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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LE SSERAFIM) ‘Atifragile’ (2022)

평가: 2/5

데뷔 약 두 달 만에 5인 체제를 감행했다. 신인그룹으로서 치명적인 출혈이었지만 전면에 내세운 슬로건처럼 행보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첫 주 17만 장이라는 전무한 기록의 음반 판매량과 아이즈원 출신 김채원, 사쿠라의 인지도를 등에 업은 팬덤은 주체성을 강조한 메시지에 비해 수록곡의 설득력이 부족했던 < Fearless >의 갑론을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무거운 짐을 벗고 한결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 이들의 두 번째 캐치프라이즈는 충격을 가할수록 더 강해진다는 의미의 < Antifragile >이다. 시의성을 고려한 제목처럼 보이지만 음반은 일찍이 짜놓은 정교한 설계도 위에 있다. 첫 번째 미니 앨범 < Fearless >를 잇는 메시지와 전작을 닮은 앨범 커버, 수록곡의 짜임새가 직전 활동으로 그려낸 강인한 이미지에 컬러감을 더한다. 그룹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두 핵심 멤버의 과거 색채를 흐리는데 전념하는 제작이다.

치밀한 계획표 덕에 시선은 정방향이지만 걸음걸이는 흔들린다. 연작으로써 통일감을 의도해 인트로에 삽입한 나레이션은 1990년대 특촬물을 보는 듯 부자연스러우며, 앨범 전반적으로 음절 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영어는 청각적 쾌감도, 유의미한 메시지도 이끌어내지 못하며 감흥에 제동을 건다. 

이는 타이틀인 ‘Antifragile’에서 가장 선명하다. 아프리카 특유의 변칙적 리듬을 사용한 아프로 EDM 사운드와 강렬한 보컬이 화려하게 시작을 끊은 데에 비해 ‘걸어봐 위엄 like a lion / 눈빛엔 거대한 desire’를 위시한 몇 개의 라인들이 노래에 녹아들지 못하고 부유한다. 보컬의 문제라기보다는 파트 나누기에 급급해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배치한 탓이다. 팝펑크 스타일 수록곡 ‘Celestial’에서 다시 반복되는 문제점은 중독성을 꾀한 의도적 메이킹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해도 쉽게 가려지지 않는 흠이다.       

매끄러운 만듦새는 아니지만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설득력을 더했다는 점은 성공적이다. ‘겁이 없음’을 구실 삼아 카디 비와 도자 캣의 이미지를 모방했던 선정적 퍼포먼스보다 멤버들의 과거, 강점을 적극 이용한 안무와 가사가 르세라핌으로서의 강함을 완성한다. 과도한 치장 없이 각각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잘 담아낸 알앤비 ‘Impurities’는 앨범의 테마를 강화하는 곡이다.

기독교 품계에 따르면 6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세라핌(Seraphim)’은 천사 중 가장 높은 위계에 있다고 전해진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중 하나를 떼어낸 르세라핌이 더 이상 천사의 완전무결한 이미지에 얽매일 명분 또한 사라졌다. 부담 없이 두려움 없는 행보를 이어 갈 수 있게 된 이들에게 < Antifragile >은 더 단단해지기 위한 주조 과정이다. 

 -수록곡-
1. The hydra
2. Antifragile
3. Impurities
4. No celestial
5. Good parts (when the quality is bad but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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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인 ‘광합성’ (2022)

평가: 3.5/5

마마무 멤버 중 누구를 떼어놓아도 역량 있는 가수이기에 홀로서기 욕심에 대해서 의문점이나 꼬리표가 붙지 않는다. 특히 독특한 음색으로 보컬 파트를 소화했던 휘인은 2021년 다른 멤버들과 달리 기존 소속사와 계약을 만료하고 다른 레이블과 손을 잡으며 야망을 표출했다. 올해 초 담백한 멜로디와 발군의 노래 실력이 돋보인 미니 앨범 < Whee >로 본격적인 분화에 박차를 가한 그가 곡의 작곡가이자 피처링으로 참여한 콜드와 함께 ‘광합성’으로 솔로 커리어를 잇는다.

