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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The Weeknd) ‘Heartless'(2019)

평가: 2/5

연애로 소란과 절망을 겪은 남자의 모습은 괴기하다. 야자수 머리는 잔디 인형처럼 단정하게 깎았고 큰 선글라스로 가린 눈은 음울해보인다. 역설적으로 활짝 웃는 표정에선 비정상적인 광기와 슬픔까지 엿보인다. 본인도 SNS를 통해 신작< Chapter VI >는 “Psychotic Chapter (정신병적인 챕터)”를 담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앨범의 첫번째 싱글인 ‘Heartless’는 전작 ‘Starboy‘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플렉스를 늘어놓는데 여념이 없다. 수백명의 모델 속에 둘러 쌓여 있고, ‘Time’, ‘Rolling Stone’, ‘Bazaar’에서도 찾는 슈퍼스타임을 욕설들과 함께 내뱉는다. 하지만 자신은 약에 취해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아마도 진정한) 사랑을 하고싶다고 고백한다.

위켄드의 노래는 줄곧 우울하고 어두웠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특유의 미성과 매끈한 멜로디로 강렬한 매력을 가졌다. 이번 싱글의 경우는 글리치 비트와 곳곳에 삽입된 싸이렌 소리가 아수라장 같은 그의 심정은 대변하지만 구성과 진행이 밋밋해 머릿 속에 오래 남지는 않는다. 이대로라면 야자수 헤어를 자르고 다프트 펑크를 벗은 그의 앨범이 조금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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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깡'(2017)

평가: 1.5/5

현재의 난제를 돌파할 때 가장 필요한 일은 아무래도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왕의 귀환 후배들 바빠지는 중!’이라는 가사는 아무래도 2007년쯤의 이야기로 들린다. “과거를 자랑하지 말아라. 자랑할 것이 과거밖에 없을때는 당신은 처량해진다.” 는 세익스피어의 말처럼 ‘왕년에 나’를 내세운 가사들은 공허하다 못해 심란하게 제자리를 맴돈다. 탄탄하다 못해 딱딱하게 느껴지는 비트에 너무나 대조되는 빈약한 래핑 또한 이 노래가 ‘깡이 아닌 꽝’인 스웩송이라는 걸 여실히 드러낸다.

그의 팬들은 이제 파워풀한 댄스와 몸매, 근거 없는 자신감을 좋아하기에는 철이 들어버렸다. 더구나 새로운 세대에겐 세월이라는 장벽도 만만치 않다. EP를 듣다보면 잔뜩 힘을 준 타이틀 보다는 ‘입에 달아’나 ‘선샤인’이 더욱 매력적인데, 돌이켜보면 비가 데뷔 초 주목을 받은 것도 ‘나쁜 남자’보다는 ‘안녕이란 말대신’같은 귀여운 러브송이었다. 그의 인기가 폭발한 지점도 ‘풀하우스’의 눈웃음이 사랑스러운 영재 캐릭터가 아니었나. 비를 비답게 세우기 위해서는 이제 2017년이라는 ‘시간’과 자신이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다시 찾아야 한다. (20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