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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무엘 ‘Some things don’t change’ (2023)

평가: 4/5

탄탄한 커리어로 기반을 다졌고 한국에서 네오 소울을 찾는 이들은 어김없이 서사무엘을 소비한다. 그가 국내 알앤비 신에서 받는 압도적인 지지는 그간의 커리어를 굵직하게만 훑어도 납득할만하다. < Ego Expand (100%) >를 통해 진정성을 확인시켰고 < Unity >에서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진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역량의 집약체이자 본격적으로 네오 소울 아티스트의 면모를 드러낸 대표작 < The Misfit >은 그의 이름 앞에 ‘대표’나 ‘믿고 듣는’ 따위의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만들었다.

높은 퀄리티가 무색하게 상대적으로 짧은 주기로 앨범을 발매했던 그가 싱글 단위의 곡들들을 발매하고 있다. ‘Some things don’t change’는 지난 몇 개월을 거쳐 공개한 재지(Jazzy)한 무드의 ‘Hinoki’, ‘Memo’, ‘Swing slam’과 같은 결을 유지하지만 더 경쾌한 분위기 위에 비교적 선명한 멜로디를 얹는다. 적당히 흥분되어 있는 모습과 냉소적으로 자신을 성찰하는 가사는 차분한 태도를 보여왔던 서사무엘을 미묘하게 다른 각도를 비춘다. 다음 점화를 예고하는 단계에서 충분히 뜨거운 예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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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BE’O) ‘Akita (Feat. 하츠) (Prod. 우비소년)’ (2023)

평가: 2/5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인용구에 어울리는 다작이다. 자신의 곡은 물론 다른 아티스트의 피처링까지 참여하며 ‘Counting stars’로 시작해 ‘Love me’와 ‘자격지심’까지 이어지는 연타석 안타를 이어 나가려 한다. 예능이나 새로운 컨텐츠가 아닌 음악으로 승부하는 정공법이다.

이번엔 5년 전 무료 음원 공유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했던 곡을 재녹음했다. 과거에 비해 목소리를 담는 방식이나 래퍼로서 진화한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지만 지난 작업물에 기대야 하는 스타일의 정체는 비오의 이름을 좁게 가둔다. 몇 년째 힙합 신에 만연한 싱잉랩을 빈복하면서 멜로디는 더 단조롭다. 곡의 의의는 오랜 시간 비오의 발전을 지켜봐 온 골수팬을 위한 팬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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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 & 지스트(TOIL & Gist) ‘Toast'(2023)

평가: 3.5/5

지난 몇 년간 릴 핍(Lil Peep)과 릴 우지 버트 등 이모(Emotional) 힙합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의 영향이 전 세계로 빠르게 뻗었다. 국내에서는 싱잉 랩의 인기가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음악가가 감성적인 랩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프로듀서 토일은 그 선봉에서 즉각적인 트렌드 반영과 대중적인 멜로디의 융합으로 빠르게 힙합 신 중심에 섰다. 

지난해 힙합플레이야와 힙합엘이가 공동 주관한 < KHA 2022 >에서 올해의 프로듀서를 수상한 토일이 같은 레이블 소속이자 < 고등래퍼3 > 출신의 래퍼 지스트와 합작 앨범 < Toast >를 발매했다. 두 사람의 이름을 융합해 건배라는 뜻을 만들어낸 제목이다.

앨범은 프로듀서로 참여한 < 쇼미더머니 10 >에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놓았다. 방송을 통해 보여준 곡의 장르가 스펙트럼이 좁았던 모습처럼 여전히 지난 시간 반복해왔던 스타일을 재생산한다. 다만 경연에 비해 자율성이 주어진 프로젝트인 만큼 본인의 음악을 구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직접 대입해 장점을 극대화한다.

래퍼로 등장했지만 알앤비 가수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지스트와의 합작인 만큼 앨범을 힙합에 한정하지 않고 보컬 위주의 곡들로 채웠다. 첫 번째 곡 ‘Friends with benefits’부터 랩이 등장하지 않고 ‘Puzzle’에는 1인 밴드 가수 치즈가 참여하며 힙합을 확실하게 뒷 배경으로 보낸다. 애매한 중심을 지키기보다는 완전히 선로를 변경해 확실한 방향성을 취한다.

전략은 성공적이다. 한 우물을 파 수원을 발견한 듯 비트의 완성도는 높아졌으며 보컬의 선명한 멜로디는 호스트나 피처링 할 것 없이 적절한 녹음 방식과 이펙트로 완전히 곡에 녹아든다. 1990년대 뉴잭스윙을 흡수한 ‘이상형’이나 2000년대 초중반 미디움 템포 알앤비에 현재의 색을 입힌 ‘정리정돈’은 음반의 일체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행을 빠르게 반영해 듣는 재미를 더한다. 토일은 완성도에서 나오는 자기복제와 개성의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 진화했다.