별다른 꾸밈 없이 어쿠스틱 재즈로 일관한 사운드 위에 군더더기 없는 보컬만을 얹었다. 남녀 듀엣곡의 전형화된 파트 주고받기도, 감정과잉도 없다. 피아노와 기타 등 몇 가지 악기와 두 사람의 미성만으로 곡을 진행한다. 평범한 일상을 위로하며 따뜻함을 주는 가사와 이에 맞아떨어지는 제목, 깔끔한 노래의 전개가 조화를 이룬다. 낙엽이 거리를 메우고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요즘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처럼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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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와이(Jvcki Wai) ‘Go back’ (2022)

평가: 2.5/5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Anarchy’는 충격이었다. 어딘가에 종속되기를 거부하듯 ‘anarchy(난장판)’를 외쳤고 탁월한 비유의 가사로 힙합 신을 꼬집었다. 감각적인 뮤직비디오와 독특한 플로우까지 그 임팩트는 순식간에 다른 힙합 아티스트들에게 뻗어 자연스럽게 여성 래퍼들의 재키와이 스타일 따라잡기로 이어졌다. 그 사이 싱글 ‘Hyperreal’과 정규 앨범의 수록곡 ‘Enchanted propaganda’까지 연이어 흥행시키며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는 듯 보였으나 재키와이는 인디고 뮤직과의 계약만료 후 돌연 잠적했다.

일부 프로젝트나 피처링을 제외하면 최근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던 그가 한국 대표 힙합 레이블 AOMG와 손을 잡았다. 계약과 동시에 발매한 ‘Go back’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임과 동시에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각오이다. 허나 그 방향성은 모호하다. 그의 음악적 성취가 정점을 이루었던 몇 년 전을 등지고 택한 가사는 상투적이며 아티스트의 정체성인 목소리와 멜로디컬한 랩 메이킹은 이제 신선함이 떨어진다. 다수의 모조품 사이에서 독창성이 살아 있는 원조의 향은 여전히 구미가 당기지만 라틴 팝의 향기를 살짝 첨가해도 그 맛의 깊이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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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쳐(DREAMCATCHER) ‘Apocalypse : Follow Us'(2022)

평가: 2.5/5

드림캐쳐의 생존방식은 양날의 검이었다. 뚝심 있게 밀어붙인 메탈 콘셉트가 케이팝 시장에서 고유한 영역을 구축했지만 매니악한 사운드는 중심부로의 진입을 방해했다. 차근히 다져온 입지를 넓히기 위해 EDM과의 융합을 시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일방향 콘셉트에서 벗어나 변화의 분기점으로 맞이한 디스토피아 3부작은 그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장르적 변용에 성공한 앨범이었다. 

아포칼립스의 포문을 여는 두 번째 정규음반 < Apocalypse : Save Us > 역시 신스팝 ‘Starlight’와 ‘Together’ 등 전자음악의 비중이 컸지만 중심을 잃지 않았다. 록에 펑크(Funk)를 가미한 ‘Locked inside a door’와 금속성 재질의 메탈 기타가 돋보이는 ‘Maison’은 앨범을 매력적인 첫 에피소드로 만들었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인 < Apocalypse : Follow Us >는 구심점이 흔들린다. 인트로에서 록 음악의 기악적 요소를 덜어내고 신시사이저와 전자드럼을 전면에 내세워 완전한 변화를 꾀하나 싶다가도 이어지는 ‘Vision’에서 부조화스러운 전자음이 메탈 사운드와 혼재해 애매한 방향성을 남긴다. 발라드곡 ‘이 비가 그칠 때면’ 역시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동떨어져 물음표가 찍힌다. 

장르적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시도가 궤도를 잃고 헤매는 결과를 낳았지만 중반부에 수록한 ‘Fairytale’과 ‘Some love’가 흔들리는 선체를 바로 잡는다. 비교적 데뷔 초 향취를 유지한 두 곡의 선명한 멜로디와 직선적인 록 사운드가 드림캐쳐만의 색깔을 유지한다.

독특한 시도에 그칠 수 있던 모험수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케이팝 시장의 본격적인 글로벌화와 맞물린 배경 덕도 있지만 그룹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확신으로 이루어낸 성공이다. 기존의 훌륭하게 사용해왔던 무기를 등질 필요 없이 어지러운 아포칼립스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헤쳐 나아가야 한다.

