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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 ‘Follow you’ (2021)

평가: 1/5

이매진 드래곤스의 수장 댄 레이놀즈의 환희에 가득 찬 목소리를 들어보라. 넘치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볼크먼(댄의 아내) 교’ 소속 ‘댄 콰이어’를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성스러운 오르간 반주에 맞춰 “당신과 지구 끝까지 함께하겠다”라며 아내와의 재결합을 찬양하는 그의 목소리는 익살스러움을 넘어 짜증 나기까지 한다. 천상의 오르간 사운드가 신시사이저로 대체되는 순간을 제외하면 다소 과장되고 유치한 이매진 드래곤스 표 사랑의 세레나데에 불과한 곡. 뭐, 그런들 어떠하랴. 사랑이 최고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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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웨이브스(Pale Waves) ‘Who Am I?’ (2021)

평가: 3/5

영국의 뉴 웨이브/신스팝 신생 밴드 페일 웨이브스가 돌연 미국의 2000년대 팝 록 시장을 탐미하기 시작했다. 더티 히트 레이블에서 1975를 이을 차기 그룹으로 부상하던 이들이 북미 대륙으로, 정확히는 캐나다 출신의 펑크 키드 에이브릴 라빈에게로 눈을 돌린 데는 리더 헤더의 영향이 크다.

1995년생 헤더 바론 그레이시는 ‘뿌리 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히어로였던 에이브릴 라빈을 소환한다. 첫 번째 트랙 ‘Change’부터 펑크 프린세스의 목소리를 빌려온 그는 ‘My happy ending’에 < Let Go >의 어쿠스틱 기타, 퍼커션 조합을 덧대 에이브릴 라빈이 걸어온 약 10년까지의 종적을 크게 훑는다. 라빈을 ‘갓빈’으로 묘사한 ‘She’s my religion’이나 원작과 노래 제목이 정확히 일치하는 트랙 ‘Tomorrow’와 ‘Wish u were here’가 연이어 배치된 점은 말해 무엇하랴. 게다가 앨범 커버를 보라. 무심하게 지나치는 멤버들 사이에서 고고히 서 있는 헤더의 모습은 에이브릴 라빈 그 자체가 아닌가!

앨범은 에이브릴 라빈을 필두로 2000년대 팝 록 스타일의 틴 팝 계보를 차례로 소환한다. 힐러리 더프의 앳된 목소리가 당장이라도 ‘어제처럼!’을 외칠 것만 같은 ‘Fall to pieces’의 도입부나 미셸 브런치의 직관적인 멜로디와 하이틴 감성이 담긴 팝 펑크 트랙 ‘Tomorrow’는 20년 전 아이팟에서나 흘러나올 법하다. 디즈니 채널을 즐겨봤던 90년대생 어른이들이라면 ‘You don’t own me’에서 조 조나스를 뒤돌아보게 만든 데미 로바토의 열창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정말로.

그렇다 해도 페일 웨이브스는 어쩔 수 없는 영국 출신 밴드다. ‘Easy’가 아무리 헤더의 에이브릴 라빈 모창과 어쿠스틱 기타, 파워 발라드 스타일의 드럼 키트가 연주하는 < Let Go >의 10대 감성으로 점철되어 있더라도, 신스팝 밴드의 훅 메이킹 센스는 그대로 드러난다. ‘She’s my religion’ 역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팝 시장을 장악한 영국의 모던록/브릿팝 밴드들의 여린 기타 리프 라인과 마이너한 멜로디가 코러스에 녹아있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로, 약 20년의 장르적 시간을 단번에 뛰어넘었음에도 < Who Am I? >가 단순 모작이 아닌 밴드의 정규 앨범일 수 있는 데는 프로듀서 리치 코스티의 공이 크다. 뮤즈, 푸 파이터스, 포스터 더 피플 등과 작업해온 그는 밴드의 전작 < My Mind Makes Noises >이 주는 육중한 비트감과 흩뿌려지는 듯한 공간감을 보존하면서 신시사이저의 비중을 줄이고 장르적 특색을 위해 드럼의 쇳소리를 강화했다. ‘진짜’ (팝)펑크 앨범처럼 보이게끔 말이다.

