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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나티(BIG Naughty) ‘Lovey Dovey’ (Feat. 미노이) (2022)

평가: 2.5/5

차트 상위권에 오른 ‘정이라고 하자’의 뒤를 이어 2주 만에 발매한 신곡이다. 다음달로 발매가 예정된 미니 앨범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한 착실한 전략이다. ”낭만’ 커밍 순!’이라고 짧고 굵게 적힌 소개 멘트에서는 2003년생 어린 래퍼의 들뜬 마음도 드러난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커버처럼 노래 또한 선선한 공기를 내뿜으며 낭만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다만 다소 정적인 비트와 건조한 훅이 생동감을 메마르게 하는 사이 미노이에게 금세 존재감을 빼앗기고 만다. 스타일의 확장을 위한 이유 있는 변화지만 욕심을 많이 덜어낸 탓에 필요 이상으로 밋밋해졌다. 신보에 대한 기대는 정공법인 싱잉 랩으로 박차를 가한 비사이드 트랙 ‘밴쿠버’에 양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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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살리아(Rosalía) ‘Motomami’ (2022)

평가: 4/5

단단한 오토바이 헬멧을 쓴 머리와 국소 부위만을 가린 나체의 몸이 이루는 대비가 곧 음악을 대변한다. 신보의 제목으로 바이크를 뜻하는 ‘Moto’와 어머니를 가리키는 ‘Mami’의 합성어를 내건 스페인 출신의 가수 로살리아는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세계를 통합한다. 온갖 요소가 어우러진 혼돈 속의 아름다움이다.

끊임없이 몸을 뒤틀며 < Motomami >는 전작 < El Mal Querer >에 의해 이미 희미해진 고전과 현대의 경계를 완전히 파괴한다. 절반 가까이 아카펠라로 채운 플라멩코 ‘Bulerias’와 역동적인 레게톤 리듬에 ‘치킨 데리야키’를 훅으로 투척하는 ‘Chicken teriyaki’가 대표적이다. 전통과 트렌드, 자전적 이야기와 도발적인 언어, 차분함과 공격적인 태도가 혼재한 예측불가능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기존의 관습은 자연스레 무너지고 만다.

다층적인 구조는 곡 단위로도 드러난다. 가냘픈 피아노에 일본 성인 만화를 키워드로 한 ‘Hentai’는 말미에 총격을 복제한 드럼 머신 사운드를 갑작스레 등장시켜 쾌락의 순간에 폭력의 역전극을 덧씌운다. 반대로 ‘Cuuuuuuuuuute’의 애절한 브릿지는 기계적인 비트 사이로 순간적인 인간성을 부여한다. 복잡한 전개 속 산만함의 여지를 차단하는 무기는 역시 목소리. 랩과 가창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보컬이 전반을 아우르며 다양한 스타일과 메시지를 질서 있게 묶어낸다.

첫 트랙 ‘Saoko’에서 선포한 거듭되는 변신과 탈피의 근거는 팝스타의 유한성을 쓸쓸하게 토로하며 음반을 매듭짓는 ‘Sakura’의 마지막에서 찾을 수 있다. 단서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에 불은 아름답다’는 가사다. 일찌감치 끝을 직시한 젊은 아티스트는 망설이며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화려하게 타오르는 길을 선택한다. 계속되는 과감하고 실험적인 행보의 불씨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방향은 전진을 가리키지만 뿌리는 과거에 존재한다. ‘Motomami’, 유년기 친구들이 공유하던 이름이자 바이크를 타고 다니던 어머니의 모습을 나타내는 단어다. 지난날의 추억은 아티스트의 철학이 되어 하나의 음반으로 귀결된다. 뒤돌아본 개인의 역사에 미래가 있었고, 이 둘을 연결 지으니 현재가 되었다. 더 이상의 수식어는 불필요하다. < Motomami >는 바로 지금 로살리아의 음악이다.

– 수록곡 –
1. Saoko
2. Candy
3. La fama (Feat. The Weeknd)
4. Bulerías
5. Chicken teriyaki
6. Hentai
7. Bizcochito
8. G3 n15
9. Motomami
10. Diablo
11. Delirio de grandeza
12. Cuuuuuuuuuute
13. Como un g
14. Abcdefg
15. La combi Versace (Feat. Tokischa)
16. Sak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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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시스(Foxes) ‘The Kick'(2022)

평가: 3/5

그래미 수상까지 성공한 제드와의 히트곡 ‘Clarity’의 복사본만을 요구하던 소속사에 염증을 느낀 뮤지션은 2016년을 기점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자취를 감췄다. 대중의 관심 너머에서 그는 온전히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일에 몰두했고, 작년 말 따스한 피아노 팝을 담은 EP < Friends In The Corner >로 얼어붙은 커리어의 해빙을 알렸다. 예열에 마침표를 찍으며 6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작 < The Kick >은 제목처럼 다시 음악계로 들어오려는 폭시스의 날카로운 ‘킥’이다.

음반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정점에서부터 시작한다. 반짝거리는 클럽의 조명 속에 열기를 한껏 발산하는 첫 트랙 ‘Sister Ray’, 천천히 화음을 쌓다 일순간에 1980년대 록 공연장으로 낙하하는 ‘Growing on me’가 강렬한 충격을 날린다.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본연의 내향적인 면모를 잠시 감춰둔 채 완전한 ‘팝스타’의 자세로 담대하게 나선 모습이다.