-수록곡-
1. Intro:Chaotical X
2. Vision
3. Fairytale
4. Some love
5. 이 비가 그칠 때면 (Rainy day)
6. Outro:Mother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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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트라이비 인터뷰

돌아온 걸그룹 전성기,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건강한 경쟁구도를 만들어가는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트라이비는 발랄함과 패기를 앞세운다. 2021년 2월 < Tri.be Da Loca >로 데뷔하여 이제 막 600일을 넘긴 신인 그룹은 < Leviosa >활동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다양한 국적의 팬들을 흡수하고 있다. 희미한 햇빛이 때를 맞아 무지개가 되듯 일곱 명의 밝은 에너지는 서서히 빛을 발하며 더 너른 세상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즘에서 진행한 특집 ‘2010년 이후, 당신이 기억해야 할 K팝 댄스 트랙’의 마지막은 트라이비였다. 그 성장세를 기록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In the air’에는 기존의 강렬함 뒤에 감춰 놓았던 청량함과 순수함이 담겨있다. 평균 나이 18.6세 소녀들의 현재 진행형인 도전과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서 묻기 위해 직접 청담동에 위치한 티알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찾았다. 아쉽게도 멤버 진하는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약 두 시간 가량의 긴 대화 중에도 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국적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른 멤버들의 데뷔 과정이 궁금하다.
송선 : 직접 오디션을 보기도 했지만 감사하게도 여러 회사에서 직접 캐스팅을 해주셨다. 다양한 곳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는 분들이 늘어났고 신사동 호랭이 피디님과도 연이 닿았다. 최종적으로 지금 회사와 잘 맞아 이곳에서 데뷔하게 됐다.

현빈 : 처음에는 아이돌이 아니라 댄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팀의 단장님이 뜬금없이 오디션을 권해주셨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서 사양했지만 끈질긴 설득에 용기를 얻어서 여러 기획사의 오디션을 봤고 기회를 얻어서 트라이비에 합류했다.

지아: 대만에서 오디션을 보고 한국으로 넘어왔다. 처음에는 취미로만 노래를 했었는데 아는 분이 오디션을 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도전에 망설임은 없었지만 학업을 중시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 힘들었다. 반대가 심하셨는데 여러 번 말씀 드리니까 기회를 주셨다. 덜컥 붙어버렸을 때 가족 모두가 놀랬다.

켈리 : K팝 아이돌 가수들의 춤을 따라 하다가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됐다. 대만에서 댄스 학원을 통해 오디션을 봤고 한국으로 와서 2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다.

소은 : 학원을 통해서 다양한 기획사의 오디션을 봤다. 여러 곳에서 1차만 합격했는데 아쉽게 최종에서 여러 번 떨어졌다. 그러던 중 감사하게도 지금 회사에서 피디님을 만나 기회를 얻었다.

미레 : 일본에서 학교생활을 하다가 케이팝에 관심이 생겨서 한국의 댄스학원으로 유학 왔다. 한 두 달 수업을 듣다가 당시 학원에서 지금 회사의 오디션 기회를 마련해 줬고 합격해서 이곳 연습생으로 들어왔다. 연습 기간은 제일 짧았던 것 같다. 딱 1년 걸렸다.

가수의 꿈을 심어준 아티스트나 노래가 있다면.
미레 : 초등학교 6학년 때 블랙핑크 선배님을 좋아해서 매일 뮤직비디오나 무대 영상을 찾아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가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알게 된 블랙핑크 선배님의 노래는 ‘붐바야’고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마지막처럼’이다.

켈리 :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소녀시대 선배님의 ‘I got a boy’ 춤을 췄다. 당시에는 너무 못해서 완전히 익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힘들었지만 연습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서 춤 자체를 좋아하게 됐다.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다.

소은 : 초등학교 6학년 때 졸업 공연으로 레드벨벳 선배님의 ‘피카부(Peek-A-Boo)’를 췄다. 잘하진 못했지만, 당시 친구들이 열렬히 응원해줬다. 그 희열이 컸던 것 같다. 무대 자체로도 즐거웠지만 당시의 호응이 가수라는 꿈을 심어줬다.

