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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I’m'(2021)

평가: 3/5

세정은 무엇을 하든 늘 기대 이상을 웃도는 아티스트다. < 프로듀스 101 >에서 보여준 탄탄한 실력과 포용력 있는 모습, OCN 드라마 < 경이로운 소문 >의 도하나 캐릭터로 완벽한 변신까지. 구구단 활동으로 조금 주춤하기도 했지만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만큼은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첫 솔로 앨범 < 화분 >은 자작곡으로 수록곡을 채웠고, 번아웃과 불안에서 비롯된 자기방어를 내려놓는 과정을 그리며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 I’m >에서는 타이틀곡까지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세상을 마음껏 누비며 따뜻함을 나눈다.

‘Warning’에서 세정은 힘찬 발걸음처럼 느껴지는 파아노 인트로에 이어, ‘길을 잃어버려도 좋아/그게 옳을 테니까’라며 낯선 곳에서도 한 치의 두려움 없는 태도를 보인다, 자칫 철없어 보일 수도 있는 노랫말이 무조건적인 긍정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가 겪은 가정적인 어려움이, 그럼에도 쾌활한 모습이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릴보이의 피처링을 더한 점도 진정성 있는 위로로 다가온다. 긱스 활동으로 대중에 알려졌으나, 이후 침체기를 겪다가 2020년 < 쇼미더머니9 >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로 큰 호응을 얻은 릴보이의 활동 곡선이 세정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밤산책’과 ‘집에 가자’는 타이틀곡의 기조를 잇는다. 두 곡 모두 캐주얼한 사운드에 편안한 태도가 어우러져 밤에 동네 한 바퀴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다. 동시에 ‘화분’처럼 내면 지향적인 ‘Teddy bear’도 있다. 기타의 아르페지오로 출발해 부피를 키워가는 따뜻한 분위기에서 어린시절부터 함께한 친구에게 비밀을 속삭인다. 화분을 돌보며 자신의 마음을 가꾸던 곰은 더 이상 힘든 마음을 꼭꼭 숨겨두지 않는다.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서 세정은 ‘사실 쉬는 게 두려웠다’고 툭 털어놓는다. 솔직한 그의 고백은 작품을 대중과 찬찬히 공감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만든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보는 세정의 진정한 첫 발걸음처럼 느껴진다. 또한 부단히 노력한 이들에게, 새 출발을 앞둔 모두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편안한 휴식을 가득 안겨주고자 하는 선물이다.

  • – 수록곡 –
  • 1. Teddy bear
  • 2. Warning (feat.릴보이)
  • 3. 밤산책 (Do dum chit)
  • 4. 집에 가자
  • 5. 아마 난 그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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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솔 ‘사랑을 하고 있어'(2021)

평가: 3.5/5

강아솔은 ‘봄에는 뭐 하세요?’에 ‘사랑을 하고 있어’라고 자문자답한다. 가요계에서 봄과 사랑의 관계는 진부한 주제다. 하지만 강아솔의 문학적인 언어는 생경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도입부의 ‘제법 추운 밤이었지’부터 눈앞에 벚꽃이 휘날리는 밤이 그려지며, 곡이 끝날 때까지 그 풍경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2012년 데뷔 이후 계속해서 추구해온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사운드도 그 위에 중첩되어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만든다. 꾸준함이 만든 우아한 정공법. 강아솔이 알리는 봄의 시작을 듣다보면 그 정공법의 힘을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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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트(Celeste) ‘Not Your Muse’ (2021)

평가: 4/5

셀레스트(Celeste)는 어느 때보다 특별한 2020년을 보냈다. BBC ‘사운드 오브 더 이어 2020’의 우승자로 선정되었고, 브릿 어워즈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다. 연말에는 영화 <소울>의 사운드 트랙 ‘It’s all right‘을 부르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그는 갑작스러운 성공에도 신중하고 흔들림 없이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첫 정규 < Not Your Muse >는 리듬앤블루스와 멜랑콜리를 바탕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에곤 쉴레의 <무릎을 세우고 앉은 여인>을 닮은 앨범 아트에 멜랑콜리함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정서는 셀레스트가 직접 작사한 가사로 이어진다. 발라드 트랙 ’Strange’는 2018년 캘리포니아의 산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산이 불타는 모습에서 열정을, 불이 꺼지고 연기와 재가 남은 모습에서 관계가 붕괴되는 모습을 포착한다. 그 외에도 ‘Tell me something i don’t know’나, ‘The promise’ 등 다양한 상황에서 느끼는 우울함으로 앨범의 기조를 형성한다.

