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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ingle Single

블랙 아이드 피스, 샤키라, 데이비드 게타(Black Eyed Peas, Shakira, David Guetta) ‘Don’t you worry’ (2022)

평가: 3/5

한때 전 세계를 주름잡던 슈퍼스타들이 의기투합했다. 각각 미국과 콜롬비아, 프랑스 출신 연합군의 신곡은 2010년대 초 전후로 유행하던 EDM과 댄스 팝을 뼈대로 삼아 한동안 잠잠했던 여름을 본격적인 파티의 계절로 다시 회생시킨다. ‘하나도 걱정하지 마/모두 괜찮을 테니까’ 유치할 정도로 긍정의 기운을 발하는 가사와 작위적인 카운트다운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데이비드 게타의 프로듀싱 덕에 전체적인 사운드는 그가 참여했던 블랙 아이드 피스의 2009년 메가 히트 싱글 ‘I gotta feeling’을 닮았다. 윌아이엠을 포함한 세 멤버의 독특한 톤과 샤키라의 개성 가득한 음색이 이루는 조화가 밋밋한 전개를 매력으로 살린다. 플러스 알파는 없어도 각자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해마다 하나 정도는 필요한, 잠시 긴장을 풀고 편하게 듣기에 제격인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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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We’ (2022)

평가: 3/5

온갖 조롱과 함께 밈(meme)으로 전락한 2017년 < Everything Now > 이후 5년 만이다. 돌아온 아케이드 파이어는 디스코 리듬 대신 기타를 전면에 내세우고, 편안함 대신 격렬함을 추구하는 작법을 택한다. 첫 싱글로 공개된 연작 ‘The lightning’은 초창기 음악으로 돌아가겠다는 일종의 선포다. 전반부 ‘I’의 자아 탐구에서 ‘We’의 세계로 향하는 전환점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밴드의 옛 모습을 잊지 못한 이들에게 반가움을 안긴다.

반면 이외의 곡에서는 의도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일정 단계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카타르시스의 직전에서 머뭇거리는 ‘Age of anxiety I’의 구조가 곳곳에서 반복되는 탓이다. 상승 기류가 보이던 두 번째 섹션 이후 고꾸라지는 ‘End of the empire I-III’, 찬란한 멜로디를 평이한 후렴으로 황급히 마무리하는 ‘Unconditional I (lookout kid)’은 < Funeral >과 < The Suburbs >가 이룩한 명성을 더욱 견고한 성역으로 드높일 뿐이다.

그렇다면 신보는 그저 혈기를 상실한 팀의 씁쓸한 현주소일 뿐일까.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자. 앞서 언급한 앨범들처럼 공동체 정신 속 격정적인 감정의 발산이 아케이드 파이어 음악의 한 축을 이뤘다면, 반대편에서는 < Neon Bible >과 < Reflektor >를 거치며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 이어졌다. 합창을 통해 현대 소비사회를 꼬집은 < Everything Now >는 두 갈래의 통합을 이루는 듯했으나, 지나치게 신나는 분위기에 함몰된 나머지 계몽을 이끌 선지자보다 대중을 기만하는 컬트 교주로 전락해 버렸다.

< We >가 그 과오를 씻어내는 방법은 ‘낯설게 하기’다. 동일하게 사회 갈등과 분열을 텍스트로 삼지만, < Reflektor >처럼 거창한 고대 신화의 은유 대신 ‘불안감’이나 ‘구독 취소’처럼 현실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청자의 과한 몰입을 의도적으로 방해한다. 전작에 대한 반성을 담은 ‘End of the empire IV (Sagittarius A*)’는 아예 제4의 벽을 깨며 ‘Fuck season five(시즌 5는 꺼져!)’라 외치기까지 한다. 해답 없는 질문들이 마지막까지 이어지며 거듭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모든 것이 끝난다면, 과연 우리가 다시 해낼 수 있을까?’

