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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ROSÉ) ‘On the ground’ (2021)

평가: 3/5

첫 솔로 데뷔작임에도 로제의 이미지를 분명히 한다. 파격적이고 에너제틱하던 블랙핑크와 달리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내 안에 있다’는 부드럽고도 강인한 메시지를 노래한다. 사운드가 이를 방증한다. 미니멀한 EDM 사운드에 어쿠스틱 악기를 더해 부드러운 공간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로제의 보컬이 한층 높은 완성도를 만든다. 안정적인 음역대와 노래에 맛을 더하는 표현력이 기대 이상이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는 1억 뷰를 넘어섰고,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43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외의 반응이 뜨겁다. 성과의 비결은 안이 아닌 바깥에 있다. 저스틴 비버의 프로듀서 조르겐 오데가드(Jorgen Odegard)와 해리 스타일스, 할시 등 팝스타들의 명곡에 참여한 에이미 알렌(Amy Allen)의 터치로 완연한 팝을 구사했다. 영어 가사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해외 시장을 조준한 곡에 블랙핑크의 유명도를 더하니 주목받는 것 역시 당연지사다.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었으니 시작이 좋다. 팝 시장에 무리 없이 안착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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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핑크 스웨츠(Pink Sweat$) ‘Pink Planet’ (2021)

평가: 3/5

미국의 R&B 싱어송라이터 핑크 스웨츠(Pink Sweat$)는 첫 시작부터 성공적이었다. 2019년 발매된 데뷔작이자 첫 번째 미니앨범 < Volume 1 EP >를 발매하자마자 수록곡인 ‘Honesty’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무려 4,589만 회를 기록,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에 입성하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 Pink Planet >은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그의 정체성인 분홍빛으로 사방이 칠해진 도시를 건설한다.

핑크 스웨츠는 이름처럼 분홍색 옷을 즐겨 입고,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 곳곳에도 분홍빛을 더한다. 언뜻 분홍색은 시각적 요소로 음악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단순히 캐릭터 구축을 위해 색채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세상은 너무 어둡다. 서로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상상해봐.“라고 이야기하듯, 핑크 스웨츠는 음악을 통해 자신이 받은 긍정적 에너지를 다시 표출하고자 한다. ‘너를 위해서라면 어떤 최악의 일도 한다’고 말하던 ‘At my worst’나 사랑을 믿지 못하는 연인에게 확신을 이야기하는 ‘Honesty’의 정서가 그렇다. 

앨범은 다양한 채도와 명도의 분홍빛 사이를 자유롭게 채색한다. 색깔의 확장이자, 역량의 증명이다. 세 장의 미니 앨범과 한 장의 정규 앨범 사이 간극은 좁아 보이지만, 분명 이전의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전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미묘한 변화가 핵심이다. 어쿠스틱 기타 기반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사운드 소스의 폭이 넓어졌다. 가벼운 질감의 오르간과 합창으로 가스펠과 알앤비를 적절히 조합해낸 ‘Pink city’가 그 예. 진득한 6/8박자의 전형적인 알앤비에 스트링을 더한 ‘Heaven’도 마찬가지다. ‘내가 너와 함께할 때 마치 천국같이 느껴져’라는 가사로 로맨스를 더한다. 

미니앨범 < The Prelude >에서 보였던 일렉트로닉 성향 또한 유지한다. 나지막한 속삭임이 담긴 ‘Interlude’로 분위기 전환을 유도한다. 강렬한 신시사이저가 시작을 알리는 ‘Beautiful life’, 그루브 있는 비트의 힙합 알앤비 ‘Pink money’‘, 묵직한 신스 베이스로 감각적인 리듬감을 선사하는 ‘Icy’는 따지자면 채도 짙은, 강렬한 분홍빛에 가깝다. 밝고 잔잔한 어쿠스틱에 한정되지 않고 본인의 색깔 안에서 영역을 넓혀간다.

기분 좋은 음향 사이로 그려내고자 하는 건 앞서 언급했듯 긍정의 언어, 분홍빛 에너지다. ‘When we are ninety-two, the same as seventeen(우리가 92살이 될 때에도, 17살일 때와 같을 거야).’라는 사랑의 순수가 담긴 ‘17’, ‘Just know forever, I’ll be there for you(이것만은 평생 알아줘, 내가 네 곁에 평생 있을 거라는 걸)’라는 고백의 ‘Lows’는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랑의 정의다. 잠시라도 마음 편히 사랑을 노래할 수 있는 핑크 스웨츠의 낙원이 바로 < Pink Planet >이다.

