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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콜렉티브(Animal Collective) ‘Time Skiffs’ (2022)

★★★☆
무질서 안의 질서, 혼돈 속 평안.

평가: 3.5/5

미국 볼티모어 출신 밴드 애니멀 콜렉티브는 동향의 선배 프랭크 자파와 닮은 종잡을 수 없는 음악 세계를 펼쳐왔다. 동창이 조직한 이 괴짜 밴드는 장르의 하이브리드와 소리 탐구를 정체성 삼아 인디 록의 독보적 실험 집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조금 늦게 도착한 6년 만의 신보 < Time Skiffs >는 기악과 가창의 오묘한 결합으로 독특성을 이어갔고 앨범별로 이합집산했던 판다 베어와 에비 테어, 데어킨과 지알러지스트 네 멤버가 10년 만에 뭉쳤다는 점도 의의를 더했다.

사이키델릭 포크와 일렉트로니카, 인디 팝의 무수한 스타일을 파리지옥처럼 집어삼키지만, 앨범마다 큰 줄기의 일관성은 지켜왔고 신작의 중심은 몽환성이다. 일렉트로닉 팝의 대중성을 가미해 빌보드 앨범 차트 13위까지 올랐던 2009년 작 < Merriweather Post Pavilion >과 정신없이 튀는 2012년 작 익스페리멘탈 록 앨범 < Centipede Hz>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고정 관념을 탈피한 사운드스케이프는 여전하다. 일본의 전통 악기 다이쇼고토와 현을 활로 마찰해서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 허디거디로 독창적 소리 망을 구축했다. 나무 실로폰이 주요 악기로 나서는 ‘Walker’와 페달 스틸 기타로 그레이트풀 데드의 나른함을 담은 ‘Strung with everything’은 1960~70년대 사이키델릭 록의 향취를 되살렸다.

전위적인 음악 성향이 대중과 맞닿는 지점은 보컬 하모니. 에비 테어와 데어킨, 판다 베어 3인의 화음은 비정형성을 아우르며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비치 보이스의 산뜻함을 품은 ‘We go back’과 반복적 구조로 소리의 탑을 쌓아 올리는 동양적 선율의 ‘Prestor John’에서 하모니를 통한 대중성이 드러났다. 팬데믹 여파로 개인 작업을 한데 모으는 방식으로 앨범이 제작되었지만, 기악과 가창이 두루 조화롭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드는 것일까?’ 애니멀 콜렉티브의 음악은 관심의 대상이다. ‘지성이 아닌 감정으로 음악 하고 싶다’라는 판다베어의 말에서 답을 얻는다. 폴란드의 현대음악 작곡가 크쥐시토프 펜데레츠키부터 일렉트로니카 밴드 더 오브에 이르는 취향은 임계점 없는 소리샘을 구현했고 동물적 감각이 포착한 번뜩이는 즉흥성은 숙련된 편곡으로 정돈되었다. 무질서 안의 질서, 혼돈 속 평안이 < Time Skiffs >에 있다.

-수록곡-
1. Dragon slayer
2. Car keys
3. Prester John
4. Strung with everything
5. Walker
6. Cherokee
7. Passer-by
8. We go back
9. Royal and des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