발을 맞춰 달려 나가던 젊은 날의 부활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의의는 서서히 빠져버린 계몽자의 늪에서 벗어나, 어려운 개념과 이론의 비중을 줄이고 대중과 같은 시선을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기로 마음먹었다는 점이다. 아케이드 파이어는 분명 달라졌다. 그들이 다시 건넨 손을 붙잡고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 이어 나갈지에 대한 선택은 이제 철저히 우리의 몫이다.

-수록곡-

  1. Age of anxiety I (추천)
  2. Age of anxiety II (rabbit hole)
  3. Prelude
  4. End of the empire I-III
  5. End of the empire IV (Sagittarius A*)
  6. The lightning I (추천)
  7. The lightning II (추천)
  8. Unconditional I (lookout kid)
  9. Unconditional I (race and religion) (Feat. Peter Gabriel)
  10. 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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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윤딴딴 ‘그저 그런 이별 노래’ (With 윤딴딴 of 2016) (2022)

평가: 2.5/5

기획은 ‘그저 그렇지’ 않다. 데뷔 8년 만에 선보이는 첫 정규앨범의 예고편에서 현재의 윤딴딴은 과거의 자신을 소환한다. 20대 시절 녹음한 목소리와 이루는 하모니로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팬들에게 사뭇 감동을 안기고, 포근한 보컬과 단출하게 꾸린 사운드 구성으로 선선한 여름밤의 공기를 귓가로 몰고 온다.

콘셉트를 의식하여 지나치게 화음을 강조한 나머지 반복적인 청취를 유도하기에는 버거운 구석이 있다. 현실적인 이별을 표방하는 곡의 의도에 맞춘 것이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보편적인 가사도 매력을 반감시킨다. 번뜩이는 발상을 크게 부각시키지 못하는 내용물, 결과적으로는 제목처럼 또 하나의 ‘그저 그런 이별 노래’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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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R.I.P. 반겔리스, 소리의 모험가를 떠나보내며

5월 17일, 코로나19가 또 하나의 귀중한 음악적 자산을 앗아갔다. 프로그레시브 록, 재즈, 심지어는 앰비언트까지 섭렵하며 전자음악의 선구자로 불리던 반겔리스가 향년 79세의 나이로 세상과 작별했다는 소식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룹 포밍스(The Forminx)와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를 거치며 1970년대부터 솔로 활동을 벌인 그는 영화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폭넓게 참여한 종합 음악인으로, 국내에서는 2002 한일 월드컵의 주제곡인 ‘Anthem’을 선물한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그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커리어와 대표작을 소개한다. 아티스트를 이미 알고 있던 이들에게는 추억할 수 있는, 처음 들어보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음악을 새로이 탐구할 수 있는 글이 될 것이다.

본명은 에반겔로스 오딧세이 파파타나시우(Evangelos Odysseas Papathanassiou). 훗날 전세계에서 유명세를 떨치며 우주로도 뻗어 나간 뮤지션의 시작점은 그리스의 작은 항구도시 볼로스였다. 1943년 태어나 어린 나이부터 피아노를 만지며 음악에 관심을 보인 그는 체계적인 교육을 따르는 대신 독창성을 빚어냈고, 1963년에는 5인조 밴드 포밍스를 결성해 일렉트릭 오르간을 맡았다. 전통 음악이 우세하던 당시 그리스에 재즈와 록 등의 서구적인 사운드를 도입한 ‘Jeronimo Yanka'(1964) 등의 싱글로 새 바람을 몰고 왔다.

인기에 힘입어 국제 무대에서의 홍보 방안으로 다큐멘터리 또한 제작되었으나 제작진의 분쟁으로 촬영이 중단되었고, 그 영향으로 밴드 또한 최고 전성기인 1966년 해체를 알리게 된다. 이후 군사정권의 쿠데타를 피해 프랑스로 거처를 옮긴 그가 만든 팀이 바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다. 루카스 시데라스와 아이돌스(Idols)라는 그리스 밴드에서 활동했던 데미스 루소스가 합류한 그룹은 요한 파헬벨의 ‘Canon’을 차용한 싱글 ‘Rain and tears'(1968)로 여러 유럽 국가에서 히트를 거두며 명성을 얻었다.

