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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 크리스토퍼 ‘When I get old’ (2022)

평가: 2/5

2년 전과 달리 석연치 않은 조화다. 2020년 ‘Bad boy’로 처음 만난 청하와 크리스토퍼의 우정은 내한 공연 무대와 ‘When I get old’까지 이어졌다. 간결한 사운드에 두 사람의 매력적인 음색으로 이끄는 구성은 이전과 비슷하나 두 번째 듀엣은 단조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Fly me to the moon’이 연상되는 후렴구의 멜로디는 친숙하고 권태롭다. 끝난 사랑을 노래하는 ‘Bad boy’와 달리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할 뿐 색다른 재미를 주지 못하는 곡은 첫 번째 협업의 단순한 연장처럼 느껴진다. 청량한 댄스곡에서 강점을 보이는 청하와 거칠게 목을 긁어내리는 ‘Bad’로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크리스토퍼의 강점 역시 부각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다시 호흡을 맞춘 이유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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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엘비 ‘eMPty’ (2022)

평가: 3/5

최엘비는 미디어가 조명하는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청춘의 대척점을 그린 < 독립음악 >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유명한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청년의 우울하고 열등감 가득한 민낯에서 많은 20대가 자신의 초상을 발견하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한 차례 성공을 거둔 뒤에도 래퍼는 여전히 초연하고 스스럼없다. 작업을 마치고 완전히 빈 껍데기가 된 자신을 비유한 가사는 자동 기술법을 사용한 것처럼 무의식을 담고 있다. 정처 없이 늘어놓는 노랫말에선 ‘그다음 나왔어 독립음악 그다음은 뭐지’라는 다음 앨범에 대한 부담과 외로움이 드러난다. 도입부의 독백은 상황극을 연출한 ‘독립음악’의 방식을 닮아 있어 이전만큼 신선하지는 않지만 가사와 연결되어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는 장치가 된다. 애써 설득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최엘비식 모노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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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카팔디(Lewis Capaldi) ‘Forget me’ (2022)

평가: 2.5/5

2019년 ‘Someone you loved’로 본고장 영국을 넘어 미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스코틀랜드 싱어송라이터가 3년 만에 ‘Forget me’를 발매했다. 피아노 반주에 특유한 허스키한 목소리로 이별의 감정을 토해내는 팝 발라드는 히트곡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기존의 음울하고 거친 분위기에서 격렬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템포를 높여 가볍게 들을 수 있도록 부담을 줄였다. 블루 아이드 소울 싱어에서 팝스타로 지향점을 살짝 옮기며 접근성을 높였으나 편안함은 오히려 개성 부족으로 다가오고 오랜만의 도약에 온전한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아델, 에드 시런, 샘 스미스 등을 잇는 영국의 차세대 대표 가수가 되기 위한 실마리를 더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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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IVE) ‘After like’ (2022)

평가: 3/5

데뷔곡 ‘Eleven’과 ‘Love dive’의 연이은 히트로 아이브는 공고한 브랜드를 형성했다. 두 싱글의 매력은 레트로, 걸크러시와 같은 현재 K팝의 주요 흐름에서 탈피한 참신함과 세련미. 강세를 보이는 수많은 신인 걸그룹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After like’의 첫인상 역시 파격적이다. 곡 초반 4/4박자의 하우스 리듬은 글로리아 게이너의 디스코 명곡 ‘I will survive’를 샘플링한 코러스로 이어지고 쉴 틈 없이 펼쳐놓는 보컬과 랩은 나인뮤지스, 인피니트 등이 떠오르는 2010년대 초반 K팝에서 가져왔다.

그들만의 방식을 개진하던 이전과 달리 K팝 안팎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1990년대의 정취는 비욘세의 ‘Break my soul’, 드레이크의 < Honestly, Nevermind > 등이 주도한 하우스 음악 재부흥을 따른다. 또한 과거와 현대의 융합은 클래식과 K팝을 엮은 레드벨벳 ‘Feel my rhythm’의 방법론이다. 물론 걸그룹이 잘 취하지 않는 야성적이고 고압적인 태도의 가사, 그에서 느껴지는 자기애와 선명한 멜로디 등 고유한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세를 이어가기에는 충분하지만 단숨에 쌓아올린 아성에 미치지 못하는 일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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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You.F.O’ (2022)

평가: 3/5

2000년대 후반 전성기를 누렸던 걸그룹들이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소녀시대가 5년 만에 모두 모였고 원더걸스 선예가 솔로 가수로 돌아왔다. 이들과 앞다투어 히트곡을 내놓았던 카라도 재결합 준비 중이다. 그룹이 재정비하는 동안 니콜은 ‘You.F.O’을 통해 먼저 출발 신호를 보낸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와 귀엽고 스포티한 콘셉트를 앞세우던 카라가 떠오르는 청량한 댄스 팝에 니콜의 엉뚱한 이미지와 어울리는 가사를 직접 썼다.

대중에 낯익은 모습으로 추억을 복각하는 동시에 지난 8년간 급변한 K팝 시장을 분석하고 반영했다. ‘Pretty girl’, ‘미스터’ 등 많은 히트곡을 쓴 스윗튠 대신 오마이걸의 ‘살짝 설렜어’와 ‘비밀정원’을 쓴 스티븐 리가 작곡을 맡으며 트렌디한 사운드를 이식했고, 숏폼 콘텐츠를 겨냥한 포인트도 곳곳에 심어두었다. 지난 영광과 향수에 매몰되지 않고 최근 흐름에 자연스레 섞여 든 싱글이 본격적인 팀 활동 전 선취점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