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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Swings) ‘Upgrade Ⅳ'(2020)

평가: 3/5

스윙스는 2007년 라마가 주축이 되어 만든 힙합 유니트 7人 ST-Ego(칠린스테고)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스스로가 사건의 중심이 되어 힙합 신을 움직였다. 아직 한국형 랩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지속하던 때 펀치라인이란 작법을 정립시켜 ‘펀치라인 킹’이 되길 자처했고 빅 션과 켄드릭 라마의 ‘Control’ 비트에 ‘King swings’라는 제목으로 국내 래퍼 대부분을 디스하며 일명 ‘컨트롤 대전’의 시발점이 됐다. 긍정 혹은 부정적인 비평을 오가며 현장을 주도했던 그의 음악적 색채는 시간이 지난 현재 사업가, 운동과 같은 수식에 잠겨 옅어졌다. 진보를 뜻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의 모습을 꺼내온 정규앨범 < Upgrade Ⅳ >는 그를 덮고 있던 대외적인 가면을 벗어내고 본연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다.

‘너네들 내 옛날식 그리워한다며?’라고 말하는 ‘카메라 프리스타일’처럼 앨범은 전성기의 스윙스를 복각한다. ‘더 댄스’와 ‘스테이 후레쉬’까지 더해 중요 단어를 문장의 마지막에 배치하는 도치법을 활용한 언어유희로 고전적인 랩을 재현하고 조커와 래퍼 자다키스의 중간에 있는 특유의 웃음소리도 예전의 그를 떠올릴 요소. 1993년 발표한 사이프러스 힐의 ‘’Insane in the brain’이 생각나는 붐뱁 곡 ‘넌 좀 알아야 돼’는 단순하게 구성된 악기가 주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숨 쉴 지점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플로우와 밀고 당기는 박자로 그만의 그루브를 만들었다.

의도적 논란으로 항상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그는 이슈가 아닌 아티스트로서 놓친 갈피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기리보이는 물론 2018년 발매한 전작 < Upgrade 0 >의 프로듀서 세우를 배제하고 처음 시도한 작·편곡으로 17곡을 수록한 이유는 ‘이제 음악은 자신의 한계를 기록하는 외로운 길’이란 ‘라익 어 복서’의 가사처럼 경쟁자가 없어 나태해진 유일한 원동력이 본인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싱은 앨범을 관통하는 자신에 대한 고찰이란 담론의 근거이며 한 번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다.

스윙스는 위를 보고 달려왔다.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경계가 뚜렷했던 시기부터 그룹 업타운의 활동, 엠넷 경연 프로그램 < 쇼 미더 머니 2 >의 출연 등 노골적으로 성공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 행동은 ‘누구보다 내가 뛰어나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구축한 캐릭터를 기본으로 했지만 < Upgrade Ⅳ >가 본인의 자양분인 자의식 과잉의 근거가 될 만큼 특출하지 않다. 환기를 위해 선택한 뱃사공, 저스디스, 씨잼 등 시대를 대표하는 참여진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으며 오토튠을 차용한 ‘유어 에너지’는 유행에 뒤처진 그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소기의 목적은 이뤘지만 미래에 대한 해결책의 부재는 아쉽다.

< Upgrade Ⅳ >를 통해 다시 출발선에 선 스윙스가 반갑다. 그가 사회적으로 가꿔온 위치까지 내려놓으며 선택한 자아 찾기는 작품 내에서 통일된 서사로 이어져 그의 진심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분명 낮아진 기대만큼 후해진 평가를 외면할 순 없지만 장시간 그의 음악을 멀리했던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데뷔 14년 차 가수의 뒤로 가기가 영리하다.

-수록곡-
1. 더 댄스
2. 스테이 후레쉬
3. 한계 (Feat. 뱃사공)
4. 아이 럽 유
5. 카메라 프리스타일
6. 넌 좀 알아야돼
7. 몰라? (Feat. JUSTHIS)
8. 승자의 정신 (Feat. LIl tachi)
9. 마이 헤븐 (Feat. YUNHWAY, Jhnovr)
10. 라익 어 복서
11. 스틸 갓 러브 (Feat. 개코)
12. 너띵 이즈 임파서블 (Feat. C JAMM)
13. 나는 (사회 기능이 가능한) 알콜 중독자다
14. 수퍼 리얼
15. 브레익 유어 페이스 (Feat. Owen)
16. 유어 에너지 (Feat. YUNHWAY, 한요한)
17. 5, 4, 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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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문득'(2020)