지아 : 서너 살 때 샤이니 선배님의 ‘누난 너무 예뻐’ 무대를 보고 행복을 느꼈다. 언젠가 나도 저런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빈 : 부모님께서 음악을 좋아하셔서 금요일마다 뮤직뱅크를 봤다. 덕분에 어려서부터 방송을 통해 많은 선배님의 무대를 접했다. 처음 꿈을 심어준 분들은 원더걸스 선배님들이다. 부모님께서는 적극적인 지지를 해주셨다. 감사하게도 늘 하고 싶은 일을 하게끔 도와주신다. 부모님 덕에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송선 : 어렸을 때부터 소녀시대 선배님의 콘서트나 음악 방송을 많이 보러 다녔다. 당시에는 자리에 계신 많은 팬분이 신기했었다. ‘어떻게 사람이 노래하는 것만 보고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니까 나도 화려한 무대 위에서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부모님 몰래 가수의 꿈을 키웠다. 혼자 연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예고 입시에 대해서 알아본 것도 그 때문이다. 지원을 위해 처음 부모님께 진로를 말씀드렸을 땐 당황하셨다. 평소에 가족에게 무뚝뚝한 편인데 당시에는 간절하게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송선 씨는 긴 시간 동안 데뷔를 하지 못했다. 사촌 언니인 소녀시대 유리 씨에게 도움을 부탁을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
송선 : 그런 부탁을 하기 전에 캐스팅이 된 적도 있었지만 누구를 통해서 들어왔다거나 사적인 연줄을 이용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듣기 싫었다. 입시를 통해 다니게 된 학교에서도 비슷한 소문이 돌았던 적이 있어서 그런 것들에 신물이 났다. 오히려 당시에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박이 더 컸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음악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트라이비의 음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송선 :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둠둠타’라는 곡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트라이비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 준다. 안무가 숨 쉴 틈 없이 박자 하나하나에 동작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음반 제목이 < Da Loca >, < Conmigo >, < Veni Vidi Vici >, < Leviosa >처럼 모두 라틴어이다.
송선 : 라틴 계열의 이국적 사운드는 트라이비를 차별화한다고 생각한다. 열정적인 음악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라틴어를 사용했다. 판소리를 외국에서 리메이크 한다면 추임새를 먼저 떠올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취지이다.

트라이비의 기존 음악들에 비해 최근 발매한 < Leviosa >의 수록곡 ‘In the air’는 상대적으로 멜로디가 명확하고 대중적이다. 트라이비 변화의 신호탄인지.
송선 : ‘In the air’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일환으로 최근에 다시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 스타일의 음악이다. 변화의 신호탄이라기보다 트라이비의 음악들과 달리 명확한 멜로디와 떼창을 유도하는 곡의 콘셉트를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전까지는 후렴에 힘을 준 구성보다 비트가 잠깐 멈추는 드롭 부분에서의 퍼포먼스를 강조했다. 뭄바톤과 아프리카 비트 위주의 곡을 주로 선보인 것도 그 때문이다. 트라이비의 다른 곡들이 조금 덜 선명한 선율로 생소하게 비춰질 수 있지만 그룹의 색깔을 더 보여드리고자 한 선택이니 다른 노래들도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In the air’ 같은 곡들 또한 앞으로 더 만들어 갈 예정이다.

‘Got your back’에는 송선 씨가 작곡에 참여했다. 작곡가 입장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송선 : 귀에 잘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래를 들을 때 도입부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어서 인트로부터 1절 까지를 가장 힘줘서 제작했다. ‘Got your back’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이전에는 보여드리지 않았던 부드러운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알앤비스러우면서 팬 분들에게 위로를 드릴 수 있도록 비교적 서정적인 멜로디로 구성했다.

신사동 호랭이 대표는 다수의 히트곡을 제작한 유명 작곡가인데 다른 멤버들도 작사나 작곡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다.
소은 : 관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피디님께서 자주 기회를 주신다. 어느 날 송선 언니와 점심으로 요거트를 먹고 있었는데 언니가 비트를 틀더니 노래를 불러 보라고 했다. 장난스럽게 곡을 만들어서 피디님께 보내드렸더니 얼마 후에 직접 편곡해서 곡을 주셨다. 팬분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SNS에 업로드도 했다.

현빈 :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꼭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In the air’의 떼창 파트를 녹음을 할 때도 피디님께서 따로 디렉팅 없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셨다. 크고 작은 기회를 많이 주신다. 수록곡 ‘-18’도 소은이랑 내게 써보고 싶은 가사가 있으면 적어 보라고 먼저 권하셨다. 우리가 성인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을 담아서 나온 노래가 ‘-18’ 이다.

‘-18’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현빈, 미레, 소은의 유닛 곡인데 모두 성인이 됐을 때 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현빈 : 지금의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도 좋지만 성인이 되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우리가 아직 어리다보니 대표님은 그런 곡은 잘 주려고 하지 않는다.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트라이비만의 색다른 느낌을 담아 보고 싶다.

