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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소녀 ‘Neverland'(2020)

★★★
보편의 영역에서 견인한 새로운 단계로의 비상이다.

평가: 3/5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먼저다. ‘날아 Like Butterfly’라 노래하며 자유로워지고픈 소녀들의 테마는 멀리 갈 것 없이 작년 이달의 소녀의 ‘Butterfly’와 겹치고, 신비로운 동화 속 세계 ‘네버랜드’와 ‘팅커벨’ 등 요소는 에이프릴, 오마이걸, 최근의 아이즈원에 이르기까지 심심치 않게 활용돼왔다. 하지만 유사한 기획임에도 우주소녀의 < Neverland >에서 다른 어떤 그룹과의 공통점이나 기시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Butterfly’는 익숙함 속 낯섦을 만든다. 멤버 개개인의 보컬 톤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타이틀곡을 구성해온 과거와 달리 강렬한 기타 드라이브와 함께하는 이 노래 속 멤버들의 힘찬 가창은 누가 맨 앞에 서더라도 하나로 느껴질 만큼 매끈하게 다듬어져 수렴하고 있다.

이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는 ‘이젠 날 안 묶어둘래 / 좀 더 자유롭게 / 진짜 날 찾을래’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타인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보다 우주소녀라는 그룹 그 자신의 다짐과 확신처럼 여겨지게 한다. ‘꿈꾸는 마음으로’, ‘부탁해’, ‘이루리’를 통해 이어온 격려와 응원의 서사를 우주소녀의 이야기로 옮기며 설득력을 확보한다.

저돌적인 주제를 수록곡으로도 훌륭히 뒷받침한다. 강렬한 신스 리프와 브리지-드롭 구조로 후렴에 힘을 싣는 ‘Hola’, 신비롭게 출발하여 딥하우스 바탕의 댄스 팝을 전개하는 ‘Pantomime’ 모두 빠른 템포로 ‘Butterfly’의 여운을 길게 끌고 간다.

앞서 언급했던 우주소녀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바램’은 프로듀싱 팀 오레오의 작품으로, 선명한 멜로디 라인과 군더더기 없는 전개가 또 다른 타이틀 싱글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트로피컬 하우스 스타일의 ‘불꽃놀이’로 화려하면서도 아련한 무드를 조성한 다음 그루브한 베이스 리듬의 복고적인 신스팝 ‘우리의 정원’으로 작품을 마무리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고유의 판타지를 그려온 우주소녀는 < Neverland >를 통해 직관적인 경로를 설정하고 어긋남 없이 달려 나가며 스스로의 등 뒤에 나비의 날개를 붙인다. 보편의 영역에서 견인한 새로운 단계로의 비상이다.

– 수록곡 –
1. Butterfly
2. Hola
3. Pantomime
4. 바램
5. 불꽃놀이
6. 우리의 정원