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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유열 인터뷰

음악부터 영화까지, 2019년의 젊은 세대들에게 복고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패션, 음악, 영상 등 ‘옛 것’을 꺼내고 동시에 재해석한다. 8월 28일 개봉한 영화 < 유열의 음악앨범 >도 그 복고 열풍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콘텐츠. 하지만 영화 < 유열의 음악앨범 >이 있기 전에,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이 있었다.

1986년 제10회 대학가요제에서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유열은 이후 ‘이별이래’, ‘가을비’ 등의 히트곡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확실히 각인한 건 1994년 KBS 라디오 ‘음악앨범’의 DJ가 되면서부터다. 2007년 4월 마이크를 놓기까지, 대중은 재치 있는 언변과 감미로운 목소리로 13년 동안 아침을 열었던 유열의 목소리에 울고 웃었다. 그 목소리의 향수가 < 유열의 음악앨범 >으로 다시 살아났고, 잠들었던 가수 역시 8월 ‘내 하나뿐인 그대’를 발표하며 복귀를 알렸다.

여전한 청춘을 살고있는 그 시절의 DJ, 유열을 만났다. 누구보다 뜨거웠고 투명했던 ‘순수’가 유열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냈다.

< 유열의 음악앨범 >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기분이 어떤가. 
차분하죠. 새로운 시간들 같아요. 

어떤 의미에서 그런지
한동안 쉼의 시간이 넉넉하게 있었고, 그 쉬는 시간 동안 많은 걸 돌아봤습니다. < 유열의 음악밸범 >은 아주 큰 선물이죠. ‘내 하나뿐인 그대’ 녹음이 끝나고 매일 매일 새로운 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였습니다. 좋은 일도 마찬가지고 힘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과정에서 분명히 배우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유열의 음악앨범 > 영화화 소식은 언제 처음 들었나. 
작년 봄이었습니다. 놀랐죠.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감사했습니다. 동시에 그 시간이 영화로 담긴다는 게 의미 깊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도 < 유열의 음악앨범 > 작가였던 이숙연 작가였던 터라 스토리를 자세히 보기도 전에 믿음부터 갔습니다. 라디오가 배경이 된 영화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시나리오 속 곳곳에 그 요소가 녹아 들어가 있는 영화는 처음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유열이 생각하는 < 유열의 음악앨범 > 핵심은 무엇인가? 
영화 속 한 장면을 볼까요. 주인공 현우(정해인 분)가 친구와 싸운뒤 은자(김국희 분)의 수제비집을 갑니다. 나중에 미수(김고은 분)은자가 미수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면서 혼잣말하듯이 “내가 저를 믿는다고 했었대. 나는 기억도 잘 못 하는데.”라는 대사를 남기죠. 그 장면을 보며 ‘사랑도, 사람도 믿음으로 세워진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사람이 믿어준다는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요.

개인적으로 영화 감상평을 남겨본다면. 
여백이 많고 대사가 함축 되어있는 모습이 좋더라구요. 스토리가 중간중간 빠르게 전환되는 데, 어떤 분들께서는 몰입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힘을 다 빼고 그 중간 중간 여백을 보고 있자니 참 좋았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많은 것을 찾을 수 있는 영화랄까요. 막 가져다주지는 않는 작품이지요. (웃음)

배우들도 연기를 너무 잘했고, 영화 음악도 효과적으로 잘 배치됐다. 
극에 ‘처음사랑’이 나오는데요, 전혀 의견 준 적이 없었습니다(웃음). 어느 날 영화사에서 저의 곡을 넣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 곡이 ‘처음사랑’이라 너무 기대됐어요.

사실 ‘처음사랑’이 수록된 5집 < 처음 사랑 >은 히트한 앨범이 아닌데. 
맞습니다. 곡은 너무 좋은데, 저의 노래는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발라드임에도 박자를 쪼개서 불러야 하는 곡인데 그게 잘 안돼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노랫말도 좋고 아련한 곡입니다. 영화 속 장면이 마치 ‘처음사랑’의 뮤직비디오처럼 느껴지는 게 너무 좋았어요. 

