐한 영화 < 아메리칸 뷰티 >의 주인공이다. 북아일랜드 펑크 밴드 애쉬(Ash)를 연상케 하는 난폭한 기타 노이즈가 질척한 정분을 부추기며 커다란 구멍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라는 비극을 자꾸만 각인한다.

앨범의 기괴함은 역설로부터 온다. < 201 >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사운드는 생기가 넘치는데 그 메시지는 허무한 하룻밤과 고독하게 헝클어진 애정이다. 나른한 전작처럼 출발하는 ‘섬’을 보자. 중간 발랄한 전자음으로 변신을 암시하더니 뜻 모를 읊조림과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경쾌한 모던 록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무아지경의 기타 솔로로 절정에 치닫는다. 조휴일의 미덕은 본래 발칙이었다.

레게 리듬의 신스팝 ‘상수역’의 사내는 하룻밤 여인을 떠나보낸 뒤 정처 없이 방황하고 가벼운 로커빌리 트랙의 제목은 ‘광견일기’다. 방종한 관계 속에도 ‘우리 정분 났다고는 생각지도 마’라 단정하며 이 미친개의 삶이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냉정하게 암시한다. 차분한 포크 트랙의 ‘빨간 나를’의 불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더러워질 대로 더러운 영혼’은 ‘천박한 계집아이’와 함께 이성으로 이해될 수 없는 젖은 밤을 보낸다.

조휴일은 정처 없는 발걸음의 이 사내를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이국의 화려한 춤사위와 음악으로 눈과 귀를 멀게 하는 ‘Bollywood’의 축제는 새벽 길거리의 붉은 네온사인을 닮았다. ‘Fling; fig from france’와 닮은 슈게이징 ‘Put me on drugs’가 선사하는 무아지경의 쾌락을 즐기던 주인공은 ‘하와이 검은 모래’로 순진한 반려자에게 ‘내 지은 죄가 너무 무겁네요’라 조용히 흐느낀다. 그마저도 스탠더드 리듬으로 진행되는 곡 후반부 관능의 색소폰이 추가되니 욕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걸 암시한다.

로맨틱한 ‘맑고 묽게’로 배덕한 관계를 이죽거리며 고백하는 남자는 결국 검은 노이즈의 안개로 뿌옇게 칠해진 ‘그늘은 그림자로’에서 ‘이제 우리 다시 나란히 누울 순 없겠지’라며 엉엉 울고 만다. 상처만 남고 황망하게 비어버린 영혼은 최후의 순간에도 ‘피와 갈증’을 갈구한다. 전작에서 ‘사랑이 전부’라며 ‘우리 둘만 남아있다’를 노래하던 그가 ‘줄은 처음부터 없었네 / 나를 기다릴 줄 알았던 사람은 너 하나였는데 / 이제 난 혼자 남았네’라며 산산이 부서지는 광경은 처절한 비극의 < THIRSTY >가 선사하는 가장 강력한 카타르시스다.

TEAM BABY >에서 무난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던 조휴일은 < THIRSTY >로 사랑이라는 단어 아래의 모멸과 검은 욕망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았다. 고결함 아래 꿈틀대는 지독한 외로움과 욕정이라는 이름의 괴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끄집어내 쾌활하고 건조하게 노래하는 모습에서 그가 의도한 ‘그로테스크’를 목격한다.

아마 그 흉측함이 낯설지 않은 건 그의 파격이 누구에게나 있는 비밀, 부정하려 하나 숨길 수 없는 일상의 검은 한 페이지인 탓일 테다. 천박하고 더럽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를 빌려야만 설명할 수 있는 순간과 감정이 있다. 아, 정말이지, 얄궂다.

  • – 수록곡 –
  1. 틀린질문
  2. Lester Burnham
  3. 섬 (Queen of Diamonds)
  4. 상수역
  5. 광견일기
  6. Bollywood
  7. 빨간 나를
  8. Put me on drugs
  9. 하와이 검은 모래
  10. 맑고 묽게
  11. 그늘은 그림자로
  12. 피와 갈증 (King of Hu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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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민(TAEMIN) ‘WANT'(2019)