영리한 구성 덕분에 40분의 러닝타임은 더욱 팽팽해진다. A 사이드가 단번에 각인될 훅을 제시한다면 ‘Absolute’를 필두로 한 B 사이드는 부드럽게 멜로디를 펼치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찰나의 휘발성에만 의존하는 인스턴트 상품이 아니라는 표시다. 동시에 자칫 늘어질 여지가 보이는 순간에는 성대한 코러스를 품은 ‘Forgive yourself’로 꾸준한 집중을 유도하는 설계가 돋보인다.


작업기간 동안 들은 고전 명반으로 뷰욕의 < Debut >을 언급하며 균형 잡힌 구조를 주 매력으로 지목한 아티스트는 기성 세대의 문법에 맞춰 두 곡의 느린 발라드를 수록했다. 감속에 주저하는 현 세대 뮤지션들 사이 차별성을 갖추지만 음반의 전개 면에서는 급격한 제동을 건다는 점에서 일장일단의 전략이다. 작품 단위 완결성과 개성의 중간지대를 찾아내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데뷔 초나 지금이나 여전히 폭시스에게는 선례가 많다. 코로나19의 답답함을 복고풍 댄스로 해소한다는 기획은 이미 하나의 공식이 되었으며 사운드의 질감에서는 칼리 래 젭슨, 인디로의 전향이라는 행보까지 보면 로빈이 강하게 겹쳐 보인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변신을 감행하면서 음악의 완성도까지 잡아낸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이다. 트렌드의 흐름을 뒤쫓으려는 후발주자들에게 < The Kick >은 분명 참고해야 할 기준점이 될 것이다.

– 수록곡 –
1. Sister Ray
2. The kick
3. Growing on me
4. Potential
5. Dance magic
6. Body suit
7. Absolute
8. Two kinds of silence
9. Forgive yourself
10. Gentleman
11. Sky love
12. Too much col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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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SURL) ‘한바퀴’ (2022)

평가: 3/5

첫 번째 정규 앨범 < Of Us >의 발표를 앞두고 공개한 싱글인 만큼 브릿팝과 슈게이징을 비롯한 이전까지의 주된 레퍼런스를 유지했다. 변화는 가사에서 감지된다. 삭막한 현실에 체념하거나 아예 도피를 떠나던 밴드는 이제 캄캄한 방 안에서도 환상의 달나라를 꿈꾸는 법을 배웠고, 허탈하게 들리던 목소리에는 어느덧 희망의 달빛이 감돌고 있다.

2030세대의 시대정신이 된 우울과 공허함을 어루만지는 가사와 몽롱한 기타 톤의 조합에서 피어난 기시감은 아직까지 자욱하다. 그러나 정규작이라는 도약의 시점에서 억지로 뽐내기보다 오히려 더욱 소박하게 갖춘 자세가 설이 갖춘 장기적인 안목을 드러낸다. 계속해서 이어질 밴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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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Love Sux’ (2022)

평가: 3.5/5

다사다난한 2010년대였다. 근본적 역량을 의심케 한 < Goodbye Lullaby >, 방향성의 부재 속 혼란스러웠던 < Avril Lavigne > 이후 에이브릴 라빈은 < Head Above Water >와 함께 수면 깊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법.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윌로우 등을 주축으로 팝 펑크가 신세대의 선택을 받으며 귀환에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

< Love Sux >의 전례 없이 공격적인 태도는 철저한 환경 분석과 자기 점검의 결과다. 갈수록 음악을 짧게 소비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열 두 트랙을 34분의 러닝타임에 담았고 라임병 투병 이후 생겨난 비음을 감추기 위해 보컬의 폭발력을 키웠다. 첫 트랙 ‘Cannonball’부터 ‘Bois lie’, ‘Bite me’까지 이어지는 초반부의 흐름이 이러한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속도감을 미덕으로 삼고 있지만 질주에만 급한 것은 아니다. 템포를 잠시 낮춰 피로감을 해소하는 ‘Love it when you hate me’, 규모의 확장으로 입체성을 더하는 ‘Avalanche’는 정밀한 음반 단위의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유일한 발라드 ‘Dare to love me’가 피아노로 시작해 끝내 기타 록의 형식으로 돌아오는 것도 마찬가지. 과거 미흡사항으로 지적 받았던 트랙 간 연결성을 보완하며 보다 큰 그림을 그려냈다.

화려한 참여진에도 아티스트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하다. 트래비스 바커의 드럼 연주가 자칫 블링크 182를 떠오르게 하나 귀를 강타하는 에이브릴 라빈 표 멜로디는 음악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하고, 여전히 생기를 머금은 목소리는 피처링으로 참여한 머신 건 켈리와 블랙베어에게 결코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다. 계보상으로 앨라니스 모리셋을 비롯한 여성 얼터너티브 록커의 후손에 가깝지만 이런 출중한 소화력은 그가 팝 펑크 장르의 아이콘이 된 것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운이 많이 따랐다. 지원 세력도 든든하다. 그럼에도 < Love Sux >를 매력적인 작품으로 만든 핵심 요인은 하고 싶은 음악과 해야 하는 음악 사이 중간점을 찾아낸 뮤지션의 날카로운 계산이다. 성숙해져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 본인의 강점에 집중하니 비로소 노련미를 얻어냈다. ‘팝 펑크 프린세스’에서 ‘팝 펑크 대모’로의 행보, 희망찬 시작이다.

-수록곡-
1. Cannonball 
2. Bois lie (Feat. Machine Gun Kelly)
3. Bite me 
4. Love it when you hate me (Feat. Blackbear) 
5. Love sux
6. Kiss me like the world is ending
7. Avalanche
8. Déjà vu
9. F.u.
10. All I wanted (Feat. Mark Hoppus)
11. Dare to love me
12. Break of a hearta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