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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아이드 걸스(Brown Eyed Girls) ‘RE_vive'(2019)

평가: 2/5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특별하다. 2006년에 데뷔해 ‘멤버 교체 없이 가장 오래 유지된 걸 그룹’이란 수식어가 말해주듯 알앤비 보컬 팀으로 시작하여 뒤늦게 ‘아이돌’이 된 후발주자가 과포화된 시장을 변화와 독창성이란 무기로 버텨냈다. 최근 방영한 엠넷 프로그램 < 퀸덤 >에서 러블리즈가 커버한 ‘Sixth-sense’ 무대를 보고 대중이 아쉬워한 것은 그들이 구축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그리워해서이다. 타의로 꺼내진 추억이지만 그만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이다.

정규 6집 앨범 이후 4년 만에 발매된 < RE_vive >는 그런 기대를 받으며 공개됐다. 열 개로 구성된 수록곡이 모두 리메이크인 것도 확실한 자신을 믿기에 가능한 시도였지만 자충수에 빠져버렸다. 수민이 편곡한 ‘결국 흔해 빠진 사랑 얘기’는 레트로란 단어에 집착한 나머지 19년 전 윤상의 오리지널보다 세련되지 못하고 지루해졌으며 두 개의 타이틀 중 하나인 베이시스의 원곡 ‘내가 날 버린 이유’도 마찬가지. 아이유의 ‘좋은 날’ 등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한 이민수 작곡가는 웅장한 분위기에 취해 스트링을 과하게 덧칠했고 가수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미료의 랩 또한 어긋난 구성에 일조했다. 앨범에서 친근한 원곡을 이길 정도로 뛰어난 점을 발견할 수 없다.

‘원더우먼’만이 앨범을 유일하게 빛낸다.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수록곡으로 윤종신이 작곡하고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이 부른 원곡은 지 고릴라의 펑키(funky)한 리듬과 현악이 가미되어 수준 높은 댄스곡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남성이 여장한 것을 뜻하는 드래그 퀸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며, 턱시도를 입은 브라운 아이드 걸스와 대비되어 변화한 시대를 가볍지 않게 다룬다. 그들이기에 가능한 접근법이다.

< RE_vive >의 의미는 뮤직비디오와 지금 세대에게 잊힌 명곡을 소개해주는 것에 그쳤다. 여섯 장의 정규 앨범을 내며 꾸준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그들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복귀를 축하하기는커녕 드래그 퀸과 원작자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어주었다.

옛것을 꺼내와 재해석하는 ‘뉴트로’는 유행처럼 번져 대중음악에도 스며들었다. 다만 이런 작법은 비교될 곡이 있기에 가혹하며 브라운 아이드 걸스도 위험한 도전에 나섰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누구보다 독보적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빛났던 과거에 의지하지 말고 뚜렷한 색을 다시 찾아내야 한다.

– 수록곡 –
1. 결국 흔해 빠진 사랑얘기 (윤상)
2. 내가 날 버린 이유 (베이시스)
3. 원더우먼 (조원선) 
4. 애수 (god)
5.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이은하)
6. 사랑밖엔 난 몰라 (심수봉)
7.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임현정)
8. 하늘 (어떤날)
9. 초대 (Feat. 엄정화) (엄정화)
10. 편지 (김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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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G-IDLE) ‘I MADE'(2019)

평가: 2.5/5

‘Senorita’는 라틴의 고혹을 의도한 언플러그드 베이스 리듬과 피아노 리프의 도입부로 당차게 출발하지만 갈수록 번잡해진다. 소연의 랩, 수진의 보컬을 출발점으로 소리를 쌓아나가면서 미연과 민니의 후렴 도입부까지 차분한 무드를 유지하는 것까진 정적인 매력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뒤를 꽉 채우는 브라스 파트와 과하다 싶은 추임새가 들어가면서 곡은 종잡을 수 없어진다. 다시 보컬 파트가 흐름을 가라앉히나 싶더니 불필요한 추임새와 익숙한 구애의 랩이 등장한다. 흐름을 끊는 ‘워어어어어어’까진 감내하겠다만, ‘유후 후 후후’와 ‘세뇨리따’로 곡을 끝낼 줄은 몰랐다. 비지 말아야 할 메시지와 멜로디는 휑하고 꾸밈만 가득하다.