평가: 3.5/5

매년 솔로 커리어로 복귀함에도 이미지 소모보다는 확고한 정체성 굳히기를 보여준다. 사실 이번 미니 앨범 < WANT >는 2017년 발매한 < MOVE >와 크게 다른 노선을 걷진 않는다. 일렉트로니카, 전자음을 바탕으로 한 곡에서는 화려한 퍼포먼스 위주의 외양을 선보이고, 그렇지 않은 곡들에서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내세운다. 그러니 음악적 장르나 스타일이 그리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같은 토양에서 발군의 깊이감을 뽑아낸다. 성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힘을 풀어 반대로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난 싱글 ‘Move’의 연장 선상에서 이번 ‘Want’는 절제와 액션 포인트의 확실한 대비를 만들어 좀 더 다채로운 무대를 꾸민다. 마찬가지로 미니멀한 전자음의 ‘Artistic groove’는 젠더리스의 영역에서 왜 태민이 독보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잘 증명한 트랙이다. 허스키한 음색이 돋보이게 숨을 섞어 노래하고, 흐름의 강약에 맞춰 호흡을 끌어가는 장악력은 자연스레 이전 활동을 통해 만든 정체성과 이어지며 다시 한번 그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거칠게 터지는 드럼 비트와 오케스트레이션, 꽉 찬 백 코러스로 곡을 채운 ‘Shadow’와 퓨처베이스 기반의 발라드 ‘Truth’는 날 선 춤꾼보단 보컬리스트에 집중한다. 어쿠스틱 기타 중심에 가볍고 반복되는 선율이 전부인 ‘Never forever’ 역시 다소 무난한 트랙일 수 있으나 태민의 음색과 곡 해석력으로 음반 내 존재감을 찾고, 유일하게 리얼 악기로만 이뤄진 ‘혼잣말’은 호소력 짙은, 감성 충만 표현력으로 무게감을 얻는다. 다만 메시지 측면에서 볼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끝 곡 ‘Want ~outro~’의 등장이 뜬금없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유기성이 부족함에도 문을 닫는 트랙을 배치해 얼개를 잡으려 하니 튀는 건 당연하다.

이 같은 응집력 부재는 지난 정규 1집에서도, 2집에서도 존재했다. 태민이 성취해야 할 다음 과제는 풀랭쓰 앨범 전체의 시작과 끝을 매끄럽게 다지는 일이다. 이번 미니를 통해 솔로 커리어의 저변을 넓히고, 춤, 보컬, 퍼포먼스, 비주얼 등 많은 부문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타 아이돌들과는 다른 확실한 구심점을 찾아냈으니, 이제 그가 오를 산은 본인 자신밖에 없다. 다음 음반에서는 어떤 메시지에 어떠한 색을 담아 어떻게 펼쳐 놓는가 중요하다. 이제까지 태민의 색을 잘 묶어냈으니, 이제 이를 음반에 잘 풀어낼 때다.

  • – 수록곡 –
  1. Want
  2. Artistic groove
  3. Shadow
  4. Truth
  5. Never forever
  6. 혼잣말(Monologue)
  7. Want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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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Assume Form'(2019)

평가: 4/5

뿌연 잔상과 황량한 대지 위의 독자, 불분명한 수채화로 암암하던 사내가 얼굴을 드러냈다. 말쑥한 옷차림에 시원한 이마라인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제임스 블레이크는 < Assume Form >으로 본인을 규정했던 고독과 외로움의 새드 보이(Sad Boy) 이미지를 걷어낸다. 몽환의 짙은 잔향은 여전히 신비로우나 그 속에는 담담하고 편안한 사랑과 믿음의 메시지가 있다. 첫 트랙 가사처럼 ‘만져지고, 다가갈 수 있는(touchable, reachable)’ 존재로 거듭나려 한다.

제임스 블레이크의 첫 대중적 터치는 본인이 새 시대 팝의 공식을 상당수 고안해냈다는 자신감으로부터 온다. 파편화된 불협화음 속 섬세한 멜로디와 소울풀한 보컬의 그루브, 진공의 기류 속 희미하게 박동하는 전자음 노트의 고유한 모호함은 그만이 가능한 고유의 스타일이었다.

이것이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과 고상한 팝스타의 취향을 아울렀을 뿐 아니라 작금의 대세인 멜랑콜리 트랩 힙합의 모태가 되어 현시대를 지배하고 있다. 비욘세와 드레이크를 설계했고 켄드릭 라마의 < Black Panther > 제국 건설에 힘을 보탠 감각이다. 신예 힙합 프로듀서 메트로 부민과의 콜라보로 건조한 트랩과 자욱한 소리의 안개를 교차 제시하는 ‘Mile high와 ‘Tell them’이 ‘팝 프로듀서’ 제임스 블레이크를 증명한다.