첫 앨범 < End Of The World >(1968)의 뒤를 이어 애절한 선율 덕에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싱글 ‘I want to live'(1969)와 ‘It’s five o’clock'(1969),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1970) 등이 연속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2집 < ‘It’s Five O’Clock’ >(1969) 이후 병역 문제로 활동하지 못한 초기 멤버 실버 쿨루리스가 다시 합류해 4인조가 된 밴드는 상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레코드사가 발매를 막는 상황에서도 2년에 걸친 작업 기간 끝에 < 666 >(1972)를 완성시켰다. 기존의 팝적인 색채를 대부분 들어내고 사이키델릭/프로그레시브 록의 요소를 대거 투입한 음반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극찬과 더불어 지금까지도 컬트 명반으로 남아있다.

팀이 해체된 후 리드 보컬이었던 데미스 루소스가 ‘We shall dance'(1971), ‘Goodbye, my love, goodbye'(1973) 등으로 차트를 휩쓸며 곧바로 승승장구한 것과 달리 반겔리스는 상업성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970년대 중반, 런던으로 이주한 그는 본인이 설립한 네모(Nemo) 스튜디오에서 전위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선보인 < Heaven And Hell >(1975)을 발매하며 로열 앨버트 홀 공연을 매진시켰고,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감독 프레데릭 로시프(Frédéric Rossif)의 작품에 사운드트랙을 제공하면서 영화 제작자들의 주목을 샀다.

1980년대, 마침내 < 불의 전차 > OST가 제3의 부흥기를 몰고 왔다. 오케스트라 위주로 편성하던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신시사이저를 중추로 하여 만든 사운드트랙은 1981년 빌보드 앨범과 싱글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영화음악 부문도 그의 차지였다. 다양한 영화사에서 러브콜을 보냈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 블레이드 러너 >에 참여하면서 미래 디스토피아 사회를 생생하게 묘사한 음악으로 극찬을 받았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다큐멘터리 < 코스모스 >에 < Heaven And Hell >의 수록곡을 삽입하기도 했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예스(Yes)의 보컬 존 앤더슨과 듀오 존 앤 반겔리스(Jon and Vangelis)를 결성한 것도 이 시기의 일이었다.

좌 < 불의 전차 >(1981), 우 < 블레이드 러너 >(1982)

쾌거는 다양한 영역으로도 이어졌다. 1997년 아테네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는 무대 지휘를 맡았고 2000년 시드니 하계 올림픽 폐막식에서는 감독 자리에 올랐다.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의 공식 주제가로 한국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우주로도 눈길을 돌린 뮤지션은 나사의 2001 마스 오디세이 탐사선 프로젝트를 위한 < Mythodea >(2001), 유럽 우주국 ESA의 탐사선 로제타의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 착륙을 기념하며 < Rosetta > (2016)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라는 ESA의 추모사처럼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지며 확장과 쇄신을 거듭한 커리어는 많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었다. 유명 영화음악 작곡가인 한스 짐머는 반겔리스를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꼽았고, 같은 그리스 출신이자 뉴에이지 장르를 대표하는 야니는 스스로 그의 팬을 자처하기도 했다. 국내 아티스트 중에서는 윤상이 그의 음반을 듣고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밝힌 바 있다.

< 불의 전차 >에서 주인공은 난관을 겪지만 소신을 지킨 끝에 결국 값진 승리를 얻어내는 인물이다. 반겔리스의 일대기도 비슷하다. 다른 외부적인 요인에 개의치 않고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일념을 지킨 끝에 많은 이들의 마음에 각인되었으니 말이다. 성실함이 미덕의 자리에서 조금 물러난 시대,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의 숭고함은 끝까지 이어진다. R.I.P. 반겔리스.