소은 : 20대에만 가능한 트라이비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다. ’10대의 트라이비가 이런 느낌이었다면 20대의 트라이비는 이런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라는 인상을 주고 싶다.

미레 : 발라드도 좋지만 평소에 잘 듣는 장르가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섹시하면서 그루브 있는 음악에 도전해보고 싶다. 비비 선배님의 음악처럼.

트라이비의 무대는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눈에 띈다. ‘In the air’는 미레 양이랑 현빈 양이 안무를 제작했는데 먼저 나서서 해보겠다고 제안한 것인지 궁금하다.
현빈 : 연습생 때부터 미레와 안무 짜면서 노는 걸 좋아했다. 회사에서도 그걸 알았는지 1주년 기념으로 팬 분들을 위해 수록곡의 안무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반대했다. 트라이비의 안무는 파워풀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그 정도를 해 낼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회사는 신경 쓰지 말고 할 수 있는 대로 만들어 보라고 해서 진행하게 됐다.

데뷔 후 짧은 시간 만에 프로젝트 송을 두 곡이나 참여했다. 코카콜라와 협업해 퀸 노래를 리메이크 한 ‘A kind of magic’과 애니메이션 < We Baby Bears >의 오프닝곡 ‘The bha bha song’의 제작 경위가 궁금하다.
현빈 : ‘A kind of magic’의 제작 뒷얘기를 나중에 들었는데 그쪽해서 트라이비의 메시지가 코카콜라 캠페인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내용과 같다고 들었다. 평소 우리가 무대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를 좋게 본 것 같다.

퀸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았는지.
현빈 : 퀸의 원곡을 다 같이 모여서 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못 따라잡을 것 같아서 오히려 쉽게 접근하자고 생각했다. 트라이비만의 ‘A kind of magic’을 보여주고 싶었다.

‘The bha bha song’의 제작 과정과 소감이 궁금하다.
미레 : 너무 좋은 기회로 < We Baby Bears >와 함께 하게 돼서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 한국어 이렇게 4개 국어로 녹음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을 부르는 것이 즐거웠지만 다른 나라의 언어로 녹음하는 것은 조금 힘들었다. 서로 발음을 조언하면서 도왔다.

4개 국어로 녹음했다고 했는데 제일 어려운 발음은 어느 나라였는지.
현빈 : 랩을 했는데 각 언어별로 음절수가 맞지 않아서 힘들었다. 발음 같은 경우에는 각 나라의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멤버들조차 어려운 단어도 있었다. 심지어 중국어는 성조 때문에 조금만 틀려도 다시 녹음을 했다. 피디님께서 “우리 노래인데 왜 굳이 다른 언어로 노래해야 돼?”라고 하셔서 랩 파트는 모두 한국어로 녹음했다.

다양한 나라에서 사랑 받고 있다. 한편으로 국내에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아쉬운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송선 : 데뷔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유행했기 때문에 국내 팬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이번 < Leviosa > 활동을 통해 처음으로 대면 활동을 시작했는데 직접 팬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늘면서 더 많은 분들이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앞으로 그런 기회가 더 많아지면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연습생 기간까지 포함하면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 그리고 가장 좌절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미레 :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비활동 기간이다. ‘우주로’ 활동이 끝나고 10개월 정도였는데 그 사이 연습실에서 연습만 했다. 팬들을 만날 수 없다보니 슬럼프까지 왔다.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되니까 스스로에게 화도 났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이번 < Leviosa > 쇼케이스다. 처음 트루(팬덤 이름)분들을 직접 만나니까 새로 데뷔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내가 원했던 아이돌이 된 것 같았다.

지금까지 트라이비로 활동하면서 이룬 크고 작은 목표들이 있을 것 같다.
소은 :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백스테이지 뒤에서 인이어를 체크하고 마이크를 차는 것이 꼭 이루고 싶었던 것 중 하나다. 데뷔 전에는 무대 뒤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꿈 꿔왔던 방송국 대기실도 쓰고 가수들이 사용하는 인이어와 마이크를 사용한다. 행복한 일이다.

여러분들 노래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트라이비 노래와 그 이유가 궁금하다.
미레 : ‘-18’이다. 현빈, 소은과 함께한 유닛곡이지만 트라이비 전체의 색깔을 잘 표현한 노래라고 생각한다. 춤추기에도 좋아서 정말 좋아한다.