-수록곡-
1. Pink city
2. Heaven

3. Paradise
4. Magic
5. So sweet
6. Chains
7. Interlude
8. Beautiful life
9. Pink money

10. At my worst
11. 17
12. Lows

13. Not alright
14. Give it to me
15. Icy
16. Pink family
17. At my worst (Feat. Kehlani)
18. Hone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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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정재일 ‘Psalms’ (2021)

평가: 4/5

음악인 동시에 언어이고, 노래이지만 절규이며, 비극이자 눈물이다. 수많은 민중이 겪어낸 시대의 고통과 그 잔해, 빗발치는 총성에도 소리내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들의 아우성.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민주화 운동은 약 30년이 흐른 지금 정재일의 < Psalms >에서 다시 한번 재현된다. 21곡이라는 방대한 수록곡 안에서 우리는 그때의 슬픔을 귀로 듣고, 소리로 느낀다.

앨범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0년에 헌정하는 음악 ‘내 정은 청산이오’에 이어 장민승 작가와 함께한 시청각 프로젝트 ‘둥글게 둥글게(round and around)’에서부터 시작됐다. 1979년 부마민주항쟁과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거쳐,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아카이빙한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음악을 재구성한 것. 2020년의 정재일은 5.18의 현장에 철저히 뛰어들었으며, 이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기 위해 외면하고 싶은 역사를 기꺼이 용기 내 마주했다. 그렇게 태어난 < Psalms >는 ‘둥글게 둥글게(round and around)’와 달리 오롯이 ‘듣는 것’을 위한 결과물이나, 놀랍게도 상처의 파편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쓰라린 경험을 선사한다.

앨범의 흐름을 주도하는 건 시편의 기도문이다.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긴 책인 시편은 찬양, 기쁨, 좌절, 희망, 복수 등 다양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그는 ‘좌절’에 집중한다. ‘나를 사자 입에서 구하소서 / 주께서 내게 응락하시고 들소 뿔에서 구원하셨나이다(시편 22:21)’라는 비극으로부터 구원받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저희 손에 악특함이 있고 그 오른손에 뇌물이 가득하오나(시편 26:10)’라는 정권을 향한 증오, ‘여호와여 어찌하여 멀리 서시며 어찌하여 환난 때에 숨으시나이까(시편 10:1)’라는 신에 대한 원망. ‘내가 아프고 심히 구부러졌으며 종일토록 슬픈 중에 다니나이다(시편 38:6)’는 무기력한 절망까지. 당시의 처참한 심상을 시편(Psalms)을 통해 반추한다.

시편의 장과 절에 기반한 노래들은 합창단의 아카펠라와 정은혜의 구음(구강으로 기류만 통하게 하여 내는 소리)으로 구현된다. 노랫말은 희미하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구체적인 가사를 전달하기보다는 만트라처럼 계속해서 욀 수 있는 음악”이라는 취지 때문이다. 라틴어 기도를 차용해 알아듣기 어려운 노랫말과 울부짖음에 가까운 정은혜의 구음이 만나,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과거의 아픔을 극대화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소리는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처를 거친 손길로 쓰다듬고, 또 위로한다.

긴 러닝타임 속에서도 뚜렷한 서사를 지니고 있다. 절제된 아카펠라 ‘26.9’로 시작해 처절한 울부짖음과 꺽꺽대는 고통의 신음으로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드는 ‘be not depart from me’, 일렉트로닉의 굉음으로 암담한 공포의 현장이 연상되는 ‘Why do you stand afar’. 비극 속의 고요 ‘before the face of my foolishness’는 모두가 죽고 난 뒤의 난 뒤의 허탈함이 황망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모든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는 ‘memorare’는 앨범의 절정이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메모라레(memorare)’의 노랫말이 노래 내내 반복되며, 현악기의 웅장함이 그날의 사건을 다시금 우리에게 각인시킨다.

약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은 뒤틀린 역사의 기록이자 뼈아픈 기억의 산물이다. 수없이 들어온 과거의 아픔이 다양한 형태의 소리를 통해 눈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정재일은 듣는 음악을 넘어 보이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가 5.18을 기억하는 방법, 그날이 기록된 걸작이 탄생했다.