지난 몇 년간 틴 팝과 이모, 팝 펑크가 짧게 타오르고 소멸한 그 시대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으나, 대부분 단발성이었다. 이모 힙합은 여전히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유의미한 성과로는 머신 건 켈리의 앨범 차트 1위 성적뿐이다. 신의 리바이벌이 적극적으로 도모되지 않는 환경엔 아마도 ‘저항정신’과 ‘마초이즘’을 대표하는 펑크(Punk)와 록을 10대 애들이나 듣는 말랑한 틴 팝 따위로 ‘변질’ 시킨 아티스트들에 대한 평론계의 은근한 적개심도 작용했으리라. 그러나 페일 웨이브스는 이 시대를 전면에 내걸고 앨범 한 장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흐름에 부합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 Who Am I? >는 1975의 그늘에서 벗어나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뿌리를 발견해나가는 과정, 즉 밴드의 성장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헤더의 선언에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나의 히어로 또한 ‘가짜’ 펑크 키드 에이브릴 라빈이라고.

– 수록곡 –
1. Change 
2. Fall to Pieces
3. She’s My Religion 
4. Easy 
5. Wish U Were Here
6. Tomorrow
7. You Don’t Own Me
8. I Just Needed You
9. Odd Ones Out
10. Run To 
11. Who Am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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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룰즈(House Rulez) ‘숨 (Feat. 릴리(Lily))’ (2021)

평가: 2.5/5

2000년대의 노스탤지어를 담은 ‘숨’. 트렌드의 최전선을 달리던 하우스 룰즈가 과거의 영광을 포착한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온몸으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던, 그룹의 전성기와도 같은 그때이기에. 굴곡 없이 편안하게 흐르는 멜로디와 릴리의 팝 보컬에 그만 눈을 감고 과거를 회상할 정도로 노래는 안정 지향적이다.

이지 리스닝에 초점을 맞춘 ‘숨’에는 그만큼 어떠한 굴곡도, 변주도 없다. 직전까지 보여준 이들의 트랜디함, 예를 들어 디스코와 케이팝 색채를 한 데 버무린 누 디스코 장르의 ‘Bring it back’이나 리얼 세션의 로맨스를 보여준 라운지 뮤직 ‘Tic Tok’같은 센스는 다소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

하우스 룰즈는 자신들의 장기를 모두 내려놓고는 모난 곳 없이 마냥 따뜻한 음악을 세상에 툭 던졌다. 구성은 아쉽지만, 단조로움이 주는 미덕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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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Little forest’ (2021)

평가: 3/5

어른이 되면 모두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되는 줄만 알았건만. 크고 작은 마음의 생채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만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건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다. 짙은의 ‘Little forest’는 삶의 도피처를 찾는 ‘어른아이’들을 위한 그리고 동명의 영화 속 주인공 ‘혜원’을 위한 노래다.

건조하게 메말라버린 혜원의 마음을 대변하는 단출한 통기타 반주와 무던히 가사를 읊는 목소리가 슬프다. 그럼에도 추운 겨울을 견디며 봄을 기다리는 혜원처럼 짙은은 따뜻한 멜로디의 포크 사운드로 삶의 이야기를 담는다. 짙은의 음악은 그렇다. 모던하고 토속적이며 춥지만 따스하다. ‘내 감정들 중 어떤 것들은 어린 시절에 두고 와 버린 듯’ 길을 잃은 수많은 혜원이 ‘Little forest’를 통해 안식처를 찾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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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슈타인(Wonstein) ‘X (Butterfly)’ (2020)

평가: 3/5

안개처럼 뿌연 건반의 몽롱한 멜로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원슈타인의 자조적인 가사에 동화되고 만다. 어느 듀오의 늦은 20대 고백처럼 어중이떠중이들의 ‘노답’ 인생이 가감 없이 기록된 일기장에 그만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군계일학이 아닌 군학일계를 자처하는 그의 음악에 크게 특별한 점은 없다. 몽중몽을 암시하듯 꿈만 같은 드림 팝 사운드와 단조로운 8비트 드럼엔 한 루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득할 뿐. 부와 명예(혹은 ‘플렉스’라는 단어)로 치부를 감추는 대신 정면 돌파하는 그의 강단 있는 목소리도, 그의 첫 도약을 축복하듯 흩뿌려지는 브라스 소리도 특별하지 않다. 그의 음악은 특별하지 않은 우리의 삶 자체다.

감응. 음악이 가진 힘. 원슈타인은 자기표현의 수단으로서 음악을 철저히 이용했고 또 우리에게 그만큼 자신을 허락했다. ‘선입견 속으로 뛰어들어 긍정을 널리 퍼트리는’ 그에게 No dab보단 No doubt가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