비록 메이저 레이저와 샤크라를 많이 참고했고 정제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La ta ta’와 ‘한(-)‘에는 일관된 테마가 있었고 파트 배분도 그 무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정됐다. 반면 ‘Senorita’는 각 보컬 파트가 굉장히 튀고 욕심을 부린 여러 장치들은 과하다. 앳된 우기와 슈화는 곡의 무게를 따라가지 못하고 소연의 랩은 불쑥 돌출되어 있다.

이런 타이틀의 과유불급은 타 수록곡에서 이상의 단점이 잘 드러나지 않기에 더욱 도드라진다. ‘La ta ta’와 느낌을 공유하는 트로피컬 하우스 트랙 ‘What’s your name’은 과감한 멜로디 리프를 깔아 뒀지만 구조적으로 모난 부분은 없다. 처연한 ‘싫다고 말해’ 역시 약간의 보컬 소화 약점은 있으나 분위기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주세요’를 지나 민니가 작곡한 메간 트레이너 풍의 팝 트랙 ‘Blow your mind’도 깔끔하다. 타이틀에도 절제의 미학이 필요했다.

당찬 래퍼 소연이 주도하는 아이들은 몽환적인 무드 위 직설적인 화법이 돋보인다. ‘La ta ta’와 ‘한(-)‘은 개성 강한 핵심 멤버가 그룹으로도 잘 어우러짐을 증명한 트랙이었고 가상현실과 실제의 빈 틈을 뚫고 나온 ‘Pop/stars’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Senorita’는 다소 급해 보인다. 지금 아이들에겐 짧은 호흡의 싱글보다 멀리 내다보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 – 수록곡 –
  1. Senorita
  2. What’s your name
  3. 싫다고 말해
  4. 주세요
  5. Blow your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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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 ‘오로라 피플'(2018)

평가: 3.5/5

허클베리 핀의 음악은 그들의 내면을 닮아있다. 이기용, 이소영, 성장규 이 세 사람이 그려낸 여섯 번째 앨범은 밤하늘 속에서도 자신만의 물결을 펼쳐내는 오로라와 같다. 2011년에 5집을 발표한 후 마음을 치유할 시간이 필요했던 이기용은 제주도로 내려가 자연을 마주했다. < 오로라 피플 >이 나오기까지 7년. ‘죽이다’, ‘불을 지르는 아이’, ‘불안한 영혼’을 비롯한 초기 곡들의 제목은 ‘남해’, ‘오로라’, ‘항해’ 같은 키워드로 변화했다. 노이즈 낀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 날 선 분노와 지울 수 없던 우울의 정서는 자연이라는 존재 앞에 희미해진다.

이번 음반은 그런지의 비중이 컸던 초창기 음악이나 전자음을 전면에 배치한 전작 < 까만 타이거 >의 수록곡 ‘도레미파’와는 거리가 멀다. 강렬한 록의 무게, 묵직한 리듬을 덜어내고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와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곡을 이끌어간다. 아이슬란드 출신 밴드, 시규어 로스의 ‘Hoppípolla’가 연상되는 앨범에는 북유럽의 황량함, 오로라의 황홀함, 제주도의 자유로움이 밴드의 색깔과 한 몸이 되어 녹아있다.

< 오로라 피플 >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항해’를 지나면 모던 록의 향취를 품은 기타 리프가 등장하는 ‘누구인가’를 만나게 된다. ‘남해’는 허클베리 핀 음악의 특징이기도 한 침잠하는 우울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스카 밴드인 킹스턴 루디스카에서 브라스 연주를 맡은 멤버들이 세션으로 참여한 노래이기도 하다. 전체 선율을 감싸며 파동을 주는 혼 섹션의 사운드는 음악을 차분하게 마무리 지어준다.

중성적인 목소리를 가진 이소영은 그만의 독보적인 탁성을 살리기보다 가사를 담담히 짚어내는 데 집중한다. 신비로우면서도 문학적인 가사로 유명한 이들의 노랫말은 선율에 이질감 없이 녹아든다는 특징이 있다. ‘너의 아침은 어때’는 보컬의 숨 쉬는 지점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연주곡 ‘오로라’를 지나 ‘오로라 피플’에 다다르면 자신을 ‘먼지’라 칭한 화자가 ‘너의 삶에 따뜻한 햇살이 펼쳐지길 기도해’라고 외치며 위축된 내면을 껴안는다.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닮아있다. 6집은 허클베리 핀이 음악적 고민과 심적 회복을 중심에 두고 제작한 음반이다. 손전등 하나 없이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그 순간에 밴드는 다시 일어나 음악을 했고, 진심을 노래했다. 1990년대 후반에 결성된 밴드는 어느덧 20년을 지나 또 다른 시간으로 향하고 있다. 허클베리 핀은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았다. 밴드의 성숙과 치유의 이야기가 담긴 수필집.