그는 성공이 가져온 성숙을 만끽하고 있다. 우아한 선율로 여백을 채워가는 ‘Assume form’과 21세 기판 틴 팬 앨리 트랙이라 해도 믿을 로맨스 ‘I’ll come too’의 메시지는 타자에 앞서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쓸 수 있는 문장이다. 우울과 고독에 시달린 과거 자아를 보듬는 ‘Don’t miss it’을 ‘또 다른 새드 보이 노래’라 평한 < 피치포크 >에 분노했던 이유가 읽힌다. ‘Power on’의 반성조차도 낙관으로 결론지어진다.

동시에 앨범은 아티스트를 구성하는 역설과 몽환의 테마를 유지하기에 고고하다. 네오 플라멩코 싱어 로살리아와 함께한 ‘Barefoot in the park’의 처연함, 사랑의 열병이 가져온 불면의 밤을 치유하는 ‘Lullaby for my insomniac’의 카타르시스는 제임스 블레이크만의 소환물이다.

진화의 꼭대기에 ‘Where’s the catch?’가 있다. 거듭되는 성공을 살며시 의심하는 제임스 블레이크와 이미 맛본 성공을 무게로 느끼는 아웃캐스트의 안드레 3000이 다크한 일렉트로닉 비트 위에 병치된다. 불안한 멜로디의 피아노 루프에 무거운 드럼 비트와 쪼개진 노이즈를 점진적으로 더해가다 신경질적인 안드레의 랩을 인도하는 서사가 치밀한데, 이를 또 한 번 차분히 가라앉힌 다음 또 한 번의 리듬 파트를 전개하며 모든 예측을 거부한다.

< Assume Form >은 언더그라운드로부터 출발하였으나 팝 신의 중심에 존재하게 된 아티스트를 재정의한다. 대중의 기호가 된 본인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암울한 감성의 새드 보이에게 달콤한 작별 인사를 건네는 작품이다. 친절한 제임스 블레이크의 모호함은 이제 카오스보다 코스모스에 가까워졌다.

  • – 수록곡 –
  1. Assume form
  2. Mile high (Feat. Metro Boomin & Travis Scott)
  3. Tell them (Feat. Metro Boomin & Moses Somney)
  4. Into the red
  5. Barefoot in the park (Feat. Rosalía)
  6. Can’t believe the way we flow
  7. Are you in love?
  8. Where’s the catch (Feat. André 3000)
  9. I’ll come too
  10. Power on
  11. Don’t miss it
  12. Lullaby for my insomni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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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SURL) ‘Aren’t You?'(2018)

평가: 3.5/5

거친 질감으로 질주하는 ‘9지하철’은 근래 최고의 오프닝 트랙이다. 간단한 대칭 구조를 설계한 다음 디테일의 변주를 통해 퇴근길 ‘지옥철’을 실감 나게 묘사해나가는 솜씨가 근사한데, 투박하게 내뱉는듯한 메시지도 높은 흡인력을 가졌다. 건조한 베이스 리프로 ‘살과 살이 부딪치는’ 열차 속을 버티다 ‘문이 열리면서’ 에너지를 분출해내고, 리드미컬한 컷팅으로 신경질적인 심리 변화를 그려나가다 무력한 코러스로 종착지를 기다린다.

1998년생 동갑내기 4인조 밴드 설(SURL)의 시각은 꾸밈없이 젊다. 그 세대가 향유했던 얼터너티브 록과 블루스, 브릿팝의 영향을 숨기지 않는 이들은 과장 없는 시각으로 개성을 만들어나간다. 무기력한 로파이(Lo-Fi) 테마를 받치는 에너지와 캐치한 멜로디 제조 능력으로 클리셰의 함정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이 인상 깊다.

제목과 스타일, 메시지 모두에서 존 메이어의 초기 커리어를 연상케 하는 ‘The lights behind you’는 튼튼한 연주력이 빛난다. 타이틀 ‘눈’은 브릿팝의 감성을 팝적인 파워 코드로 풀어내며 익숙함을 확보한다. 뉴웨이브 트랙 ‘Candy’는 언뜻 < 22 >의 혁오와 겹쳐 보이지만 잔향 가득하고 선명하지 않은 사운드가 다르다.

밴드는 슈게이징 드림팝의 짙은 소리 안개를 의도하면서 명료한 설호승의 목소리로 멜로디 역시 놓지 않는다. 둔탁한 드럼 인트로와 대비되는 하늘하늘한 기타 리프, 힘찬 코러스를 교차해서 달려 나가는 ‘Like feathers’가 그 증명이다. 익숙함을 바탕으로 개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인데 약간의 기시감은 있어도 긍정적이다. 복잡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아 좋은 청춘의 이야기(說).

  • – 수록곡 –
  1. 9지하철
  2. The lights behind you
  3. Candy
  4. Like feat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