지금까지 녹음한 곡 중 ‘내 인생의 3곡’을 꼽아줄 수 있나.
역시 데뷔곡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와, 1집의 ‘이별이래’, 마지막으로는 이번에 발매된 ‘내 하나뿐인 그대’입니다. 앞의 두 곡은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톤의 유열 노래에요. 너무 감정에 몰입하지 않고 약간은 드라이하게, 그러면서도 절묘하게 감정을 잘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전성기 시절 ‘이별이래’를 부르는 유열의 모습을 TV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대학가요제로 대스타가 되어서 갑자기 주목받고, 1집도 가요 톱텐 1위까지 갔는데 모든 게 너무 놀라운 일들 속에서도 마냥 행복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감정적으로는 몇 년간 만났던 첫사랑을 유학 보낸 이후였기 때문에 완전히 충만한 기쁨은 아니었습니다. 굉장히 바빴기 때문에 그 일을 생각을 못 했던 것뿐이지 심적으로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웃음)

영화 마지막 장면에 실제로 등장한다. 너무 늦게 나왔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제목이 < 유열의 음악앨범 >이었고 그 내용도 라디오가 주가 되었잖습니까. 감춰졌다 드러난 느낌이라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소리도 많이 나왔으니 만족합니다. (웃음)

< 유열의 음악앨범 >에서 유열이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은자의 수제비집에서 미수가 오랜만에 은자가 만들어준 빵을 먹으면서 현우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혼자서 미수가 현우와 자취하던 자취방 골목길을 찾아가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불 꺼진 골목길 집까지 혼자 걸어가는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젊은 날에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민 없이 말하고, 그것을 수습하던 시간이 있잖아요. 그런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기분이었습니다. 

한동안 공백기가 있었고 성대 문제로 고충도 겪었다. 
저뿐만 아니라 아내 역시 고난이라는 포장에 담긴 축복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됐어요. 가볍게는 일상을 발견하는 것부터 출발해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보고, 감사의 눈을 뜨게 해주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 유열의 음악앨범 > 영화 소식도 있고, 앨범도 녹음하게 되면서 매일 매일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일을 너그럽게 바라보고, 기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그것 너머의 일을 생각하게 된 시각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 아내에게 영화화 소식이 더욱 남달랐을텐데.
“참 좋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터뷰를 나누던 유열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회상하며 “청춘이란 무슨 말이냐. 연령대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 강조했다. “청춘은 내 마음속에 희망,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거를 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면 여전히 청춘이에요. 나이가 어려도 그런 시간을 살고 있지 못하면, 그건 청춘이 아니죠..” 

< 유열의 음악앨범 >을 통해 과거의 흔적이 돌아온다고 느꼈나?
2007년 마지막 방송 때 클로징 멘트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은 우리가 미래를 사는 소중한 빛이 될 거다” 영화 개봉 후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서야 알겠다고.. ‘음악앨범’을 통해 함께 시간을 나눴고,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되었던 거죠.

라디오 프로그램을 그만둔다고 말한 후 한 달 동안 청취자들이 쏟아냈던 말이 있습니다. 너무 기쁘고, 힘이 됐다는 말에 감동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남는 말은 ‘감사’였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흐뭇하게 각 장면을 보며 각자의 삶을 회상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마지막 방송에서의 언어를 기억하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진심이 있는 시간들만 살아있는 시간들’이라는 이야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서로 나누는 마음, 통하는 마음들이 있으면 그 시간은 굉장히 살아있는 시간이 됩니다. 이기적인 시간은 죽은 시간이더라구요.