  • – 수록곡 –
  1. 항해
  2. 누구인가
  3. 너의 아침은 어때
  4. 영롱
  5. Darpe
  6. 라디오
  7. 오로라
  8. 오로라 피플
  9.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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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thank u, next'(2019)

평가: 4/5

질끈 올려 묶은 포니테일의 인상은 강렬했다. 그 뚜렷한 이미지는 한동안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적·인격적 정체성을 규정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의 음악에서 인간 ‘아리아나 그란데’를 읽고 있다. < thank u, next >는 그 길에 놓인 중요한 첫 포석이다. 비슷한 방향에 있을 전작 < Sweetener >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 Sweetener >가 주변 현실에 대한 가수의 반응에 가까웠다면, < thank u, next >의 시선은 그 현실이 바꾸어놓은 가수 자신을 향한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겠다는 뜻은 타이틀에서부터 드러난다. 몽환적이고도 달콤한 키보드 위로 자신의 전 애인들을 나열하는 ‘thank u, next’에서 두 명의 주인공을 상상하기는 불가능하다. 곡의 유일한 주인공은 떠난 이들을 향한 분노나 매달림 없이, 그저 그들 각각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돌아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영화 < 사운드 오브 뮤직 > OST를 음산하게 뒤튼 싱잉 랩으로 “내가 원하면, 난 가져(I want it, I got it)”를 연발하는 ‘7 rings‘의 이질성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가수 본인의 감정을 첫머리에 놓은 덕에, 팝 음악의 주 문법인 ‘사랑 노래’의 표현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사랑에 빠진 설렘을 노래하는 단출한 ‘needy’부터 도발적인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 능글맞은 언어유희로 유혹하는 ‘make up’까지 자연스럽게 가수와 녹아든다. 한편 전에는 자주 보여주지 않던 우울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전 애인 맥 밀러를 향한 그리움을 처연하게 노래한 발라드 ‘ghostin’은 흘려들어선 안 될 트랙이며, 1960년대 소울 가수 웬디 르네의 ‘After laugter(comes tears)’를 샘플링한 ‘fake smile’도 아리아나의 그늘을 그대로 담았다. 밝은 곡조로 아릿한 내용을 노래하는 ‘imagine’도 씁쓸한 감상을 남긴다.

고음을 자제한 보컬, 귀를 때리는 전자음의 부재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아리아나는 1990년대 알앤비와 자신의 초기작을 조금씩 닮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프로듀서 토미 브라운(Tommy Brown)과 맥스 마틴(Max Martin), 싱어송라이터 빅토리아 모넷(Victoria Monét) 등 초기작을 함께한 동료들이 만든 무대다. 여유로운 공간감 덕에 음색과 언어가 한껏 강조되고, 그 매력은 적당한 음압을 유지하는 ‘needy’나 ‘thank u, next’같은 곡에서 유감없이 나타난다.

잘 들리는 음악으로 넓은 공감을 얻어야 하는 팝 앨범의 의무와 ‘아리아나 그란데’ 자신의 이야기. < thank u, next >는 그 두 영역을 절묘하게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어쩌면 그건, 같은 사랑 노래를 하면서도 ‘누군가의 여자’를 넘어 자신에게 집중한 이 앨범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복잡한 절차 없이) 남자 래퍼처럼 곡을 내고 싶다”며 ‘thank u, next’를 기습발매해버린 것과도 얼마간 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닐 암스트롱의 유명한 말을 패러디한 ‘NASA’의 도입부처럼, “One small step for woman, One giant leap for womankind!”

  • – 수록곡 –
  1. imagine
  2. needy
  3. NASA
  4. bloodline
  5. fake smile
  6. bad idea
  7. make up
  8. ghostin
  9. in my head
  10. 7 rings
  11. thank u, next
  12.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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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The Black Skirts) ‘THIRSTY'(2019)

평가: 4/5

조휴일에게 더 기대할 건 없어 보였다. 이방인으로의 긴 방황 끝에 달콤하고 낭만적인 로맨스를 노래하던 < TEAM BABY >는 인디 록스타의 기성 선언처럼 들렸고 반항을 포기하는 듯했다. 이렇게 달콤한 말들로 모두를 안심시켜 둔 그는 이제 ‘검게 물든 심장이 입 밖으로 막 나와요’라며 허기진 욕망의 속내를 끄집어낸다. 황폐한 사랑, 발랄한 그로테스크의 비극이다.