“꼭 들어야 할 반겔리스 음악 10곡”
‘Rain and tears’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1968)
‘I want to live’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1969)
‘It’s five o’clock’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1969)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1970)
‘La petite fille de la mer’ (< L’Apocalypse des animaux > 사운드트랙, 1973)
’12 o’clock’ (< Heaven and Hell > 파트 2, 1975)
‘Chariots of fire'(< 불의 전차 > 사운드트랙, 1981)
‘Polonaise’ (존 앤 반겔리스, 1983)
‘End title’ (< Blade Runner > 사운드트랙, 1994)
‘Anthem’ (한일 월드컵 공식 주제가,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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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찰리 XCX(Charli XCX) ‘Crash’ (2022)

평가: 3.5/5

늘 두 발짝 앞서 있던 팝의 선구자가 갑작스레 한 발짝 후퇴를 선택했다. 레트로 유행에 편승한 ‘Good ones’, 같은 팬덤을 공유하는 크리스틴 앤 더 퀸즈와 캐롤라인 폴라첵을 대동하여 드림팀을 꾸린 ‘New shapes’, 그리고 밈으로 유명한 ‘Cry for you’를 샘플링한 ‘Beg for you’까지. 남녀노소 과거로 뛰어들던 흐름에 동참하면서 인터넷 문화까지 노골적으로 겨냥한 행보는 자연스레 단어 하나를 떠오르게 만든다. ‘셀아웃(Sell out, 변절자)’.

여기까지가 정확하게 < Crash >가 의도한 그림이다. 대형 레이블에서의 마지막 음반을 위해 그는 ‘악마와의 계약’을 콘셉트로 잡고 상업성을 최상위 목표로 둔 이상적인 팝스타의 틀에 자신을 맞췄다. 싱글을 공개할 때마다 일일이 동봉한 개별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 리믹스 없이 새 트랙으로만 채운 디럭스 버전은 2010년대 초중반 가수들의 성실했던 앨범 활동을 그리워하는 팝 키덜트들의 아쉬움을 채워준다.

내실 있는 음악 덕분에 일련의 전략은 허위 광고에 그치지 않는다. 2019년 < Charli >의 첫 트랙 ‘Next level Charli’를 닮은 도입부에서 뉴 잭 스윙으로의 반전을 꾀하는 오프너 ‘Crash’는 화려한 기타 솔로를 추가하며 짜릿함을 극한으로 충전하고, ‘Good ones’는 유리스믹스의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의 베이스라인을 재해석하면서도 날카로운 가성을 덧입혀 본인만의 색채를 뚜렷하게 새긴다. 성공을 위해 복고 트렌드를 이용은 하되 결코 몰개성적으로 휩쓸리지는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 Crash >는 그의 지난 음악 세계를 집대성하는 요약본이기도 하다. 데뷔작 < True Romance >의 어두움을 흡수한 ‘Lighting’에서는 완전히 체화된 하이퍼 팝의 리듬을 발견할 수 있다. 끈적한 1980년대풍 베이스의 ‘Yuck’으로는 사랑에 흠뻑 취한 가사를 그려내며 2014년 히트곡 ‘Boom clap’의 달콤한 추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스스로가 거쳐온 자취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뮤지션만이 만들 수 있는 커리어 1막의 훌륭한 피날레다.

명성을 안겨다 준 하이퍼팝에 ‘죽음’을 선포하며 시체가 놓인 관을 두고 군무를 췄던 ‘Good ones’의 뮤직비디오처럼, 찰리 XCX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거대 자본의 기회를 전격 활용해 소박한 마이너 스타로 만족하기보다 타락한 팝의 하수인으로 부활하기를 택했다. 타협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온 방면에서 끌어모은 노력은 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함께 첫 번째 영국 앨범차트 1위라는 영예를 그에게 안겼다. 거래는 성공했고, 장례식은 축제가 되었다.

– 수록곡 –
1. Crash (추천)
2. New shapes (Feat. Christine and the Queens & Caroline Polachek)
3. Good ones (추천)
4. Constant repeat
5. Beg for you (Feat. Rina Sawayama)
6. Move me
7. Baby (추천)
8. Lightning (추천)

9. Every rule
10. Yuck (추천)
11. Used to know me
12. Tw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