-수록곡-

  1. Friends with benefits
  2. 끝말잇기 (Feat. Skinny Brown)
  3. Return (Feat. sokodomo)
  4. Puzzle (Feat. CHEEZE)
  5. 이상형 (Feat. 토이고)
  6. 반복재생 (Feat. Jason Lee & Chan)
  7. 정리정돈 (Feat. Jayci Yucca)
  8. 처음 마주쳤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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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드 뮤지엄 ‘더 (Feat. 식케이)’ (2023)

평가: 3.5/5

데뷔 EP < Scene > 한 장으로 알앤비 신의 주목을 받았던 라드뮤지엄은 지난해 6년 만에 발매한 첫 정규 음반 < RAD >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이후 싱글 위주로 곡을 발매하며 앨범의 여운을 달래는 중이다. 래퍼 식케이가 함께한 ‘더’는 서정적인 모습을 주로 보여줬던 작년의 라드뮤지엄과 사뭇 다른 모습을 취한다.

보컬에 강한 이펙트를 걸어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피비알앤비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기조이기는 하나 트랩 사운드의 리드미컬함을 더해 식케이가 활약할 수 있는 트랙을 꾸렸다. 가사에서는 지난해 보여준 모습과의 차이가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과 거리를 뒀던 ‘한량’이나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한 ‘Off-line’에 비해 ‘더’는 제목에서부터 직관적으로 욕망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긴 시간을 두고 단단한 커리어를 완성해나가고 있는 라드 뮤지엄의 다음 스텝을 엿볼 수 있는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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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요한 ‘Time Machine’ (2022)

평가: 3/5

스윙스와 버벌진트가 속해 있던 힙합 크루 오버클래스의 기타 세션맨으로 출발한 한요한은 힙합 신과 연을 철저히 다졌다. 래퍼 릴보이와 루이가 결성한 긱스의 ‘Wash away’를 작곡해 음원차트를 휩쓸었고 2015년에는 솔로앨범 < Selfmade >를 발매하며 직접 마이크를 쥐기 시작했다. 스윙스의 힙합 레이블 저스트뮤직과의 계약하고부터는 본격적으로 솔로가수로서 이름을 알렸다.

기타리스트로서 음악계에 발을 들인만큼 정규 4집 < Time Machine > 역시 ‘월화수목금토일’, ‘지킬게’ 등에서 전기 기타와 특유의 시원한 발성으로 록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꾸준히 반복해온 작법이지만 시간이라는 주제 위에 자전적 이야기를 전개하며 지난 디스코그래피와 차별점을 만든다.

직접 앨범 소개 글에 밝힌 바처럼 3집 < 초희귀종 > 발매 이후 찾아왔던 슬럼프를 회고한다.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인간적 어려움을 드러내고 성공 이후 찾아온 번아웃을 호소하며 음악 내외로 밝은 모습을 보여줬던 한요한의 그늘진 뒷면을 비춘다. 음반의 서사를 집약하는 ‘버킷리스트’와 알앤비 가수 따마가 참여한 ‘Ring ring ring’은 강렬한 사운드로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데에 전념했던 지난 음악들에 비해 진지한 모습이다.

포스트 말론, 머신건 켈리의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도 록과 힙합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한요한만의 개성은 옅어졌다. 한정된 장르로 인해 자기복제에 대한 비판 역시 피해 갈 수 없는 만듦새지만 프로듀서로서 두각을 나타낸 전적이 있는 만큼 다른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빌려 매너리즘을 극복하려는 전략이 높은 타율을 기록한다.

약 5년에 걸쳐 발매한 4장의 정규음반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의 산물이다. 덕분에 한요한은 한국에서 랩과 록을 결합한 얼터너티브 힙합 아티스트 명단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고착화된 음악 스타일을 경계해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뚝심을 견지하며 만들어낸 그의 < Time Machine >은 제대로 작동한다.

-수록곡-

  1. I don’t know (Feat. Don Malik)
  2. 버킷리스트 (Feat. Skinny Brown)
  3. 월화수목금토일 (Feat. 김승민)
  4. Ring ring ring (Feat. Thama)
  5. 멀어지는 너
  6. 너의 곁에 숨을 쉬고 있었어 (Feat. Jayci yucca & Skinny Brown)
  7. 지킬게 (Feat. JAEHA)
  8. 거슬려 (Feat. Ron)
  9. 컸어 (Feat. WYBH)
  10. (Bonus Track) Right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