< 유열의 음악앨범 >이 유열에게 컴백이 아닌, 리뉴얼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향후 계획하고 있는 음악 활동이 있다면.
어느 날 그런 글을 쓰게 됐어요. 삶에 대해 고민할 때도 나에 대한 몰입에서 벗어나서 하나님의 드넓은 자유 속으로 시선을 확장하게 해달라고… 그래서 조금 더 진심으로 나누는 노래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내 하나뿐인 그대’도 그런 마음으로 노래했습니다. 저도 제 노래가 사랑스러웠어요. 

앞으로는 가스펠 앨범도 내보고 싶어요. 무대를 대하는 태도, 노래를 부르는 태도와 시선이 달라져 가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내 뒤에 남은 삶의 시간도 어떻게 하면 잘 나눈 삶이 될까,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방송도 언제쯤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기준으로 선택하게 될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유열과 유희열을 구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웃음). 제가 언젠가 또 라디오를 하게 된다면, 유희열 아닌 ‘유열’이 하는 라디오는 어떨까 궁금해서라도 반갑게 들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 : 임진모, 조지현, 손기호
사진 : 김도헌
정리 :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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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희 ‘우리 사랑은 여름이었지'(2019)

평가: 3.5/5

낱말을 꾹꾹 눌러 담지 않아도 그 진심이 와닿는 노래가 있다. 밴드 경연 프로그램 ‘TOP 밴드’에서 주목받은 ‘하비누아주’의 피아니스트 전진희의 정규 2집 <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가 그렇다.

피아니스트인 동시에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담백한 피아노 연주에 짧은 노랫말을 담았다. 더운 여름이 지나갈 무렵,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아픔을 제법 따뜻한 기운으로 노래한다.

연주로만 흘러가는 ‘나의 호수’로 앨범의 막을 연다. 적나라하게 들려오는 페달 밟는 소리로 잔잔한 호수의 물결을 연상시키고, 울적한 스트링 선율로 숨겨놓은 슬픈 자아를 분출한다.

그렇게 호수에 ‘물결’이 일렁이면 ‘아주 많은 것들이 나를 / 쥐고 흔들어대네 / 나의 고요했던 호수는 / 성난 파도가 치네’ 라는 노랫말로 고통 앞에서 평정심을 잃고 마는 이들에게 나지막이 공감의 위로를 건넨다.

몽롱한 피아노 소리와 담담하게 읊조리는 노래는 마지막 트랙인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까지 이어진다. 앨범은 삶의 우울과, 그것을 인정하며 나아지기까지의 과정을 노래한다. 음반의 진정성은 피아니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연주가 아닌 가사에 집중하며, 감정의 전달자 역할을 해낸다는 데에 있다.

지친 삶 속에서 행복할 자신이 없다고 노래하는 ‘자신 없는데’와, 형편없는 나의 하루와 달리 예쁘기만 한 달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는 ‘달이 예쁘네’ 또한 여전히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내가 싫어’라고 솔직히 고백하며, 간주에 피아노 연주를 더해 잠시 가사를 음미하게 한다. 유일하게 기타연주로 시작되는 ‘왜 울어’는 유지해오던 비관의 가사에 따뜻한 기타 선율이 더해져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심어준다.

무엇보다 앨범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품고 있지만, 이것이 지루함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되려 수록곡 내내 차분히 이어가는 감정을 방해하지 않으며 몰입도를 높인다.

때로는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 말해주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울적한 감정으로 시작해 결국엔 외면하고 싶은 감정을 마주하며 인정하는 단계에 머물기까지, 앨범은 청춘의 성장통을 조용히 담아냈다.

단출한 편곡임에도 음악에 힘을 싣는 건 솔직한 가사와 서툴지만 포근한 목소리. 그게 전부다.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라는 회상적 문장이 담아낸 서늘하고도 따뜻한 앨범이다.

– 수록곡 –
1. 나의 호수
2. 물결 (With 김훨) 
3. 자신없는데
4. 내가 싫어

5. 달이 예쁘네
6. 놓아주자 (With 이아립)
7. 모두가 너를 미워해도
8. 우리의 슬픔이 마주칠 때 (With 강아솔)
9. 왜 울어 (With 코듀로이)
10.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