현빈 : ‘Got your back’을 뽑고 싶다. 작곡에 참여한 송선 언니에게 음원이 나오기 전부터 곡이 너무 좋다고 여러 번 말했다. 서정적인 진행이 취향에 맞고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아서 지친 날에는 항상 ‘Got your back’을 듣는다.

켈리 : ‘Lobo’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각 파트별로 멤버들의 음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우리 노래라고 느꼈다.

소은 : ‘In the air’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처음 아이돌을 꿈꿨을 때부터 이 곡처럼 밝은 분위기의 노래로 데뷔하고 싶었다. 트라이비의 이전 음악들은 대부분 힘 있는 노래들이어서 조금만 무대에서 흐트러져도 카리스마가 무뎌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좋은 곡들인데도 노는 듯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충족해주지는 못했다. 반면 ‘In the air’는 즐기듯이 무대 할 수 있어서 좋다. 이 곡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행복해진다.

송선 : ‘In the air’다. 무대에서 이 곡을 하고 나면 왜인지 모르게 벅차오른다. 청명하고 밝은 곡이지만 춤을 추면서 노래를 들었을 때 가슴 한 켠이 뭉클하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지는 음악이다.

지아 : 팬송 ‘True’라는 곡을 좋아한다. 데뷔 때부터 팬송을 만들고 싶다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바람을 이루게 돼서 좋다. 내가 선호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사도 담겨 있다.

그 외에 살면서 힘이 되었거나 좋게 들었던 인생곡이 있을 것 같다.
송선 : 보아 선배님의 ‘아틀란티스 소녀’가 생각이 난다. 첫 입시 곡이기도 하고 이 노래를 통해서 아이돌이라는 꿈을 키웠다.

지아 : 샤이니 종현 선배님의 ‘하루의 끝’이라는 노래다.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많은 위로를 받았다.

소은 : 팬들한테 자주 추천했던 아리아나 그란데의 ‘Santa tell me’다. 평소에도 크리스마스의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이 노래에는 그런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들을 때마다 벅차고 희망찬 느낌을 받는다.

켈리 : 블랙핑크 선배님의 ‘휘파람’을 정말 좋아한다. 언제 들어도 강렬하다.

현빈 : 영화 < 국가대표 > OST의 ‘Butterfly’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졸업한 중학교에서 매년 졸업생을 위해 후배들이 이 노래를 불러줬다. 부를 때는 감정이 없는데 3학년이 돼서 듣는 입장이 되니까 가사가 와 닿으면서 눈물이 났다. 우연이겠지만 그때 노래를 듣고 난 이후로 일이 잘 풀렸다.

미레 : 일본 가수 아이(Ai)의 ‘Story’라는 노래가 있다. 영화 < Big Hero 6 >의 일본 버전 엔딩곡인데 오래된 노래지만 정말 좋아해서 오디션 볼 때도 그 노래를 불렀다. 지금도 재생할 때마다 열심히 노력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다양한 감정과 개인적인 경험이 담겨 있어서 가끔 울컥할 때도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가수로서 음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레 : 좋아해서 한 것 같다. 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생각했다. 트라이비로 데뷔하고 목표를 이룰 수 있어서 행복하다. 가수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

현빈 : 인생을 즐기고 싶어서다. 원치 않은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한 번뿐인 인생이 아까울 것 같다. 꼭 이루고 싶었던 꿈이 현실이 됐으니 내 삶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꼭 트라이비의 팬이 아니어도 행복을 드릴 수 있는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

켈리 : 다른 멤버도 모두 비슷할 것 같다. 노래 부를 때나 음악을 들을 때 항상 행복했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 이렇게 가수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돼서 감사하다.

소은 :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을 합쳐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말로 표현하기 힘든 행복을 느낀다. 누군가는 혼자 모든 일을 해내기도 하지만 트라이비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았을 때 더 멋있는 노래가 완성된다. 팬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가수라는 직업의 매력 때문에 음악을 하고 있다.

지아 : 내가 샤이니 선배님의 모습 보고 행복 했듯이 트라이비의 무대와 음악을 통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드리고 싶어서 음악을 한다.

송선 : 평소에 노래를 통해 위로받는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들께 우리 노래로 병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드리고 싶다.

인터뷰: 소승근, 임동엽, 정다열, 백종권
촬영: 임동엽, 백종권
정리: 백종권, 소승근, 정다열
영상 편집: 정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