‘사랑 3부작’의 두 번째 < THIRSTY >의 세계는 위태롭고 공허하게 꿈틀댄다. 부정한 욕망과 제어할 수 없는 정사 뒤의 외로움으로 몸부림을 친다. 메마른 인트로와 짙은 안개의 갈망을 병치하는 ‘틀린질문’ 뒤에 등장하는 인물은 레스터 번햄으로, 중년의 위기 속 아내를 두고 딸의 친구를 탐한 영화 < 아메리칸 뷰티 >의 주인공이다. 북아일랜드 펑크 밴드 애쉬(Ash)를 연상케 하는 난폭한 기타 노이즈가 질척한 정분을 부추기며 커다란 구멍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라는 비극을 자꾸만 각인한다.

앨범의 기괴함은 역설로부터 온다. < 201 >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사운드는 생기가 넘치는데 그 메시지는 허무한 하룻밤과 고독하게 헝클어진 애정이다. 나른한 전작처럼 출발하는 ‘섬’을 보자. 중간 발랄한 전자음으로 변신을 암시하더니 뜻 모를 읊조림과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경쾌한 모던 록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무아지경의 기타 솔로로 절정에 치닫는다. 조휴일의 미덕은 본래 발칙이었다.

레게 리듬의 신스팝 ‘상수역’의 사내는 하룻밤 여인을 떠나보낸 뒤 정처 없이 방황하고 가벼운 로커빌리 트랙의 제목은 ‘광견일기’다. 방종한 관계 속에도 ‘우리 정분 났다고는 생각지도 마’라 단정하며 이 미친개의 삶이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냉정하게 암시한다. 차분한 포크 트랙의 ‘빨간 나를’의 불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더러워질 대로 더러운 영혼’은 ‘천박한 계집아이’와 함께 이성으로 이해될 수 없는 젖은 밤을 보낸다.

조휴일은 정처 없는 발걸음의 이 사내를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이국의 화려한 춤사위와 음악으로 눈과 귀를 멀게 하는 ‘Bollywood’의 축제는 새벽 길거리의 붉은 네온사인을 닮았다. ‘Fling; fig from france’와 닮은 슈게이징 ‘Put me on drugs’가 선사하는 무아지경의 쾌락을 즐기던 주인공은 ‘하와이 검은 모래’로 순진한 반려자에게 ‘내 지은 죄가 너무 무겁네요’라 조용히 흐느낀다. 그마저도 스탠더드 리듬으로 진행되는 곡 후반부 관능의 색소폰이 추가되니 욕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걸 암시한다.

로맨틱한 ‘맑고 묽게’로 배덕한 관계를 이죽거리며 고백하는 남자는 결국 검은 노이즈의 안개로 뿌옇게 칠해진 ‘그늘은 그림자로’에서 ‘이제 우리 다시 나란히 누울 순 없겠지’라며 엉엉 울고 만다. 상처만 남고 황망하게 비어버린 영혼은 최후의 순간에도 ‘피와 갈증’을 갈구한다. 전작에서 ‘사랑이 전부’라며 ‘우리 둘만 남아있다’를 노래하던 그가 ‘줄은 처음부터 없었네 / 나를 기다릴 줄 알았던 사람은 너 하나였는데 / 이제 난 혼자 남았네’라며 산산이 부서지는 광경은 처절한 비극의 < THIRSTY >가 선사하는 가장 강력한 카타르시스다.

TEAM BABY >에서 무난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던 조휴일은 < THIRSTY >로 사랑이라는 단어 아래의 모멸과 검은 욕망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았다. 고결함 아래 꿈틀대는 지독한 외로움과 욕정이라는 이름의 괴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끄집어내 쾌활하고 건조하게 노래하는 모습에서 그가 의도한 ‘그로테스크’를 목격한다.

아마 그 흉측함이 낯설지 않은 건 그의 파격이 누구에게나 있는 비밀, 부정하려 하나 숨길 수 없는 일상의 검은 한 페이지인 탓일 테다. 천박하고 더럽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를 빌려야만 설명할 수 있는 순간과 감정이 있다. 아, 정말이지, 얄궂다.

  • – 수록곡 –
  1. 틀린질문
  2. Lester Burnham
  3. 섬 (Queen of Diamonds)
  4. 상수역
  5. 광견일기
  6. Bollywood
  7. 빨간 나를
  8. Put me on drugs
  9. 하와이 검은 모래
  10. 맑고 묽게
  11. 그늘은 그림자로
  12. 피와 갈증 (King of Hu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