-수록곡-

1. 26.9
2. 22.21
3. 26.10
4. Be not depart from me
5. 10.1
6. Why do you stand afar
7. 6.7
8. Before the face of my foolishness
9. 30.10
10. 38.6
11. Remember
12. His days are like a passing shadow
13. 89.48 I
14. 144.4
15. 89.48 II
16. How brief life is
17. 38.22
18. 34.21
19. 38.8
20. Memorare
21. How frail the sons of man you have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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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권진아 ‘우리의 방식'(2021)

평가: 3/5

최근 여성 뮤지션들의 약진은 주로 인디 신에서 돋보였다. 굵직한 행보를 이어왔던 정밀아와 김사월이 양질의 앨범을 선보였고, 민수, 문선 같은 신인 인디 뮤지션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백지영, 린, 다비치 등 발라더가 주름잡던 2000년대 초, 중반과 달리 지금 음악 신의 흐름은 뒤바뀌고 있다. 이러한 동향 속에서 발라드 음반을 꾸준히 발매하는 권진아의 행보는 유독 돋보인다.

권진아의 중심은 바깥이 아닌 안을 향한다. 세상이 향하고 있는 방향, 대중이 원하는 음악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에 집중한다. 타고난 보편적 음악성이 대중을 사로잡으면서도, 동시에 큰 히트를 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뷔 이래 여러 유행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에도 고집 있게 자신의 정체성인 발라드와 알앤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정체는 2019년에 발매한 정규앨범 < 나의 모양 >.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발라드가 수록곡 대부분을 차지했다. < 우리의 방식 >은 그 스타일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본인의 색깔을 명확히 짚고자 한다.

조금 더 뚜렷해지고, 조금 더 깊어졌다.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브리티시 록 기반의 ‘우리의 방식’은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노래한다. ‘잘 가’는 토이(Toy)가 그랬던 것처럼 장면을 연상시키는 노랫말이 인상 깊다. 안테나 작곡가인 서동환이 편곡을 맡아 매끈하게 다듬어진 웰 메이드 발라드를 완성한다. ‘어른처럼’의 파트너를 죠지로 택한 것도 탁월하다. 둘의 절제된 알앤비 보컬은 떠나간 사랑에 대한 감정을 담담하게 마주한다.

음반의 의미는 ‘자생의 능력’에 있다. 소속사의 신뢰를 지지대 삼아 자신의 음악을 마음껏 펼치며, 유행에 올라타지 않고 굳건히 영역을 지킨다는 것이다. 권진아의 흔들림 없는 행보는 시대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색다른 감상을 선사한다. 그만의 방식으로 태어난 < 우리의 방식 >은 그 어떤 앨범보다도 ‘권진아스러운’ 음반이 되었다.

– 수록곡 –
1. 우리의 방식 
2. 잘가

3. 꽃말
4. You already have
5. 어른처럼 (With. 죠지) 
6.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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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PD ‘촌스러운 사랑노래 (By 요요미)’ (2021)

평가: 2/5

‘촌스러운 사랑노래’라는 이름과 달리 촌스럽지만은 않다. 정갈하게 정돈된 컨트리 사운드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요요미의 과하지 않은 트로트 창법이 절묘하게 맞물렸다. 그가 명명하길 이름하여 컨트롯(controt, 컨트리와 트로트의 합성어)이다. 무리 없이 듣기 좋다.

다만 ‘박진영PD’로서의 첫 커리어 작으로 기록하기에는 다소 평범하다. 컨트리의 기본이 되는 기타와 현악기(바이올린)의 사용, 여기에 더해진 한국스러운 그리움의 정서와 트로트의 애절한 꺾기.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적절히 조합시킨 정도에 그친다. 구(舊)와 신(新)세대의 통합이라는 과거의 차용으로써는 무난한 결과물이나, 프로듀싱의 새로운 역량이 돋보이지 않는다는 것. 80년대 유로 디스코 스타일의 ‘When we disco’와 90년대의 뉴 잭 스윙을 가져온 ‘나로 바꾸자’까지 답습의 문제는 계속된다. 계속되는 복고로의 전진 속, 박진영 자신의 흔적만이 옅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