평가: 1.5/5

데뷔 이후 18년이란 시간을 유사한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노을이지만 신곡을 주조하기 위해 선택한 재료는 신선하지 않다. 2018년에 발매한 미니앨범 < 별 >의 타이틀 ‘너는 어땠을까‘ 이후 두 번째로 프로듀서를 맡은 정키는 이번에도 한국형 발라드의 공식을 착실히 따라간다. 피아노 소리에 목소리만 얹어 시작하는 1절에 추가되는 기타를 거쳐 후렴구의 등장을 알리는 베이스 글리산도와 드럼, 감정을 고조시키며 고음을 내지르는 보컬 등 모든 요소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멜로디 진행 역시 2015년 정키가 양다일과 함께 했던 ‘우린 알아’를 답습한다. 충분히 지루해진 곡은 특색이 사라진 노을의 목소리가 더해져 뻔한 결과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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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넴(Eminem) ‘Music To Be Murdered By'(2020)

Music To Be Murdered By

평가: 2.5/5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축하 무대에 에미넴이 등장했다. ‘Lose yourself’로 랩 음악 최초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을 당시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로 거부했던 공연이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음악 인생은 계속되지만 2017년 발매한 < Revival > 이후 계속되는 평단과 대중의 혹평 속에서 여전히 ‘자신의 음악’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 중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1958년에 발표한 사운드트랙 < Presents Music To Be Murdered By >를 이번 앨범의 영감으로 삼은 이유는 확실하다. 영화계의 ‘이단아’라 불리며 아카데미에 외면받았던 히치콕은 공로상 수상 당시 “Thank You.”라는 짧은 한마디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에미넴의 대답은 < Music To Be Murdered By >다.

첫 트랙 ‘Premonition’은 그가 무너지길 바라는 평단에 닥칠 불길한 예감을 고한다. 묵직한 신스 베이스를 중심으로 반복되는 곡은 오르간 샘플이 긴장을 더 하고 마치 공포 영화를 연상케 하는 긴박한 분위기 속에 2분이란 시간을 에미넴이 쉬지 않고 분노를 토해낸다. 음악 평론지 < 롤링 스톤 >이 엘엘 쿨 제이의 < Bigger And Deffer >에 대해 악평한 것에 자신의 처지를 빗대며 ‘내가 했던 것에 반만 해도 너희보다 이룬 게 많다’고 소리친다. 그를 비난하는 자들을 음악으로 압도하겠다는 의지.

래퍼 버스타 라임스의 ‘Woo Hah!! Got you all in check’의 후렴구를 가지고 온 ‘Yah yah’는 그와 오랜 시간 합을 맞춘 로이스 다 5’9″을 비롯해 큐 팁, 더 루츠의 래퍼 블랙 소트와 함께 한 건재한 올드 스쿨이다. 영 엠에이, 주스 월드, 돈 톨리버 등 신진 아티스트의 힘을 빌린 변화의 의지도 타협처럼 비칠 수 있지만 그의 목소리가 중심을 잡고 있어 에미넴 고유의 색은 빛을 발한다.

그의 발목을 잡는 것 또한 기술이다. 전작 ‘Rap god’에서 재미를 본 그는 ‘Godzilla’에서 빠르게 말하기를 넘어 발전된 랩 실력을 증명하지만 모든 관심이 이 곡에 집중된 것은 그의 음악이 흉내 내기 놀이보다 높은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이먼 & 가펑클의 ‘The sounds of silence’를 샘플링한 비트 위로 201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총기 사건을 언급한 ‘Darkness’는 총기규제 같은 주제를 담지만 오래된 전작 ‘Stan’의 문법을 반복하고, 스카일라 그레이가 노래 부르고 프로듀싱한 ‘Leaving heaven’을 거쳐 ‘Stepdad’ 역시 실제 혹은 가상의 이야기를 섞은 에미넴식 전개로 신선도를 떨어트린다. 앨범의 무거운 주제에 지루한 진행까지 더해져 20개나 되는 수록곡은 부담이 되어 기억에 남지 않고 흘러간다.

Revival >을 지워버리고 싶은 팬들 앞에 과거의 그를 꺼내오는 데 성공했지만 전성기보다 못한 모습에 그리운 마음만 커진다. < Music To Be Murdered By >는 그를 손가락질 했던 사람을 다시 시작한 에미넴 쇼의 착석시킬 입장권이다. ‘이 정도면 됐지’란 감상평으로 만족할 수 없다.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을 소환하며 자신의 당위성을 입증해야 할 그의 심판은 찬란했던 에미넴을 모사한 반쪽짜리 성과만 남겼다.

