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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치즈(Cheeze) ‘잘 자, 안녕’ (2020)

평가: 3/5

계절성을 반영한 따뜻한 어레인지와 ‘코’시국에 어울리는 위로의 메시지. 빛바랜 전축 효과음과 차임벨을 대신하는 건반, 재지한 기타가 한국형 캐럴에 안성맞춤이다. 억지 위로 없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주겠노라 속삭이는 치즈의 보컬이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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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ingle Single

저스틴 비버, 베니 블랑코(Justin Bieber, Benny Blanco) ‘Lonely’ (2020)

평가: 3/5

메시지는 짧을수록 강렬하다. 2분 30초 동안 그간 짊어왔던 스타로서의 무게를 담담히 풀어놓는 저스틴 비버. 스타의 ‘불행한’ 과거는 대중문화의 클리셰이나, 베니 블랑코, 피니어스가 주조한 물기 어린 건반 반주가 보컬의 호소력에 힘을 실어 노래에 소위 ‘진심’이라는 신기루를 덧대었다. 여기에 선명하지 않은 건반 소리와 안개처럼 옅게 깔린 효과음이 가사 속 아득한 과거를 효과적으로 그리니 비버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Lonely’는 저스틴 비버의 회고록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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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소금, 오혁(Sogumm, OhHyuk) ‘야유회’ (2020)

평가: 3.5/5

‘내 입맛’부터 소금이 지속적으로 전해온 메시지는 ‘악플 금지’다. 평범한 한 인간임을 호소하며 그간 받아온 상처를 풀어놓았던 그의 솔직한 가사는 ‘야유회’에서 제법 위트 있는 코러스로 바뀌었다.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엄마 아빠 앞에서’라니. 일차원적이나 매우 효과적인 마법의 문장이다.

부모님 소환으로 모든 걸 일축해버린 단순한 가사는 낯섦으로 가득한 음악에 고명 같은 존재다. 월드 뮤직처럼 생경한 1, 2절의 퍼커션과 프리 코러스를 이끄는 날 선 양철 소리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심도 있는 표현과 어려운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온다고 생각해보라. 우리는 그 어느 것에도 집중하기 힘들었을 테다. 사이키델릭한 후반부까지 생각해보면 압축적인 가사는 신의 한 수인 셈이다.

그렇다고 요즈음의 음악과 동떨어진 괴상한 음악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당장 카페, 편집숍에서 흘러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로파이한 사운드와 펑키한 기타 리프가 귀를 거스르지 않는 편안함을 추구한다. 여기에 나른함의 대명사 소금과 오혁이 만났으니 ‘야유회’의 분위기는 안 봐도 비디오다. 좋은 멜로디는 좋은 노래의 필요조건이므로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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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유아 (오마이걸) ‘Bon Voyage’ (2020)

평가: 3.5/5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갈망. < Bon Voyage >는 이 같은 작금의 절망에 대한 돌파구로 원시성을 제시한다. 숲, 자유, 하늘, 달 등 각종 자연물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가득한 앨범은 인간 사회, 정확히 말하자면 바벨탑을 쌓은 오만한 인간 사회를 경계하는 듯하다.

대자연을 기리듯 월드 뮤직의 요소로 무장한 ‘숲의 아이’는 도시의 유아가 열망하는 세계를 그린다. 노래에 울려 퍼지는 풀피리 소리와 아프리칸 부족의 가창을 따온 백 코러스가 자연의 이미지를 환기하는데, 이는 도시에서의 삶을 대표하는 디스코 트랙 ‘Diver’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1970년대의 도시 음악에 기반해 일렉 기타 스트로크로부터 펑크(Funk), 리듬 앤 블루스의 록킹한 속성까지 가져간 ‘Diver’는 비지스의 노래 가사를 인용하며 장르적 오마주를 꾀한다. 여기에 딥 하우스 장르의 ‘자각몽 (Abracadabra)’까지 이어지는 신스 베이스는 인위와 자연이 보다 선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앨범에 이처럼 뚜렷한 서사가 담길 수 있었던 건 유아의 영민한 콘셉트 해석력 덕분이다. ‘Far’와 ‘Diver’, ‘자각몽’에서 도시의 이방인을 자처한 그는 성숙한 보컬로 완급조절을 해가며 소위 ‘요즈음’의 노래를 부른다. 반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숲을 가로 지를 때(‘숲의 아이’)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 그곳으로 돌아가리라 다짐할 때(‘End Of Story’) 유아는 기교를 덜어내고 곧게 뻗어 나가는 맑은 목소리로 작품의 시작과 끝을 알린다. 특히 ‘숲의 아이’의 백 코러스를 지휘하는 그의 목소리에선 모종의 힘까지 느껴지며 아레나 팝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훌륭한 콘셉트 앨범이다. 문화 전유 논란에서 자유롭진 않으나, 작품 자체의 짜임새는 견고하다.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트렌드, 작금의 세태를 고려한 앨범 기획과 제작 단계부터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실현한 실행 단계까지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다는 말이다. 케이팝의 종합 예술적 성격을 고려하면 < Bon Voyage >는 장르가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결과다.

– 수록곡 –
1. 숲의 아이 (Bon voyage)
2. 날 찾아서 (Far)
3. Diver
4. 자각몽 (Abracadabra)
5. End of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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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 박지민(Jamie) ‘Numbers (Feat. 창모)’ (2020)

평가: 2.5/5

팝 알앤비 보컬이 빛을 발한다. 반복되는 코드 진행에도 제이미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창법과 보컬 톤이 지루함을 상쇄한다. 노래 후반부 코러스에서는 훌륭한 디바의 재능을 가감 없이 펼치니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다. 그뿐만이 아니다. 창모 파트 뒤에 등장하는 그의 짧은 래핑은 맛보기로 끝나기엔 너무나 아쉬울 정도.

문제는 노래의 레퍼런스가 명백하다는 것이다. 멀리는 브렌다 러셀의 ‘A little bit of love’, 가까이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The way’와 데미 로바토의 ‘Sorry not sorry’까지. 곡의 중심을 이루는 건반 리프가 신스로 대체되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너무나 아쉬운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