그의 허스키한 음색은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와 비슷하다. 재미있게도, ‘Love is back’의 브라스 사운드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Back to black’을 연상케 한다. 또한 셀레스트는 ‘제 2의 아델’이라 불릴 정도로 그와 비슷한 면모를 많이 보인다. 셀레스트가 데뷔 앨범의 대부분을 직접 작사・작곡한 점에서 아델의 데뷔 앨범 < 19 >이 떠오른다. ‘Stop this flame’의 파워풀한 가창력과 ‘Ideal woman’의 어쿠스틱 기타와 어우러지는 담담한 보컬을 오가는 모습에서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 부각된다.

다운 템포의 우울한 곡들만 있는 건 아니다. 존 루이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광고에 삽입되었던 ‘A little love’는 크리스마스 캐롤 같이 따뜻한 느낌이다. 스카이 스포츠 프리미어 리그의 주제곡으로 인기를 얻은 ‘Stop this flame’은 재즈의 요소를 가져온 업템포 피아노 사운드로 역경을 뚫고 지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앨범은 ‘Some goodbyes come with hellos’의 낙관적인 메시지로 마무리 짓는다. 이는 다음 작과 연결하는 느낌을 주면서, 디럭스 앨범에 수록된 곡들과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 Not Your Muse >는 리듬앤블루스, 소울, 재즈를 통해 멜랑콜리를 기본 기조로 가져가되 업템포의 곡을 가미해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다. ’Not your muse’에서 나타나는 예술가와 뮤즈의 관계, ‘Ideal woman’의 자기 확신 등 시적인 가사도 의미를 더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갈 줄 아는 아티스트다. 조급해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걸음에서 성장에 대한 확신이 느껴진다.

– 수록곡 –
1. Ideal woman 
2. Strange 
3. Tonight tonight
4. Stop this flame 
5. Tell me something I don’t know
6. Not your muse 
7. Beloved
8. Love is back
9. A kiss
10. The promise
11. A little love 
12. Some goodbyes come with hel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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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공간반응'(2021)

평가: 3.5/5

“무대를 잃고 여덟 명의 음악가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연주합니다.” 지난해 발매한 4장의 싱글을 바탕으로 진행한 한희정의 온라인 공연 < 공간반응 >은 감각의 새로운 공유 형태를 설계했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연주하는 음악가들, 의성어와 의태어로 잘게 쪼개진 관객의 반응을 합쳤다. 그리고 그 매개가 되어준 싱글을 모아 동명의 앨범을 발매한다.

공연과 앨범이 본질적으로 같을 수는 없지만, 둘은 각자의 공간에서 ‘소리를 매개로 주고받는 비가시적 현상에 초점을 두었다’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마치 무대에 들어선 것처럼, 앨범을 재생하면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 한희정이 초대한 제3의 공간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든다. 적막한 화이트 큐브에서 ‘Voice and piano’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음악에 감응하기 시작한다. 공간은 어떤 표상도 없는 소리로 채워지고 초대자와 청자는 오로지 감각 그 자체로만 소통한다.

‘In silence’와 ‘재구성 part 1’에서 현악기와 드럼, 피아노에 보컬 박민희의 목소리를 더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화음을 이루는 것 같지만 보컬보다는 하나의 악기로서 기능한다. 특히 ‘재구성 part 1’에서 가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목소리를 현악기처럼 연주한다. 그리고 이는 같은 ‘시작-격정-반복’ 구성을 취한 ‘재구성 part 2’의 바이올린 소리와 대비된다. 이를 통해 언어적 표현에 의존하기보다 소리 자체에 집중하려는 의도를 느낄 수 있다.

한희정은 소리의 비정형성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Another inspiration’의 서정적인 피아노 소리와 현악기 연주를 가볍게 즐기던 청자에게 건반을 내려치는 소리로 충격을 준다. ‘양배추즙’에서는 바이올린과 혀 차는 소리를 대비시킨다. 그 뒤, 일정한 박자 없이 연주하는 피아노와 현악기가 더해져 다시 한번 형식을 깨뜨린다. 이러한 장치들은  예상을 깨며 오직 양배추즙을 먹는 자신의 공감각에만 몰입하도록 돕는다.

멜로디와 가사로 이루어진 음악에 익숙한 귀에 < 공간반응 >은 다소 난해하게 들리기도 한다. 실제로 한희정은 트위터에서 한 음원사이트가 노래 없는 곡이라는 이유로 ‘양배추즙’의 노출을 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천천히 그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비언어적이고 비가시적인 소통 방법을 찾고자 한 실험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소리를 온전히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을 통해 ‘다시는 노래 부르지 않으리라’라는 한희정의 말속 진심을 깨닫는다. 오랫동안 음악가로서 우리의 곁을 지키고자 하는 그의 고민이 오롯이 담긴 앨범이다.

– 수록곡 –
1. Voice and piano 1
2. In silence
3. Voice and piano 2
4. 재구성 part 1
5. 재구성 part 2
6. Voice and piano 3
7. Another inspiration
8. 양배추츱
9. Voice and piano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