-수록곡-
1. Premonition (Intro)
2. Unaccommodating (Ft. Young M.A) 

3. You gon’ learn (Ft. Royce da 5’9” & White Gold)
4. Alfred (Interlude)
5. Those kinda nights (Ft. Ed Sheeran)
6. In too deep
7. Godzilla (Ft. Juice WRLD)

8. Darkness
9. Leaving heaven (Ft. Skylar Grey)
10. Yah yah (Ft. Black Thought, ​dEnAun, Q-Tip & Royce da 5’9”)
11. Stepdad (Intro)
12. Stepdad
13. Marsh
14. Never love again
15. Little engine
16. Lock it up (Ft. Anderson .Paak)
17. Farewell
18. No regrets (Ft. Don Toliver)
19. I will (Ft. Joell Ortiz, KXNG Crooked & Royce da 5’9”)
20. Alfred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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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나플라(Nafla) ‘태워'(2020)

평가: 3/5
  • ‘Jail’, ‘Wu’에서 보여준 그의 붐뱁을 기대했던 팬에겐 실망스러운 소식이지만 한 장르에 매몰되기에 나플라는 다재다능하다. 정규앨범 < u n u part. 2 >의 두 번째 선 공개 곡인 ‘태워’는 랩이 아닌 노래로 1월에 발매한 < u n u part. 1 >의 이별 감성을 이어간다. 이미 ’35th night’, ‘4 tied hands’에서 보컬의 가능성을 보였던 나플라는 전작의 수록곡 ‘Love me’와 ‘슬픈 노래만 들어’를 거쳐 이번 곡으로 래퍼라는 틀을 벗어나 음악적 재능을 발현한다.

    1990년대 알앤비를 재현한 ‘태워’는 보컬이 중심이다. 빡빡하게 진행되는 멜로디를 느린 기타와 잘게 박자를 나눈 하이햇을 더해 그루브를 만들며 필요한 감정만을 표현해 확실하게 강약을 조절한 뒤 곡의 절정에서 ‘이미 이미 이미 이미 떠난 마음을 어떻게 잡어’라며 고조된 분위기를 팽팽하게 당겨 유지하는 그의 가창 기술이 돋보인다. 경연 프로그램 < 쇼미 더 머니 >에서 우승한 후에 트랩, 싱잉 랩 등 다양한 시도로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발전했다. 그의 변화에 의문 대신 확신을 가져다 줄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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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윤하(Younha) ‘Unstable Mindset'(2020)

평가: 3.5/5

2019년 < Stable Mindset >으로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던 윤하는 연작 < Unstable Mindset >으로 자세를 바로잡기 전 가장 불안정했던 과거로 시점을 옮긴다. 갇혀있던 자기 자신을 꺼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아티스트의 흔들리는 내면을 그대로 노출했고 팽팽한 공기가 되어 앨범을 채운다. 그의 대표 문법인 발라드로 구성된 지난 작품은 자기 본연의 음악을 담아내겠단 의지였지만 이번 미니앨범은 록을 통해 변화의 실패 후 슬럼프에 빠졌던 자신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방탄소년단의 RM이 참여한 ‘Winter flower(雪中梅)’부터 주제를 드러낸다. 전작 1번 트랙의 희망적인 ‘사계(四季)’와는 반대로 묵직한 사운드로 베이스와 드럼 라인이 긴장을 고조하며 뒤를 받쳐주는 피아노와 신시사이저가 긴박하다. 겨울에 홀로 피어난 꽃을 의미하는 곡은 ‘내가 태어나 널 만난 이유를 찾아서 헤매어’란 가사처럼 대중과 자신 사이에서 저울질에 실패한 지난날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아직 해결된 것이 없는 현재에 답을 찾기 위해 소리치는 화자가 존재한다.

‘먹구름’ 은 2012년 발매된 < Supersonic >의 ‘소나기’를 잇는 모던 록 장르로 지난 앨범의 타이틀 ‘비가 내리는 날에는’과 연결된다. 날이 지날수록 더 헝클어지는 이별의 감정은 상승곡선을 그리지만 해소되지 않고 음악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유지된다. 맑게 갤 날씨에 대한 기대는 비 내리는 날을 견딜 힘이 되어주지만 바라는 것과 다르게 여전히 구름이 짙게 낀 하늘은 절망적이다.

결국 해답은 사람과 음악이다. 자신을 지탱해준 것은 언제나 곁에 있던 팬이란 사실을 알게 된 뒤 담담하게 인사를 전하는 ‘다음에 봐’와 돌아올 거 같지 않은 어릴 적 순수한 사랑을 동경하는 ‘스무 살 어느 날’을 통해 얻은 실마리는 이륙을 뜻하는 ’26’으로 수렴한다.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피아노록 ‘혜성‘의 재현이지만 건반이 빠진 자리엔 강한 기타 리프가 대신하고 앳되었던 목소리는 슬픈 노랫말을 밝게 꾸며낼 만큼 성숙하다. ‘나의 멋진 우주여 안녕’으로 가치 있지만 어두웠던 고민과 작별한 뒤 다시 한번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에 나선다.

< Unstable Mindset >은 전작 < Stable Mindset >와 하나 되어 자아와 대중을 만족시키며 위로를 건넨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하고 이겨낸 윤하의 마음가짐은 어느 때보다 올곧다.

-수록곡-
1. Winter flower(雪中梅) (Feat. RM)
2. 먹구름
3. 다음에 봐
4. 스무 살 어느 날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